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다른 마케팅은 남다른 제품에서 나옵니다. 마케터가 하는 모든 일의 근간은 제품입니다. 우리의 제품이 고객에게 이로움을 줄 수 있다는 확신’은 마케팅의 가장 강력한 근거가 됩니다.

 

근거가 탄탄하면 마케팅의 난이도는 내려갑니다. 나에게도 상대에게도 모두 이로운 제안은 늘 건네기 쉽습니다. 상대도 크게 거부 반응을 보이지 않죠. 반면 근거가 빈약하면 마케팅의 난이도는 올라갑니다. 본인 스스로도 제안에 확신이 없으니 ‘어마어마한 마케팅 비법’같은 것들만 찾게 됩니다. 메시지를 과장하거나 아예 고객을 속이는 어리석은 선택까지 하게 되죠.

 

마케팅을 쉽게 만드는 ‘남다른 제품’은 어떻게 기획하고 만들 수 있을까요? 최근 인상 깊게 읽은 책 [일의 감각]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오늘은 이 내용을 여러분께 공유해 드리려고 합니다. 그럼 시작해 볼까요?

 

 

 

 


 

 

책의 저자이신 조수용 님은 자신의 모든 기획이 ‘상식’에서 시작되었다고 말합니다. 수용님이 감각적인 기획을 생각해 내는 방법은 이렇습니다. 

 

[PLAYBOOK]

1. 이 비즈니스의 본질이 무엇인지 생각한다
2. 기존 레퍼런스에서 문제점을 찾는다
3. 비상식적인 부분을 상식적으로 되돌려 문제를 해결한다

출처 : 일의 감각, 조수용, 2024, REFERENCE BY B

 

책에 나온 사례 중 광화문 D타워의 기획 과정을 여기에 대입해 보면 좀 더 쉽게 이해가 됩니다.  

 

1. 건물은 임대료를 통해 수익을 극대화해야 한다. (=비즈니스의 상식이자 본질)
2. 건물 1층이 로비로 막혀있는 일반적인 빌딩 구조는 2,3층 상가 임대료 수익률을 떨어트린다. 
3. 로비를 지하로 옮기고, 방문객이 한눈에 모든 층의 상업 공간을 볼 수 있는 구조를 만들자.
출처 : JOH 웹사이트

 

 

실제로 D타워를 방문해 보면 일반적인 오피스 빌딩과는 완전히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좋아하는 공간이라고는 말할 수 없어도 ‘남다른 공간’임은 확실히 말할 수 있죠.

 

수용님은 상식에서 시작하는 기획의 가장 큰 강점을 이렇게 말합니다.

 

사실 아이디어 그 자체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정말 중요한 건 여러 이해 당사자들을 한 방향으로 이끌어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실행’하는 겁니다.
아이디어가 만일 상식과 본질에서 시작되었다면 실행이 비교적 수월해집니다.
상대를 설득하기 쉽기 때문입니다. 


출처 : 일의 감각, 조수용, 2024, REFERENCE BY B

 

이 방법은 기업의 제품 기획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습니다. 창업자의 깊은 고민 끝에 나온 ‘상식(본질)’은 그 자체로 고객에게 설득력 있는 마케팅 메시지가 됩니다. 책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우리 주변을 잘 살펴보면 대단한 마케팅을 하지 않아도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제품들을 종종 발견할 수 있습니다.

 

 


 

 

대를 이어 물려줄 수 있는 생활 가전

 

누적 12만 대가 팔린 모온의 ‘오비큠’ 청소기가 좋은 예입니다.

