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링크드인(Linked in) 사용하시나요? 제 개인적인 경험을 조금 공유해 보자면, 저는 SNS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이 있는 데다가 링크드인이 가지고 있는 특유의 분위기에 접근하기 어렵다고 느껴져 활용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최근 뉴스레터를 발행하기 시작하면서 홍보 채널로써 링크드인을 사용하게 됐고, 지금은 천천히 링크드인에 녹아들고 있는 중입니다. 

 

사실 링크드인을 본격적으로 사용하기 전까지는 구인/구직 플랫폼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는데요. 실제로 사용해 보니 그보다는 사용자 간의 비즈니스 인사이트를 나누는 공간에 가깝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피드들의 내용을 살펴보면 페이스북보다는 무겁지만 또 마냥 어렵지는 않았고, 트위터보다는 진지하지만 잘 정제되어 있어 부담 없이 접근할 수 있다는 느낌이었습니다. 비즈니스 프로필을 걸고 활용하는 플랫폼이라는 점이 확실한 이점으로 발휘되는 것 같았습니다.

 

 

데이터 출처 : 링크드인 (편집 : 이재훈)

 

 

이처럼 링크드인은 자신들만의 공고한 영역을 구축하며, 수많은 SNS가 난무하는 상황에서도 뚜렷한 존재감을 발휘해 왔는데요. 그런 링크드인도 사용자가 10억 명에 근접하면서 더 이상 예전만큼의 폭발적인 성장세를 이어가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습니다. 이에 전환점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링크드인은 최근 새로운 시도들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링크드인에서 게임을?

 

가장 먼저, 링크드인은 게임 도입 계획을 밝혔습니다. 게임은 ‘핀포인트(Pinpoint)’, ‘퀸즈(Queens)’, ‘크로스클라임(Crossclimb)’ 등 간단한 사고력을 요하는 3가지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링크드인은 사용자들이 가볍게 게임을 이용하면서 그 결과를 직장 동료나 대학 동기들과 공유함으로써, 보다 유연하게 네트워크를 확장할 수 있게 지원할 계획입니다. 다소 뜬금없어 보이지만 개인적으로 이는 똑똑한 전략으로 보입니다. 

 

 

출처 : 링크드인

 

 

게임 도입의 표면적인 목표는 네트워킹 촉진이지만, 궁극적으로는 활성 사용자 수를 증가시키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됩니다. 그동안 링크드인은 전 세계 10억 명이라는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활성 사용자 수에서는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에 머물렀는데요. 이는 사용자들이 특정 목적이 있을 때만 접속하고, 평소에는 활발히 사용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링크드인은 매일 업데이트되는 게임을 추가함으로써 사용자들의 꾸준한 유입을 유도하고, 더 오래 머무르게 할 계획입니다. 이는 ‘시장 점유율’보다 ‘시간 점유율’이 중요해지고 있는 요즘, 사용자들의 시간을 확보하기 위한 중요한 전략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물론 이 과정에서 링크드인의 본연의 목적인 네트워킹과 구인/구직을 침범하지 않도록 적절한 운영의 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긍정적인 측면은 단순한 중독성 게임을 선택한 것이 아닌, 5분 이내에 클리어되는 두뇌 활용 게임을 선택했다는 점입니다. 이는 기존의 진지한 브랜드 이미지를 유지하면서도 사용자들이 가볍게 리프레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거스를 수 없는 숏폼 헤게모니

 

링크드인의 두 번째 계획은 숏폼 포맷 도입입니다. 기존에도 이미지와 동영상을 첨부할 수 있었지만, 링크드인은 텍스트가 중심이 되는 플랫폼이었는데요. 아무래도 숏폼의 거대한 흐름을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다고 판단한 듯합니다. 

 

테크크런치(TechCrunch)에 따르면, 링크드인은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 등의 숏폼 영상을 연동하는 방식이 아닌 자체 숏폼 동영상 피드를 개발 중이며, 형태는 다른 숏폼들과 유사하게 세로형 포맷으로 제공될 것이라 합니다. 운영 방식이나 형식은 기존 숏폼 서비스와 비슷하지만, 링크드인은 단순한 재미 요소의 영상들이 아니라 커리어와 전문성에 초점을 맞춘 콘텐츠로 차별화를 둘 예정입니다.

 

링크드인은 사용자들이 동영상을 통해 학습하길 선호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숏폼을 통해 커리어 성장과 구직 활동에 필요한 정보를 빠르고 효율적으로 제공하겠다고 전했는데요. 숏폼이 필요한 정보를 간결하게 전달하여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은 틀린 말은 아니지만, 사용자들이 링크드인에 기대하는 정도의 인사이트를 과연 숏폼에 담아낼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결국 숏폼 도입의 목적 역시 궁극적으로는 사용자의 유입과 체류 시간을 확대하려는 것이 가장 크다고 볼 수 있는데요. 이러한 변화가 단기적으로는 사용자의 유입에 도움이 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과연 링크드인에게 이득이 될지는 미지수입니다.

 
 
 
데이터 출처 : Business Insider (편집 : 이재훈)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링크드인이 가지는 가장 큰 가치는 양질의 콘텐츠에 있습니다. 롱폼 텍스트가 중심을 잘 잡아주면서 전문성이 강화되고, 이를 통해 많은 인재 유입되며 구인/구직 활동을 촉진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왔습니다. Business Insider에서 조사한 소셜 미디어 신뢰 순위에서 항상 1~2위를 유지하고 있는 비결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무게중심이 숏폼으로 이동할 경우 링크드인이 가지고 있는 강점을 약화시킬 수 있는 우려가 있습니다. 더욱이 숏폼 서비스가 범람하고 있는 상황에서 링크드인의 숏폼이 두드러진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은데요. 결과적으로는 링크드인이 명확한 정체성 없이 말 그대로 ‘이도저도 아닌 상황’에 놓일 수 있습니다. 

 

 


 

 

숏폼도 좋지만..

 

링크드인의 변화 시도는 필연적이었습니다. 시대 흐름에 편승하지 못하면 뒤처질 것이라는 걱정도 당연히 따랐을 것입니다. 그러나 세계적인 기업들 대부분 자신의 약점을 개선하기보다는 기존의 강점을 더욱 강화함으로써 성공을 거두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대표적으로 구글은 메인 페이지에 오로지 검색창 하나만 두고, 검색 엔진의 기술을 극한으로 끌어올리며 전 세계 90% 이상의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으며, 애플은 사용자 경험과 디자인에 집요하게 파고들어 ‘애플스러움’이라는 브랜딩을 구축해 최고의 기업이 되었습니다. 

 

혁신을 추구하면서 고유의 강점을 강화하고 발전시키는 것이 매우 어려운 일임은 분명하지만, 링크드인이 보여준 선택은 고민 끝에 나온 결론이라기보다는 처음부터 쉬운 길을 선택한 것은 아닌지 우려가 되는데요. 중대한 기로에 서있는 링크드인, 과연 이번 변화로 어떤 결과를 맞이하게 될지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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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글은 Tech잇슈님과 모비인사이드의 파트너십으로 제공되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