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머스에서는 셀러 별로 다양한 데이터들이 만들어집니다. 방문유저, 노출, 클릭률, 구매전환율, 타깃 고객, 구매 리텐션, 인기 카테고리/키워드 등 커머스가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는 무궁무진합니다. 

만약 이 데이터를 셀러들에게 제공한다면 어떨까요? 더 좋은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거라 생각됩니다. 처음 시작하는 셀러도 빠르게 성장할 수 있을  같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매출을 많이 가진 셀러는 데이터를 분석하고 해석할 역량이 있지만, 아직 운영에 전문화되지 않은 중소 셀러에게 데이터는 너무 많고 복잡합니다. 데이터를 제공하여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합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최근 데이터 플랫폼을 개선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하였습니다. 진행하는 과정 속에서 배운 것들을 남기려 합니다.

 

 


 

 

‘데이터 역설, 넷플릭스 증후군’
과도한 데이터는 오히려 데이터의 중요성을 가립니다.

 

 

’21년 Dell에서는 비즈니스 역량을 넘어선 데이터 과부하가 심해지면서 오히려 사업적 통찰력을 얻기 어려워졌다는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직원/사내문화 등이 따라주지 않는 상황 속에서 과도한 데이터는 결정에 도움을 주기는 커녕, 장애물이 되는 경우가 있다는 의미이죠.

 

데이터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지만, 오히려 데이터 과부하가 심해지면서 통찰력을 얻기 어려워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 같은 현상은 디지털 혁신을 가로막는 장애요인으로 지적된다. 이른바 ‘데이터 패러독스(역설)’다. ‘디지털데일리 2021-08-19’

 

우리는 실생활에서도 이런 경험을 자주 합니다. 유튜브, 넷플릭스, 티빙, 아마존프라임 등 OTT의 다양성은 선택할 수 있는 콘텐츠(데이터)의 폭을 넓혔고 사람들은 자연스레 더 많은 콘텐츠를 누리게 될 줄 알았지만, 반대의 경우들이 자주 나타났죠.

 

넷플릭스, 티빙 등을 돌아다니며 더 재밌는, 더 볼만한 콘텐츠가 무엇인지 고민합니다. 어렵게 영상을 선택해서 보더라도 중간에 끄고 다른 영상을 다시 찾습니다. 

 

콘텐츠(데이터)는 많아졌지만 콘텐츠를 즐긴다는 목적/경험에는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이죠. 혹자들은 이를 ‘넷플릭스 증후군’이라고 명명합니다.

 

 


 

 

데이터를 선별하여,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야 합니다.

 

 

이처럼 대부분의 유저에게는 선별된 데이터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유저별로 데이터를 다루는 역량과 목적이 달라서 다양한 데이터를 펼쳐놓고 제공하는 경우에도, 포괄적인 정보에서 세부적인 정보로 등위를 나눠주는 것이 좋습니다.

 

이는 홈(이벤트, 상품, 배너 등)에서 카테고리/검색(특정 상품군), 상세페이지(특정 상품)으로 넘어가는 유저의 플로우와 비슷합니다. 책을 읽을 때 제목(전체를 포괄)에서 목차(각 세부 주제), 문단(세부 내용)으로 넘어가는 것과도 유사할 수 있습니다.

 

선별된 데이터는 유저가 정보에 집중할 수 있게 만들고, 적정 수준의 합리적 결정을 만들도록 독려합니다. 코스트코는 ‘소품목 저마진’으로 선별된 데이터를 제공하여, 고객의 선택(소비)을 이끌어낸 대표적인 사례로 꼽힙니다. 실제 코스트코의 판매 상품은 약 4천 개로 일반 대형마트의 10% 수준이죠. 적당한 수준의 데이터를 제공함으로 유저의 결정을 도운 것입니다.

