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자 수는 피상적이다”
오랜 시간 유튜브 크리에이터로서 성공의 지표는 팔로워 수, 총 영상 재생 시간 등 양적 지표로 대표되었습니다. 특히 펜데믹으로 인해 플랫폼 자체의 유저 수와 이용 시간이 가파르게 증가하며 많은 크리에이터들이 수치적인 성장을 이루기도 했죠. 4년 전만 해도 크리에이터가 구독자를 백만 명 모아 ‘골드버튼’을 받는 것이 이전에는 굉장히 드문 일이었지만, 이제 몇백만에서 천만 단위의 구독자를 보유하는 경우도 많아진 것처럼요.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의 크리에이터 시장에서는 양적 지표만을 고려한 전략이 점점 경쟁력을 잃어갈 겁니다. 이미 상향 평준화된 수치 사이에서 더 높은 수치를 달성하는 것은 매우 어렵기도 하고, 이목을 끌만한 차별화 포인트로 활용하기에 구독자 수는 너무 흔한 이야기가 되기도 했죠.
이제 고려해야 할 것은 방향입니다. 기존의 양적 지표는 ‘높이’로 나타낼 수 있습니다. 이용 시간과 유저 수가 증가하면 성과 지표 그래프는 우상향 그래프를 그리니까요. 현재 시점에서 그래프의 꼭짓점이 높은 위치에 있을수록 유의미한 성장을 이루었다고 할 수 있죠.
질적 지표는 수치를 활용해 평면 도표로 나타낼 수 있는 양적 지표와는 다릅니다. 대표적으로 콘텐츠의 퀄리티가 그렇습니다. ‘퀄리티가 좋다’는 것은 분명히 유저들이 크리에이터를 평가하는 기준이지만, 이를 객관적인 숫자로 나타내기엔 어려움이 있으니까요. 구독자와의 유대감 또한 마찬가지이고요. 이러한 지표는 3차원 공간에서의 벡터와 같습니다. 좌표를 중심으로 어느 방향으로든 뻗어나갈 수 있기에 방향성을 잘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죠.
그리고 질적 지표의 중요성은 점차 커지고 있습니다. 즉, 구독자를 많이 모으는 것보다 깊이 있는 구독자를 확보하는 것이 크리에이터로서의 성공에 더 중요한 열쇠가 된 것인데요. 핵심은 유저가 콘텐츠를 단편적으로 시청하고 스쳐 지나가지 않게 붙잡는 것입니다. 콘텐츠를 시청한 후 구독 버튼을 누르고, 나아가 알림 설정을 켜서 매번 새로운 콘텐츠를 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죠.
이는 브랜드가 고객 충성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다양한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구독자와의 유대감을 높여 ‘충성 고객’을 모을 수 있을까요? 그 전략을 크리에이터와 구독자 간의 관계를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합니다.
Light Follower에서 Fandom까지 | 구독자의 4단계 구분
한 크리에이터의 구독자는 라이트 팔로워(Light Follower), 헤비 팔로워(Heavy Follower), 팬(Fan), 그리고 팬덤(Fandom)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라이트 팔로워에서 팬덤으로 갈수록 크리에이터와 더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죠.
먼저 팔로워와 팬의 구분점은 재화 투입 여부입니다. 현재 팬이라는 개념은 K-POP을 중심으로 한 엔터테인먼트 사업에서 가장 보편적으로 활용되고 있는데요. 크게 라이트 팬(Light Fan)과 코어 팬(Core Fan)으로 구분하기도 하죠. 이때 ‘덕질’에 쏟는 자본, 시간, 열정 등 관여도를 종합적으로 고려합니다. 그리고 각각을 타깃으로 다양한 마케팅 전략을 활용하고요.
크리에이터는 누구나 무료로 볼 수 있는 무형의 콘텐츠를 제공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앨범 발매나 오프라인 공연 등을 주로 하는 엔터테인먼트 사업과는 콘텐츠 소비 양상이 조금 다릅니다. 모든 구독자가 자신이 해당 크리에이터의 팬이라고 인지하지는 않기 때문인데요. 그래서 구독자들을 구독 기능을 활용하는 팔로워와 크리에이터를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팬으로 구분할 수 있는 겁니다. 콘텐츠를 무료로 소비할 수 있음에도 유튜브 유료 멤버십 가입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크리에이터와의 접점을 넓히는 이들을 팬이라 부를 수 있죠.
