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포스팅을 보면 본인 회사가 얼마나 대단한지, 팀원들이 얼마나 행복한지에 대한 글들을 쉽게 접한다. 지인 가운데 스타트업 창업자나 리더 포지션인 분들이 많다 보니 더욱 그런 면도 있다. 나 역시 스타트업 임원으로 일했을 때는 한 달에 한 번 꼴로 회사 근황을 올리곤 했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좋은 소식을 전할 때도 있었고 힘든 소리를 늘어놓을 때도 있었지만 결국 은근히 회사나 직원들 자랑하는 내용이었다.
흥미로운 사실은 정작 주니어 직원들은 SNS에 회사 생활이 얼마나 행복한지, 자신의 리더가 얼마나 멋진지에 대한 포스팅을 거의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대중들이 볼 수 있게 포스팅하는 데 있어서 포지션이 낮을수록 망설여지는 부분이 많기 때문일 수도 있다. 이런 사실을 감안해도 리더가 바라보는 회사의 모습과 직원이 바라보는 그것과는 확실한 차이가 있다.
대표가 ‘우리 회사는 여느 회사 부럽지 않은 최고의 문화를 갖고 있어요!’, ‘직원들이 열정이 넘쳐서 제가 감당이 안 돼요!’라고 말하는 회사, 이와 반대로 직원들이 ‘우리 회사는 정말 뛰어난 직원이 최고의 복지예요!’, ‘우리 리더십들은 정말 합리적인 분들이에요!’라고 언급하는 회사, 둘 중 어느 회사가 매력적일까?
리더의 착각
리더는 구조적으로 직원들의 시각을 정확하게 인지하기 어렵다. 회사가 수직적인 문화인 경우는 더더욱 그렇다. 예로, 필자의 첫 회사의 경우 창립 100주년에 가까운 전형적인 한국 기업으로 수직적인 문화 그 자체인 곳이다. 몇몇 리더들은 자신의 심복을 심고는 직원들의 분위기를 살피곤 했다. 좋게 말하면 충신, 나쁘게 말하면 스파이였다. 그런다고 직원들의 생각을 제대로 파악했을까? 아니다. 왜냐면 충신 또는 스파이들은 리더의 입맛에 맞게 분위기를 전달하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가 아니더라도 직원들이 어떤 피드백을 하더라도 보호받을 수 있는 ‘심리적 안전감’이 보장된 회사가 아닌, 한 리더의 눈으로 본 회사의 모습은 실제와 다를 수밖에 없다.
스타트업이라고 다를까? 아니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가장 먼저는 리더와 직원들의 마인드 셋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스타트업의 리더는 창업자라고 할 수 있다. 창업자가 회사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직원들과 너무나도 차이가 난다. 창업자는 회사 생각에 365일 밤잠을 이루지 못하는 이들이다. 창업 초기엔 매달 월급일 전날마다 직원들 월급을 제대로 줄 수 있을지 조마조마하는 이들이다.
스타트업 직원들은 일반적으로 조금 더 모험적이고 오픈 마인드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직원으로서 회사를 바라본다. 개인 성장의 기회가 찾아오면 언제든 옮길 수 있다. 창업 초기 멤버들의 경우 조금 더 창업자와 함께 한배를 탔다는 생각을 하는 편이지만 결국은 월급쟁이의 한계가 있다. 내가 머물렀던 스타트업 대부분 입사한 순서대로 회사를 떠났다.
미국 스타트업에서 일했을 때 일이다. 필자는 창업한 지 반년이 조금 넘었을 때 전략 리더로 조인했다. 당시 40명 규모였던 회사는 몇 달 뒤 70명 규모로 몸집을 키웠다. 거의 매주 새로운 멤버가 합류했다. 매주 금요일이면 모든 직원들이 참석하는 타운홀 미팅이 열렸는데, 창업자 그룹은 회사에 얼마나 대단한 인재들이 조인했는지 자랑했다. 실제 면면을 보면 대단하게 느껴지는 분들이 많았다. C 레벨들은 외부와 미팅 때마다 회사가 얼마나 많은 스타플레이어를 보유하고 있는지 강조했다. 창업자들은 스타플레이어를 모았으니 회사의 성공이 가시화된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당시 직원들은 혼란의 시기를 겪고 있었다. 대단한 사람들을 모아뒀는데 정작 회사가 해결해야 하는 문제들은 거의 대부분 제자리였기 때문이다. 회사는 당장 시장에 론칭할 솔루션을 만들어서 실적을 내야 했다. 그리고 급격히 커진 조직을 교통정리해서 이끌 리더십도 필요했다. 하지만 회사에서 영입한 인재들은 큰 회사에서 안정적인 프로세스 안에서 실적을 냈던 이들이었다. 입사하자마자 팀원들을 챙겨야 하고, 매일 새로운 결과물을 만들어야 하는 시스템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런 그들을 바라보던 기존 직원들은 마음에 늘 물음표를 달고 있었다.
리더들은 회사를 스타플레이어가 모인 곳, 수평적인 문화가 꽃을 피운 곳으로 자랑했다. 하지만 실상은 구슬이 서 말이어도 꿰어야 보배인데 그러지 못한 어정쩡한 조직, 수평적인 문화가 아닌 문화 자체가 자리 잡지 못한 조직이었던 것이다. 창업자 그룹과 긴밀하게 소통했던 나 역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순 없었다. 한 번 더 같은 상황이 주어진다면, 슈퍼스타 대신에 일당백 역할을 할 수 있는 일잘러를 뽑고, 모든 구성원이 합의한 심플하면서 효율적인 업무 프로세스를 빠르게 구축할 것이다. 한편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몸집을 키웠던 회사는 예상했던 만큼 시장이 형상되지 않아 1년 만에 문을 닫았다. 그리고 C 레벨들이 자랑스러워했던 직원들은 콩가루처럼 흩어졌다.
