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브 커머스의 시대가 끝났다?

 

2021년, 이커머스 기업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기업의 마케터에게 ‘라이브커머스’는 그야말로 큰 화두였습니다. 네이버 쇼핑 라이브가 론칭하고 카카오 쇼핑라이브, 무신사도 라이브 커머스에 동참하면서 인플루언서는 연일 카메라 앞에서 제품을 팔아댔습니다. 

 

그리고 흥미로운 전 저도 거기에 동참해 직원들과 수차례 저녁 라이브 커머스 방송을 하기도 했죠. 생각해 보면 그 때는 라이브커머스를 하지 않으면 마케팅에 뒤처진 것 같았고, 사람들은 죄다 라이브커머스에  빠져 있다고 착각할 만큼 온 나라에 ‘라이브커머스’ 키워드가 들썩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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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재민일보)

 

 

당시 저희 회사에서는 화장품, 식품 등 다양한 브랜드 제품을 판매했는데요. 코로나에 유통 채널도 휘청이면서 라이브커머스로 방향을 찾으면서 정말 연구도 열심히 하고 방송 소품도 구입해 가면서 꽤 정성을 들였습니다. (물론 판매량이 좋지 않았습니다. 라방도 정말 난이도가 있더라고요) 

 

그런데 2-3년이 지나면서 라이브커머스가 시들어버렸습니다. 쿠팡에서도 대대적으로 라이브 커머스를 한다고 인플루언서며 일반인들의 방송을 독려 했고,카카오는 1800억원이나 들여 그립을 인수했는데, 갑자기 조용해진 겁니다. 

 

실제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조사를 보니 2023년 기준 라이브커머스 콘텐츠의 시청률이 전년대비 18% 정도 감소했죠. 그리고 그 시기쯤 우리는 팬데믹에서 벗어나 일상생활로 돌아가면서 온라인에서 방송을 보고 구입하는 데에서 벗어나 밖으로 나가기 시작했죠. 직접 손으로 만지고 경험하고, 직접 뛰어다니는 게 그립기도 했고요. 

그래서 사람들이 말했습니다 

“라이브 커머스가 이제는 끝났다” 라고요. 

하지만 라이브커머스 시장에도 나름의 변화가 있었고, 이제는 더 진화하고 더 색깔을 찾아가면서 새로운 균형점을 찾아나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빨리빨리’ ‘숏폼’의 건너편에 슬로우 커머스라는 개념이 다시 떠오르고 있습니다.  

이커머스 시장에서는 한동안 미디어커머스가 대세였죠. 

광고 보고 즉시 산다. 그래서 전환이 얼마 나왔나? 를 따지면서 빠른 전환, 빠른 호흡, 빠른 영상 전개로 기승전결을 후딱 보여주고 구매를 독려했지만, 이제는 천천히 보여주고 천천히 설득하고 깊이 있게 경험하는 방식이 통하고 있습니다. 

 

 


 

 

새롭게 정의하는 라이브 커머스는?  


최근 수년간 패션 뷰티 업계는 거의 두 기업이 분야 원탑을 이루고 있습니다. 패션에서는 무신사가, 뷰티에서는 올리브영이 말이죠. 

 

그리고 이들은 라이브 커머스를 통해 본인들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강화하고 그들의 특징에 맞는 콘텐츠를 쌓아 나가면서 매니아층의 꾸준한 유입을 만들어 냈습니다. 

 

일례로 무신사 라이브의 경우 평균 누적 시청자 수는 3만명을 넘고 평균 매출은 1.3억원을 기록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실험을 통해 무신사 고객에게 ‘보고 사는 경험’을 일상화해주었습니다. 몇 년 된 사례이지만 2022년 무신사가 메종키츠네와 함께 한 라이브는 시작 5분 만에 매출 1억원을 돌파했고, 90분간 총 2억원 이상의 판매를 달성하면서 잘 된 IP와 준비된 고객이 만들어낸 성과로서 다음의 콘텐츠에 대한 자신감을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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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아시아경제)

 

 

메종키츠네와 무신사의 라이브커머스는 단순한 제품 소개를 넘어 브랜드의 스타일링, 배경 스토리, 고객 참여형 콘텐츠가 결합되면서 일방적인 소통이 아닌 양방향 채널 소통을 통해 고객의 몰입도를 극대화했죠. 

 

올리브영의 ‘올영 라이브’도 주목할 만한 콘텐츠입니다. 올리브영은 전용 스튜디오를 만들어서 라이브커머스를 상시 운영하는데요. 인기 뷰티 인플루언서를 섭외하면서 이들의 팬층까지 끌어오다보니 평균 시청자의 80% 이상이 2030 여성이 차지할 정도로 핵심 타깃층을 잘 공략한 콘텐츠 구성을 했습니다그리고 방송을 한 후에 상품의 오프라인 매장 내의 구매 전환율도 함께 상승하며서 온오프라인 O2O 마케팅의 효과도 톡톡이 보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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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이투데이)

 

 

최근에는 AI 기반의 퍼플렉시티와 같은 검색형 AI 플랫폼도 쇼핑 기능을 도입하면서 사용자가 상품을 검색하면 이미지, 가격, 요약 정보, 구매 버튼을 한 화면에서 제공해 검색-쇼핑의 경험을 연결하고 있습니다. 물론 국내에서는 아직 제공되지 않는 서비스이지만 이러한 흐름은 라이브커머스와 AI 커머스가 접점을 찾고 있는 흐름으로 보이죠. 

