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세미 하나로 약 3,000억 원(2억 2천만 달러)의 연 매출을 만든 ‘스크럽 대디(Scrub Daddy)’를 아시나요? 차가운 물과 만나면 단단하게, 뜨거운 물과 만나면 말랑말랑하게 변해, 용도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스크럽 대디는 수많은 미국인과 글로벌 고객들에게 사랑받고 있는데요. 스크럽 대디 같은 ‘히어로 제품’을 보면, 그저 “부럽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뭐든지 잘해내는 ‘엄친딸’이나 ‘엄친아’를 보는 기분이죠.

 

 

 

 

동시에 ‘나는 어떤 제품을 내야 하나?’ 고민이 들 거예요. 뱃속에서 태아를 10개월 내내 품다가 출산하는 것처럼, ‘제대로 된’ 제품을 기획하고 제작하는 일은 물리적, 정신적 자원이 꽤나 많이 투입되는 일인데요. 액상 콜라겐 브랜드 ‘오니스트’의 김재현 대표에게 단일 제품으로 3년간 사업을 유지한 이유를 물으니, “(신제품을 기획하고 제작할) 여유가 없었어요.”라는 답이 돌아왔던 이유이기도 합니다.

 

지금까지 스몰레터는 태어난 아이를 ‘양육’하는 과정과 비슷한, 제품 출시 이후의 마케팅, 콘텐츠, 고객 경험, 운영의 사례와 팁을 소개했다면, 이번에는 ‘출산’과 비슷한 제품 제작의 사례와 팁을 준비했어요. 제품 제작에 대한 다양한 팁과 사례를 다루는 콘텐츠는 여러 편의 뉴스레터로 소개할 텐데요. 오늘은 가장 첫 단계인 ‘품목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던져야 하는 질문과 사례 10가지’를 준비했습니다. 제품의 세부 기획을 하기 전, 우리 브랜드가 판매할 아이템의 종류를 결정할 때 체크리스트처럼 사용할 수 있습니다.

 

 


 

 

STEP 1  리소스 파악하기
창업자가 ‘가진 것’은 무엇인가요?”

 

 

작은 브랜드에게 ‘창업가’의 영향력은 절대적입니다. 그만큼, 창업가가 기존에 가진 자원을 파악하는 것은 제품의 방향성을 결정하는데 중요한 정보가 될 수 있습니다.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는 속담처럼, 브랜드가 판매할 제품은 창업가가 보유한 자원에 직접적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죠.

 

아래의 표에는 세 가지 굵직한 분류와 함께 키워드의 사례를 소개했어요. 표에서 제안한 것처럼 창업가로서 내가 가진 자원을 키워드로 쭉 나열해 보세요. 처음 나열할 때는 서로 연관성이 없어 보여도 괜찮아요. 이 과정은 내가 잘 만들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오래도록 판매해도 흥미를 잃지 않을 품목을 확인하는 핵심적인 힌트가 될 수 있습니다.  

 

 

 

 

① 관심사 & 어려움

꼭 맞는 빅사이즈 속옷을 구하기 ‘어려웠던 경험’을 바탕으로 탄생한 큰 컵 브라

BRAND 01   헤베더유스  Click

 

‘내가 겪은 어려움을 다른 사람도 공감할까?’ 생각하는 분들은 큰 컵 브라로 2023년 연 매출 13억 원을 달성한 ‘헤베더유스’를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헤베더유스 임원 대표는 브랜드를 창업하기 전, 발표가 잦은 마케팅 스타트업에서 일했는데요. 불편한 속옷과 정장 때문에 발표 직전 숨이 가빠지고 급기야 공황발작이 온 어느 날 ‘나뿐만 아니라, 나와 비슷한 체형을 가진 분들은 불편한 속옷 때문에 생활에 어려움을 겪으시겠구나!’라는 깨달음으로 제품 개발을 결심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11개월간 매출 없이 제품에만 전념하여 지금의 큰 컵 브라를 탄생시켰는데요.

 

 

임원 대표의 직감처럼, 속옷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고객분들이 국내 시장에도 충분히 있었고 이를 해결할 제품은 없었기에, 처음부터 6,400만 원의 펀딩 성과를 만들었다고 해요. 그뿐만 아니라, 이후에 헤베더유스가 출시하는 스포츠브라와 실루엣 브라탑 등의 신제품도 성공적인 행보를 걷고 있습니다. ‘운동할 때’, ‘날씨가 더운 여름에’와 같이 상황별로 겪어야 하는 어려움을 잘 이해하고 있는 창업가의 경험이 고스란히 제품에 반영되어 이룬 결과라고 할 수 있겠죠. 내가 가진 어려움 혹은 관심사가 무엇인지 쭉 나열해 보고 이를 아이템 선정의 첫 단추로 활용해 보세요. 의외로 이에 공감하는 고객들이 꽤 많을지 모릅니다.

 

 

② 전문성 & 경력

대기업 광고물 제작의 ‘전문성’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100년 가게를 위한 입간판

BRAND 02  간판다는날  Click

 

창업가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탄생하는 제품도 있습니다. ‘간판다는날’의 이행곤 대표는 20년간 광고물 제작을 해온 베테랑인데요. 이행곤 대표는 오래도록 광고물 업계에서 일하면서, 튼튼하면서도 고객의 눈에 잘 띄고 합리적인 가격의 입간판이 시중에 적다는 점을 깨달았다고 해요. 결국 입간판을 직접 제조해 판매할 수 있다는 ‘전문성’을 기반으로, 오프라인 가게에서 유용하게 쓰일만한 ‘맞춤형 입간판’을 제품화했습니다. 특히 철제 A형 입간판의 경우, 누적 판매량이 가장 높을 정도로 큰 인기를 얻고 있죠. 

