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언이 넘쳐나는 시대입니다.
잠깐 동안 릴스를 보는 와중에도 스스로가 전문가임을 자처하는 사람들이 수십 명은 나와요. 저마다 성과를 낼 수 있는 방법을 알려 줍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조언을 들으면 들을수록 그것이 더 멀고 아득하게 느껴집니다. 조언을 들을 때는 쉽게 고개가 끄덕여지지만 돌아서면 여전히 막막합니다. 누군가는 하라는 것을 누군가는 하지 말라고 하고, 누군가가 추천했던 것을 누군가는 반대하기도 하고요.
조언을 누구한테 구할지 결정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조언이 넘쳐나는 시대에 스스로의 방향을 잃지 않기 위해서요. 저는 이미 그 일을 해 본 사람에게 조언을 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시행착오를 줄여주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조언을 누군가에게 구할지는 신중하게 생각하는 편이에요. 아래와 같은 기준을 이용해서요.
1. 목적지가 같은
균형 잡힌 워라밸을 추구하는 사람은 일을 위해 하루를 몽땅 바치는 사람을 이해하기 힘들 것입니다. 과감하고 신속한 도전을 즐기는 사람은 작은 디테일에도 집착하며 오차 없는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장인에게 조언을 하기 힘들 거예요. 모두가 알고 있듯 이건 옳고 그름과는 상관없습니다.
하지만 나와 가고자 하는 목적지가 다른 사람의 조언을 들으면 내 목적지가 더 멀고 막연하게 느껴져요. 그래서 저는 누군가의 조언을 귀담아듣기 전에 그 사람과 나의 목적지가 같은지 먼저 확인합니다.
2. 직접 해 본
프로 운동선수들은 관람석의 관중이나 중계자들이 아니라 경기장 안에서 같은 일을 하고 있는 프로들에게 조언을 구한다고 해요. 일을 직접 하며 결과물을 만드는 것은 어렵지만 그 일을 관람석에서 지켜보며 비평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큰 회사를 일군 사람으로부터 이런 말을 들은 적도 있어요.
이사회에 가보면 본인이 무슨 말을 하는지 조차 모르는 투자자들이 많다고요. 전문가를 자처하는 사람들 중에는 그 일을 직접 해 보지 않은 사람들도 있어요. 그저 성공한 사람들을 많이 만나 봤다거나 성공 사례를 많이 분석해 봤다는 이유가 전부인 경우도 있습니다. 저는 선수가 되고 싶다면 아나운서가 아니라 선수에게, 감독이 되고 싶다면 평론가가 아니라 감독에게 조언을 받는 것이 좋다고 믿어요.
3. 반복해 본
책을 한 권만 읽은 사람이 가장 무섭다는 말이 있습니다. 스스로의 성장을 위해서도 한두 번 경험한 성공을 맹신하는 것도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속가능하지 않은 일반화된 오류를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스스로의 경험을 과장하는 ‘성공팔이’ 인플루언서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수법이 본인이 경험한 한 두 번의 성공을 지속 가능한 것처럼 포장하는 것이라고 해요.
그래서 저는 짧은 시간 안에 벼락 성공을 한 사람들보다 오랜 시간 동안 꾸준히 성과를 낸 사람들의 말을 믿습니다. 중요한 것은 꾸준한 성과를 반복한 흔적이에요. 저는 주식을 시작한 지 1~2년 만에 엄청난 돈을 번 사람보다는 수십 년 동안 그 업계에서 같은 성공을 반복한 워런버핏의 이야기를 귀담아듣습니다.
4. 따라 할 수 있는
위 세 가지 기준을 충족하더라도 얻을 수 없는 조언도 있습니다. 바로 따라 할 수 없는 방법으로 성공한 사람들의 조언입니다. 하이브의 설립자 방시혁 님은 작곡가 시절 <총 맞은 것처럼>이라는 명곡을 찜질방에 갔다가 번뜩 작곡했다고 해요.
물론 한순간의 번뜩임이 명곡을 탄생시킨 유일한 이유는 아니었지만, 작가 지망생들이 찜질방에 가는 것을 따라 한다고 멋진 곡을 작곡하기는 힘들 거예요. 어떤 성과는 체계적인 방법론과 구체적인 프로세스로 만들어 지지만, 어떤 성과는 타고난 재능이나 아이디어, 영감으로 만들어지기도 해요.
물론 후자는 따라 하기 힘들어 큰 막막함을 주는 반면, 전자는 비교적 초보자들도 익히고 따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본인이 성과를 낸 ‘일화’보다 따라 할 수 있는 ‘방법’과 ‘프로세스’로 제시하는 사람들의 말을 더 귀담아듣습니다.
해당 콘텐츠는 서현직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