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챗GPT의 새로운 기능, 이미지 생성 기능을 이용한 지브리 밈에 대해 글을 쓴 바 있다.(https://brunch.co.kr/@plutoun/231)
이후 챗GPT의 이미지 생성 기능을 이용한 지브리 스타일 만들기 밈은 열풍을 넘어 대세가 되었다. 카톡 친구들의 프사는 온통 지브리 스타일 이미지다. 위에 쓴 내 글의 경우 검색 유입 만으로 조회수가 1만을 돌파하기 직전이다. 챗GPT 출시 직후를 제외하고, 챗GPT가 이렇게 주목을 받은 것은 처음이다. 문제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지브리 밈 열풍이라는 점이다.
지브리 밈 열풍으로 챗GPT는 주간 활성 이용자 5억 명을 돌파했다. 불과 3개월 전만 해도 3억 5천만 수준이던 이용자가 이미지 생성 기능으로 30% 이상 급증한 셈이다. 업무 보조나 생산성 도구로 쓰이던 챗GPT가 이제는 엔터테인먼트까지 활용 범위를 넓히며 이용자층을 폭발적으로 확장하였다.
오픈AI의 CEO 샘 알트만은 이미지 생성을 자제해 달라는 요청을 하기에 이른다. “GPU가 녹아내릴 지경”이라는 말을 X(구 트위터)에 남길 정도로 챗GPT는 과부하에 걸렸다. 얼마 전 올린 X에서도 GPU 10만 개를 가진 사람이 있다면 최대한 빨리 연락 달라는 메시지도 덧붙였다.

샘 알트만은 우는 소리를 하면서도 동시에 무료 사용자들에게도 이미지 생성 기능을 개방했다. 물론 하루에 3개의 제한을 걸긴 했지만 말이다. 그의 우는 소리 뒤에 왠지 웃음소리가 감춰져 있어 보이는 것은 나만 그런 걸까? 실제로 이번 이미지 생성 기능 공개 전략을 보면 그의 남다른 전략적 수들이 보인다. 오늘은 그 전략적 한 수들을 살펴보도록 하겠다.
챗GPT에 묻혀버린 구글의 제미나이 2.5
구글은 3월 26일, 인공지능 추론 모델 ‘제미나이(Gemini) 2.5’를 야심 차게 공개했다. 구글은 이 모델을 역대 가장 지능적인 인공지능이라 소개했고, 실제로 복잡한 문제를 스스로 여러 단계로 나눠 추론하여 푸는 능력, 100만 토큰에 달하는 방대한 문맥 처리, 텍스트와 이미지 등을 모두 아우르는 멀티모달 기능까지 갖춘 차세대 AI였다. 출시 이후, 여러 벤치마크에서 압도적으로 1위를 차지하며 개발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한 IQ 테스트 시험에서는 제미나이 2.5가 무려 130을 기록한다. 그야말로 놀라운 인공지능이 출시된 것이다!

하지만 언론과 대중의 관심은 모두 챗GPT에 쏠렸다. 최근 인공지능 관련 뉴스는 챗GPT의 그림 생성 소식으로 도배되었고, 구글의 제미나이 2.5 공개는 대중에게 거의 묻혀버렸다. 한 매체는 ‘구글이 새로운 모델을 내놨지만 모두 챗GPT의 지브리 그림에 열중하느라 관심을 빼앗겼다’라고 평할 정도였다.
그만큼 샘 알트만의 행보는 경쟁사의 빅뉴스마저 압도해 버린 한 수로 평가받는다. ‘눈에는 눈, 이슈에는 이슈’로 맞불을 놓은 알트만의 전략. 과연 의도한 것일까? 아니면 우연의 일치일까? 우연이라 치부하기에는 그간 구글이 빅뉴스를 발표하기 직전에 새로운 기능을 하나씩 공개했던 오픈AI의 이전 행보가 눈에 밟힌다.
우리가 변환을 요청한 이미지는 어디로 갈까?
전 세계의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과 가족, 친구의 사진을 챗GPT에 업로드하고, 이를 지브리 스타일로 변환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여기서 그런 생각해본 적 없는가?
우리가 올린 사진은 어디로 가는 거지?
이미지 생성 기능을 무료로 전면 개방하면서 오픈AI는 단숨에 막대한 사용자의 이미지를 확보할 수 있게 되었다. 그보다 더 무서운 건, 수억 명의 사람들이 어떤 그림을 만들려고 시도하는지, 어떤 스타일을 선호하는지, 심지어 자신들의 사진이나 그림을 업로드해 어떤 변환을 거치는지 등 귀중한 학습자원을 실시간으로 축적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각에서는 오픈AI가 사용자가 업로드한 이미지, 생성한 이미지, 피드백 등을 모아 향후 더욱 강력한 모델을 학습시키려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지브리 풍’ 열풍이 불자 저작권 논란과 함께 오픈AI가 해당 스타일 학습에 기존 애니메이션 작품들을 얼마나 활용했는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이는 거꾸로 말하면 이번에 쏟아져 나오는 새로운 이미지 데이터들이 향후 인공지능의 학습 재료가 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어쩌면 알트만은 사용자 확보와 모델 고도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노린 포석을 둔 것은 아닐까?
오늘은 챗GPT의 이미지 생성 기능을 활용해서 전 세계에 확산되고 있는 ‘지브리 밈’을 샘 알트만의 전략 관점에서 다뤄봤습니다. 사실 가장 논란은 ‘저작권’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조만간 새로 글을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지브리 밈과 더불어 지브리 밈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도 늘어나고 있는데요. 특히나 저작권 관점에서요. 글을 적기 조심스러운 주제지만, 잘 정리해서 조만간 찾아뵙겠습니다.
최재운님의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