 

이와 같은 사례는 배리 슈워츠 교수의 잼 실험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배리 슈워츠 미국 스와스모어대 심리학과 교수는 잼(Jam)을 이용해 흥미로운 실험을 했다. 그는 실험자들을 쇼핑센터에 데려가 잼을 구매하도록 했다. 한 그룹에는 6개의 잼을 보여줬고, 또 다른 그룹에는 24개의 잼을 보여줬다.

실험 결과, 매장 방문은 24개의 잼이 진열돼 있을 때 더 많아졌지만 정작 최종 구매량은 6개의 잼이 진열됐을 때가 더 많았다. ‘[눈에 보이는 경제] 선택의 역설에 대해, 중부일보, 2018.08.27’

 

 


 

 

셀러의 문제를 해결하는 정보도 무궁무진합니다.

 

 

셀러에게 필요한 데이터도 수없이 많습니다. 노출, 클릭률, 구매전환, 장바구니, 찜, 즐겨찾기, 타깃 고객, 키워드, 카테고리, 인기 상품, 지면, 기획전, 리텐션, 첫 구매, 재구매, 단가, 구매 주기, 가격 등 모든 데이터가 셀러의 서비스를 성장시키는데 중요합니다. 위에서 언급한 항목 외에도 다양한 데이터들이 사용될 수 있습니다.

 

그러면 ‘거래액을 키우자’라는 한 가지 목적에 초점을 두고 이를 구성하는 주요 지표들만 제공한다면, 셀러들이 충분히 활용할 만큼 데이터들이 단순해질까요?

 

 

거래액에서 뻗어나가는 데이터 구조

 

 

위에는 거래액을 이루는 주요 지표와 이를 분석해나가는 트리 구조를 간단히 그려보았습니다. 보시는 것처럼 분석을 진행하려는 시작점에 따라 거래액은 다양한 방향으로 뻗어나갈 수 있습니다. 구매, 주문, 단가 지표까지도 그려본다면 경우의 수는 훨씬 많아질 것입니다. 만약 이렇게 다양한 경우의 수를 모두 제공한다면, 셀러들은 오히려 혼란스러워할 것입니다.

 

‘어떠한 문제를 해결하자’라고 목적을 단순화 한다고 해서, 봐야하는 데이터가 단순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셀러에게 적절한 정보의 층위를 제공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셀러가 원하는 정보를 단순하고 적절하게 제공할 수 있을까요? 애초에 왜 ‘거래액을 키워보자’라는 단순한 목적에도 이렇게 복잡한 데이터들이 그려지는 걸까요?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정보(수단)에는 층위가 존재하고, 어떠한 층위까지 바라보느냐에 따라 목적을 달성하는 전략의 다양성이 결정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목적을 단순화하는 것을 넘어, 유저별로 어느 정도의 층위까지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적절한가를 고민해야 합니다.

 

 

 

 

위처럼 거래액을 위한 데이터에도 층위가 있고, 유저별로 관리하기 적절한 데이터가 다릅니다. 소형 셀러는 커머스 운영에 대한 노하우도 부족하고, 인적 자원이 없기에 깊이 있는 층위의 정보를 볼 수 없습니다. 셀러의 규모가 커지고, 직원 수가 많아질수록, 업무에 익숙해질수록 관리 가능한 데이터 층위는 깊어집니다.

 

 


 

 

누구나 활용할 수 있는 층위의 데이터로 시작하려 합니다.

 

 

이러한 고민들을 통해 저희는 기존의 플랫폼에서 많은 데이터에 대한 접근성을 제공한 것이 오히려 셀러들의 서비스 접근성을 떨어트리는 결과를 만들었다는 가설을 세우게 되었습니다.

자연스레 저에게는 데이터를 어떠한 순서/배치로 제공할지에 대해 고민하는 과제가 주어지게 되었죠. 셀러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고, 이해 가능하도록 데이터를 시각화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요? 제품의 플로우를 만들 수 있을까요?

다음번에는 제가 개인적으로 플로우를 그릴 때 사용하는 방식에 대해 나눠보겠습니다 🙂 

 


Tree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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