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솔로? 나는 절로!

 

최근 소개팅 어플보다 더 뜨거운 게 불교에서 진행하는 ‘나는 절로’라는 소개팅 템플스테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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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동아일보) 

 

 

절에서 소개팅을 한다?라는 이야기를 듣고 처음에는 불교 하면 ‘엄근진’ 컨셉인데 갑자기 왜 이러지?라는 의아함이 있었지만, 요즘 불교가 힙하게 바뀌고 있습니다.  

 

어렸을 때 찾아갔던 절은 엄숙하고 그윽한 향 태우는 냄새가 사방에 퍼지고 고요한 발걸음이 숨소리까지 죽여야 하는 느낌을 주었는데요. 이제는 제 상식과 편견을 벗어나는 일들이 많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물론 처음에는 당황이었지만 지금은 놀라움이 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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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경북매일)  

 

 

올해 전국 사찰 40여 곳이 테마별로 템플 스테이를 진행했습니다. 사찰별로 힐링, 서핑, 자연 등을 테마로 이벤트를 진행하는 건데요. 예를 들어 서핑 템플스테이의 경우 강원도 양양의 낙산사에서 현지 서핑 명소인 서퍼 비치와 업무 협약을 맺고 템플스테이 방문객들이 서핑을 즐기고, 파도 명상, 파도를 타는 서핑을 통해 마음 돌아보기 등을 할 수 있도록 행사를 기획한 거죠. 

 

이렇게 지역별 테마별로 트렌디한 템플스테이를 진행하다 보니, 최근 템플스테이 방문객의 절반이 2030대가 차지하고 있습니다.  

 

한국 불교문화 사업단의 데이터를 보면 올해 1-7월 사이에 템플 스테이 참여자 수는 34.1만명이었고 전년 29.1 만명 대비 17% 증가를 했습니다. 그리고 이 중 20대가 26%, 30대가 18%, 50대가 17%, 60대가 13% 순으로 2030세대 방문율이 제일 높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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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머니투데이, 연꽃등 만들기) 

 

 

이들은 템플스테이를 하면서 새벽 4시에 예불을 하고 108배 체험도 하고, 차담과 명상, 연꽃 등도 만들면서 이색 체험을 하는데요. 몸이 고되어도 오히려 힐링하러 간다고 여기다 보니 지속적으로 2030대의 유입이 발생하는 것 같네요. 

 

그리고 2030세대가 즐겨 찾는 여러 테마의 템플스테이 중에서도 가장 핫한 테마는 ‘소개팅’입니다. 

 

얼마 전 기사에서 낙산사에 소개팅을 주선하는 템플스테이에 1,500명 넘게 지원했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이 행사는 8월 강원도 양양 낙산사에 2030 젊은 남녀를 10명씩 총 20명을 모아 진행하는 소개팅 프로그램이었는데요. 경쟁률이 남자는 70.1 대 1, 여자는 77.3 대 1에 달했던 겁니다. 행사 이름은 인기 연애 프로그램인 ‘나는 솔로’에서 이름을 따와서 ‘나는 절로’였습니다!  

 

나는 절로, 소개팅 템플스테이는 작년 11월에 시즌 1을 시작한 후 반응이 좋아 각 지역별로 돌아가면서 시즌을 이어가다 이번에 낙산사에서 시즌 5를 진행하게 된 것인데요. 앞서 4월, 6월에는 꽃 피는 자연이 기가 막히는 인천 강화 전등사, 충남 공주 마곡사에서 소개팅 템플스테이가 진행되었습니다. 그리고 8월 낙산사로 정해진 이유는 여름, 휴가, 바다라는 컨셉과 강원도 양양이 잘 맞기 때문일 겁니다. 

