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변변찮은 최변입니다. 오랜만에 저작권 주제를 들고 왔습니다. 스타트업뿐만 아니라 창작자들에게 저작권을 늘 부딪치는 주제인데요. 이번에는 저작권과 소유권의 차이점과 여기에서 핵심 주제인 “최초 판매의 원칙”에 대해 설명해 보겠습니다.

 

1. 저작권과 소유권은 어떻게 다를까?


많은 사람들이 저작권을 이해할 때 가장 헷갈려 하는 개념은 저작권과 소유권 관계입니다. 저작권 양도 계약서를 작성할 때 저작권과 소유권의 개념을 혼재하여 사용하는 모습을 종종 보기도 합니다. 저작권과 소유권은 엄밀히 구분되는 권리입니다. 소유권은 구체적인 유형물 자체에 대한 이용 및 처분 권리입니다 반면, 저작권은 유형물, 무형물의 매체와 상관없이 그 매체에 담겨있는 어떠한 창작물에 대한 권리이죠.

 

음악 CD를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음악에 대한 저작권과 그 음악이 수록된 CD에 대한 소유권은 독립된 권리입니다. 음악 CD 자체를 갖고 있는 사람은 그 CD라는 유형물 자체에 대한 소유권을 가질 뿐입니다. CD 안에 수록된 음악 자체에 대한 권리는 저작권자에게 있는 것이죠. 우리가 접하는 상당수의 저작물들이 유형물에 담겨있기 때문에 소유권과 저작권이 혼동되는 것입니다. 

 

제목의 질문에서 문제 되었던 그림의 경우에는 더욱 구분이 어렵습니다. 그림 자체와 그 그림이 담겨 있는 매체(캔버스)를 분리하기 어려운 미술저작물이기 때문이죠. 물론 지금은 디지털 상의 이미지도 존재하지만 디지털 저작물은 뒤에서 따로 다루겠습니다.

 

미술저작물의 경우에 많은 사람들이 미술품을 구매하게 되면 그 캔버스나 액자에 대한 소유권 뿐만 아니라 저작권까지 양도받은 것으로 착각할 수 있습니다. 작가와 특별한 약정이 없다면, 미술품을 구매한 사람은 그 매체 자체에 대한 소유권만 갖는 것이고, 그림 자체에 대한 저작권은 여전히 작가에게 있는 것입니다.

 

 

브런치 글 이미지 1

 

 

2. 내가 구매한 저작물을 마음대로 팔지 못할 수 있다고?


현실에서 저작권과 소유권이 충돌하는 지점이 바로 “배포권”입니다. 배포권은 저작권법 제20조에서 규정하고 있습니다.

 

저작권법 제20조(배포권) 저작자는 저작물의 원본이나 그 복제물을 배포할 권리를 가진다. 다만, 저작물의 원본이나 그 복제물이 해당 저작재산권자의 허락을 받아 판매 등의 방법으로 거래에 제공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배포라는 것은 쉽게 표현하면 누구에게 주거나 판매하는 것입니다. 배포권은 저작재산권 중 하나로서 저작물이 수록된 유형적 매체를 대중에게 전달할 수 있는 권리입니다. 유상이든 무상이든 상관없습니다. 계속 미술품을 예시로 들겠습니다. 미술 작품(캔버스)을 구매한 소유자가 그 작품을 제3자에게 판매하거나 친구에게 선물을 주려고 해도, 앞서 살펴본 저작권자의 배포권과 충돌합니다. 원칙적으로는 작가의 허락을 받아야만 하는 것이죠.

 

이는 일반인의 상식에도 부합하지 않습니다. 소유권이라는 것은 그 물건에 대한 완전한 권리를 가지며 소유권자 마음대로 처분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러한 소유권과 저작권의 필연적 충돌을 해결하기 위해 나온 이론이 바로 “최초 판매의 원칙”입니다.

 

 

3. 한번 팔면 마음대로 거래할 수 있는 권리_“권리 소진의 원칙”


저작권법 제20조 배포권에도 불구하고 어떤 저작물의 원본이나 복제물이 저작재산권자의 허락을 받아 판매 등의 방법으로 거래에 제공된 경우에는 그 원본이나 복제물에 대해서는 저작재산권자의 배포권은 소멸됩니다.

 

따라서 원본이나 복제물을 저작재산권자의 허락을 받아 취득한 사람, 즉 소유권자 이제 저작재산권자의 허락 없이 마음대로 팔거나 선물로 줄 수 있는 것입니다. 이것을 “최초 판매의 원칙(first sale doctrine)”이라고 하며, “권리 소진의 원칙(exhaustion of rights)”이라고도 합니다.

 

도서관과 (이제는 사라지고 있는) 책방을 생각하면 쉽게 이해가 됩니다. 도서관이나 책방에서는 저작재산권자(주로 출판사)에게 책을 구매하여 대중들에게 무상으로 열람하게 하거나 돈을 받고 대여해 줍니다. 만약 최초 판매의 원칙이 없었다면 도서관은 수만 권 이상 되는 책마다 모든 출판사나 작가들에게 허락을 구해야 하니 비현실적이지요.

 

또,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경매 사이트에 미술품이 올라오는 것도 대표적인 최초 판매의 원칙이 적용된 사례입니다. 최초 판매의 원칙으로 미술품 투자라는 분야도 생길 수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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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단, 디지털 저작물(무형물)은 최초 판매의 원칙이 적용이 안 된다.


주의해야 할 점은 소유권자의 권리는 어디까지나 소유한 그 유형물 자체에만 미친다는 것입니다. 만약 소설책을 구매했거나 음악 CD를 구매한 사람이 그 소설 내용을 PDF로 변환하여 판매하거나 음원을 파일로 추출해서 P2P 사이트에 올린다면 명백한 저작권 침해가 됩니다. 

 

 또한, 최초 판매의 원칙은 유형물에 고착된 경우에만 적용됩니다. 디지털 시대가 도래하기 전에는 모든 저작물은 책이나 카세트테이프, 캔버스 등과 같은 유형물 매체를 통해서만 판매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오늘날에는 종이책은 전자책으로, 카세트테이프나 CD는 MP3, 스트리밍으로 저작물들의 배포 형태가 바뀌고 있습니다.

 

최초 판매의 원칙은 애초의 성립 배경이 저작권과 소유권의 충돌을 해결하기 위함이었습니다. 그 대상이 유형물이라는 것을 전제한 것이지요. 그런데 디지털 형태의 무형물의 경우에는 저작권과 소유권이 충돌할 여지가 없습니다. 유형물의 경우에는 “배포”를 통해 저작물들이 전파되었지만, 무형물의 디지털 시대에는 “공중송신”의 방법으로 퍼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저작권법상 “공중송신권”에는 국내는 물론 국제적으로도 최초 판매의 원칙을 적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정리하면, 유형물에 담겨있는 저작물의 경우에는 최초 판매의 원칙에 따라 그 유형물을 구매하거나 취득한 사람은 이후에 자유롭게 팔거나 줄 수 있습니다. 단, 유형물 자체만 배포가 가능하며, 무형물일 경우에는 애초에 최초 판매의 원칙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최앤리법률사무소 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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