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치기 아저씨의 등장

 

이솝우화 ‘양치기 소년’을 기억하시나요? 이 우화에서 양치기 소년은 마을 사람들에게 늑대가 나타나 양을 잡아먹는다는 거짓말을 하여 마을 사람들을 골탕 먹이곤 했는데요. 장난이 몇 차례 이어지자 양치기 소년은 신뢰를 잃었고, 진짜로 늑대가 나타났을 땐 아무도 이 말을 믿어주지 않아 양 떼를 모두 잃게 됩니다. 그리고 최근 미국에서 양치기 소년의 자리를 위협하는 ‘양치기 아저씨’가 나타났습니다. 과연 어떤 거짓말들을 해왔길래 양치기 아저씨라 부르는 걸까요? 

 

2015년 : ‘OOO’가 3년 안에 완전 자율성을 달성할 것

2016년 : ‘OOO’가 2017년 말 이전에 사람의 개입 없이 대륙 횡단을 할 수 있을 것 

2019년 : ‘OOO’가 2020년에 주당 100시간씩 스스로 운전하여 차주에게 돈을 벌어다 줄 것

 

이쯤 되면 양치기 아저씨가 누구인지 눈치채셨을 것 같은데요. 네, 바로 테슬라를 이끌고 있는 일론 머스크의 이야기입니다. 당연하게도 위에 제시된 내용 중에 실제로 이루어진 바는 하나도 없습니다. 그런 가운데 최근 한 가지 공약을 더 내세우면서 많은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출처 : 일론 머스크 X

 

 

바로 테슬라가 8월 8일에 로보택시를 출시한다고 발표한 것인데요. 이 소식이 알려지자 최근 곤두박질치던 테슬라의 주가가 급등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테슬라의 1분기 실적 발표에서 매출이 9% 감소하고 영업이익이 반토막이 나는 상황에서도 투자자들이 여전히 그의 말을 신뢰하고 있다는 것을 반증합니다. 그렇다면 정말로 이번에는 그의 말을 믿어봐도 될까요? 

 

 


 

 

근거 있는 자신감?

 

우선 머스크의 계획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그는 로보택시를 에이비앤비와 우버가 합쳐진 형태로 운영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택시의 차량 일부는 테슬라에서 직접 운영하지만, 상당수는 테슬라를 보유하고 있는 차주에게서 확보하겠다는 의미입니다. 테슬라의 차주는 원할 때마다 자신의 차량을 자율주행 택시로 활용하도록 허가할 수 있습니다. 자신의 차량으로 수익이 나면 보상을 받게 되는 시스템입니다. 

 

 

테슬라 차량 호출 서비스 UI (출처 : 테슬라)

 

 

고객은 위와 같은 차량 호출 앱을 통해 택시를 호출할 수 있습니다. 차량을 기다리는 동안 앱을 활용해 차량의 실내 온도를 조절하거나 차량의 위치 및 도착 시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차량에 탑승해서는 주행 모드로 바뀌며 음악 선택도 가능합니다. 이처럼 차량공유 앱 UI를 공개하고 8월 8일이라는 날짜를 특정한 것으로 미뤄 보았을 때, 이번에는 머스크가 꽤 자신 있어 보입니다.

 

 


 

 

누구나 그럴듯한 계획은 있다

 

일론 머스크가 발표한 계획대로만 된다면, 테슬라의 차주는 직장에서 근무하는 동안 자신의 차량도 열심히 돈을 벌어다 줄 것이며, 해외로 휴가를 떠나 있는 동안에도 열심히 휴가비를 벌어다 줄 것입니다. 분명 꽤 그럴싸해 보이는 계획입니다. 그러나 그들이 풀어야 할 숙제는 여전히 많이 남아있습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크게 두 가지의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기술력’과 ‘규제’입니다. 우선 현존하는 기업 중 테슬라가 자율주행 부분에 있어 가장 좋은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완전 자율주행으로의 전환은 여전히 많은 기술적 장벽을 가지고 있습니다. 더욱이, 안전 당국의 요구로 자율주행 기술이 적용된 차량 200만 대 이상을 리콜하라 요구한 것이 불과 5개월 전 이야기입니다. 

 

미국 도로교통안정청(NHTSA)은 2021년 8월에 시작된 자동 조종 장치의 안전성 조사에서 최소 한 명의 사망사고를 포함한 13건의 테슬라 차량 충돌을 확인했으며, 이들 사고 대부분이 시스템의 오용에서 비롯된 것임을 지적하면서 심각성을 경고했습니다. 테슬라가 내부 테스트에서 로보택시를 위한 기준을 통과했다고 하더라도 실제 도로 환경에서 예측 불가능한 변수들을 완벽하게 처리하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임을 기억해야 합니다.

 

 

애리조나주 챈들러에서 자율주행 차량을 테스트하던 중 사고가 난 웨이모 (출처 : abc15)

 

 

또한, 자율주행 기술이 완벽하다고 할지라도 바로 택시 사업을 시작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일반적인 자율주행 차량이 사고와 비교했을 때 자율주행 ‘택시’가 사고 난 경우는 책임소재와 보험 적용 등에서 더욱 복잡한 문제가 발생합니다. 이에 따라 규제와 법안도 달리 적용되어야 합니다. 

 

테슬라와 달리 처음부터 자율주행 택시 서비스를 목표로 사업에 뛰어들었던 ‘웨이모(Waymo)’ 조차도 규제 승인을 얻기 위해 많은 시간과 공을 들여야 했습니다. 정부로부터 승인을 받고 운행을 하고 있는 지금도 여전히 웨이모에 대한 불신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현재 테슬라의 경우 어떤 과정에 있는지 명확히 밝혀진 바가 없으며, 규제 승인 과정도 초기 단계일 것으로 추측됩니다. 따라서 남은 4개월 만에 이 모든 숙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상황입니다.

 

 


 

 

양치기 소년도 마지막엔 진실을 말한다

 

이야기 속 양치기 소년이 항상 거짓말을 했던 것은 아닙니다. (비록 교훈을 만들어주기 위해서이긴 하지만) 마지막에 한 번은 진실을 말하고 결말을 맞이하게 됩니다. 마찬가지로 일론 머스크도 분명 언젠가는 진실을 말하게 되는 날이 오기는 올 겁니다. 그러나 양치기 소년과 달리, 머스크 본인도 자신이 말한 바가 정말 진실인지 아닌지 모른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그가 지금까지 발표한 내용들이 정말 진실일 것이라 믿고 발표했을 수도 있고, 아니면 스스로 동기부여를 만들기 위해 과감한 목표를 내지른 걸 수도 있습니다. 과거에 그가 어떤 마음으로 공약을 내걸었든, 이제 일론 머스크에게 남은 거짓말의 기회가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거짓말의 한도가 초과되면 우화 속 마을사람들처럼 투자자들의 마음을 잃을 수 있으니 앞으로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위 글은 ‘Tech잇슈’ 뉴스레터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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