 

‘나는 절로’ 이전에 이 프로그램은 지난 2013년에 처음 ‘만남 템플스테이’로 시작했지만,  당시에는 ‘만남’보다는 ‘템플스테이’에 집중하다 보니 남녀 간의 집중적인 만남이 이루어지지 않아 지원율도 저조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과감하게 키워드를 ‘템플스테이’가 아닌 ‘만남’에 초점을 두었더니 MZ 세대들의 반응이 폭발적으로 높아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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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동아일보, 나는 절로 프로그램 일정, 1박2일)

 

 

1박 2일 동안 진행되는 프로그램을 보면 굉장히 알찹니다. 자기소개를 하고 레크레이션도 하며 저출산 인식개선 교육, 사찰 안내 및 탐방 등을 하고 지속적으로 남녀가 1차 선택, 2차 선택, 3차 선택 등의 선택의 시간을 갖습니다. 이를 위해 차담도 나누고 한복을 입고 야간 산책 데이트도 하면서 상대방이 잘 맞는지 파악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죠.  

 

1박 2일 코스이다 보니 빡빡한 일정 내에 참가자들이 눈에 불을 켜고 짝을 찾아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촉박한데요. 그래서 원래 절에서의 취침시간은 9시지만, ‘나는 절로’ 프로그램을 할 때 이들을 고려해서 취침시간을 밤 11시 30분으로 늦추었다고 합니다. 그만큼 ‘성사’에 굉장히 공을 드리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아무래도 저출산 관련하여 어떤 의지를 가지고 있는 게 분명합니다.) 

 

결과적으로 지난 8월에 진행된 낙산사 1박 2일 ‘나는 절로’ 행사에서는 20명 중 6쌍(12명) 커플이 탄생했다고 합니다. 정말 성공률이 높은 행사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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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부산일보)

 

 

저는 이러한 행사를 보면서 참 풋풋하면서도 부럽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특히 절이라는 공간이 주는 안정감이 매력적인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클럽에서 남녀가 만나게 되면 가볍게 만나기 위해 접근하는 경우가 많겠지만 절에서 만나게 되면 장소의 특성상 가볍게 논다는 느낌보다 조금 진지하게 사람을 만날 수 있기 때문에 진정성 있는 태도를 보일 수 있다고 보거든요. 아무래도 장소가 사람의 행동을 만들어내기도 하니까요.

 

요즘 ‘나는 절로’가 인기를 얻으니 40-50대나 돌싱도 소개팅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을 만들어 달라고 난리라고 합니다. 일단 불교에서 소개팅이라는 키워드를 잡은 것도 흥미롭고, 이렇게 다양한 연령층의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다는 것 역시 긍정적인 변화인 것 같습니다. 

 

한국 리서치에서 2023년 종교인식 조사를 보면 이러한 경향이 그대로 나오는데요. 호감이 가는 종교에 대해 100점 만점에 점수를 주어 설문조사를 진행해 보니 불교가 52.5점으로 한국에서 가장 호감 가는 종교 1위를 차지했습니다. 그다음으로 천주교 51.3점, 개신교 33.3점으로 나왔고요. 2021년에는 천주교가 50.7점으로 1위를 차지했지만 작년에는 불교가 역전했습니다. 

 

아무래도 이러한 불교의 힙함, 새로움에 대한 도전, MZ 세대의 포용으로 인해 호감도가 높아지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드네요. 

 

 


 

 

재밌는 불교

 

네, 그래서 불교가 재밌어지고 있습니다. 불교 박람회를 봐도 알 수 있는데요. 올해 11회째 맞이하고 있는 불교 박람회의 슬로건은 ‘재밌는 불교’라 할 정도로 ‘힙하고 재미있는 불교’의 테마에 맞게 전국적으로 불교 박람회에 2030세대의 방문이 넘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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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불교신문, 화엄사 범정스님 일명 꽃스님) 

 

 

그리고 이 컨셉에 맞게 ‘꽃스님’이라 불리는 화엄사의 범정스님이 홍보대사에 위촉되면서 젊은 여성층의 방문도 많이 이끌어내고 있습니다.

