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뭐든지 할 수 있어. 내가 하면 달라.

 

이 말은 많은 창업가들의 성공 신화에서 반복되는 주문과도 같다. 하지만 이 강력한 자신감의 이면에는 위험한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 바로 ‘구세주 콤플렉스’다. 이는 단순한 과대망상을 넘어선다. ‘나만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는 믿음 아래, 창업가들은 때로 비합리적이고 강박적인 ‘구원자’ 행세를 하게 된다. 마치 슈퍼히어로처럼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 드는 것이다.

 

놀랍게도, 이는 소수의 문제가 아니다. 2019년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의 충격적인 연구 결과에 따르면, 성공한 창업가의 무려 60%가 이런 ‘구세주적’ 행동을 보인 적이 있다고 한다. 이는 창업 세계의 ‘숨겨진 역병’과도 같은 존재다. 그렇다면 이 ‘구세주 콤플렉스’는 어떻게 발현되며, 왜 그토록 위험한 것일까? 한 스타트업의 실제 사례를 통해 그 실체를 들여다보자.

 

 

 

 

한 국내 스타트업의 사례는 이 현상의 실체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불과 몇 년 전, 대규모 투자 유치로 업계의 총아로 떠오른 한 기업의 대표가 충격적인 폭탄선언을 했다. 그는 자신이 과거에 근무했던 회사의 한 팀을 – 그것도 전체를 – 통째로 영입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이 무모한 결정에 내부는 발칵 뒤집혔다. 임원들의 만류와 재무팀의 경고는 그의 귓전을 스쳐 지나갔다.

 

“내가 하면 다르다.” 그의 눈은 이미 멀어져 있었다. 그는 환상에 사로잡혔다. 팀을 데려오기만 하면 마법처럼 프로젝트와 매출이 쏟아질 거라고. 그의 ‘구세주 콤플렉스’는 이성의 목소리를 완전히 압도했다. 하지만 현실은 그의 오만한 꿈을 무참히 짓밟았다. 예상된 매출은 한 푼도 늘지 않은 채, 고정비용만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새로 영입된 팀은 기존 조직과 융화되지 못한 채 갈등만 일으켰다. 이 사례를 통해 우리는 구세주 콤플렉스가 어떻게 성공한 창업가의 판단을 흐리게 하고, 기업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지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국내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실리콘밸리의 유명한 사례로, 2010년 페이팔의 공동창업자 일론 머스크가 테슬라를 인수한 후 자신의 옛 동료들을 대거 영입한 일을 들 수 있다. 당시 이 결정은 많은 비판을 받았지만, 머스크의 리더십과 혁신적인 비전 덕분에 결과적으로는 성공을 거두었다. 하지만 이는 예외적인 케이스로, 대부분의 경우 이런 결정은 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왜 창업가들은 이런 위험한 선택을 하는 것일까? 구세주 콤플렉스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창업가들에게서 특히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 급격한 성공과 권력의 변화: 스탠퍼드 대학의 2021년 연구에 따르면, 급격한 성공을 경험한 창업가의 78%가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 과거의 보상 심리: 심리학자 로버트 치알디니의 ‘상호성의 법칙’ 이론은 이를 잘 설명한다. 과거에 도움을 받은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그 은혜를 갚고자 하는 강한 욕구를 느낀다는 것이다.

  • 자아 확장의 욕구: MIT 슬로안 경영대학원의 연구는 성공한 창업가들의 83%가 자신의 영향력을 확인하고 싶어 하는 욕구를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 비즈니스 직관에 대한 과신: 행동경제학자 다니엘 카너먼의 연구는 성공 경험이 많은 사람일수록 자신의 판단을 과신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한다.

 

이는 2018년 CB 인사이트가 발표한 ‘스타트업 실패 원인 분석’ 보고서의 내용과도 일맥상통한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스타트업 실패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불필요한 팀 확장’이 꼽혔다. 특히 창업자의 개인적 판단에 의한 무분별한 인력 충원이 기업의 재정 악화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결론적으로, 창업가의 구세주 콤플렉스는 양날의 검과 같다. 한편으로는 강력한 동기 부여와 사회적 책임감의 원천이 될 수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기업의 존립을 위협할 수 있는 위험한 함정이 될 수 있다.

 

성공한 창업가라면 자신의 결정이 순수한 비즈니스 논리에 기반한 것인지, 아니면 개인적인 심리적 욕구에서 비롯된 것인지를 끊임없이 성찰해야 한다. 타인을 돕고자 하는 고귀한 의도가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기업의 자원을 통해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 진정한 선행은 개인의 능력과 자원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기업의 이해관계자들에 대한 책임을 결코 저버려서는 안 된다.

 

결국, 진정한 구세주는 자신의 기업을 희생하여 타인을 돕는 사람이 아니라, 건강한 기업을 통해 지속적으로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사람이다. 창업가들은 이 점을 명심하고, 자신의 콤플렉스가 아닌 냉철한 판단력으로 기업을 이끌어 나가야 할 것이다. 그것이 바로 창업가가 진정으로 세상을 구원할 수 있는 길이다.

 

 


해당 콘텐츠는 Jimmy Cho님과 모비인사이드의 파트너쉽으로 제공되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