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비즈니스를 공부하다 보면, 네트워크 효과의 강력함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됩니다. 특정 사용자 그룹이 증가하면, 다른 사용자 그룹이 증가하거나, 혹은 특정 사용자 그룹 안에서 상호작용이 증가하면서 플랫폼에 대한 몰입을 높이는 것이 이런 네트워크 효과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보통 ‘선순환’이라는 표현도 사용합니다.
플랫폼 비즈니스의 대명사가 바로 소셜미디어(SNS)입니다. 그래서 이미 엄청난 사용자를 확보한 페이스북(메타), 인스타그램, 틱톡과 같은 서비스를 대신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기존에 배달(물류) 서비스를 제공하는 우버이츠가 릴스, 틱톡과 같은 숏폼 영상 피드를 제공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번 아티클에서는 ‘왜 우버이츠는 이런 프로덕트를 만들게 되었을까’를 다뤄보겠습니다.
우버이츠의 SNS 도전, 숏폼 비디오 피드 출시
지난 4월 8일, 우버이츠(Uber Eats)는 틱톡(Tiktok) 형식의 비디오 피드를 출시한다고 밝혔습니다. 우버이츠가 제공하려는 것은 ‘음식 SNS’라고 볼 수 있습니다. 레스토랑이 판매촉진을 위해 영상을 올리지만, Director of Product인 Verma에 따르면 이들의 피드는 음식과 관련된 경험이나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의 영상이 중심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앞에서 소셜미디어라고 표현했지만, 엄밀히 따지면 소셜미디어는 아닙니다. 공개된 프로덕트 기준으로는 일반 고객이 영상을 올리는 것은 제공하지 않고, 판매자 쪽에서 가게의 홍보 목적으로 영상을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들의 프로덕트가 노리는 고객은 인스타그램, 틱톡의 사용자가 될 것 같다는 관점에서 저는 이것을 식음료계 소셜미디어라고 정의해 봤습니다. 그렇다면 인스타그램, 틱톡, 유튜브 등 이미 강력한 숏폼 플랫폼을 두고 우버이츠가 직접 SNS를 시도한 배경이 무엇일지, PM의 관점에서 더 뜯어보겠습니다.
우버이츠의 고민, 사장님과 사용자를 어떻게 늘리지
우버이츠는 코로나 시기에 폭발적인 성장을 했습니다. 해당 시기에 가입한 사장님 고객과 일반 고객이 모두 증가했지만, 코로나 이후에는 약간 둔화된 모습을 보입니다. 이건 우버이츠뿐만 아니라 많은 이커머스들이 현재 겪고 있는 고민이기도 합니다.
더 나아가, 우버이츠 같은 기능 제공에 특화된 서비스들은 사용자의 방문을 높이고 싶어 합니다. 최근 많은 이커머스에서 게이미피케이션을 활용한 것처럼, 목적이 없을 때도 우리 브랜드와 서비스에 찾아오고, 여기에 계속 관여해 주길 바랍니다. 토스의 만보기 기능이나 과거 배달의민족의 ‘만화경’ 같은 서비스가 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즉, 우버이츠는 일반 고객과 사장님 고객의 가입을 늘리는 동시에, 일반 고객들이 식사 때 배달음식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방문하는 서비스로 확장이 필요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사장님의 고민, 요즘 마케팅은 너무 어렵다
사장님 고객의 니즈도 살펴보겠습니다. 아무리 AI기반으로 온라인 마케팅이 편해진다고 하지만, 사장님들에게는 여전히 어렵습니다. SNS에서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노출시키는 방법은 크게 다음과 같습니다.
- 플랫폼 알고리즘의 은총으로, 우리 콘텐츠가 사용자들의 피드에 노출된다.
- 고객들이 우리 식당 SNS를 팔로우시키고, 지속적인 콘텐츠 게재로 인지도를 높인다.
- SNS 마케팅 업체로특정 해시태그에 우리 가게의 제품이 노출되도록 만든다.
- 플랫폼 내 광고를 활용해서 우리 제품이 지속적으로 노출되도록 만든다.