크리에이터의 팬이 형성된다는 것은 독특한 현상입니다. 이는 특정 콘텐츠가 많은 유저들의 알고리즘에 노출되어 높은 조회수를 달성해 구독자를 모으는 것과는 또 다른데요. 많은 사람 사이에서 공유되며 화제가 되는 것이 ‘이슈’라면, 특정 인물에 대한 애정을 기반으로 강한 지지를 보이는 이들이 생기는 것은 ‘현상’이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이처럼 이슈 이상의 영향력을 발휘하며 팬을 만들기 위한 핵심 요소는 세계관입니다. 유튜브 크리에이터를 4세대로 구분했을 때, 가장 최근에 새롭게 등장한 4세대 크리에이터들은 실제로 존재하는 듯한 캐릭터를 구축해 자체적인 세계관을 형성하는데요. 세계관은 구독자들이 콘텐츠에 더 깊이 몰입하고, 나아가 팬이 될 수 있도록 하는 촉매제의 역할을 합니다. 대사 한 줄, 소품 하나까지 디테일한 요소들을 통해 만들어진 세계관은 시청자들이 콘텐츠에 몰입하게 만들고요. 그 세계관이 콘텐츠 밖으로 이어졌을 때도 자연스럽게 따라오도록 유도하기도 하죠.
대표적인 예시로는 ‘나몰라패밀리 핫쇼’의 ‘다나카’가 있습니다. ‘다나카’는 락커의 꿈을 안고 한국에 와 음반을 발매한 일본인 콘셉트의 캐릭터입니다. 실제로도 음반을 발매한 것은 물론이고 콘서트를 개최하기도 했는데요. 세계관 설정에 맞게 ‘첫 내한 콘서트’ 콘셉트로 진행되었는데, 전 회차 매진을 기록할 정도로 팬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죠.
그리고 이러한 팬들이 모인 집합을 팬덤이라고 칭합니다. 이들은 일정한 커뮤니티를 형성해 크리에이터에 관한 정보를 공유하고, 직접 다양한 이벤트를 기획하고 운영하기도 하죠. 나아가 크리에이터 시장 밖에서 사회적인 영향력을 미치기도 합니다. ‘피식대학’의 팬덤인 ‘피식팸’은 다양한 이벤트를 주최하며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데요. 생일 카페와 같은 행사뿐만 아니라 채널 개설일을 기념한 기부를 하는 등 그 영향력을 점차 넓혀가고 있죠.
일반적으로 특정 크리에이터의 팬덤이라고 부를 수 있는 구독자의 경우, 여러 크리에이터의 팬덤에 동시에 속하지 않습니다. 크리에이터에 대한 애정이 큰 만큼 팬덤에 대한 소속감 또한 높죠. 이러한 특성 때문에 ‘올드 팬덤(Old Fandom)’이 생기기도 합니다. 이는 몇십 년 동안 꾸준히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가수들의 팬덤과 같이 마치 가족처럼 오랜 시간 함께 해온 팬덤을 의미하는데요. 앞으로 크리에이터 시장 또한 엔터테인먼트 그 이상으로 발전하며 올드 팬덤 또한 다수 성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편, 팔로워를 라이트 팔로워와 헤비 팔로워로 나눴을 때, 대부분의 팔로워는 라이트 팔로워에 해당합니다. 이들은 크리에이터를 팔로우 혹은 구독한 후 단어 그대로 가볍게 콘텐츠를 소비합니다.
우리가 주목하고자 하는 것은 헤비 팔로워입니다. 이들은 크리에이터에 대한 관심도, 유대감 등이 대다수의 구독자보다 강한 관계라고 정의할 수 있는데요. 크리에이터의 신규 콘텐츠 알림 설정을 해두고 지속적으로 콘텐츠를 접하고자 할 정도로 관심도가 높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또, 크리에이터의 라이프 스타일 혹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 등에 깊이 공감하고, 이를 자신의 Curated Identity로 수용하기도 하죠.
콘텐츠에 대한 몰입도도 굉장히 높습니다. 헤비 팔로워를 다수 확보한 채널인 ‘딩고 뮤직’을 예로 들어볼까요? 일반적으로 아티스트가 출연하는 음악 채널의 경우, 많은 라이트 팔로워가 자신이 좋아하는 아티스트가 출연한 회차만을 챙겨봅니다. 콘텐츠에 대한 선호보다는 아티스트 혹은 아티스트의 곡에 대한 선호가 더 강하기 때문인데요.
