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소비를 할 때 ‘브랜드’를 얼마나 고려하시나요? 어떤 브랜드가 열심히 준비한 캠페인, 광고, 콘텐츠, 제품의 패키징, 웹사이트의 디자인, 그 안에 담긴 메시지를 눈여겨보시는 편인가요?
저는 주로 유형의 제품을 판매하는 기업의 마케팅을 돕는 일을 합니다. 카테고리를 넘나들며 클라이언트의 제품을 판매하다 보니 사람들의 소비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 되죠.
사람들은 자신도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에 브랜드와 깊은 대화를 나누기도 하고, 또 완전히 무시하기도 합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눈여겨봐야 할 현상입니다. 브랜딩이 대세라길래 멋진 브랜드들을 레퍼런스 삼아 시간과 예산을 잔뜩 투입했는데, 정작 우리 고객은 브랜드에 1도 관심이 없다면 이거만큼 낭패가 없으니까요.
카테고리의 매력도에 따라 달라지는 소비 방식
사람들은 구매하려는 상품의 카테고리 매력도에 따라 다른 방식으로 쇼핑을 합니다. 운동화를 하나 산다고 해볼까요? 사람들은 나이키가 가진 이미지와 아디다스가 가진 이미지를 인식합니다. 퓨마와 아식스, 호카가 나에게 주는 느낌을 다 이해하면서 천천히 구매를 결정합니다.
브랜드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없는 고객이라도 각 브랜드가 뿜어내는 감성은 충분히 느낄 수 있습니다. 그게 브랜딩의 힘입니다. 기능이 비슷하다면 자신이 더 선호하는 감성을 사게 만듭니다. 브랜딩을 정말 잘하는 기업은 기능과 무관하게 오로지 그 감성 ‘때문에’ 구매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이번에는 키친타월을 구매한다고 해보죠. 혹시 이 글을 읽고 계신 분 중 가장 선호하는 키친타월 브랜드가 있는 분이 계실까요? ‘유명한’ 브랜드 말고 ‘최애’ 브랜드요. 아마 거의 없으실 겁니다.
이런 상품을 구매할 때의 고객은 충분히 이성적입니다. 강력한 기능과 합리적인 가격을 중시합니다. 뽑아서 쓰는 형태냐 풀어서 쓰는 형태냐, 충분히 도톰하냐, 흡수는 잘 되냐, 뭐가 더 저렴하냐를 보고 빠르게 구매를 결정합니다. 쓰던 브랜드 제품이 있더라도 기능적으로 더 훌륭한 제품이 나오면 언제든 바로 갈아타죠.
매력도가 높은 카테고리에서 소비자들은 은연중에 브랜드가 공들인 모든 브랜딩 요소를 다 받아들입니다. 그만큼 쇼핑에 많은 시간을 쏟기도 하고요. 반면 매력도가 낮은 카테고리에서 소비자들은 기능 그 자체에 집중합니다. 직관적으로 눈에 보이는 기능적 설명이 탁월한 제품을 빠르게 구매합니다.
내가 속한 카테고리의 매력도를 파악하는 방법
단순히 가격이 높고 낮음으로 인해 매력도가 갈리지는 않습니다. 저렴한 제품이 매력도가 높은 카테고리에 속할 수도 있고, 값비싼 제품이 매력도가 낮은 카테고리에 속할 수도 있습니다.
특정 카테고리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리뷰어, 크리에이터, 전문가가 얼마나 있는가를 통해 해당 카테고리의 매력도를 간접적으로 파악해 볼 수 있습니다. 어떤 카테고리를 깊게 다룰 수 있다는 건 그만큼 그 카테고리의 이야깃거리가 많다는 것을 뜻합니다. 이야깃거리는 보통 기업들이 브랜딩에 기울인 노력들이 고객들의 열렬한 반응을 만나 만들어지죠.
각종 테크 제품, 신발, 패션, 뷰티, 자동차 등은 손에 꼽을 수도 없을 만큼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카테고리입니다. 매력도가 높은 카테고리라고 볼 수 있습니다.
반면 생활용품, 일부 생활가전, 법률 서비스, 보험, 일반 식품 등은 위의 예시들만큼 많은 사람들이 다루지는 않습니다. 매력도가 그리 높지 않은 카테고리라고 볼 수 있습니다.
카테고리 매력도에 따른 커뮤니케이션 방향성
매력도가 높은 카테고리에 속한 상품은 브랜드 단위의 정교한 커뮤니케이션 전략이 필요합니다. 이런 카테고리에 뛰어든 신생 브랜드는 제품의 기능성과 브랜드의 가치를 동시에 증명해나가야 합니다. 파는 물건만큼이나 파는 사람이 중요해지는 것이죠. (그래서 더 어렵기도 합니다.)
반면 매력도가 낮은 카테고리에 속하는 제품은 제품 단위의 핵심 기능을 강력하게 드러내는 단순한 커뮤니케이션 전략이 필요합니다. 이걸 사용하면 무엇이 좋은지 고객이 단번에 이해할 수 있어야 합니다. 어느 정도 브랜딩에 신경을 쓰더라도 복잡한 감성보다는 기억에 남을 강렬한 메시지 하나, 강렬한 이미지 하나로 승부를 보는 것이 좋습니다.
매력도가 높은 카테고리에 뛰어드는 후발 주자 기업에게는 창업자(혹은 그 브랜드를 대표하는 셀럽)의 퍼스널 브랜딩을 탄탄하게 다지는 것이 성장에 큰 도움이 됩니다. 판매자가 친숙한 개인이라면 그 자체로 고객과 정교한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해집니다. 결국 고객도 ‘사람’과 가장 잘 대화할 수 있는 ‘사람’이니까요.
매력도가 낮은 카테고리에 뛰어드는 후발 주자 기업은 ‘차별화된 기능’이라는 무기를 갖추는데 집중해야 합니다. 적어도 특정 기능에서만큼은 남들이 흉내 내기 어려운 수준의 차별화로 장벽을 쌓아야 합니다. 그래야 이어지는 스토리텔링도, 강력한 카피라이팅도 힘을 가질 수 있습니다. 외관만 화려하게 꾸미는 전략으로는 이성적인 고객을 상대하기 어렵습니다.
모든 기업에게 다 통하는 전략 같은 건 없습니다. 모두가 휩쓸리듯 유튜브를 운영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모두가 힙한 브랜딩을 해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무작정 멋져 보이는 것을 따라 하면 그 누구에게도 영향력을 미칠 수 없습니다.
남을 따라 하기 전에 ‘나(=혹은 브랜드)’와 ‘상대(=고객)’를 제대로 이해해야 합니다. 그래야 대세에 휘둘리지 않고 나에게 맞는 방식으로 대세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
나에게 맞는 방식을 찾으려는 노력들이 쌓여 적은 사람에게라도 제대로 닿을 수 있는 영향력을 만듭니다. 여러분이 속한 카테고리의 매력도는 어떤가요? 여러분은 여러분에게 맞는 적절한 커뮤니케이션에 몰입하고 계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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