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의 아니게 최근 몇 달간 무수한 면접에 면접관으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데이터 분석가부터 사업 기획, 마케팅 관련 직무까지 여러 분야의 면접관으로 참여한 것입니다.

처음에는 저도 이렇게 많은 면접을 짧은 기간 본 적이 없어 피로하고 어렵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곧 면접의 목적과 패턴을 이해하면서 보다 수월하고 명확하게 면접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면접을 지원하는 사람의 입장으로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러니 여기 나눌 이야기들이 생각났고 몇 가지 이야기를 나누어 보고자 합니다.

 

 

 

 

일단 당신이 마음에 든다

 

어지간한 추천서를 꽁꽁 같이 들고 오지 않는 이상 서류 심사를 한 당신이 마음에 들기에 면접관은 우리의 시간을 여기 할애합니다. 마음에 조금도 들지 않았다면 면접은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이게 중요합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자신감을 가져도 된다는 말이죠. 면접관은 보통 면접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꼼꼼하게 서류 심사를 보고 떨어뜨립니다. 그러기에 면접에 참여한 이상 유력한 후보라는 생각을 계속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면접의 방향은 명확합니다. 마음에 들었던 서류의 내용을 공감하면서 자세히 말하는 것이죠. 회사 대외비가 아닌 수준에서 어떻게 그걸 기획했고 생각했는지, 그중에서 자신의 역할은 무엇인지, 능동적으로 한 내용과 결과가 어떠했는지를 말한다면 사실 면접관은 알고 싶은 것을 다 들은 셈입니다.

 

몇 십분 안에 누군가를 알고 판단하는 것은 사실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면접이 말 잘하는 사람이 유리한 것도 맞지만 디테일로 들어가면 드러나고 모두 실력을 알게 됩니다. 서류에 제시한 프로젝트와 경험의 꼼꼼한 프로세스와 생각을 공유할 때 실력은 검증되고 물음표는 확신으로 바뀝니다.

 

 


 

 

한 걸음 더 말하기

 

단답형으로 말하고 두괄식으로 말하는 게 회사 생활에 보통 좋습니다. 저도 그렇게 하려고 노력합니다. 하지만 자신이 없거나 배경이 너무 복잡하면 미괄식으로 이야기할 때도 많습니다. 특히 결과가 부정적이라면 그 속에서 얻게 된 것을 알리기 위해 배경 설명은 더 길어집니다.

 

면접은 이 디테일을 이야기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가끔 실력 있을 지원자가 너무 단답형으로 말해 곤란할 때가 있습니다. 한 일과 성과 정도 말했으면 되는 게 아닌가 싶지만 사실 면접관은 환경을 바꾸어도 그렇게 일할 수 있고 성과를 낼 수 있는지 과정을 알고 싶어 합니다.

 

적당히 서술의 과정이 필요합니다. 특히 배경이 어떠했기에 이런 고민이 나왔고 그 고민을 어떤 방식으로 풀어냈는지에 대한 과정은 깊이 들어도 질리지 않습니다. 이 과정에서 여러 말할 수 있는 내용 중 지원자가 어떤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면접관은 보게 됩니다. 특히 기획적으로 생각하는지, 영업적으로 생각하는지, 혹은 데이터 기반으로 일하는지 감각의 원천을 어디서 얻는지를 봅니다.

 

면접관이 있는 조직이 지향하는 바가 맞는지 이 과정에서 서로의 사고를 교환하게 됩니다. 아예 말하지 않는다면 교환할 것도 없고 면접관이 더 상세 질문을 통해 알려고 할 것입니다. 상세 질문이 나오면 다음 질문은 보다 더 상세히 말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상세하게 부연을 잘해도 이 사람과는 커뮤니케이션이 잘 안 될 수도 있다는 인상을 이미 주었기에 미리 디테일 수준을 생각해서 말을 조율할 필요가 있습니다.

