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진행하는 학부 수업 시간 중에 ‘리뷰’라는 주제가 나와서 실시간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외식할 때) 나는 리뷰 볼 때 이렇게 본다!’ 를 주관식으로 써달라고 한 것이다. 

그랬더니 아래와 같이 상당히 체계적이며 구체적인 답변이 몇 개나 올라왔다.

  • 배달의 경우 – 무조건 주문 많은 순으로 나열하고 확인한다. 요즘은 리뷰이벤트 때문에 리뷰를 남기기 때문에 리뷰의 텍스트에는 그렇게 큰 비중을 두지 않고 리뷰의 사진을 중점적으로 확인하면서 음식의 양이나 실제 모습을 체크한다.
  • 식당의 경우 – 네이버지도에서 여러 식당후보를 정하고 결정이 서지 않으면 카카오맵 별점을 활용한다. 카카오맵의 별점이 매우 솔직하다.

 

 


1. 별점이 높은 식당만 상세리뷰를 확인

2. 매우 부정적인 리뷰가 3개 이상 포함돼있으면 제외

3. 소거해가면서 부정적 리뷰가 가장 적은 곳으로 결정


 

 

소비자들이 더 만족스러운 소비를 위해 정보탐색에 노력을 기울인다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다. 다만 소비자들이 활용할 수 있는 정보의 양과 종류가 증가하면서 소비 과정에서 정보탐색이 질적으로 변화를 겪고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이제 무엇이든 정보탐색의 대상이 되고 있다. 흔히 전자제품과 같이 구매 전 정보탐색을 통해 재화의 특성을 파악할 수 있는 것은 ‘탐색재’라고 부르는데 이와 반대로 객관적 정보로는 그 속성을 충분히 알 수 없다. 직접 경험해야만 나에게 적합한지 알 수 있는 재화, 예를 들어 화장품 같은 것은 ‘경험재’로 분류한다. 그런데 최근에는 경험재가 탐색재화(化) 되고 있다. 경험을 미리 가늠할 수 있는 수많은 정보가 생산 및 소비되고 있다.


탐색이 중요해지는 경험재의 대표적 예시가 바로 외식이다. 필자가 속한 소비트렌드분석센터에서는 올해의 7대 외식업 트렌드의 하나로 ‘식(食)별력’을 선정했다. 외식 소비자들에게 정보를 식별(識別)하는 능력이 중요해지고 있다는 의미를 담았다. 외식 소비는 남녀노소 누구나 경험하며 동시에 가장 빈번하게 경험한다는 점에서 이번 식별력 키워드는 다른 소비영역에 시사하는 바도 크다.

 

 


 

 

 

먼저 가격에 식별력을 발휘하는 차원이 갈수록 고도화되고 있다. 무조건 가성비 좋은 식당을 찾는 것이 아니라 가격 조합을 계산해 보는 것이 대표적이다. 배달음식을 주문하는 경우 배달비와 플랫폼에서 진행하는 프로모션을 더하고 나면 합산 가격이 달라지기 때문에 여러 앱을 동시에 켜고 가격을 비교한다. 최근 이러한 요구를 반영해 치킨 브랜드마다 어떤 플랫폼에서 얼마나 할인이 진행 중인지 한데 모아 비교해 주는 서비스도 등장했다.

 

근래에는 콜키지 프리 식당도 인기를 얻고 있다. 콜키지란 와인병을 막는 코르크와 요금(charge)의 합성어로, 소비자들이 외부에서 술을 가져와 마실 때 가게에서 잔을 제공하고 약간의 서비스 요금을 부과하는 걸 말한다. 콜키지 금액은 식당에 따라 다른데 술보다 음식을 판매하는 것이 중요한 식당의 경우에는 ‘콜키지 프리’를 통해 소비자 방문율을 높이고자 한다. 특히 주류 취향이 다양해진 요즘 소비자들에게는 본인이 원하는 술을 즐길 수 있으면서도 외식비를 낮출 수 있다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으로 떠오른 것이다.

 

 


 

 


가격만이 아니라 품질을 가늠하는 것도 중요하다. 외식에서는 진정한 ‘맛집’을 고르는 것이 이에 해당한다. 외식 소비 경험이 축적되면서 소비자들은 각자 나름의 식별력을 지니고 있는데 다른 사람들의 리뷰에서 광고나 과장된 평가를 가려내는 것이 주목적이다. 서두에서 소개한 바와 같이 어떤 사람은 포토후기만을 참고한다고 하고, 어떤 사람은 부정적 후기를 중점적으로 살펴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줄인다고 한다. 여기에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는 리뷰 이벤트를 진행한 음식점을 믿을 수 없다고 평가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오히려 이벤트를 진행 중인 곳이 그만큼 고객에게 신경 쓸 것이고 부가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점에서 더 합리적이라 판단하기도 한다.


때로는 자신만의 노하우를 공개하는 숨은 고수가 등장하기도 한다. 배달 음식 주문에 진심인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여러 업종을 동시에 운영하는 ‘숍인숍’ 가게가 아니라 하나의 메뉴만을 전문으로 운영하는 음식점을 고르는 노하우가 공유되고 있다. 해당 점포가 등록된 주소지에 다른 상호가 등록돼 있진 않은지, 혹은 사업자 정보에 등록된 상호가 실제 주문하는 점포명과 일치하지 않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하나의 주소에 여러 점포가 등록돼 있거나 상호와 배달 음식점의 점포명이 다르다면 한 곳에서 여러 메뉴를 운영 중일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식별력의 발달은 소비자들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측면도 있다. 당장 필요할 때 정보를 찾는 것이 아니라 평소 정보 수집 자체를 하나의 즐거움으로 생각한다는 점이다. 요즘 소비자들은 자신만의 맛집 리스트를 관리한다. 어떤 소비자는 스마트폰 화면을 캡처해 사진으로 관리하기도 하고, 어떤 소비자는 지도 앱에 나름대로 표식을 만들기도 한다. 

소비자들이 이처럼 식별력에 힘을 쏟는 이유는 한 끼도 실패하지 않고 싶기 때문이다. 경험해 봐야 알 수 있는 많은 것을 미리 알아보면서 위험(risk)을 낮추고자 한다. 그렇다면 상품이나 서비스, 정책을 사람들에게 커뮤니케이션할 때 이러한 트렌드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상품과 서비스를 잘 만드는 것만 중요한 게 아니라 정보를 잘 관리해야 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소비자에게는 정보탐색도 일종의 비용이다. 시간과 노력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정보탐색 비용을 줄여준다면 소비자들에게 더욱 매력적으로 느껴질 것이다. 예를 들어 샌드위치처럼 속이 잘 안 보이는 음식이라면 개인 취향에 맞을지 직관적으로 볼 수 있도록 반을 갈라 단면 사진을 메뉴 사진으로 등록해 놓으면 된다.

 

 

소비자들이 맥락에 따라 어떤 정보를 원하는지 역으로 공략하는 것도 필요하다. 다이어트 중인 사람들이 많이 찾는 샐러드 가게라면 소비자들이 찾는 가장 핵심 정보, 즉 칼로리 정보를 아예 메뉴 이름에 써넣는 것도 효과적이다. 일일이 메뉴를 클릭해 확인하는 수고를 줄여준다. 

 

‘식별력’은 외식만이 아니라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하여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권정윤 님의 브런치와 <병영에서 만나는 트렌드>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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