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봤던 유튜버 주언규 님의 영상 중 지금도 기억에 남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똑똑해 보이는 간단한 방법’이라는 제목의 쇼츠였어요. 내용을 간단하게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똑똑해 보이려면 딱 한 가지만 하면 됩니다. 1) 어떤 생각이 떠오를 때 바로 말하지 말고 한번 더 생각해서 말하세요. 2) 더 똑똑해 보이려면 여기서 상대방의 반대의견까지 또 한 번 생각한 후에 말하세요. |
내가 막 떠올린 생각은 상대방도 이미 떠올렸을 거라고 가정하고, 거기서 두 번 더 생각하고 말하면 똑똑해 보인다는 거죠.
저는 이게 좋은 카피를 쓰는 방법과 비슷하다고 느꼈습니다. 한 번에 쓴 카피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최소 두 번 이상 생각을 거듭해 내놓는 카피가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죠.
이번 글에서는 좋은 카피를 쓰기 위한 이 ‘최소 두 번의 생각’을 좀 더 자세히 풀어볼까 합니다. 카피를 쓸 때 자주 막막함을 느끼시는 분들이라면 딱 5분만 투자해 보세요. 한결 수월하게 인상적인 카피 아이디어들을 떠올리실 수 있을 겁니다.
좋은 카피를 쓰기 위해 거쳐야 할 생각의 흐름은 다음과 같습니다.
STEP1 : 상대의 관심사를 찾습니다. STEP2 : 그 관심사를 ‘카피스럽게’ 표현합니다. |
보통 카피를 처음 쓰시는 분들은 ‘사실’에서 카피의 소재를 찾습니다. 우리 제품의 강점, 스펙 등을 알려주면 고객이 우리 제품에 관심을 가질 거라는 믿음에서 나오는 행동이죠.
- 미팅 스케줄을 관리할 수 있는 툴 : 깔끔한 디자인, 실시간 스케줄 연동, 기존 협업 툴과의 연동 등
- 아이들 방에 놓아주기 좋은 침구류 : 적당한 크기, 포근한 감촉, 안전한 소재, 알레르기 방지 등
물론 이런 사실들이 카피의 기반이 되는 건 맞습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카피를 채울 소재를 찾을 땐 다른 접근이 필요합니다. 우리의 제품이 아니라 ‘그들의 삶’을 더 자세히 들여다봐야 합니다.
STEP1.
상대의 관심사를 찾습니다
모든 인간은 ‘나’를 중심으로 생각하며 살아갑니다. 상대방의 시선을 사로잡는 문장을 쓰려면 그 소재도 상대방의 관심사에서 찾아야 합니다. 그들은 우리 제품의 뛰어난 UX 디자인에 별 관심이 없습니다. 우리가 이 이불의 감촉에 얼마나 신경을 썼는지에도 큰 관심이 없습니다.
우리의 ‘사실’은 대화를 시작하기에 적합한 소재가 아닙니다. ‘그들이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에서 소재를 찾아야 그들을 끌어들일 수 있습니다.
- 스케줄 관리 툴을 사용할 ‘마케팅 / 세일즈 팀 리더’들은 이런 것들을 중요하게 생각할 겁니다.
– 내 일을 줄이는 것 (자동화)
– 더 많은 계약을 따내는 것
– 더 높은 매출액을 달성하는 것
- 아이의 침구류를 구매할 ‘부모’는 이런 이야기들에 더 귀를 기울일 겁니다.
– 내 아이가 건강하게 자라는 것
– 아이가 훌륭하게 성장해 멋진 어른이 되는 것
– 부모로서 그 과정을 더 잘 도울 수 있는 방법
소재만 잘 찾아도 절반은 성공입니다.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면 고객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줄 수 있는 카피를 완성시킬 수 있습니다.
STEP2.
‘카피스럽게’ 표현합니다
이 부분이 조금 어렵습니다. 일정량 이상의 훈련이 필요합니다. ‘카피를 카피스럽게 만드는 요인은 N가지다’ 이렇게 답을 내릴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표현이라는 것 자체가 개인의 주관이 반영되는 영역이기도 하고요.
절대 법칙을 찾기 어려울 땐 꾸준한 감각 훈련이 답입니다. 가장 쉬운 훈련법은 이미 완성된 좋은 카피를 보며 1) 그 카피를 기획한 과정을 유추해 보고 2) 그걸 내 카피에 적용하는 연습을 반복하는 겁니다.
1. 캘린들리의 웹사이트 헤드카피
실제 스케줄 관리 툴을 제공하고 있는 기업 ‘캘린들리(Calendly)’의 카피를 볼까요? 캘린들리는 자신들의 스케줄 관리 툴이 궁극적으로 고객의 매출 향상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상대의 관심사에서 소재 발굴)
이 메시지를 더 선명하게 전하기 위해 고객들이 사용하는 언어를 웹사이트 헤드 카피에 녹이기로 합니다.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매일 하는 업무를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음을 기교 없이 간결하게 표현했죠.
- “더 빠르게, 고객의 리드를 미팅과 매출로 바꾸세요.”
고객의 리드(잠재 고객의 연락처)를 얻고, 미팅 스케줄을 잡고, 계약을 성사시키는 업무를 루틴처럼 반복하는 세일즈, 마케팅 팀 리더라면 이 제품을 ‘우리에게 딱 필요했던 제품’이라고 느끼지 않을까요? 제품을 사용하는 고객의 만족스러운 표정이 드러나는 이미지를 함께 배치하면 좀 더 효과적일 수 있겠네요.
이케아 역시 침구류의 장점에서 카피의 소재를 찾지 않았습니다. 세상 모든 부모가 가지고 있을, ‘아이를 멋진 어른으로 키우고 싶은 마음’을 이야기의 소재로 삼았죠.
이케아는 이 소재를 카피스럽게 바꾸기 위해 ‘꿈(잠을 자는 동안 꾸는 꿈 + 미래에 실현하고 싶은 희망이나 이상)’이라는 단어를 사용했습니다. 침대를 ‘꿈을 꾸는 곳’으로 재정의하고, 침구류를 그 꿈이 시작되는 곳에 놓일 물건 중 하나로 놓았죠.
- 새로운 꿈들이 시작될 이곳
아이들의 꿈이 시작될 곳에 24,900원이라는 돈을 투자하지 못할 부모가 있을까요? 실제 이상적인 가정의 모습을 생생한 영상으로 함께 보여준다면 부모들은 자연스럽게 자신의 아이들을 떠올리며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을 겁니다.
우리 제품과 연결되는 상대의 관심사를 찾고, 그 관심사를 카피스럽게 바꾸는 과정. 앞으로 좋은 카피를 발견하시면 이 과정이 어떻게 적용되었는지 살펴보세요.
- 중고차 판매 플랫폼 : 손해 보고 싶지 않은 마음 → 헤어지자 두려움 없이
- HR 플랫폼 : 효과적인 인적자원 관리를 통한 성장 → 팀 성장을 만드는 단 하나의 HR
- 착즙기 : 건강한 삶 → 날것, 날 건강하게 해주는 것
카피의 소재를 어디에서 찾아야 하는지, ‘카피스럽게’ 글을 쓴다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감각을 좀 더 빠르게 익히실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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