 

출처 : 모온 공식스토어
1. 가전은 한 번 구매하면 오래 사용하는 가구이자 오브제이다. (=가전 비즈니스의 상식이자 본질)
2. 투박한 디자인, 단종 모델의 AS 지원 문제는 고객이 가전을 오래 사용할 수 없게 만든다. 
3. 심플한 디자인, 평생 호환되는 부품 설계로 대를 이어 쓸 수 있는 가전을 만들자.  
출처 : 모온 공식 스토어

 

실제로 오비큠은 오래 사용해도 질리지 않는 깔끔한 디자인에 준수한 성능을 갖추고 있습니다. 구매자들은 개선된 버전의 신제품이 나와도 그 신제품의 부품을 구매해 기존 제품에 사용할 수 있죠. 공감할 수 있는 상식을 통해 여러 이해관계자들을 설득하면서 어렵게 만들어낸 결과물일 겁니다. 

 

제품에 온전히 담긴 이 상식적인 메시지들은 모온의 상품 설명에서도 그대로 드러납니다. 많은 고객들이 ‘맞는 말이네’ 하고 수긍할 수 있는 내용들로 채워져 있죠. 전환율이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잔디를 만져야 잠금이 풀리는 앱

 

최근 흥미롭게 본 앱이 하나 있습니다. 이 앱도 창업자가 고민 끝에 내린 상식에서 출발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스마트폰 중독을 막아주는 ‘TOUCH GRASS’라는 앱입니다.

 

1. 디지털 디톡스의 목적은 인간이 스마트폰보다 더 아름다운 것을 보게 만드는 것이다. (디지털 디톡스의 본질이자 상식)
2. 지금의 앱들은 그저 SNS를 못 보게 하는 것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3. 잔디를 만져야 잠금이 풀리는 앱을 통해 인간을 자연과 연결시켜 보자.  

 

이 앱으로 유튜브를 차단해 두면 잔디를 만지는 사진을 찍기 전까지는 유튜브를 볼 수 없습니다. 정말 보고 싶으면 결국 밖으로 나가야 하죠. 밖으로 나가 잔디를 찾다 보면 산책을 하게 될 겁니다. 그렇게 자연 속을 거닐다 보면 유튜브를 보고 싶던 마음도 잦아들지 않을까요? 

 

어떤 앱인지 설명을 듣는 것만으로도 납득이 됩니다. 진지하게 디지털 디톡스를 고민하는 타깃 고객에게는 설득력이 있는 제안을 건넬 수 있겠죠. 물론 이렇게 나온 제품이라고 전부 대박이 나는 건 아닐 겁니다. 하지만 최소한 이 앱의 마케터는 ‘억지로 짜내는 마케팅’은 하지 않을 겁니다. 

 

 


 

 

건축이든 인테리어든 제품이든 서비스이든, 소비자는 구분해서 생각하지 않는다. 한순간에 들어온다.
그에 반해 만드는 사람들은 서로의 영역을 쪼개고 또 쪼갠다. 그게 의미 없다고 보는 것이다.

출처 : 일의 감각, 조수용, 2024, REFERENCE BY B

 

 

마케터가 제품 기획을 ‘남의 일’로 생각하면 마케팅은 힘을 잃습니다. 고객들은 마케팅과 제품을 따로 보지 않습니다. 고객 입장에서는 어떤 한 사람(=브랜드)이 건네는 제안일 뿐입니다. 기획에 참여하지 않았더라도 최소한 제품을 만든 이의 의도와 과정에 충분히 공감할 수 있어야 합니다. 공감할 수 없으면 마케팅 난이도를 낮추기 위해서라도 적극적으로 개선할 방법을 논의해야 합니다.

 

정말 뛰어난 마케터는 마케팅 성과를 자신만의 공으로 돌리지 않습니다. ‘내가 광고를 잘해서’, ‘내가 상세페이지를 잘 만들어서’ 대박이 났다고 떠들지 않습니다. ‘좋은 제품 덕분’이라고 말합니다. 고객에게 좋은 제안을 건넬 수 있게 해 준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모여 마케팅 성과를 만든다는 것을 이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고객에게 이로운 제품을 만들기 위해 마케터로서 할 수 있는 일을 함께 고민하는 마케터가 되어보세요. 이제는 그런 마케터를 찾는 사람들이 점점 더 많아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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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훈 (플랜브로) 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