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는 생성형 AI 사업의 폭발적 성장과 함께 지속적인 성과를 이루어내고 있습니다. 2023년 4분기의 주요 실적은 다음과 같습니다.
- 매출: 221억 달러 (월가 예상치: 204억 1,000만 달러)
- 데이터센터 매출: 184억 달러 (월가 예상치: 172억 1,000만 달러)
- 총마진: 76.7% (월가 예상치: 75.4%)
- 영업이익: 147억 5,000만 달러 (월가 예상치: 131억 4,000만 달러)
- 잉여현금흐름: 112억 2,000만 달러 (월가 예상치: 108억 2,000만 달러)
- EPS 주당 순이익: 5.16 달러 (월가 예상치: 4.60 달러)
위의 결과는 모든 주요 지표에서 월가의 예상치를 크게 웃도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런 탁월한 실적의 배경에는 생성형 AI 산업의 놀라운 성장이 있었으며, 이로 인해 H100, A100 등의 AI GPU 가속기의 매출이 급증한 것이 큰 역할을 했습니다.
특히 H100과 같은 경우 대당 가격이 2,000~4,000만원 대에 이르는 명실상부한 프리미엄 가속기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두 주력 상품에 힘입어 엔비디아는 데이터센터 AI 가속기 시장을 빠르게 잠식해 들어갔습니다. 현재 엔비디아의 AI 가속기 점유율은 80%를 넘는 그야말로 독점 시장을 구축하는 데에 성공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시장에서의 영향력은 고스란히 실적으로 드러나게 된 것이죠.
이번 실적 발표를 표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기본적인 수치는 이미 언급했으므로, 눈에 띄는 부분은 전체 매출에서 데이터 센터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입니다. 엔비디아의 데이터 센터 사업은 184억 달러로, 전체 매출의 83%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반면에 주력사업이었던 게이밍 사업은 29억 달러로 비중이 상당히 축소되었습니다.
과거에 엔비디아의 사업 구조를 논할 때 “엔비디아는 게임용 GPU를 만드는 그래픽 카드 회사일 뿐인가?”라는 의문을 제기한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는 엔비디아가 그냥 게임용 GPU를 생산하는 일반적인 회사가 아닌, 명실상부한 AI 하드웨어 기업으로 완전히 탈바꿈한 것을 목격하고 있습니다.
이제 엔비디아는 게임뿐만 아니라 AI 분야에서도 높은 경쟁력을 갖추고 있으며, 데이터 센터 사업의 급속한 성장은 이를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게임용 GPU 제조업체에서 AI 하드웨어의 선두주자로 변화하며, 엔비디아는 다양한 분야에서의 기술 혁신을 이끌어내고 있습니다.
매출 비중 그래프를 보시면 2022년 즉 재작년 1분기까지만 해도 데이터 센터 매출이 전체 매출의 50%를 넘진 않았습니다. 이땐 오히려 게이밍 부문의 매출이 살짝 더 높기까지 했죠.
하지만 이러한 기조는 2023년이 되면서 급격하게 변화됩니다. 특히 2023년 12월 CHATGPT 3.5가 발표되고 난 후 경기 침체를 벗어나 빅테크들이 본격적으로 AI 데이터센터 투자에 나선 2023년 2분기부터 특이점이 오기 시작한 것을 그래프 상으로 볼 수가 있죠. 그야말로 데이터센터 사업부의 실적이 미친 수준으로 수직상승하게 됩니다. H100 전성시대의 시작을 알리는 순간이었습니다.
이전에 엔비디아의 실적을 이끌던 것은 암호화폐 채굴 시장이었습니다.
암호화폐 채굴 붐을 타고 PC용 외장 GPU 여러개를 병렬로 연결하여 채굴 성능을 극대화시킨 채굴기의 수요가 급등하면서 엔비디아의 GPU 사업에 훈풍이 불기 시작했죠. 하지만 암호화폐 채굴 붐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왜냐면 주요 채굴 시장인 중국에서 암호화폐 채굴장에 대한 단속이 강화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 부침을 겪던 엔비디아에게 2020년대부터 서서히 효자 종목으로 떠오르기 시작한 사업이 바로 데이터센터 사업부입니다.
2015년 구글에 의해 알파고가 출현하여 인공지능이 관심사의 중심에 서게 되었죠.
인공지능이 아무리 발전하더라도 바둑만큼은 절대 인간을 이길 수 없다고 호언장담해 왔지만 내로라 할 바둑기사들을 우습게 이겨버린 알파고는 세계 최고의 바둑기사 중 한 명인 이세돌과의 결전을 벌입니다.