 

 

이행곤 대표의 전문성 덕에 간판다는날의 입간판은 여러모로 특별합니다. 디자인 리소스가 부족한 작은 브랜드를 위해 전문 디자이너가 직접 디자인해 주는 서비스가 있고요. 행인들의 눈에 가장 편하게 들어오는 입간판의 각도까지 연구하여 제품을 만들었다는 점도 인상적이죠. 그야말로 ‘전문성’이 십분 발휘된 제품인 것입니다.

 

 

작은 것이라도 좋으니, 내가 가진 업무 경력과 전문성을 찬찬히 돌아보고 나열해 보세요. 제품 개발을 위해 0부터 학습해야 하는 품목보다 조금 더 수월하게 접근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고객이 믿고 구매할 수 있는 제품을 탄생할지 모르니까요.

 

 

③ 물리적 & 사회적 자원

‘고향’인 제주로 돌아와 해녀들의 공연을 곁들인 제주 해녀 다이닝 개발

BRAND 03  해녀의 부엌  Click

 

내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물리적, 사회적 자원이 아이템 선정에 중요한 계기가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부모님이 운영하던 공장이나 농장을 이어받아 창업하는 브랜드가 대표적인 사례죠.

 

제주 해녀들의 공연을 보며 해녀들이 준비한 음식을 즐기는 다이닝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해녀의부엌’은 창업가가 가진 자원을 기반으로 제품을 개발한 사례입니다. 한국예술종합대학교에서 연기를 전공한 해녀의부엌 김하원 대표는 고향인 제주로 돌아와 해녀의부엌을 창업했습니다. 즉, ‘고향’이라는 사회적 자원과 ‘예술가 네트워크’라는 사회적 자원을 연결시켜 특색 있는 다이닝 콘텐츠를 만들게 된 것인데요.

 

 

 

이렇게 탄생한 해녀의 부엌의 ‘제주 해녀 다이닝’ 프로그램은 보는 사람마다 감동의 눈물을 흘리는, 한 번 보면 결코 잊을 수 없는 멋진 콘텐츠 제품으로 성장했답니다. 인당 59,000원의 가격이 결코 아깝지 않은 다이닝 콘텐츠를 기반으로 현재 해녀의부엌은 연 매출 14억 원의 브랜드로 성장했고요. 싱가포르 진출도 앞두고 있습니다.

 

내가 가진 물리적, 사회적 자원을 한 번 돌아보세요. 나는 당연하게 생각하는 무언가가 다른 사람들에게는 특별한 가치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STEP 2  시장성 파악하기:
“시장의 ‘필요(Needs)’는 무엇인가요?”

 

 

자, 이제 창업가가 가진 관심사, 전문성, 자원을 ‘시장의 니즈’와 연결해 볼 때입니다. 세상의 니즈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요즘 많은 사람들이 찾기 시작하는 트렌드가 무엇인지 반보 앞서서 알고 있거나, 시장을 정량적, 정성적 관점에서 파악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시장의 필요를 파악하는 일은 단기간에 해내기 어려울 수 있어요. 아래의 표에 제시한 방법 중 내가 가장 잘 맞을 것 같은 방법을 골라 주기적으로 시장의 필요를 학습하고, 창업가가 취할 수 있는 먹거리를 점검해 봅시다.

 

 

 

 

① 트렌드 파악하기

‘요즘 ‘트렌드’인 두바이 초콜릿을 재빠르게 개발한 트리투바 

BRAND 04   트리투바  Click

 

두바이 초콜릿을 아시나요? 바삭거리는 식감 덕분에 최근 전 세계 사람들에게 주목받는 초콜릿입니다. 국내에서는 구하기가 어려워서 직접 만들어 먹는 사람들도 있다고 하는데요. 수제 초콜릿 브랜드인 ‘트리투바’는 이 트렌드를 발 빠르게 포착하여 최근 두바이 초콜릿을 선보였습니다.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판매를 시작하자마자 20초 만에 완판되었다고 하고요. 이제는 매일 오후 2시에 판매 페이지를 열만큼 인기 제품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나는 트렌드를 잘 모르는데 어떻게 해야 하지?’ 고민이라면, 트렌드를 잘 큐레이션 해둔 뉴스레터를 구독해 읽어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특히, 일상이 너무 바빠 트렌드의 전후 맥락까지 파악하기는 어려운 분들이라면요! 내게 익숙한 주제의 트렌드뿐만 아니라, 다양한 트렌드를 편견 없이 파악할 수 있으니까요.

뉴스레터로는 요새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는 주제를 가볍고 재미있게 전달하는 ‘트렌드어워드’, Z세대의 트렌드만을 큐레이션하여 전달하는 ‘캐릿’, 이슈와 트렌드의 뉴스 클리핑을 제공하는 ‘펜타레터’, 빅데이터 기반의 트렌드 키워드를 공유하는 ‘썸레터’ 등의 뉴스레터를 추천드려요. 뉴스레터를 보면서 우리 브랜드와 잘맞는 트렌드 키워드가 있다면 기록해두고 이를 품목 아이데이션 단계에서 활용해보세요. 요즘 사람들이 열렬히 찾는 제품을 탄생시킬지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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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경 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