‘딩고 뮤직’은 알림 설정을 해두고 새로운 콘텐츠가 업로드될 때마다 챙겨볼 만큼 매력적인 콘텐츠 포맷을 갖췄습니다. <Killing Voice(킬링보이스)>, <이슬라이브> 등은 유사한 포맷의 콘텐츠를 일컫는 대명사처럼 활용될 정도이죠. <이슬라이브>의 경우 하이트진로의 참이슬과의 협업 브랜디드 콘텐츠인데요. 브랜디드 콘텐츠를 넘어 하나의 콘텐츠 IP로서 경쟁력을 확보했는데, 그 경쟁력이 시즌 1이 누적 조회수 약 2억 5천 회를 기록하며 시즌 2로도 이어질 정도로 강력합니다.
Heavy Follower | 브랜드 충성 고객 확보의 핵심
크리에이터 콘텐츠를 처음 접한 순간부터 팬덤이 되는 팔로워는 거의 없습니다. 한 콘텐츠를 통해 크리에이터를 알게 되고, 몇 가지 콘텐츠를 더 살펴본 후 팔로우 버튼을 누르고, 나아가 알림 설정을 통해 크리에이터의 새로운 콘텐츠들을 지속적으로 챙겨보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관심과 애정이 어느 정도 커졌을 때부터 재화를 투자하며 콘텐츠 소비의 영역을 넓혀가죠. 나아가 같은 크리에이터를 좋아하는 팬들과의 커뮤니티를 형성해 일상에서 크리에이터를 중심으로 한 Interest Graph를 확장하기도 합니다.
이처럼 구독자들이 크리에이터와 긴밀한 관계를 맺도록 하려면 알림 설정을 유도해야 합니다. 소비자 구매 여정을 떠올려 볼까요? 소비자가 특정 브랜드 제품을 일회성으로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에 애착을 느끼고 반복 구매하게 되었을 때 ‘로열티 루프’가 형성되었다고 말합니다. 다양한 후보군을 두고 평가하는 선별 과정을 거치는 것이 아니라 특정 브랜드 제품만을 반복 구매하는 것이죠.
크리에이터 또한 이와 마찬가지로 ‘로열티 루프’를 형성할 수 있는 콘텐츠 전략이 필요합니다. 유저가 콘텐츠 한 가지만 단편적으로 시청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콘텐츠를 계속해서 시청하도록 해야 하죠. 많은 크리에이터가 영상의 마지막에 “좋아요와 댓글, 구독과 알림 설정”이라는 메시지를 넣는 것도 이러한 이유입니다.
그리고 오늘날 ‘좋댓구알’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알림 설정’입니다. 많은 사람들은 알림에 피로도를 느낍니다. 스마트폰 유저들은 하루 평균 46개의 푸시 알림을 받는데요. 그중 10%의 유저는 1주일에 한 번씩 푸시 알림이 오는 앱이 있다면 그 앱의 알림을 비활성화합니다. 이처럼 하루에도 몇십 번씩 쏟아지는 알림에 지친 유저가 직접 알림을 활성화한다는 것은 꽤 본격적인 관심의 표현인 것이죠.
구독자가 특정 크리에이터를 구독만 한다면, 새로운 콘텐츠가 발행되었을 때 바로 접할 수 있을까요? 아마 어려울 겁니다. 유저들이 수많은 크리에이터를 구독하는 만큼 메인 화면에는 항상 무수한 콘텐츠가 노출되죠. 또한 알고리즘이 매분 매초 새로운 콘텐츠를 추천해 주니 어느 순간 메인 화면의 한 귀퉁이에서 잊힐 수도 있고요.
따라서 구독자를 새로운 콘텐츠에 즉시 유입시킬 수 있는 장치로써 알림 설정이 필수적입니다. 메인 화면에서 어떤 콘텐츠를 볼지 고르는 것이 아니라, 알림 창에서 바로 자신의 콘텐츠에 들어오도록 새로운 통로를 만들어 주는 것이죠.
