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6월 22일, 일본의 Sakana AI가 ‘Fugu’라는 모델을 정식으로 출시했습니다.
Sakana는 일본어로 물고기, Fugu는 복어라는 뜻인데, 물고기처럼 여러 마리가 모여 거대한 집단을 이루고, 자유로운 AI를 만들겠다는 뜻이라고 합니다.
“거대 LLM 모델을 새로 만들지 않고도, 세계 거대 LLM 모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까?”
지금까지 AI 경쟁은 “누가 더 크고 똑똑한 모델을 만드느냐”의 싸움이었습니다. 그런데 Fugu는 *오케스트레이션에 집중하는 전혀 다른 길을 택했고, 그 결과가 화제가 됐습니다.
* 오케스트레이션 : AI를 상황에 맞게 협력시키는, 즉 ‘지휘자처럼 모델들을 조율하는’ 방식

1.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Fugu의 최상위 모델인 ‘Fugu Ultra’ 가 코딩·추론·과학 분야의 까다로운 벤치마크에서 좋은 성적표를 받았습니다. 앤트로픽의 최상위 모델인 Fable 5, Mythos Preview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고 발표됐죠.
쉽게 말하면, 신생 스타트업이 내놓은 모델이 세계의 내로라하는 모델들과 비슷한 점수를 받았다는 이야기죠. 이렇게만 보면 “또 새로운, 좋은 모델이 나왔구나” 싶지만, 다른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2. Fugu는 대체 뭐가 다를까?
우리에게 익숙한 ChatGPT나 Claude, Gemini는 ‘한 명의 천재’ 에 가깝습니다. 질문을 하면 거대한 모델 하나가 방대한 학습에 기반해 혼자 답을 내놓죠.
반면 Fugu는 ‘오케스트라의 지휘자’ 에 가깝습니다.
Fugu에게 질문을 던지면, 겉으로는 평범한 모델 하나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서는 이런 일이 벌어집니다.
- 간단한 질문 -> 직접 빠르게 처리
- 복잡한 질문 -> 분야별로 더 잘하는 다른 AI를 불러와 처리
즉, 여러 모델들을 상황에 맞게 골라서 부리는 ‘조율자’ 인 셈입니다. 그래서 지휘자의 이름을 따 오케스트레이션 방식이라고 칭합니다.

3. 일은 어떻게 나눠줄까?
Fugu가 복잡한 일을 받으면, 마치 팀을 꾸리듯 각 AI에게 역할을 줍니다.
1. 생각하는 역할(Thinker) – 문제를 어떻게 풀지 큰 그림을 짜고
2. 실행하는 역할(Worker) – 실제로 코드를 짜거나 작업을 수행하고
3. 검토하는 역할(Verifier) – 결과가 맞는지 다시 확인한다
(Fugu의 기반 기술인 TRINITY의 대표적 역할 구조)

사람으로 치면 기획자, 실무자, 검수자가 한 팀이 되어 일하는 회사 조직과 비슷합니다. 각 분야를 잘하는 AI에게 맡기고 서로 검토하니 결과물이 더 단단해지는 거죠.
그리고 정말 흥미로운 점 하나는, Fugu는 자기 자신도 ‘팀원’으로 다시 불러 쓸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필요하면 자기를 여러 명 복제해 투입하는 셈입니다.
4. 그래서, 정말 대단한 걸까?
Fugu가 인상적인 진짜 이유는 점수 자체가 아니라, ‘어떻게’ 그 점수에 도달했느냐입니다. AI 회사는 더 좋은 성적을 위해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여 더 크고 똑똑한 모델 하나를 훈련합니다.
하지만 Fugu는 그러지 않았습니다. Fugu 자신은 모든 걸 혼자 푸는 ‘거대 두뇌’가 아니라, 여러 모델을 영리하게 조율하는 비교적 가벼운 ‘지휘자’ 입니다. 새 거대 모델을 만든 게 아니라, 이미 있는 것들을 잘 엮는 방식만으로 좋은 성과를 냈습니다.
다만 여기엔 주의할 부분이 있습니다.
- 공개된 점수는 대부분 Sakana AI가 공개한 벤치마크 수치에 크게 의존하고, 아직 외부의 독립 검증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 비교 대상이 된 Fable 5와 Mythos는 민간 시장에 공개되어 있지 않아, 애초에 Fugu의 ‘팀원’에 포함되지도 않았습니다. 즉 Fugu가 그 둘을 빌려 쓴 게 아니라, 따로 측정해 “비슷한 수준에 접근했다”고 비교한 것입니다.
- 일부 초기 외부 사용자들 사이에선 작업 속도가 느리거나, 실제 체감 성능은 기대만큼은 아니더라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그래서 “Fugu가 기존 AI를 이겼다”보다는, “새로운 접근법이 통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로 봐야 할 듯 합니다.

5. 왜 이 방식이 중요할까?
Fugu가 던지는 메시지는 단순한 신제품 출시 이상의 의미가 있습니다.
첫째, ‘더 크게’가 아니라 ‘더 똑똑하게 조합하기’ 라는 새 방향을 보여줬습니다.
막대한 비용으로 거대 모델을 만드는 경쟁에 끼지 못하던 곳에도 길이 열린 셈입니다.
둘째, 특정 회사에 대한 의존을 줄일 수 있습니다.
Fugu는 여러 회사의 모델을 갈아 끼우듯 바꿔 쓸 수 있어서, 한 회사에 문제가 생기거나 특정 모델을 쓰지 못하게 돼도 다른 모델로 우회할 수 있습니다. Sakana AI는 이를 ‘AI 주권’ 이라고 부르며, 한 공급사에만 매달리는 것은 위험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실제로 가끔 AI 서버에 문제가 생기면 많은 사람들이 아우성을 칩니다…)

6. 그래서,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은?
AI 경쟁이라고 하면 “누가 더 거대한 모델을 만드느냐”의 싸움처럼 보였습니다. 그런데 Fugu는 조금 다른 질문을 던집니다.
“가장 똑똑한 하나를 만드는 것과, 똑똑한 여럿을 가장 잘 부리는 것.
어느 쪽이 더 강할까?”
물론 Fugu가 그 답을 완전히 증명한 건 아닙니다. 검증은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보시나요? 순간 반짝하고 사라질 AI일까요?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게 될까요?
기획자 제이님의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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