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전 세계 인구가 어느 정도 되는지 알고 계시나요? ’60억 지구’라는 표현을 사용했던 것이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어느새 80억 명에 도달했다고 합니다. 갑자기 인구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오늘의 주인공인 ‘핀터레스트(Pinterest)’의 월간 활성 사용자 수(MAU)가 5억 명을 돌파했다는 소식을 듣고, 이 숫자가 얼마나 대단한 지 체감해 보기 위해서입니다.
MAU가 5억 명이 넘었다는 것은 단순하게 계산했을 때 전 세계 인구 16명 중 1명이 최소 한 달에 한 번은 핀터레스트에 접속하고 있다는 뜻인데요. 비록 30억 명의 페이스북과 20억 명의 인스타그램에 비교하면 아직 덩치가 작아 보이지만, X(트위터)와 비슷한 수준(6억 명)으로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수준까지 올라섰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핀터레스트가 이처럼 많은 인기를 끌고 있음에도, 주 사용자 층이 젊은 세대 & 여성 사용자이다 보니 그 파급력에 대해 잘 모르는 분들도 계시는데요(제가 그랬습니다). 오늘은 저처럼 핀터레스트를 단순한 짤과 섬네일을 찾기 위한 곳으로만 알고 계시는 분들을 위해, 핀터레스트에 대해 집중 탐구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려고 합니다.
핀터레스트가 뭐야?
핀터레스트는 ‘Pin’과 ‘Interest’의 합성어로,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자신의 흥미나 취미에 관련된 사진을 마치 핀으로 고정하듯이 게시하는 소셜 미디어 플랫폼입니다. 사용자는 자신의 작품을 핀으로 고정할 수도 있지만, 다른 사람들의 작품을 퍼와서 게시판에 붙여 놓는 데 특화되어 있으며, 링크를 추가하여 게시하면 출처가 함께 저장되어 사진을 클릭하면 해당 원본 자료가 있는 사이트로 넘어가게 됩니다.
최근 이미지 저작권 보호가 강조되면서, 상대적으로 고품질이면서 출처가 명확한 자료들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핀터레스트는 디자이너들에게 필수 사이트로 부각되며 인기를 끌기 시작했는데요. 이제는 전문가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인기를 끌면서 점차 몸집이 비대해지고 있습니다.
뭐가 다르길래?
사실 핀터레스트 외에도 이미지를 공유하는 소셜 미디어는 인스타그램을 포함해 많이 존재하는데요. 최근 들어 핀터레스트가 각광을 받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여기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다음의 세 가지로 요약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검색 엔진의 대체
최근 소셜 미디어는 검색 엔진의 역할을 점차 대체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OO 맛집’을 검색 포털에 검색했다면 최근에는 인스타그램 등에 검색해 보는 것처럼 말이죠. 이러한 흐름 속에서 핀터레스트는 이미지 기반 검색에 최적화된 플랫폼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핀터레스트가 고품질의 이미지를 다수 보유하고 있다는 것도 장점으로 작용하지만, 사용자의 취향에 맞춰 검색되는 AI 알고리즘이 뛰어나다는 점도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핀터레스트는 구체적인 키워드로 검색하기보다는 검색 중 유사한 사진들을 탐색하면서 원하는 사진을 찾는 방식으로 유명한데요. 이러한 방식은 명확한 정보성 글을 찾을 때에는 단점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이미지와 같은 정보를 검색할 때에는 더 많은 영감을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장점으로 작용합니다. (이는 자연스럽게 사용자 체류 시간을 늘리는 데도 효과적인 전략이 되어 광고 수익의 증가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2) 독특한 포지셔닝
분류상 소셜 미디어로 분류되기는 하지만, 사실 핀터레스트는 소셜의 기능은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사용자들은 자신이 필요로 하는 사진들을 자신의 계정에 저장해 놓고 언제 어디서든 접근할 수 있는 클라우드처럼 활용하려는 경향이 강한데요. 이는 마치 쇼핑할 때 당장 구매는 하지 않더라도, 장바구니에 원하는 물건을 넣어두는 것만으로도 만족감을 느끼는 것과 유사한 효과를 제공합니다.