이를 위해서 사장님들은 콘텐츠도 만들고, 광고도 만들지만 장사를 하시는 분들이 이것을 최적화하고 패션/뷰티 광고와 경쟁해서 노출시키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심지어 광고 성과를 깔끔하게 측정하는 것도 어렵습니다. ‘우리 SNS 채널을 보고 방문했다고 말해주시면 서비스드려요’와 같은 내용이 아니면 성과를 측정하기가 어렵습니다. 사장님들이 배달의민족 광고를 선호하는 것도 이런 이유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용자의 고민, 식당 채널을 팔로우하기는 좀..
사용자의 입장에서도 고민은 있습니다. 식당에서 채널을 팔로우하면 음료를 준다고 해서 팔로우하지만, 굳이 그 채널을 계속 팔로우하고 있을 이유가 없습니다. 예를 들어, 종로의 어느 치킨집을 방문했다면 내가 그 치킨집을 언제 다시 방문할지도 모르는데, 피드에 자꾸 노출되는 것이 불편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해당 가게의 소셜미디어를 언팔로우하게 됩니다.
또한 내 주변지역의 식당정보를 따로 찾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SNS에 올라온 맛집이 지역 단위로 구분되거나, 내 주변지역의 식당을 바로 추천하지는 않습니다. 내가 따로 ‘마포’, ‘성수’ 등 분류를 하거나 지도앱에 등록하지 않는다면, 콘텐츠를 보고 관심 가는 맛집 정보를 정리하는 것도 손이 많이 갑니다.
네트워크효과는 더 많은 식당을 모아 온다
우버이츠의 동영상 피드는 어쩌면 이런 니즈를 모두 해소시켜 줄 좋은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사장님은 조금 더 효과적인 마케팅을 할 수 있습니다. 우버이츠의 피드는 실제 내 가게 주변의 사용자를 대상으로 내 피드를 노출시켜 줄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사용자가 우버이츠 동영상 피드를 찾는 순간은 높은 확률로 외식이나 배달음식을 고려하는 시점, 즉 실제 주문과 바로 연결되는 시점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우버이츠가 일단은 동영상 광고를 제공하지 않을 것이라 말했지만, 향후에는 효율적인 광고 매체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일반 고객은 음식료, 식사에 특화된 소셜미디어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 내 주변 지역의 맛집, 식당 정보를 저장하고 찾는 공수를 들이지 않고, 우버이츠 앱에 등록해서 활용할 수 있습니다. 내 주변 지역의 콘텐츠만 노출해 주기 때문에, 괜찮았던 식당이 있으면 부담 없이 채널을 팔로우할 수 있습니다. 이는 사장님 고객이 단골 고객을 확보할 때도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이미 사용자들은 주류 소셜미디어 이외에도 핀터레스트, 링크드인처럼 특별한 니즈에 따른 소셜미디어를 따로 활용하는 사례도 많기 때문에 불가능한 시나리오는 아닐 것으로 보입니다.
마지막으로 우버이츠는 사장님 고객과 일반 고객의 네트워크 효과를 기반으로, 새로운 사용자를 확보하는 성장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배달 음식을 주문뿐만 아니라 외식을 할 때도 앱을 방문하게 하는 등 앱에 대한 관여도를 높일 수 있습니다. 이는 우버이츠 플랫폼의 광고 수익에 기여하는 등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끝으로
플랫폼이 콘텐츠 피드를 운영하는 것은 정말 어렵습니다. 콘텐츠 피드를 운영한다는 것은 잘못된 콘텐츠를 방지하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부터, 다양한 사람들이 콘텐츠를 올리도록 유무형의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까지 고려해야 할 것들이 정말 많기 때문입니다.
우버가 SNS 플랫폼을 운영하진 않았지만, 이미 필요한 기술력은 충분하다고 보입니다. 다양한 식당 정보나 댓글 등에서 어뷰징을 처리하면서 쌓인 콘텐츠 관리 역량부터, 콘텐츠 및 광고사업을 통해 쌓은 추천 알고리즘 역량 등은 이미 충분할 것으로 보입니다. 과연 포화가 되어간다는 배달 음식시장에서 우버이츠가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어 낼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됩니다.
경민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