 

그래서 최근의 라이브 커머스는 단순한 라이브 방송이 아니라 브랜드 경험을 기반으로 진화한 라이브 커머스 흐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그동안 브랜드가 고객과의 소통을 통해 꾸준히 경험을 쌓아 올리고, 로열티를 쌓아 나갈수록 라이브커머스의 빛을 발하게 되는 겁니다.  

 

 


 

 

느리지만, 설득당하는 커머스의 매력 

 

라이브 커머스는 실시간, 시의성을 무기로 삼았다면 슬로우 커머스는 콘텐츠와 스토리가 무기입니다. 오늘의 집, 무신사 스탠다드, 텐바이텐 등의 브랜드들이 대표적인 슬로우 커머스 사례이죠. 

 

오늘의 집은 사실 커머스로 성장하기 전에 커뮤니티로 시작했죠. 랜선 집들이에서부터 우리 집 자랑하는 콘텐츠를 올리는 사용자들이 넘쳐나면서 콘텐츠가 자산이 되었고, 해당 콘텐츠에 ‘사진 연결 기술’이 더해지면서 사람들이 인테리어 사진을 보다 마음에 들면 ‘플러스’ 버튼을 눌러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커머스로 연결 경험을 갖게 됩니다. 저도 그러한 연결 구조 속에서 제품을 꽤나 샀습니다. 조명이며, 카펫이며 욕실 인테리어 용품까지 보고 고민하고 리뷰보고, 사람들의 반응보고 수없이 클릭질에 콘텐츠 소비가 있었지만 결국은 구매로 이어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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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팜뉴스)

 

 

무신사 스탠다드의 경우 제품의 기획 배경, 원단 테스트 영상, 피팅 모델들의 일상,, 브이로그 콘텐츠를 만들어 브랜드를 이해하고 소비하는 과정을 설계했습니다.  

 

마치 소비자가 내가 해당 브랜드를 함께 창조하고 키워나갔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겁니다. BTS도 사실 그렇게 성장했습니다. 대부분 BTS 팬들이 그러더라고요. 함께 키웠다고요. 초기부터 꾸준히 팬들과 소통하면서 성장하는 캐릭터로서 함께 경험을 나누다 보니, BTS라는 브랜드에 더 몰입을 했던 겁니다. 무신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들은 제품이 아닌 맥락을 파는 브랜드로 성장했습니다.

 

무지(MUJI)는 무인양품이라고도 부르는 일본 브랜드인데요. 이들은 구독형 콘텐츠 커머스를 활용해 자체 스토리를 생산해 나가고 있습니다. 콘텐츠 채널을 통해 생활 철학, 소재에 대한 소개, 장인 인터뷰를 실으면서 고객의 브랜드 로열티를 높이고 있죠. 우리나라에서는 W컨셉이 유사하게 브랜드 스토리 섹션을 강화하고 큐레이터가 직접 고른 제품 리스트, 스토리를 담아 콘텐츠에 기반한 쇼핑을 유도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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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캔바)

 

 

텐바이텐도 그러한 맥락에서 단순히 제품을 파는 게 아닌 왜 이 제품이 기획되었는지를 풀어주면서 사람들에게 과정을 공유합니다. 

 

슬로우 커머스는 바로 이러한 흐름에서 최근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여정입니다. 정보를 충분히 탐색하고 납득을 한 뒤 구매하는 소비 흐름이 슬로우 커머스이죠. Z세대로 갈수록 점점 더 알고 사는 쪽을 선택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퍼포먼스 마케팅 위주로만 제품을 팔던 2015-2019년의 트렌드는 이제 좀 더 긴 호흡으로 다가서야 하는 트렌드로 바뀌면서 관련 마케터들도 전략을 꾸준히 수정해 나가고 있습니다. 

 

 


 

 

마케터의 시선 

 

이와 관련하여 마케터의 시선에서 이야기하면 이제는 ‘속도’만 외쳐서는 안된다는 겁니다. 고객은 바쁩니다. 그러나 의사결정을 대충 하지는 않습니다. 콘텐츠에 더 많은 시간을 쓰고 있죠. 검색보다는 틱톡에서 제품을 탐색하고, 친구보다는 인플루언서의 리뷰를 믿고, 제품을 제대로 보기 위해 라이브커머스를 통해 쌍방향 소통을 마다하지 않습니다. 

 

사실 이러한 흐름은 마케터, 기업 입장에서는 쉽지는 않습니다.  

고객을 위해 더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하고 , 더 많은 몰입, 공을 들여야 합니다. 

그리고 즉시 반응을 유도하기 보다 맥락을 쌓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우리는 좀더 긴 호흡으로 제품, 브랜드를 키워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되었습니다.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자금에 대한 압박으로 조급함이 있을 것이고, 기존의 퍼포먼스 마케터에게는 속도와 전환에 대한 압박이 있을 테니 역시 쉽지는 않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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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슬로우뉴스)

 

 

그리고 이러한 흐름도 AI가 고도화될수록 또 한번 바뀔 겁니다. 퍼플렉시티가 이미 검색 시장에서 커머스 전환을 동시에 이루어지게 시도하는 것처럼 수많은 AI 기반 기업들이 이를 시도할 겁니다. 그리고 마케터들은 그러한 환경에 맞춰 또 공부하고 전략을 세워야 합니다. 

 


해당 콘텐츠는 이은영 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