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AI 산업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기업은 어디일까요? 아마 많은 분들이 OpenAI를 떠올릴 것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AI의 거대한 물결을 만들어 낸 장본인일 뿐만 아니라 여전히 가장 뛰어난 기술력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마이크로소프트와의 굳건한 파트너십에 이어, 최근에는 애플과 협업하며 그 가치를 인정받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OpenAI가 단순히 기술력만으로 지금의 성과를 이룬 것은 아닙니다. 여기에는 은은하게 더해진 ‘브랜딩’이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왜 제가 ‘은은하게’라는 말을 왜 사용했는지는 사례를 통해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1. 무라티 CTO “AI 무서워”

 

가장 최근에 있었던 사례부터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지난해 샘 알트만이 OpenAI로부터 해임될 당시 임시 CEO로 이름을 알리기도 했었던 미라 무라티(현재는 다시 CTO로 복귀)는 ‘홉킨스 블룸버그 센터 디스커버리 시리즈‘ 팟캐스트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는데요. 진행자가 AI, 가짜뉴스, 미국 대선 등을 주제로 질문하자 무라티는 “향후 AI가 설득을 통해 인간 생각과 행동을 조작할 수 있다”며 “이 점이 매우 두렵다”라고 답변했습니다. 

 

 

출처 : Johns Hopkins University  Youtube
출처 : Johns Hopkins University  Youtube

 

 

동시에 무라티 CTO는 OpenAI가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는데요. 이 발언은 얼핏 보기에 큰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조금 더 깊이 생각해 보면 AI는 아주 위험한 기술이야. 우리 말고 다른 곳은 믿을게 못돼. 그러니까 우리만 믿어라는 메시지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특히 대중들에게 다소 충격적인 미래를 예상하게 하면서 자연스럽게 OpenAI의 중요성을 더욱 강조하고 있습니다. 

 

 


 

 

2. ChatGPT-4o 기습 발표

 

구글은 연례 개발자 행사인 구글 I/O 2024를 5월 15일에 진행했습니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하루 전인 5월 14일, OpenAI는 새로운 모델 ‘ChatGPT-4o’의 업데이트 소식을 발표했습니다. 구글 I/O는 구글이 그동안 야심 차게 준비해 온 서비스를 공개하고, 향후 비전에 대해 발표하는 자리로 가장 중요한 행사인데요. OpenAI의 기습적인 발표로 인해 스포트라이트가 분산되어 버렸습니다. 

 

 

출처 : OpenAI X
출처 : OpenAI X

 

 

물론 이러한 류의 신경전은 이전에도 종종 있었습니다. 지난해 구글이 생성형 AI 챗봇 ‘바드(Bard)’의 공개 일정을 발표하자, 마이크로소프트는 하루 먼저 자체 행사를 열어 자신들의 검색 엔진인 ‘빙(Bing)’에 생성형AI를 결합했다는 소식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OpenAI의 기습 발표는 경우가 조금 다릅니다. 엄연히 따지면 OpenAI는 아직까지 투자에 의존하고 있는 ‘스타트업’입니다. OpenAI가 일반적인 스타트업과는 이미 다른 반열에 올라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구글과 같은 빅테크 기업에 비하면 여전히 체급이 떨어지는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그러나 기습 발표 전략을 활용함으로써 자신들이 구글과 동일선상에서 경쟁하고 있다는 인식을 은연중에 대중들에게 심어주었습니다. 

 

 

출처 : OpenAI Youtube
출처 : OpenAI Youtube

 

 

특히 해당 발표를 보면서도 OpenAI가 브랜딩을 참 잘한다고 느낀 포인트가 하나 더 있었는데요. 누가 보더라도 현존 최고의 기술력임이 분명하지만, 오히려 자신들은 “이것쯤은 대단한 것도 아니야”라고 말하는 것처럼 무심하게 발표를 이어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러한 발표 방식을 통해 묘한 위화감을 조성했고, 빅테크 기업 이상의 기술력과 스타트업의 자유분방한 매력을 동시에 보여주어 그들만의 독특한 차별화를 효과적으로 드러내기에 충분한 퍼포먼스였습니다. 

 

 


 

 

3. AGI? 내가 정의하겠소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가 최고의 기업으로 우뚝 설 수 있었던 이유는 각 산업의 기준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으로 아이폰은 스마트폰의 정의를 새로 썼고, 윈도우는 운영체제(OS)의 기준이 되었습니다. 이처럼 테크 업계에서는 새로운 기술의 정의와 기준이 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데요. 관련해서 최근에는 AGI(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에 대한 정의와 기준이 업계 최대 화두로 떠올랐습니다. 

 

한국어로 범용 인공지능 혹은 일반 인공지능이라고 불리는 AGI는 일반적으로 ‘인간 수준의 능력을 갖춘 AI’ 정도로 통용되고 있는데요. 하지만 아직 아무도 가보지 못한 길이기에 전문가들조차도 이에 대한 정확한 정의나 기준을 내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누구는 5년 안에 AGI의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주장하는가 하면, 누구는 평생 찾아오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합니다. 

 

 

출처 : Bloomberg
출처 : Bloomberg

 

 

보통 이런 상황에서는 공신력 있는 목소리가 내리는 정의가 그대로 받아들여지기 마련인데요. OpenAI는 이런 상황을 적절히 활용하여 사실상 무주공석인 주인공의 자리를 손쉽게 꿰찼습니다. 5단계로 구분된 AI 분류 체계를 공개한 OpenAI는 자신들은 2단계에 근접한다고 발표했는데요. 현재 AI 산업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기업이 발표한 지표이기에 앞으로 AI를 평가할 때는 OpenAI의 분류 체계가 활용될 가능성이 큽니다. 

 

OpenAI는 이 분류 체계가 활용될 때마다 자신들이 AGI의 새로운 기준을 정의했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알리게 될 것이며, 이를 통해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이 중요한 위치에 서게 될 가능성이 높아질 것입니다.  

 

 


 

 

과유불급

 

이처럼 OpenAI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대중들의 인식 속에 은밀하게 스며드는 브랜딩을 잘 해왔는데요. 최근에는 그 속모습을 대중들에게 들키는 경우가 종종 생기고 있습니다. 첫 번째에 소개해 드렸던 인터뷰 사례에서도 일부 사람들은 OpenAI가 자신들의 중요성을 부각하기 위한 일종의 쇼라고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은밀하게 브랜딩을 시도할 때, 의도치 않게 신들의 속을 들키면 오히려 반감을 살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합니다. 

 

또한, 자신의 치부를 드러내기가 극도로 싫었서인지, 퇴사한 직원들에게 과도한 비밀유지 계약을 강제했다는 고발이 이어지는 등 내부적으로도 잡음이 발생하고 있는데요. 덩치가 커진 만큼 평가의 잣대도 엄격해질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는 브랜딩을 위한 선을 더욱 잘 지켜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Tech잇슈 구독하러 가기


당 글은 Tech잇슈님과 모비인사이드의 파트너십으로 제공되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