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 글은 커넥터스가 만드는 큐레이션 뉴스레터 ‘커넥트레터’의 5월 30일 목요일 발송분입니다.
2. 더 많은 분들과 소통하고자 매주 목요일 뉴스레터를 입력하신 메일함으로 발송 드립니다.(무료)
3. 뉴스레터로 받아보고 싶다면 아래 구독 신청 링크를 눌러주세요!

 

 


 

 

위클리 뉴스픽 :
한국향 C커머스의 관심은 글로벌에 있을지 모릅니다

 

 

런던, 파리, 베를린, 프라하, 빈을 여행하며 모든 도시에서 단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만났던 한국 상품이 있습니다. 바로 한국 라면입니다. 꼭 아시안 마트를 가지 않더라도요. 유럽 현지 마트에서도 국산 라면이나 과자, 음료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어요. 따로 한식 델리코너를 꾸린 곳도 심심치 않게 만났습니다. 이거 국뽕이 아니라 진짜 한국식으로 썰어놓은 삼겹살과 냉삼(모두 프랑스산 돼지)이 프랑스 파리 현지인들에게 인기더군요.

 

 

프랑스 파리 1구에 위치한 한국식 마트는 실로 다양한 인종으로 북적였다. 한국 라면은 어디서든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었으나, 한국식 삼겹살과 냉삼은 한국식 마트에만 존재했다. 그리고 매우 잘 팔리는 모습에 큰 위기감을 느꼈다. 외세로부터 삼겹살을 지켜야 한다. 이러다 수입산 삼겹살 가격까지 오르게 생겼다. ⓒ신승윤
오스트리아 비엔나의 자판기에서는 한국 라면과 과자를 판매하고, 영국 런던 마트에는 K-Wave 로고와 한글이 쓰여진 생소한 코카콜라가 있으며, 독일 베를린 대형 마트에서는 저녁 시간 텅 비어버린 한식 델리 코너(와 맛있어)를 만날 수 있다. 국뽕에 취한다. ⓒ신승윤

 

 

위와 같은 소식은 온·오프라인 수출입 사업자들에게 이미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불닭볶음면, 냉동 김밥 사례는 정말 초대박 상품이라 대중에게까지 소식이 전해진 거고요. 알려진 이런 상품 외에도 글로벌에서 선전하는 중·대박 한국 상품이 정말 다양하다는 것이 무역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입니다. 특히 식품과 화장품 카테고리에서요.

 

그런데 말입니다. 이렇게 남미와 북미, 유럽 등으로 한국 상품 수요가 늘어나는 상황에서도 정작 해외 판로를 찾는 건 쉽지 않다는 반응입니다. 그나마 대기업 브랜드 상품은 현지 유통사와 계약해 오프라인 매장을 거쳐 소량부터 상품 수요를 만드는 게 가능하고요. 또는 크고 작은 커머스 셀러에게 물량을 줘 현지 온라인 판매 대행을 맡길 수 있습니다. 양측에서 매출이 올라오면 직접 진출을 고려하는 방식으로요. 멀리 볼 수 있는 거죠.

 

반면 아직 브랜드가 잘 알려지지 않은 중소기업들은 이런 방법을 쉽사리 시도하기 어렵습니다. 대기업인 농심도 전국 및 해외 소매점으로 떠난 신라면의 판매 현황을 알 수 없고, 식품 특화 이커머스의 최강자인 컬리도 싱가포르 유통 협력사에 PB 상품을 판매하고 나면 현지 상황 파악은 불가능한 조건인데요. 와중 그들보다 훨씬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들이 해외 판매에 도전하는 것은 그만큼 쉬운 일이 아니고요. 서두에 인용한 백운섭 한국플랫폼입점사업자협회 회장의 말처럼 해외 커머스 플랫폼은 기본적인 소통부터 장벽입니다.

 

 

이때 알리가 해외 진출을 돕는다면?

 

이러한 상황에서 알리익스프레스는 국내에서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이용자를 끌어모음과 동시에 한국 셀러에게도 파격적 혜택을 주며 입점을 유도했습니다. 지난 2월 한국 상품 전용 판매 채널 K-베뉴를 신설하는 한편, 올 상반기까지 K-베뉴 입점 셀러에게 수수료 면제 정책을 유지하고 있죠. 당연히 중소기업을 포함하여 수많은 한국 브랜드 및 제조기업이 알리로 몰려들었고, 신청 후 수개월이 지난 지금도 알리 측 연락을 못 받은 판매자도 수두룩합니다. 그만큼 신청사가 몰렸다는 건데요.

 

그리고 저는 최근 몇 달간 식품, 위생용품, 화장품 카테고리 셀러들로부터 이런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아무래도 알리는 국내 매출로 이윤을 남기는 데 딱히 관심이 없는 것 같으며, 오히려 한국 내 ‘제조사와 제조공장’이 목표라는 이야기를요.

