| B2C App Service 운영 중인 가상의 회사 ‘플로우데이’를 김코치가 코칭하는 과정을 글로 담았습니다. 이를 통해, 현장에서 데이터를 경영에 잘 활용하기 위해 어떤 문제와 이슈에 부딪히며, 이를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지에 대해 총 12편에 에피소드로 정리해 봤습니다. |
우리들의 고객에 대한 가장 큰 착각,
“우리가 가장 잘 알죠”
“고객 데이터는 충분하지 않나요?”
플로우데이에서 데이터 이야기를 하다 보면 꼭 이런 말이 나온다.
“그래도 고객 데이터는 꽤 잘 보고 있지 않나요?”
여기에는 대답하는 이가 갖는 ‘약간의 안도감’이 섞여 있다. 그래도, 고객 데이터의 변화는 놓치지 않고 보려 하고 있으며, 맡은 일을 제대로 하기 위해 나름의 노력을 올바른 과정으로 수행하고 있음을 표현하기 위함이다.
이 질문에 코치인 내가 “네”라고 답할 수만 있다면, 지금까지 내가 느낀 불편함, 찝찝함 등이 대부분이 정리될 것처럼 이해된다. 물론, 그렇게 느끼지 않았다. 하지만, 무엇이 불편하고 찝찝한지 아직 확신이 부족한 상태이기 때문에 섣불리 그러한 내색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고객 데이터라고 보고 있는 것이 ‘고객의 데이터’는 아니라는 것은 이미 잘 알고 있다. 그럼, 고객은 누구일까?
그래서, 위와 같은 질문을 들을 때마다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이렇게 되묻곤 했다.
“우리가 알고 있다는 그 ‘고객’은 어떤 사람인가요?”
플로우데이가 말하는 ‘고객’
플로우데이에서 고객은 여러 개의 지표로 존재한다.
- 마케팅에게 고객은 ‘유입된 사용자’
- 제품 팀에게 고객은 ‘특정 기능을 사용하는 사용자’
- 운영 팀에게 고객은 ‘문의와 불만을 남긴 사용자’
각 팀이 다루고 있는 데이터는 고객을 지칭하는 말이 모두 맞다. 하지만 묘하게도 같은 사람을 말하고 있는 것 같지 않다.
“우리 서비스로 유입(마케팅)되어, 특정 기능을 사용(제품 개발)하고,
사용 중에 문의와 불편함을 남겼다(운영팀)고 하면
그를 ‘고객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인가?”
나는 이 지점에서 작은 불편함을 느꼈다. 고객은 있는데, ‘서비스 관련 고객의 이야기’는 없었다. 그런데, 대시보드를 다시 떠올려보면 고객 데이터는 정말 많이 등장한다.
- DAU, MAU
- 전환율
- 이탈률
- 재방문율
- 불만 유형 TOP5
그런데 이 모든 데이터를 다 보고 나서도 아래 질문에는 답하기 어렵다.
“이 사람은, 왜 우리 서비스를 쓰기 시작했고, 왜 지금은 덜 쓰고 있을까?”
숫자는 많았지만, 고객별 서비스를 사용한 경험 관련 이야기는 찾기 어려운 구조였다. 그런데, 그럴 수밖에 없다. 앞서 2편에서 밝힌 바와 같이 ‘고객 행동 데이터’의 책임 소재가 불명확하고, 그로 인해 수치상의 변화에만 예민할 뿐이다. 데이터 변화에 대한 원인이나, 다른 특정 데이터에 어떤 변화를 주고받는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아니, 인지가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한편 회의 중에 대표가 이런 질문을 던진 적이 있다.
“이번 이탈, 원인은 뭘로 보세요?”