그렇다면, 알림 설정 버튼을 누른 헤비 팔로워를 늘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위에서 언급했던 콘텐츠의 ‘방향’을 적절하게 설정해야 합니다. 구독자들이 알림을 설정해 두고 계속 보고 싶을 정도로 긴밀한 관계를 맺어야 하는데, 크리에이터는 구독자와 콘텐츠를 통해 소통하니까요. 마치 친구들과 메시지를 주고받는 카카오톡, 인스타그램 등의 알림을 켜두는 것처럼 자신의 콘텐츠의 알림을 받아볼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겁니다.
만약 무조건 콘텐츠에 관여도가 높은 팬과 팬덤만을 중심으로 한다면, 대다수 구독자의 피로도를 높일 수 있다는 위험성이 있습니다. 크리에이터가 세계관에 깊게 몰입하고 이해하고 있는 팬들만이 이해할 수 있는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제작한다면 어떨까요? 대다수의 라이트 팔로워들은 콘텐츠를 이해하기 위해 추가적인 정보를 찾아봐야만 할 겁니다. 이는 콘텐츠에 대한 피로감을 높이는 동시에 흥미를 잃게 하는 요인이죠. 구독 취소까지 이어질 수도 있고요.
반대로 팬층을 고려하지 않은 콘텐츠만을 제작한다면 콘텐츠의 깊이를 확장하기가 어렵습니다. 새로운 팔로워가 많이 유입되어 양적 지표는 개선될 수 있지만, 팔로워 중 라이트 팔로워의 비중만이 늘어난다면 질적 지표를 발전시킬 수 없죠. 그렇기 때문에 적절한 균형점을 유지해야 합니다.
이 균형을 잘 맞춘 예시로는 한국계 호주인 크리에이터인 ‘해쭈’가 있습니다. 유튜브 크리에이터인 친구 ‘햄튜브’ 채널에 등장에 인기를 얻어 자신의 채널을 오픈했는데, 주로 가족이나 친구들과의 일상을 담은 콘텐츠를 업로드합니다. 그만큼 지속적으로 콘텐츠를 접해온 구독자가 아니라면 콘텐츠에 자주 등장하는 인물들과의 관계를 깊이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죠.
그런데 ‘해쭈’ 채널에는 그 외에도 요리, 여행, 호주 문화 소개 등 다양한 콘텐츠가 업로드됩니다. 이는 ‘해쭈’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라이트 팔로워들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콘텐츠인데요. 이때 ‘남편이 해주었던 요리 중 맛있었던 것의 레시피를 소개하는 콘텐츠’와 같은 요소를 넣어 기존 팬층의 만족감도 높입니다.
속도보다 방향이 중요하다
크리에이터와의 협업을 염두에 두고 있는 브랜드라면 콘텐츠의 방향성을 고려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많은 브랜드가 고객 접점을 넓히기 위해 유튜브에 주목하고 있는데요. 자사 채널을 개설하여 크리에이터로서 성장시켜 깊이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 갈 것인지, 혹은 이미 깊이를 확보한 크리에이터와의 협업을 통해 그 영향력을 끌어올 것인지를 결정해야 합니다.
사실 지금까지 브랜드 마케팅으로써는 후자를 택하는 경우가 일반적이었습니다. 자체 브랜드 채널을 성장시키는 것은 운영 자체도 쉽지 않은 데다가, 유저들에게 ‘브랜드 유튜브 채널=마케팅’이라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에 더더욱 어려웠는데요. 이미 많은 구독자를 보유한 크리에이터에게 일정 비용을 지급하여 광고 콘텐츠를 발행하도록 하는 것이 여러모로 효율적인 방식이었죠.
그런데 최근 브랜드 자체 채널의 깊이를 확장하고 있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기존 브랜드 유튜브는 대부분 자사 제품을 소개하고 판매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했는데요. 이제는 소비자와 친근감을 높이기 위한 브랜딩을 목적으로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사 제품과 큰 관련이 없는 콘텐츠라도 재미에 중점을 두고 크리에이터 구독자의 깊이를 그대로 브랜딩에 끌어올 수 있는 전략을 택한 것이죠.
GS25의 경우 메타코미디와 ‘조인트 콘텐츠 파트너십’을 맺었는데요. 자사 채널을 ‘가장 예능에 진심인 편의점 채널’로 소개하며 다양한 콘텐츠 시리즈를 제작하고 있죠. 물론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발행하는 것보다 단편적인 유료 광고를 집행하는 것이 더 빠를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자체 IP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더 큰 성장으로 향하는 방향일 수도 있다는 점 또한 반드시 고려해야 합니다.
The SMC Group 공식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