 

“제조사를 포함해 여러 기업 OEM 담당 공장에서 이런 소문이 돌아요. 알리가 국내에서 잘 팔리는 상품, 그리고 해외에서 대박 날 가능성 있는 상품 제조사를 찾아 직접 컨택하고 있다고요. 우리(생필품) 담당 공장 사장님도 그러시더라고요, 알리 측 전화받았다고. 특히 알리의 이런 움직임은 중국발 공산품과 영역이 겹치지 않는 카테고리에서 두드러진다고 보이는데요.

이러면 퍼즐이 맞아떨어집니다. 알리바바·알리익스프레스·라자다에 입점해 해외 진출하라고 한국 상품 제조사에 아무리 꼬셔도 반응이 없으니, 우선 막대한 마케팅 비용을 투자해 한국 알리익스프레스 이용자를 모으고요. 그럼 자연스럽게 한국 중소, 중견기업도 판매자로서 모여들겠죠? 여기다 수수료 면제 혜택까지 주니 줄을 서서 판매자 등록에 나섰고요.

알리는 이렇게 모인 한국 상품의 제조사를 직접 찾아가서 다음과 같이 제안하는 거죠. ‘우리 통해서 해외에 상품 팔아 볼래? 동북아, 동남아, 중동, 유럽, 러시아, 북미, 남미까지 다 팔 수 있다? 물건만 우리가 원하는 가격에 떼 줘. 그럼 전 세계에 팔아줄게. 언제까지 한국 사업자들한테만 팔래? 우리랑 일하면 앞으로 PB도 만들 수 있어!’ 저 같은 소기업이 이를 과연 거절할 수 있을까요?”

– 국내 제조 공장과 협력해 상품을 생산, 이를 중국 및 동남아에 판매하는 크로스보더 셀러 A씨

 

셀러들은 이러한 전황을 바탕으로 알리가 향후 3년간 한국에 투자하겠다는 11억 달러(한화 약 1조5000억 원)는 한국 소비자들을 위한 투자가 아닐 거라 추측했습니다. 물류센터를 포함해 국내 물류망을 구축하고, 이를 해외 곳곳의 알리바바 커머스 네트워크와 연결해 한국 상품을 알리 이름으로 직판하는 데 사용할 거란 예상입니다. 그러니 쿠팡이 국내 물류에 3조를 투자하든 말든, 관심이 없을 거란 게 셀러들의 주장이고요.

 

또 같은 맥락에서 보면 1688과 타오바오 같은 중국 B2B 플랫폼이 국내에 들어올 필요가 없는 것도 당연합니다. 애초에 알리의 목표는 한국산 브랜드 관련 상품을 소싱하는 것이기 때문에 국내 판매자들이 중국 상품을 어디서, 어떻게 소싱할 것인가에 관해선 크게 관심이 없을 가능성이 큽니다.

 

 

K-상품이 C-커머스에 종속될지도

 

‘시나리오 쓰고 있네’라고 말씀하실 수 있지만요. 만약 정말 알리의 속내가 한국 시장 공략이 아니라 한국 상품을 바탕으로 한 크로스보더 확장에 있다면, 앞으로가 더 문제입니다. 왜냐면 글로벌 커머스 시장에서 우리 중소기업이 믿고 물건을 맡길 수 있는 플랫폼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네이버 커머스의 일본 진출은 이번 라인 사태로 사실상 실패가 드러난 모습이고요. 쿠팡과 큐텐을 한국 플랫폼으로 본다면, 이들의 영향력은 아직 대만과 싱가포르 등 아시아 일부 국가에 한정되고, 그 조차 규모가 크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반면 알리바바그룹은 미주와 구주를 포함한 전 세계에서 존재감이 막강하죠.

 

그래서 한창 글로벌 무대에서 한국 상품이 주가를 올리고 있는 요즘, 알리가 국내 제조사와 손잡고 세계 각국에서 K-카테고리를 선점한다면 말이죠. 앞으로 한국 상품은 중국 커머스 플랫폼에 완전히 종속될 가능성이 충분하단 게 수년간 크로스보더 커머스 사업에 종사한 이들의 공통된 의견이었습니다.

 

“CJ제일제당 햇반 보세요. 쿠팡이랑 수년째 전쟁 치르다 결국 알리로 갔잖아요. 요즘 알리는 ‘쿠팡에 지친 자들이여 모두 내게로 오라’는 식이에요. 그리고 이렇게 모인 셀러들에게 이렇게 제안하는 거죠. 우리랑 전 세계로 물건 한 번 팔아 볼래?

한국 커머스 플랫폼은 그간 국내 커머스 시장 안에서 자기네들끼리, 그리고 유통 대기업과 치고받기 바빴어요. 그러다 보니 글로벌 경쟁력은 거의 없다시피 한데요. 알리가 과연 한국 커머스 시장에서 쿠팡이랑 경쟁하려고 그 많은 돈을 투자하는 걸까요? 전 아니라고 봅니다. 쿠팡이 못 해주는 해외 진출을 무기로 국내 제조사들을 영입하려는 시도라 생각해요.