 

지난 4월에 서울 강남구에서 열린 불교 국제 박람회에는 13만 명이 방문했고 그중 80%가 2030이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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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불교신문) 

 

 

8월 8일에는 부산에서 처음으로 불교 박람회가 열렸는데요. 사전 등록 인원만 2만 명이 넘었습니다. 그리고 현장 집계 결과 5만 명 넘는 관람객들이 행사에 다녀갔다고 합니다. 

 

현장에서 설문 등을 통해 연령, 종교를 파악해 보니 부산 불교 박람회에 찾은 관람객의 80%가 10-30대였고요. 43%는 무교였다고 합니다. 불교인이 아니면서도 불교 박람회를 찾는다는 것을 보면 올해 불교 박람회의 ‘재밌는 컨셉’에 무종교인들의 참여도 많이 이끌어낸 것 같네요.  

 

불교 박람회를 다녀간 관람객들은 ‘무소유인데 풀 소유해서 간다’라고 할 정도로 다양한 굿즈 판매, 체험 행사가 이루어졌고요. 실제 제품 판매가 많이 이루어졌다고 합니다. 현장에서 고양이 목탁, 불상, 토우, 인센스, 열반부채 등이 인기를 끌었고요. 체험 부스, 명상 체험, 출가 상담, 고민 상담소가 열려서 다양한 체험 이벤트가 펼쳐졌습니다. 

 

흥미로웠던 부분은 박람회의 핫 플레이스가 출가 상담 부스로 30분 이상 대기가 있을 정도로 사람들이 많이 몰려들기도 했고요. 조계종에서 교육원 출가 캠페인 트윗이 100만 회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고 하니, 사람들이 이러한 상담, 콘텐츠를 보면서 현실에서 벗어난 위로, 안식이 필요한 거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이외에도 개그맨 윤성호가 부캐로 활동하고 있는 뉴진스님이 불경 DJ 파티와 EDM 축하공연을 하면서 힙한 불교 분위기를 고취시켰죠. 뉴진스님은 새롭게(NEW) 전진한다(進)라는 의미로 실제 윤성호가 조계사에서 법명을 받았다고 합니다. 좌우간, 불교행사에 뉴진스님 자주 등장하다 보니 그가 작사, 작곡에 참여한 ‘극락왕생’이 역주행으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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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조선일보) 

 

 

찬불가에 EDM을 입혀 디제잉 공연을 하고 ‘부처님 잘생겼다!’ ‘부처핸섬’이나 ‘번뇌를 견뎌내면’ ‘극락왕생’을 외치며 합장하는 모습을 보이면 관객들이 호응을 하는데 그야말로 EDM 페스티벌 현장의 느낌입니다. 사실 전 이러한 모습을 보면서 ‘불교’에 대해 정말 인식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특히 ‘포용’의 측면에서요! 

 

 


 

 

마케터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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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캔바)

 

 

이와 관련하여 마케터의 시각에서 분석해 보면 취업, 학업, 결혼 등 여러 스트레스와 압박으로 억눌린 2030세대들이 포용, 안식, 위로를 떠올리는 키워드로 여러 종교 중 불교를 떠올리는 것 같습니다.

 

물론 불교의 문턱이 낮아지고 포용력이 높아졌다고 하여 불교 신자가 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템플스테이를 통해 일상에서 벗어나 자연과 벗 삼아 힐링하고, 명상, 차담을 통해 무거웠던 어깨 짐을 내려놓으려는 경험을 추구하기 위한 여러 통로 중 불교를 찾는 거라고 봅니다.

 

그리고 최근 불교가 무겁고 엄숙한 분위기에서 힙하고 재밌는 분위기를 포용하면서 좀 더 젊은 층이 해당 문화를 즐기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되네요. 또한. 불교 굿즈, 불경을 컨셉으로 하는 EDM에 이르기까지 불교의 교리 자체를 배우기보다는 불교의 본질에서 이야기하는 ‘무소유’ ‘극락왕생’ 과 같은 키워드를 중심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과거와 현재와의 조우의 관점에서 불교가 새롭게 바뀌고 있고, 이를 수용하고 있는 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해당 콘텐츠는 이은영 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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