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프로젝트 성공 요인에 관심을 가지지만 프로젝트 성공을 보장하는 마법은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성공하는 것보다 더 현실적인 것은 크게 실패하지 않는 것이고 실패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다 보면 성공에 가까워지기도 한다. 크게 실패하지 않기 위해서는 일정, 예산, 가치의 측면에서 어느 하나라도 크게 실패하지 않아야 한다. 가치라는 말이 생소할 수 있는데 프로젝트를 착수했던 이유로 편익(benefit)이라고도 한다. 

 

메가 프로젝트의 성공과 실패에 대한 내용을 설명하는 ‘프로젝트 설계자’ 책을 읽고  프로젝트가 크게 실패하지 않는 방법에 대한 아이디어를 6회로 나누어 정리하였다. 이번 회는 첫 번째 주제인  ‘프로젝트의 성공이란?’에 대해 살펴보겠다. 

 

프로젝트 성공이란?

  • 천천히 시작한다.
  • 정치적인 이해관계에 희생되지 않도록 노력한다.
  • 프로젝트의 목표를 분명하게 이해한다. 
  • 합리적으로 추정한다.
  • 응집력 높은 팀을 만든다. 

 

성공사례의 이면에는 훨씬 많은 실패사례가 있다.

사람들은 실패 사례보다 드라마 같은 무용담을 듣고 싶어 한다. 무용담은 우리들의 심장을 두근거리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박 상품을 개발한 프로젝트의 성공 요인이 수평적이고 자율적인 조직문화라는 것을 파악해도 따라 하기 힘들며 겉모습만 따라 해서는 효과는커녕 부작용만 발생한다. 실제로 무용담을 흉내 내어 실패한 사례는 훨씬 많지만 알려지지 않을 뿐이다. 이를 ‘생존자 편향’이라고 하는데 다음의 인용문구가 그 내용을 잘 설명한다. 

 

잘 팔리는 소설이 잘 쓰인 소설은 맞지만, 잘 쓰인 소설이 잘 팔리는 소설은 아니다. (《행운에 속지마라》, 2010) 

똑같이 하고도 실패한 상품은 사라지기에 성공 요인으로 포장될 수 있다. 성공 요인에 대한 사후 합리화와 함께. (《행운에 속지마라》, 2010) 

 

성공의 이유는 상황이 벌어진 뒤에야 비로소 이해할 수 있다. 기억상실증 증세가 있는 테크 언론계는 기업이 어떻게 그런 성공에 이르게 되었는가에 관한 화려한 가짜 스토리를 지어낸다. 이렇게 되면 반쯤 장님인 이가 저지른 성공 확률이 희박한 ‘도박’이 확신 가 득한 선지자가 실천한 당연한 ‘혁신’으로 탈바꿈한다. (《카오스멍키》, 2017)

듣는 사람의 의욕을 고취시키는 ‘불가능은 없다’, ‘하면 된다’식의 프로젝트 성공 스토리를 따라 하는 이유는 나는, 내 프로젝트는 남다르다고 착각하기 때문이다. 크게 성공하기 위해서는 도전적인 목표를 수립하기 때문에 크게 실패하기 쉽다.  

 

 

 

 

프로젝트 성공은 ‘프로젝트에 투입된 노력 대비 가치’로 평가한다. 

프로젝트 성공을 측정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기존 프로세스나 시스템의 개선은 과거 대비 개선 성과로 측정할 수 있다. 예를 들어 SR(Service Request) 처리 리드타임, 특정 공정의 불량률, 서비스 이용자 수 등이 그 예다. 그러나 새로운 것을 만드는  프로젝트는 비교할 대상이 없기 때문에 계획을 기준으로 성공과 실패를 평가할 수밖에 없다. 

 

협의의 프로젝트 성공은 주어진 일을 일정 내, 예산 내에 품질 이슈 없이 끝내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은 프로젝트 자체를 목표로 인식하는 것이다. 그러나 프로젝트는 가치를 창출하기 위한 수단이기 때문에 가치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가치는 다음과 같이 프로젝트 유형에 따라 달라지지만 개발과 마찬가지로 달성할 목표를 기획 시점에 정의하고 사후에 목표 달성 여부를 평가한다. 