회의실이 잠시 조용해졌다. 그리고 각자의 자리에서 조심스럽게 답이 나왔다. ‘각자가 자신이 관리해야 하는 데이터에 충실한 구조’에서는 아무리 종합하여 생각해도 답할 수 없는 질문이다. 나는 회의에 참석한 이들의 반응을 예의주시했다. 조금 더 침묵이 지나고 나자, 아무 말이라도 해야 하는 분위기라고 느꼈는지, 각자의 생각을 밝혔다.
“기능 복잡도가 높아서 고객이 어렵다고 느껴서 이탈한 것일 수도 있고요.”
“마케팅 메시지가 과장됐다고 느껴서, 고객의 기대와는 달라서 그럴 수도 있고요.”
“우리와 경쟁 관계에 있는 모 서비스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는 것 같습니다.”
모두 가능성 있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나는 그 답들을 들으며 이렇게 생각했다.
“우리는 원인을 ‘알고’ 있는 게 아니라, ‘추측’하고 있구나.”
우리는 고객의 행동을 통해 고객을 알려고 하고 있었고, 결코 그것만으로는 고객을 알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해야 하지만, 플로우데이 구성원들의 생각은 거기까지는 미치지 못하고 있었다. 결국, ‘자신이 알고 있는 범위’ 내에서 답변을 하고 있었다. 참고로 그런 이야기는 회의에 참석한 모두가 할 수 있는 말이다.
데이터는 많은데,
왜 고객에 대한 확신은 없을까
“우리는 고객이 아니라, 수집 가능한 데이터를 수집한 것이다.”
플로우데이에는 고객 행동 데이터도 있고, VOC도 있고, 정량 지표도 충분하다. 그런데도 고객 이야기를 하다 보면 대부분의 문장은 이렇게 끝난다.
- “~인 것 같습니다”
- “~일 수도 있죠”
- “경험상으로는요”
이건 데이터가 없어서가 아니다. 데이터가 ‘고객의 흐름’으로 연결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정확히는 고객의 경험 경로 및 과정에 맞춰 고객을 이해하고 파악하기 위한 데이터 수집 장치가 있어야 합니다. 이를 통해 수집된 데이터는 고객 데이터와 고객과 서비스와 거래 과정상 데이터로 분류하여 어떤 고객타입(층)이 서비스 내 존재하는가를 확인합니다. 다음으로 그들 중에 어떤 고객 타입을 확보 및 육성하는 것이 현 상황에 가장 적합할 것인지에 대하여 전략적 목표를 세우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계획과 실행을 이어가야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에 의해 ‘고객 데이터를 통해 우리가 일할 수 있는 구조’를 짜본 적도, 그렇게 운용하는 서비스를 본 적도 없기 때문에 (고객 이탈에 대한) 현명한 대처를 거의 못하고 있다. 참고로 그 시작이라고 말할 수 있는 질문이 “고객이 누구이고, 왜 우리 서비스를 이용하는가”이다. 여기부터 우리 스스로 떳떳하게 답을 말할 수 있게 준비해야 한다.
고객은 ‘지표의 묶음’이 아니다
플로우데이에서 고객 데이터를 ‘고객 행동 데이터’ 기준으로 다음과 같이 나뉘어 관리하고 있다.
- 유입은 마케팅
- 사용은 제품
- 불만은 운영
*참고로 고객을 관리하기 위해 고객의 데이터를 관리해야 하지만, 이 둘을 명확하게 구분하고 있지 못하다.
각각의 데이터는 자기 영역 안에서는 잘 관리된다. 하지만 나는 이 구조를 보며 이렇게 메모했다.
“고객은 나뉘어 있지 않은데, 데이터만 나뉘어 있다.”
그래서 우리는 고객을 이해한다고 느끼지만, 실제로는 각자의 시선으로 고객의 일부만 보고 있을 뿐이다. “장님 코끼리 다리 만지기” 방식으로는 내가 만지는 것이 코인지, 다리인지, 심지어 코끼리인지도 모를 수 있다. 만약, 고객이라는 코끼리가 있다면 그들이 우리를 스치고 갈 때를 모두 데이터로 기록하고 관리할 뿐이고, 그게 무엇이었고, 왜 스쳐갔는지에 대한 답은 전혀 알 수 없게 된다.
