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최앤리의 변변찮은 최변입니다.

 

스타트업 법무에서 가장 어려우면서도 중요한 계약은 투자계약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벤처캐피털(VC)이 사용하는 투자계약서는 일반적인 계약서와 달리 독특한 부분이 많습니다. 일반적으로 계약이라는 것은 민법상 사적자치의 원칙에 따라 대등한 당사자가 상호 합의한 내용을 법률 문장으로 담아낸 법적문서입니다.

 

스타트업이 첫 투자 유치에 성공하여 들뜬 마음으로 투자계약을 처음 받아보게 된다면 깜짝 놀랄 수 있습니다. 계약서의 양도 20페이지가 넘을뿐더러 용어도 가뜩이나 어려운데, 그 내용들이 회사와 창업자에게 불리하게만 보이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창업자뿐만 아니라 벤처캐피털의 투자계약서를 처음 보는 변호사에게도 마찬가지일 수 있습니다.

 

 

 

 


 

 

최앤리의 고객이 실제로 경험했던 에피소드를 각색해서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A 스타트업은 천신만고 끝에 드디어 VC로부터 첫 투자를 유치하게 되었습니다. 창업자는 투자계약서를 보니 내용이 너무 어렵고, 얼핏 봐도 대부분 불리한 내용으로 보였죠. 전문 변호사를 쓰기엔 돈이 아깝기도 하고 친척 중에 검사 출신 변호사가 있어 검토를 부탁했다고 합니다. 그 변호사는 친척을 위해 면밀히 검토를 해줬겠죠. A 회사와 창업자 입장에서 불리한 내용들을 전부 걷어내고, 최대한 합리적인 내용으로 수정하였습니다. 창업자는 수정본을 투자사에게 전달하면서, 자문 변호사가 리뷰해 줬으니 수정을 요청했습니다. 투자사의 반응이 어땠을까요?

 

투자자의 반응은 냉랭했습니다. 심지어 어느 임원은 투자 의사를 철회하자고까지 했다고 합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요?

 

리뷰해 준 검사 출신 변호사의 법적 지식은 당연히 훌륭했겠죠. 그런데 VC 투자계약에서 “업계 관행”“협상력”이라는 중요한 요소 2가지를 간과했던 것 같습니다. 초기 스타트업 투자 현실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도가 필요합니다.

 

초기 스타트업인 경우 아직 이렇다 할 매출이나 영업이익 등 재무적 수치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럼 투자자는 뭘 보고 큰돈을 투자하는 것일까요? 투자자는 해당 회사의 아이템, 시장성도 보지만 무엇보다 회사와 팀(창업자)에 대한 문제해결능력, 인성, 기술력, 경력 등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투자합니다. 그리고 그 신뢰는 오로지 투자계약으로 담보된다고 생각합니다.

 

투자자는 투자금 납입을 통해 보통 10% 내외의 지분을 취득합니다. 그런데 그 정도 지분으로는 적극적인 경영권 행사를 하기가 법적으로는 어렵습니다. 또한, 투자자는 외부인이기 때문에 회사 경영상황을 면밀히 감시할 수도 없죠. 결국 투자자가 의지할 안전장치는 오직 잘 짜인 투자계약 밖에 없는 것입니다.

 

 

 

 


 

 

모든 계약에서도 어느 정도 소위 ‘갑을’ 관계가 있지만, 투자계약에서는 그 차이가 큽니다. 마음이 급한 것은 대체로 회사와 창업자이기 때문에 투자계약이라는 운동장은 투자자에게 한껏 기울어져 있을 수밖에 없죠. 바로 여기에서 협상력의 차이가 발생합니다.

 

투자자가 제시한 투자계약서가 매우 불리하더라도 창업자가 이를 수용하지 않으면 투자자는 투자의사를 철회하면 그만입니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아주 간혹 있죠. 돈은 넘쳐나는 호황인 시장 상황에서 크게 엑싯에 성공한 창업자가 재창업하거나 업계의 라이징스타인 스타트업이 투자를 유치할 때가 그렇습니다. 이때는 VC들이 너도나도 투자하고 싶어서 줄을 서기도 합니다. 리드 투자자와 피투자사에게 ROOM(투자할 기회)을 달라고 물밑 작업이 이루어지기도 하죠. 이런 경우에는 그 운동장은 반대로 창업자에게 확 기울어지기도 합니다. 최앤리에서도 이런 유명 스타트업의 투자계약 자문을 할 때 오히려 피투자사가 원하는 내용의 투자계약서를 직접 작성해서 투자사들에게 제시한 경험이 있었습니다.

 

이렇듯 투자계약에서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요소는 창업자와 회사의 “협상력”을 파악하는 것입니다. 그다음이 “업계 관행”입니다. 전문적인 법적 지식은 아이러니하게도 후순위일 수 있습니다.

 

업계관행이 왜 중요하냐면, 통상적인 투자계약에서 보통 어떤 부분의 수치나 내용이 일반적인 범위이고, 어떤 부분이 관행에 벗어난 독소조항인지 정답이 없고 오직 여러 투자계약 사례를 경험해야만 파악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업계 관행이라는 것은 계속 변화합니다. 일례로 수년 전만 해도 위약벌 조항에서 위약벌 이율은 “투자금의 20%”가 일반적이었지만, 현재는 “투자금의 12% 또는 15%”가 일반적입니다. 따라서 다양한 투자사와 다양한 투자라운드의 투자계약서를 얼마나 많이 경험했냐가 업계 관행을 가장 잘 파악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최앤리법률사무소 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