 

 


 

 

성향을 알기는 어렵습니다

 

모든 회사가 문화적으로 맞는 사람인지 봅니다. 대단한 실력자가 아닌 다음에야 함께 일하고 같이 고민해서 성과를 내는 것이 당연하기에 같이 일할 수 있는 사람인지 검증하는 항목은 대부분 회사에서 있습니다. 조금 큰 회사는 아예 성향을 파악하기 위한 사전 검사들도 진행해서 면접관이 볼 수 있게 만들어 줍니다. 면접관은 이를 토대로 약점이 정말인지 질문을 하게 되죠. 

 

하지만 불과 몇 개의 질문으로 이 사람이 어떤 성향인지 알기는 사실 불가능 합니다. 상식선에서 대답하면 대부분 알기 어렵습니다. 극단적인 대답만 피하면 되는 것이죠. 그래서 사실 실무와 관련 없는 질문이 나올 때는 뻔한 대답을 하는 편이 가장 낫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말하는 부분은 어차피 일을 같이 해 보고 극한의 업무 상황에 놓일 때 진정한 캐릭터가 나오는데 검사로는 알기 어려울뿐더러 누구나 극한으로 가면 어느 정도는 비슷한 부분이 있기 때문이죠. 극한으로 갈 것도 없이 흥분을 잘하고 누군가를 미워하는 발언을 면접 자리에서 흘리면 사실 아주 쉽게 떨어집니다. 그러니 무난하게 말하면 이 부분은 대부분 통과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하기 싫은 가치관의 대답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나는 일에 미쳐 있다든지, 돈은 전혀 중요하지 않고 일의 본질만 중요하다는 대부분 마음에도 없는 대답을 해야지만 통과가 되는 회사는 차라리 가지 않는 게 낫습니다. 이런 회사는 입사 후 한 주만 지나면 잘못 왔다는 생각이 들고 커리어는 위협을 받을 수 있으니 중요한 가치관은 자기 목소리를 흥분하지 않고 긍정적으로 말하는 것이 좋습니다.

 

 


 

 

꼭 질문해야 할 것

 

저는 오히려 면접이 정보 불균형 상태에 있는 면접자가 회사를 그나마 그 직무를 그나마 알 수 있는 몇 안 되는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2차 면접이 있는 회사는 1차 면접에서 반드시 그 직무가 내가 생각하는 그것이 맞는지 질문해서 알아내야 합니다.

 

대부분 2차 면접관은 이런 질문에 대한 정확한 답을 모르거나 이런 부분을 긍정적으로 생각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다만 비교적 실무자인 1차 면접관은 이런 부분이 맞는지 아는 것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같이 일할 사람이니까요. 그래서 면접을 보다가 반대로 면접자가 질문할 소중한 기회의 시간을 날려서는 안 됩니다.

 

뻔한 명사로 구성된 직무의 명칭이 정말 그것인지 물어보고 내가 생각하는 바와 어떻게 다른지 알고 대략적인 조직의 규모와 분위기 등을 알 필요가 있습니다. 이 시간이 지나고 합격을 하게 되면 처우 협상이 되었을 때 그때 많이 확인하지 못한 것이 불리함과 두려움을 낳게 만들 수 있습니다. 질문을 해도 되나 고민하는 것이 나중의 자신에게 더 좋지 않습니다. 무례한 내용이 아니라면 어지간하면 질문하는 면접자를 더 적극적인 분으로 면접관은 생각합니다.

 

 


 

대부분의 회사는 면접을 본 사람에게 다시 면접의 기회를 단기간에 다시 주지 않습니다. 이 사람이 그때보다 확실히 달라졌을 시간과 배경을 보고 다시 면접의 기회를 줄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가고 싶은 회사의 면접을 보기 전에 자신감을 갖고 최대한 상세하게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직무가 내가 생각하는 바와 맞는지 꼭 확인하는 시간을 편한 마음으로 맞이하면 좋겠습니다.

 


PETER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