이세돌은 처음 인터뷰 당시 어려운 싸움이 되겠지만 내가 3:2 정도로 이기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정 반대였습니다.
그런데 중요한 사실은 알파고와 이세돌과의 경기가 있었던 2015년보다 한참 전인 2011년 이미 AI 사업부를 출범하고 미래를 준비하고 있던 다크호스가 존재했다는 사실입니다. 바로 엔비디아이죠. 엔비디아는 인공지능이 세상의 중심으로 떠오를 날을 묵묵히 준비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인공지능 사업이 빛을 보기 시작한 것은 그 후 10년이 흐른 2020년대 부터였으니 엔비디아가 그 동안 미래 먹거리인 인공지능 사업을 위해 얼마나 진심을 다했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죠.
결국 오픈 AI 처럼 한 방에 일약 스타덤에 이르는 행운아들도 있지만 결국 빛을 발하는 부류는 오래전부터 시류의 방향을 정확하게 읽고, 차근차근 미래를 준비하는 사람이 승리자가 된다는 공식을 엔비디아를 통해 알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저 A100, H100의 성공으로 인해 엔비디아가 AI 시대의 슈퍼스타로 떠오른 것이 아니라는 말씀을 드리는 것입니다.
엔비디아는 2007년 CUDA라는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개발합니다.
그리고 이를 엔비디아 GPU를 사용하는 고객들에게 무료로 배포하기 시작합니다.
CUDA는 GPU에서 수행하는 병렬 처리 알고리즘을 C 언어 등을 포함한 산업 표준 프로그래밍 언어를 사용하여 작성할 수 있도록 하는 GPU 최적화 소프트웨어입니다. CUDA를 활용하기 위해선 엔비디아 GPU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즉 엔비디아 GPU가 없다면 CUDA도 사용할 수 없는 거죠.
이러한 전략을 통해 엔비디아는 CUDA 플랫폼을 빠른 속도로 확산시켰고, CUDA의 폐쇄성은 엔비디아 GPU에 강력하게 예속시키는 락인 효과를 일으켰습니다. 엔비디아의 전략은 완벽하게 성공하여 엔비디아 GPU + CUDA 소프트웨어의 조합으로 외장 GPU업계를 빠르게 잠식해 들어갑니다.
그리고 이러한 CUDA+엔비디아 GPU 가속기의 공식은 데이터센터에도 동일하게 적용되어 빠르게 관련 시장을 장악해 들어가는 가장 중요한 전략이 되었습니다.
엔비디아의 AI 장악 시나리오를 타임라인으로 표현하면 다음과 같이 표기할 수 있을 것입니다.
시작은 모판인 쿠다가 깔고, 그 위에 AI 사업이 주출돌이 되어 가속 컴퓨팅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게 되어 오늘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는 실적 컨퍼런스 콜에서 다음과 같이 이야기 했습니다.
AI를 기반으로 하는 컴퓨터 수요가 여전히 천문학적이고
전 세계적으로 기업, 산업, 국가를 막론하고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우리의 질주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나는 아직도 배고프다고 말하는 엔비디아의 수장이 발언이었습니다. 그야말로 기염을 토했다고 볼 수 있죠. 앞으로도 GPU의 수요는 높아질 것이기 때문에 우리의 동력은 아직 건재하다고 밝혔습니다. 전문가들은 적어도 2~3년 동안은 엔비디아 천하가 계속 될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워낙 쌓아놓은 인프라가 단단하기 때문이죠.
엔비디아의 오늘날의 미칠듯한 실적은 단순히 AI가 붐을 일으키면서 만들어진 날벼락은 아닙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차근차근 미래를 향한 발걸음을 지속적으로 준비했고, 그 방향이 옳았으며 그 어떤 외압에도 흔들림이 없이 자신의 길을 갔다는 점이 주목할 만 합니다.
만약 젠슨 황이 2012년 AI 사업부 출범 당시에 “그 날이 언제 올지도 모르는데 섯부른 객기 아닙니까?” 등의 비판적 시선을 견디지 못하고 게이밍 GPU사업에만 집중했다면 오늘의 영광이 있었을까요? CEO가 미래를 보는 탁월한 안목을 갖추고, 흔들림 없이 자신의 발걸음을 이어 나갈 때 언젠가 시장이 만개하면서 그간의 모든 노력이 성공이라는 달콤한 꿀로 다가오게 될 것입니다.
강성모 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