리더와 직원은 행복의 근원이 다르다
여러 가지로 어려움을 겪고 있던 교회의 리더가 나에게 했던 말이 떠오른다.
“마크, 제가 섬기는 교회가 지금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저는 어느 때보다 지금 행복해요. 교회가 성장이 더디고 구성원들이 미래에 대해 불안해하는 것은 사실이에요. 하지만 저는 그런 것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워요. 그래서 자신 있게 지금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의 말을 듣고 실망했고 또 슬펐다. 왜냐하면 내가 아는 한 그 교회의 젊은이들은 불확실한 교회의 미래 모습에 낙담하고 있었고 리더십의 변화를 원했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서 리더가 자신은 누가 뭐래도 행복하다며 즐거워하고 있으니 그 교회의 미래가 어두워 보였다.
회사 역시 마찬가지다. 리더가 생각하는 행복의 우선순위와 직원의 그것과는 차이가 있다.
최근 포브스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행복한 직원들을 만드는데 중요한 5가지가 있다. 달성 가능한 목표를 자주 설정하고, 성공을 축하해 주고, 직원들의 전문성을 활용하고, 피드백을 듣고, 워라밸에 대한 그들의 의견을 존중하는 것이다.
직원들의 행복은 상당히 개인적인 부분에서 비롯된다. 궁극적으로 회사의 성공과 연결된다고 말할 수도 있지만 직원들이 직접적으로 행복을 느끼는 부분은 지극히 개인적이다. 하지만 리더는 직원 개개인의 행복 요인도 물론 중요하지만 회사 차원의 가시적인 부분들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리더들에겐 ‘보이는 것이 곧 믿는 것’이다. 수치화된 성공, 가시적인 성과, 대외적인 자랑거리처럼 확실한 것을 선호한다.
이런 괴리감 때문에 리더가 회사에 대한 자랑을 많이 했음에도 얼마 가지 않아 리더 당사자가 회사를 떠나는 일이 생긴다. 얼마 전에도 회사 직원들에 대한 애착과 본인 업에 대한 만족감을 종종 올렸던 대표가 소리 소문 없이 회사를 떠나기도 했다. 또한 조직에 대한 상당한 자부심으로 유명했던 분이 철저한 실패를 경험하고 다시 1인 기업으로 시작한 일도 있었다.
리더의 평판이 곧 회사의 평판
캐나다에 있는 필자는 한국과 미국 스타트업에서 원격근무로 일해오다 현재 캐나다 기업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다. 무엇보다 캐나다에 겨우 3년 살았기 때문에 현지 기업에 대한 정보가 너무나 부족하다. 그래서 결국은 구직 사이트에 올라온 직원들의 리뷰를 참고하게 된다. 평점이 안 좋은 기업의 공통점이 있다. 바로 리더십에 대한 혹평이다. ‘직원의 공을 모두 자기 공으로 낚아챈다’, ‘직원들에게 말을 함부로 한다’, ‘회사의 발전보다는 본사에 잘 보이는 데 혈안이 되어 있다’는 식의 글들이 가득하다.
필자의 경우 5개 이상의 기업에서 일을 해왔지만 회사의 평판은 결국 리더가 만든다. 물론 구성원 각자의 노력이 필요하지만, 무능한 리더 아래 제대로 된 회사 문화나 평판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때문에 리더는 회사에 대해 이야기할 때 직원들 이야기보다 본인 이야기를 더 자주 하는 것이 때로는 현명한 선택이다. 꼭 성공 스토리만 공유할 필요는 없다. 본인의 의사결정으로 진행됐던 굵직한 일들에 대해 그 과정에서 겪었던 어려움과 극복에 대한 이야기, 이 부분을 구성원들과 숱한 시행착오와 치열한 고민을 통해 어떻게 해결하고 결과물을 냈는지를 공유하면 그것이 곧 리더의 평판이 되고 곧 회사의 평판이 된다.
최근 많은 직장인들이 팔로우하는 리더들의 글을 떠올려보면, 그들은 직원들이 주인공인 이야기가 아니라 본인이 직접 겪은 일들을 풀어내는 공통점이 있다는 것을 발견할 것이다. 이런 일련의 과정이 제대로 진행된다면, 직원들이 리더의 평판을 좋게 평가하고, 리더의 평판이 곧 회사의 평판이 되어 회사의 대외적인 인지도와 브랜드 가치가 상승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진다.
이제는 누군가의 리더로 일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필자의 가장 큰 고민 역시 ‘나는 어떤 리더인가?’, ‘내 직원들은 혼란스럽기보다 모든 것이 명확한 상태로 일하는가?’, ‘나만 행복하고 직원들은 얘기하지 못하는 어려움으로 힘들어하진 않나?’에 대한 것들이다.
결국 리더는 특정 분야에서 직원들보다 뛰어난 실력을 가진 사람이 아니다. 반대로 본인보다 특정 분야에서 뛰어난 직원들이 자기 나름의 행복감을 느끼며 성취감을 느끼며, 회사의 목표를 달성하게 하는 사람이다. 누군가에게 괜찮은 리더로 기억되는 일들이 많아지길, 그리고 나와 함께한 시간들이 행복했던 시간들로 기억되길 바란다.
Mark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
모비인사이드의 뉴스레터를 구독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