이렇듯 핀터레스트를 사용하는 사용자들은 자신의 관심사가 명확하게 드러나다 보니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사용자들끼리 자연스럽게 커뮤니티를 형성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이는 핀터레스트의 창업자인 실버만이 의도한 바이기도 한데요. 실버만은 초창기 핀터레스트를 알리기 위해 만든 모임에서, 서로 처음 만나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관심사에 대해 진솔한 대화를 나누는 것을 목격했고, 이를 통해 공통된 관심사를 공유하는 사람들을 연결하는 것이 핀터레스트의 본질임을 깨달았다고 전해집니다.
비록 경쟁 SNS들이 자극적인 콘텐츠를 통해 빠르게 성장하는 동안 핀터레스트는 다소 늦은 성장세를 보여왔지만, 묵묵히 자신들의 목표대로 성장시켜 왔으며 지금은 그 목표 의식이 핀터레스트만의 독특한 포지션을 만들어내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참고로 핀터레스트와 인스타그램은 거의 동일한 시기인 2010년에 출시했으며, 출시 초기에는 핀터레스트가 더욱 많은 사용자를 확보하기도 했습니다)
3) 시대적 환경
최근 다양한 연구에서 SNS 활용이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결과가 이어지고 있고, 이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신뢰할 수 있는 SNS로 만들기 위한 핀터레스트의 노력이 사용자 확보에 유리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Business Insider의 2022 Digital Trust Report에서 핀터레스트가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던 링크드인을 밀어내고 1위를 차지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특히 SNS가 이커머스의 영역까지 넘보고 있는 상황에서 신뢰도는 더욱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많은 브랜드들이 핀터레스트를 통해 제품을 판매하고 있으며, 사용자들은 플랫폼에서 영감을 받고 즉시 구매로 이어지게 합니다. 예를 들어, ‘집 꾸미기’로 검색할 경우 사용자의 취향에 맞는 다양한 아이템이 제공되고, 원하는 제품을 바로 구매를 할 수 있도록 시스템화되어 있습니다.
돌풍은 계속될까?
그렇다면 앞으로도 이들의 돌풍은 계속될 수 있을까요? 제 개인적으로는 여전히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됩니다. 우선, 소셜 미디어와 이커머스가 결합된 이른바 ‘소셜커머스’의 정석으로 발전하고 있는 핀터레스트는 이를 통해 수익성을 크게 개선하고 있습니다. 많은 SNS가 광고 수익에 의존하여 불확실한 경제 상황 앞에 유동성이 큰 것과 달리, 핀터레스트는 커머스 확대 등을 통한 사업 다각화로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특히 Z세대의 수요가 높다는 점도 기회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흥미로운 조사 결과가 하나 있는데요. 패션비즈의 조사에 따르면 1996~2010년에 태어난 이들이 패션을 참고할 때 가장 많이 찾는 채널 3위가 핀터레스트로 꼽혔습니다. 대상을 여자로 한정 지었을 때는 인스타그램에 이어 2위를 차지할 정도인데요. 미국뿐만 아니라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점차 트렌드의 중심이 되어가고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비록 지금은 핀터레스트에서 스타일을 참고만 하고 전문 패션 커머스에서 구입하는 비율이 높지만, 이를 반대로 보면 핀터레스트의 커머스 확장 기회가 아직 많이 남아있다는 뜻으로도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Z세대의 수요가 높다는 것은 도전이기도 합니다. 이들은 트렌드에 민감하고 변화가 빠른 ‘디지털 유목민’이기 때문에, 지속적인 유입을 보장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이를 위해 핀터레스트의 장점인 신뢰도 높은 이미지와 양질의 자료들이 지속해서 유지되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또한 소셜 미디어와 커머스 간의 경계를 절묘하게 운영해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는데요. 이 부분의 경우 아직까지 실험 단계로 결과를 끝까지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까지 핀터레스트에 대해 알아보았는데요. 오늘의 레터가 도움이 되었기를 바라며, 테크잇슈 역시 핀터레스트와 마찬가지로 꾀부리지 않고 구독자분들의 관심사에 부합하는 양질의 콘텐츠를 꾸준히 제공하겠다는 다짐으로 마무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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