 

  • 신상품 출시 : 수익성
  • 대 국민 서비스(전자정부, SOC 구축, 공항 건설 등) : 사용자 수, 사용자 만족도
  • 기업 내 업무 자동화(ERP, 고객관리) : 생산성, 사용자 만족도
  • 재해복구 (홍수/지진/화재) : 인명/재산 피해 

 

프로젝트의 성공은 개발 목표(범위, 예산, 기간, 품질) 달성과 프로젝트 완료 이후 달성한 가치를 종합하여 평가해야 한다. 즉 프로젝트 성공은 투입된 노력 대비 가치’로 평가해야 한다. 예를 들어 기업을 살린 대박 상품이나 지역을 살린 유명한 건축물(예:시드니의 오페라 하우스)은 프로젝트 일정이 크게 지연되어도, 예산이 크게 초과해도 가치가 그것을 상회하면 프로젝트는 큰 성공을 한 것이다.

 

다만, 오페라 하우스처럼 가치를 확인할 때까지 긴 시간이 걸린다면 프로젝트 관리자가 개발 관점의 실패로 비난을 받는 시기는 길어진다. 1957년 오페라하우스 설계 공모전에서 당선되었던 요른 웃손은 프로젝트 지연으로 인한 호주 정부와의 갈등으로 1966년에 호주를 떠난 뒤 다시는 호주로 돌아오지 못했다. 1963년 완료 예정이었던 오페라하우스는 1973년 개장했다.    

 

프로젝트가 창출하는 가치가 낮을수록 아무리 효율적으로 개발해도 그것은 모두 낭비이고 다른 일에 투입하지 못한 자원의 기회비용도 발생한다. 따라서 상품관리자가 잘못 정의한 상품을 아주 훌륭하게 끝낸 프로젝트 관리자는 억울할 수 있다. 

 

노력 대비 가성비가 높은 프로젝트의 예는 페이스북, 카카오 톡, 스페이스 X의 Falcon 1 로켓 등이다. 반대로 노력 대비 가성비가 낮은 프로젝트의 예는 대부분의 올림픽 프로젝트, 실패한 SOC 개발 프로젝트, 그리고 독자들의 회사에서 경험한 대표적인 실패 프로젝트들이 있다.

 

 

 

 

프로젝트 성공과 실패의 분포는 정규분포가 아니다. 

‘프로젝트에 투입된 노력 대비 가치’의 확률분포는 어떤 모양일까? X 축의 왼쪽으로 갈수록 크게 실패한 프로젝트가 되고 오른쪽으로 갈수록 크게 성공한 프로젝트로 정의할 때 정규분포와 달리 왼쪽으로 중심이 치우치면서 왼쪽 꼬리가 두꺼운 꼬리(fat tale) 모양이 될 것이다.

 

메가 프로젝트의 성공과 실패 원인을 정리한 ‘프로젝트 설계자’에 의하면 비용을 준수하는 프로젝트 비율은 49.90%, 비용과 일정을 동시에 준수하는 프로젝트 비율은 8.50%, 비용/일정/가치 목표 모두 달성하는 프로젝트 비율은 0.5%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가정들이 다소의 문제점을 안고 살아가듯이 프로젝트도 마찬가지다. 일정을 조금 지연시키거나, 범위 중 일부를 오픈 이후 구현하거나, 품질 이슈가 있어 오픈 이후 보완하거나, 의도했던 가치를 창출하지 못하는 프로젝트들이 대부분이다. 프로젝트가 완료된 시점에서는 프로젝트에 투입된 노력은 과소평가하고 프로젝트가 창출하는 가치를 과대평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래야 프로젝트와 관련된 이해관계자들의 마음이 편하기 때문이다. 

 

일정 규모 이상의 프로젝트들을 모집단으로 하는 프로젝트 성공과 실패의 분포는 실패 쪽으로 더욱 치우치고, 왼쪽 꼬리의 두께는 더욱 두꺼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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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삼성 SDS에서 30년동안 경험하고 체득한 교훈을 정리한 책 <슬기로운 PM 생활>을 출간한 소식을 공유합니다.

https://brunch.co.kr/@kbhpmp/241

김병호 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