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회사에서 브랜드를 하나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다른 브랜드를 하나 더 만듭니다. 그 사이 무슨 기획이 있었을까요? 반드시 포지셔닝 맵을 그려 놓았을 것입니다. 그게 가격, 연령, 트렌디함 등 시장을 어떻게 나눌 것인지에 따라서 니치 마켓을 공략하기 위해 포지셔닝 맵을 그렸을 것입니다.
두 개 이상의 기준에서 첫 브랜드와 다음 브랜드는 무엇이 달라야 하고 우리는 전체 포트폴리오를 어떻게 구성해야 하는지, 그래서 어떤 것이 볼륨을 만들고 어떤 것이 보완하는 것인지 기획을 미리 하고 시장에 내놓았을 것입니다.
난개발을 하는 서비스가 있습니다. 유사한 광고 상품을 여러 개 만듭니다. 좋게 말해 린(Lean) 방식이지 사실 그냥 보이는 대로 뭔가를 계속 만들었습니다. 랜딩 페이지 잘 보이는 부분에 여러 구좌를 만들고 각각 유상 광고로 판매합니다. 여러 페이지에 걸쳐 노출하는 구좌를 만듭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전체 매출 볼륨이 늘지 않습니다. 광고 상품을 구매하는 회사만 상품 중에서 하나를 구매하고 구매하지 않는 회사는 계속 광고 상품을 구매하지 않습니다.
광고를 한다고 주문이 더 나오는 것도 아닌 상태가 됩니다. 포지셔닝 맵을 만들면서 기획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하나하나 광고 상품을 어떻게 만들지 많은 에너지를 쏟아붓지만 결국 부분적으로 최적화가 되면서 전체 포트폴리오는 망가지고 상품 간 카니발이 발생합니다.
우리가 시장에 판매하는 상품이나 서비스가 2개 이상이면 반드시 포지셔닝 맵이 필요합니다. 그 상품이 큰 브랜드나 상품군, 채널이 아니라 단품 하나하나라고 해도 포지셔닝 맵 위에서 기획되어야 됩니다. 혹자는 포지셔닝 맵을 미리 만드는 데 시간을 많이 들이지 말고 일단 내놓고 잘 되는 것에 고객 반응을 보고 대응하자고 하지만 그게 난개발입니다. 잘 되는 것 몇 개가 쥐어짜는 볼륨을 만들 수 있지만 이미 그 포지션에서 잘 되고 있는 상품이나 서비스가 더 성장하는 데 방해가 됩니다.
그렇다고 잘하지도 못하는 데 포지셔닝 맵을 고려한다고 무언가를 하는 것도 가진 역량에 맞지 않습니다. 20대에 잘 먹히는 외식 브랜드를 내는 회사가 60대를 타겟으로 하는 외식 브랜드를 내놓는 것은 모험에 가깝습니다. 20대가 좋아하는 인테리어, 플레이팅을 고려한 상품 구성 등에 이해가 높아 성공한 사업인데 60대는 전혀 모르니, 우리가 20대에 몰려 있다고 60대를 위한 타겟 브랜드를 포지셔닝 맵 관점에서 출시한다는 결정은 포지셔닝을 어떻게 활용할지 몰라서 하는 행동입니다.
피벗 테이블을 만들 때 필터라는 게 있습니다. 어떤 컬럼을 행으로 열로 만들지 정하기 전에 어떤 컬럼의 어떤 조건의 데이터를 표에 들어갈 데이터로 정할지 걸러주는 역할을 하는 게 필터입니다. 모든 회사는 잘하는 게 있고 잘하는 것 위에서 사업을 해야 실패의 확률을 줄입니다.
방금 사례로 든 회사는 20대의 외식 문화를 잘 이해하는 것이 강점인 역량이지 외식 매장의 입지를 선정하는 능력이나 원재료를 잘 공수하는 역량 등 모든 연령대를 잘할 수 있는 보편적인 역량은 없을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이 회사의 사업에 20대를 타겟으로 한다는 것은 default가 되는 것이고 그건 포지셔닝 맵의 기준이 되면 안 되고 필터가 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적어도 20대의 외식 소비가 급 침체하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서는 20대를 위한 사업을 한다는 것을 회사의 강점 위에서 전제로 하고 다른 기준으로 포지셔닝 맵을 만들어야 합니다. 예를 들면 가격대와 시간대로 시장을 구분할 수 있습니다. 시장을 어떤 기준으로 나누냐는 그것이 나눌만한 변별력 있는 시장 세분화의 기준이 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낮은 가격대에 저녁 시간에 주로 주문하는 20대 외식 콘텐츠 시장이 비어있는데 이 시장의 수요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면 기존 브랜드와 비교할 때 겹치지 않는다면 충분히 고려해 볼 수 있는 기획입니다.
나중에 다시 주워 담고 리포지셔닝을 하는 것은 쉽게 하지 못할 도전이고 돌이키기 어려운 상황을 만들게 됩니다. 유사한 성공의 모방이 안전한 확률을 만들고 가늠할 수 없는 시장의 크기를 고려할 때 좋은 대안으로 고려될 수 있지만 그전에 기존 브랜드, 상품, 서비스가 그 역할을 할 수 있는지, 그게 아니라면 암묵지에 있는 시장을 나누는 기준으로 더 세부적으로 포지셔닝을 기획해 볼 수 있습니다. 생각보다 고객의 취향은 세부적이고 각 포지션에 들어갈 시장 크기에 따른 적절한 비용 구조가 드는 BM을 모색할 수 있습니다.
PETER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