한국뿐 아니라 글로벌 소비자들도 압니다. 알리에서 살만한 공산품은 따로 있다고. 먹는 거나 몸에 바르는 건 웬만하면 알리를 피하는 게 낫다고. 그런데 얼래? 알리가 진퉁 한국산 식품이나 뷰티 상품을 팔기 시작하네? 심지어 다른 플랫폼에서 사던 것보다도 훨씬 싸네?

이렇게 본격적으로 한국 상품 매출이 나오기 시작하면요. 국내 제조사들은 갈수록 상품 통제권을 완전히 상실할 겁니다. 그때쯤이면 중국 커머스가 해달라는 거 정말 다 해줘야 해요. 아마 국내 유통사나 거대 플랫폼보다 잔인할걸요?”

– 10년차 크로스보더 이커머스 셀러 B씨

 

위 시나리오가 현실이 될지는 알 수 없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국내 플랫폼의 해외 경쟁력이 0에 가깝다는 뼈 때리는 사실입니다. 지난 레터에서도 소개한 적 있죠. 정부와 지자체의 국내 중소기업 해외 진출 지원 프로그램 및 예산 지원은 상당수 아마존, 알리바바, 쇼피 등 해외 플랫폼과 연계하고 있는데요. 어쩌면 최근 정부의 KC 인증과 직구금지법 이슈를 보고서 알리 측은 그저 웃고 있었을 수도요. 애초에 알리가 눈독 들였던 게 한국 시장이 아니라 한국 상품이었다면 말이죠.

 

 


 

 

넘어가긴 아쉬운 이야기들 :
온 세상이 C-커머스로 들썩이는 요즘

 

 

본문에서 잠깐 언급했으나, 우리에게 크나큰 충격을 주었던 ‘직구금지법’ 다들 기억하시죠? 지난 16일 정부가 소비자 안전 확보를 이유로 KC 마크를 받지 않은 지정 상품에 대한 해외직구를 당장 6월부터 차단한다고 발표했다가, 3일 만에 철회했는데요. 해당 소식에 사실 전 내심 독자 여러분의 팬레터, 아니 응원의 댓글을 기대했습니다. 왜냐면 무려 4월 3일 커넥터스 콘텐츠에서 제가 ‘KC 인증 관련 규제’ 소식을 먼저 전했기 때문입니다. 하나 슬프게도 ‘역시 커넥터스!’란 댓글을 달아주지 않으셨고요. 더 슬프게도 정부의 삼일천하 직구금지법 또한 아직 끝난 게 아닙니다.

 

몰려오는 중국산 직구 상품에 대한 대책으로 ‘국내 중소 및 중견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내용이 복수의 미디어를 통해 자주 눈에 띄는 요즘인데요. 특히 해외 역직구를 통해 국내를 넘어 새로운 판로를 개척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이 꼭 들어가더군요. 이에 대해 중소기업들은 해외 커머스 플랫폼과 협력하는 게 정말 어렵고, 또 마땅히 손잡을 국내 플랫폼이 없다는 입장이지만요. 그러나 때마침 큐텐이 드디어 위시 인수 후 첫 결과물을 내놨습니다. ‘위시플러스’란 이름으로 말이죠. 과연 큐텐은 국내 셀러들에게 해외 판매 날개를 달아줄 수 있을까요?

 

한편 정작 중국의 커머스 판세는 요즘 어떤가요? 국내 커머스가 대격변을 겪고 있듯, 중국 커머스 시장의 변화도 심상치 않습니다. 알리바바의 타오바오 중심 마켓플레이스, 위챗의 샤오청쉬 중심 소셜 커머스 시대를 지나, 메이투안과 더우인, 그리고 핀둬둬까지 참전한 ‘로컬 커머스’가 새로운 전장으로 주목받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커넥터스와 함께하는 데일리트렌드 콘텐츠를 통해 자세한 내용을 알 수 있어요.

 

이번 주 커넥트레터는 여기까지입니다. 요즘은 주 단위로 크로스보더 이커머스 관련 소식이 쏟아져 어쩌면 비슷한 내용의 콘텐츠가 반복된다고 느끼실 수 있겠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 필자인 저 역시 인지하고 있고요. 그래서 크로스보더 이커머스를 주제로 삼더라도 다른 방식의 접근과 취재 방식을 기획해 나가는 중입니다. 곧 그 결과물을 소개할 수 있을 듯하니 많은 기대 부탁드리겠습니다. 늘 감사드립니다.

 

 

[NOTICE] 네이버 프리미엄콘텐츠 입점 비즈니스 채널 구독자수 1위. 6000명 이상의 실무자, 대표자가 선택한 유통물류 콘텐츠 멤버십 커넥터스에서 더 많은 오리지널 콘텐츠와 다양한 업계 비즈니스 네트워크를 만나세요!

 


당 글은 넥터스와 모비인사이드의 파트너십으로 제공되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