그래서, 이러한 질문에 답을 하지 못한다.
나는 플로우데이 팀과 함께 한 가지 아주 단순한 질문을 던져봤다.
“이 고객은 누구였을까?”
“최근 이탈한 고객 한 명을 떠올려봅시다. 이 사람은 누구였을까요?”
- 어디로부터 유입됐고
- 우리 서비스에 어떤 기대를 갖고 들어왔으며
- 처음 며칠 동안 주로 무엇을 했고
- 언제부터 불편해졌고
- 결국 왜 떠났을까
이 질문 앞에서 회의에 참석한 이들은 대답을 이어가지 못했다.
그동안 관리해 왔던 고객 데이터는 있었다. 하지만, ‘한 사람의 이야기로 묶여 있지 않았기 때문에’ 어떤 표현을 빌려 우리 서비스의 고객을 표현할 수 있는가에 대해 상상조차 안되었다. 그동안 아무도 내가 했던 질문을 하는 이들이 없었다가 더욱 정확할 것이다.
고객을 안다고 느끼는 순간의 함정
많은 조직이 이 지점에서 이렇게 말한다.
“이 정도면 고객을 꽤 잘 알고 있지 않나요?”
하지만 내가 여러 조직을 보며 느낀 건 “우리 스스로 고객을 안다고 느끼는 순간이 가장 위험한 순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다음부터는 고객을 더욱 정확하고 자세하게 알기 위한 여러 시도를 하지 않을 것이고, 그 사이에 고객은 전과는 다른 행동을 보이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모든 게 변화하는데, 고객이라고 변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 있겠는가.
“고객에 대해 잘 알고 있다.” 착각한 때부터 우리는 더 묻지 않게 되고, 더 확인하지 않게 되고, 대신 익숙한 설명으로 상황을 정리한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우리가 겪는 문제(성장 정체 등)는 해결되지 않는다. 우리 문제가 고객의 문제와 직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플로우데이의 진짜 문제는 이것이었다
플로우데이의 문제는 고객 데이터를 안 보는 것도, 고객을 무시하는 것도 아니었다.
고객을 ‘지표’로만 보고, ‘흐름 또는 여러 이야기’로 보지 않고 있었다.
고객을 세분화된 지표로 보고 있었다. 그리고, 각각의 지표를 각자가 맡아서 관리했고, 그 지표상의 유의미한 변화를 위해 노력해 왔다. 다만, 그 노력이 하나로 뭉쳐지지 못했다. 왜냐하면, 구조상 이미 고객 데이터가 묶여서 하나로 움직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스스로 데이터를 개별적으로 해석하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착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객은 늘 숫자로는 존재했지만, 결정의 중심에는 서지 못했다.
그래서 나는 이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우리가 지금 보고 있는 데이터는, 고객의 어느 순간을 말해주고 있나요?”
그리고 곧이어 이 질문도 함께 던졌다.
“이 순간과 다음 순간은 고객의 입장에서 또는 서비스 경험 경로상 어떻게 연결되어 있나요?”
회의실이 다시 조용해졌다. 하지만 이번 침묵은 조금 다른 기류의 침묵이었다.
이 편을 읽은 당신에게 남기고 싶은 질문
당신의 조직은 고객을 어떻게 보고 있는가?
- 지표의 묶음으로 보고 있는가
- 아니면, 하나의 흐름으로 보고 있는가
그리고 이 질문도 함께 던져보자.
“우리는 고객이 서비스에서 보이는 여러 순간 중에 어느 순간에서 어떤 결정들을 내리고 있는가?”
이 질문에 답하기 어려울수록, 당신의 조직도 플로우데이와 비슷한 착각 속에 있을 가능성이 크다.
이직스쿨 김영학님의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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