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리즘은 가라!
이케아의 수동 타기팅 캠페인

“자니…?”
새벽에 인스타그램 DM 알림이 울린다. 어쩐지 스트레스를 불러일으킬 것만 같은 이 멘트의 주인공은 필자의 전남친이 아니다.
U up? (*직역 : 지금 깨어있어?)
보낸 사람은 이케아(IKEA). 맞다, 당신의 머릿속에 떠오른 그 가구 브랜드.
온라인 퍼포먼스를 지배하는
알고리즘(자동 타기팅)의 장단점
소셜 미디어의 세상이 되고, 마케팅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에게도 ‘알고리즘’이란 매우 익숙한 단어가 되었다. 아마 온라인 광고 관련자가 아니라도 온라인 페이드(paid) 광고 마케팅의 대부분은 이 알고리즘을 통해서 타기팅이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대부분 알고 있을 것이다.
메타와 유튜브 광고의 타기팅은 강력한 데이터 기반 개인화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큰 장점이 있다. 머신러닝을 활용해 사용자의 관심사, 행동 패턴, 구매 이력 등을 분석하여 타깃 세그먼트를 좁힐수록 높은 전환율을 기대할 수 있으며, 실시간 경매 시스템을 통해 효율적인 예산 운용도 가능하다.
그러나 동시에 데이터의 함정에 빠지기도 쉽다. 소비자의 행동 패턴이 항상 소비자의 심리와 직면한 문제를 대면해 주지는 않기 때문이다. 가장 크게 대두되는 문제는 데이터가 쌓일수록 광고 성과는 당장은 좋아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유사한 고객만 반복 타기팅하면서 시장 확장 가능성을 스스로 차단하는 역효과가 발생하는 점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소위 말하는 알고리즘 세탁을 해야 하는데, 이 세탁을 위해서는 말 그대로 세탁 비용을 사용해야 한다.(물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물론 최근에는 이 문제를 advantage + 캠페인 등이 등장했지만, 그 효과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견이 분분하다.)
이케아가 선택한 수동 타기팅
그러니까 타깃층이 특수한(메타나 구글 알고리즘에서 구분해 낼 수 없는) 경우 불특정 다수에게 비용을 쏟아붓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효과 있는 광고’에 목말라있는 광고주라면 누구나 생각해 보았을 문제다. 그리고 이런 광고주들의 욕구는 마이크로한 주제를 다루는 인플루언서나 목적이 분명한 브랜드 커뮤니티 등 보다 ‘뾰족하고 눈에 보이는 타깃이 몰리는 곳’으로 향하고 있다. 이케아의 이번 수동 타기팅 캠페인도 이런 욕구가 배경이 되었으리라 생각한다.
이케아는 ‘수면의 질을 높여주는 침구’를 판매하고 있다. 그리고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정확한 타깃을 찾았다. 수면의 질이 나쁘다는 것은 충분한 시간 잠에 들지 못하는 사람들이라는 뜻이니, ‘잠에 들지 못한 소비자에게 컨택한다’는 것으로. 이보다 더 정확한 타기팅이 어디 있단 말인가?

그렇게 지난 2월 21일 새벽(실제로는 오후 10시부터 새벽 5시경), 이케아 캐나다의 팔로워들 중 활동하고 있던 팔로워들에게 DM을 발송했다. 그 시간까지 깨어있다면? 잠을 잘 못 드는 사람일 것이다. 필요에 의해 늦게 잠들고 일찍 일어나는 사람일지라도, 역시 수면의 질이 중요한 사람일 것이다.
이 DM에 답장을 한 사람들은 이케아 캐나다에서 사용할 수 있는 새 매트리스 15% 할인 혜택을 받았다.
이케아 캐나다의 캠페인에서 보는 인사이트
: 튜닝의 끝은 순정
광고주들은 정확한 오가닉 콘텐츠에 반응을 보이는 정확한 타깃 오디언스를 찾고 있다. 거기에 ‘이케아 공식 계정이 새벽에 나한테 메시지를 보냈다니까?’라는 포인트는 입소문을 내기에 딱 좋은 포인트이기도 하다. 정확한 타기팅과 바이럴이 될 만한 재미 포인트, 거기에 바로 결제를 유도할 수 있는 프로모션 혜택까지. 이 캠페인은 이 시점에서 요구되는 모든 마케팅 요소들의 멋진 컬래버레이션이었다.
그러나 이 마케팅 방식이 모든 업계와 회사에서 통할 것인가에 대한 의문은 남는다. 회사의 공식 계정이 일반 소비자에게 1 대 1로 컨택하여 프로모션 코드를 배포하거나 소비자에게 캠페인 참여 의사를 묻는 것. 이 방식에 대해 앞서 필자가 멋진 컬래버레이션이라는 밑밥을 깔았지만, 실제로 마케팅 영역에서는 굉장히 흔하게 사용되고 있는 방법이기도 하기 때문.
자, 이제 떠올려보라. 당신이 인스타그램을 통해 마이크로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하는 작은 브랜드의 마케터이거나 대행사 마케터라면 훨씬 더 익숙할 것이다. 이케아가 진행한 것은 단순 컨택이 아니라 콘셉트가 있는 캠페인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작은(절대다수의 고객에게 인지되지 못한) 브랜드의 마케터로 일했던 필자는 이미 ‘콘셉트가 있는 컨택’을 시도해 본 적이 있다.
정리하자면, 이케아 캐나다의 캠페인이 성공적으로 바이럴을 탈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이케아라는 네임밸류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본다. 단적으로 말해 길가에서 누군가 당신을 붙잡고 인터뷰를 시도한다면, 이름 모를 유튜버에게 긍정적 답변을 할 가능성이 클까, 아니면 유재석 씨에게 긍정적 답변을 할 가능성이 클까?
언제나 Better than Zero, 0% 가능성이란 없지만 마케터로서 내가 진행해야 할 캠페인이 가져올 결과가 인풋 대비 적정한 아웃풋을 낼 수 있는지 판단하는 것은 하나의 예시로만 생각해 보아서는 안 될 문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