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토스의 괴랄한 폰트 마케팅

 

출처 : 치토스 유튜브

 

 

사진의 비석에 쓰인 글씨를 읽어보라. In… Memory of… 당신이 한국어 발화자인 것을 제외하고도, 이 폰트는 누가 봐도 좀 괴랄하다. 도대체 이런 폰트, 누가 읽으라고 만든 걸까?

 

바로 지난 1월 23일, 국제 손글씨의 날(National Handwriting Day)을 맞아 치토스(Cheetos)에서 배포한 무료 폰트다. 폰트의 이름은 ‘Other Hand Font’. 우리말로 하면 반대 손 폰트라는 말인데, 그러니까, 치토스를 먹을 때 쓰는 ‘주로 사용하는 손’(오른손잡이에게는 오른손, 왼손잡이에게는 왼손)이 아닌, 다른 손으로 필기한 폰트라는 뜻이다.

 

이 엉망진창으로 흔들려있는 폰트를 치토스의 캠페인 영상에서는 ‘최악의 폰트’라고 칭하고 또한 ‘완벽한 폰트’라고 내레이션한다.

 

 

치토스에서 배포한 Other Hand Font

 

 


 

 

브랜드에서 사용하는 폰트를 소비자가 사용할 수 있도록 무료 배포하는 방식의 폰트 마케팅은 한국에서도 많이 사용되는 방식이다. 폰트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전문직(디자이너, 콘텐츠 마케터 등)들도 물론 소비자지만, 당장 프레젠테이션을 만들어야 하는 대학생들도 프리 폰트(Free font)를 많이 사용한다. 그러니 이는 많은 비용 없이도 프리 폰트를 찾는 소비자들에게 쉽게 노출되는 방법이기 때문.

 

방금 언급했듯이, 폰트 마케팅의 목표는  ‘많이 사용되고 언급되는 것’일 테다. 그러기 위해서는 폰트의 가독성과 활용성이 좋을수록 이득이다. 사용하기 힘든 폰트는 사람들(예비 소비자)의 기억에서 잊힐 테니까. 하지만 가독성과 활용성이 좋다는 것은 그만큼 디자인에 한계가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폰트의 세로획에 브랜드의 추구미와 가로획에 브랜드의 이념을 담아봐야 누가 기억을 해줄까.

 

그러니 브랜드에서 배포되는 무료 폰트란 주로, 상품이나 서비스에서 이미 사용되고 있거나 브랜드 로고에 사용된 폰트를 무료 배포하는 방식이었다. 폰트를 새로 개발하는 데에 들이는 비용과 거기에 담을 수 있는 이야기, 그리고 그 폰트가 가져올 브랜딩 이익을 생각했을 때는 가장 합리적인 방식이기도 하다.

 

그러나 치토스는 아예 새로운 길을 걷기로 했다. 기존의 폰트 마케팅과는 대조되는, 가독성도 없고 활용성도 없는 ‘최악의 폰트’로. 대신, 이 독특한 모양을 볼 때마다 치토스라는 이름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출처: 치토스

 

 

Other hand font는 치토스의 특징에서부터 태어났다. 일단 치토스를 상상해 보자. 바삭한 치토스를 먹기 위해서는 가루를 손에 묻힐 수밖에 없다. 어떤 행위를 할 때 우선순위가 높은 일 – 더 중요하고 몸이 먼저 나가는 일을 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내가 평소에 사용하는 손을 사용하게 된다.

 

이 폰트가 하고자 하는 말은 명확하다. 치토스는 맛있다. 치토스를 먹기 위해 내 손을 묶어둘 만큼! 그럼 일은 어떤 손으로 하지? 다른 손(Other hand)로 하면 되지!

 

Other hand font의 진정한 의미는 이 폰트 디자인의 스토리에 있다. 손으로 먹을 때마다 묻는 치토스의 Cheetle(손끝의 치토스 가루)을 긍정적으로 연상하게 만들어졌으니까. 심지어 폰트 디자이너들은 캠페인에서 Other hand font는 Other hand로 만들어졌다고 언급한다. 그야말로 사이드로 취급되었던 폰트 마케팅이, 보다 본격적으로 브랜딩의 길을 걷게 된 것이다.

 

폰트 디자인으로 보면 최악(Worst), 브랜드의 스토리를 담는 브랜딩 요소로서는 완벽(Perfect)하니 캠페인에서 두 표현이 동시에 언급될 만하다.

 

 


해당 콘텐츠는 마케터Z 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