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구독 서비스를 론칭한 기획자의 못다 한 이야기입니다. 어떠한 마음으로 서비스를 만들었는지 회고하기 위해 한 자 한 자 적습니다. 이전글 : 커머스에서는 브랜드를 ‘구독’하기 시작했습니다.
앞선 아티클을 요약해 보자면, 커머스에서는 구독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브랜드는 자사의 상품을 노출시킬 수 있는 기회를 증가시키고 고객은 내가 좋아하는 브랜드의 소식을(신규 오픈, 할인, 기획전 등등) 모아볼 수 있는 탐색 경험을 갖으며 결과적으로 플랫폼은 더 만족스러운 경험을 하게 된 고객을 충성 고객으로 lock in 시킬 수 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과연 진실일까요? 충성 고객을 보면 답이 나옵니다.
충성 고객의 구매 패턴을 보면 그 힌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저는 자사 서비스 구매 참여 횟수에 따른 유저 분포도를 통해 분석을 진행해 보았습니다.
- 저이용군
- 고이용군으로 나누어 구매까지 도달하기의 여정을 분석해 보았는데요.
특이한 점은, 충성 고객들은 찜/알림신청의 액션보다는, 해당 상품을 즉시 구매하는 것을 선호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어차피 이 물건을 살 것인데, 굳이 “좋아요”의 액션을 하지 않는 것이죠.
여러분들도 쿠팡에서 마음에 드는 물건이 있을 때 “좋아요”를 눌러보신 기억이 있나요? 바로 장바구니에 담는 액션이 더 빠를 것입니다.
더 특이한 점은 상품 단위의 찜/알림신청 보다는, 자신이 팔로우한 브랜드의 제품을 반복적으로 다수 구매하는 아웃라이어가 존재했다는 점입니다. (저는 이 사실이 꽤 흥미로웠습니다.)
브랜드 팔로워 팔로우한 브랜드의 상품에 결제 예약 or 구매한 인원 대비 횟수를 비교했을 때 팔로잉 가치가 ‘좋아요’, ‘찜’, ‘알림신청’ 보다 약 NN% 더 높은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알림 동의형 vs 관계형성형 액션의 갖는 의미
- 좋아요, 알림신청은 = 알림 동의형
- 팔로잉, 구독은 = 관계형성형 액션이라고 정의 내려 보겠습니다.
바로 앞 문단의 핵심은 저이용 고객군은 두루두루 구매하지만, 고 이용 고객군은 특정 서비스를 반복하여 사용하는 경향이라는 것이죠. 그렇다면, 관계형성형 액션인 팔로잉 행위는 향후 반복 구매를 위한 사전 액션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충성 고객군들에게는 팔로잉(구독)한 브랜드의 제품을 반복 구매하기에
플랫폼 입장에서는 브랜드가 보유한 팔로워 수는 상품 가치 판단의 중요한 요소로 활용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Okay, 이제 힌트를 다 얻었습니다.
저는 다음과 같이 정리해 보았습니다.
- 플랫폼의 해비유저(주 이용고객)는 알림 동의형 액션보다는 관계형성형 액션을 한다.
- 그렇기에, 헤비유저들에게는 찜/알림신청보다는 팔로잉의 행위가 더 가치 있다.
- 헤비유저를 위한 개인화된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반복적으로, 다수 구매하는” 행위가 증가할 것이다.
그렇게 구독서비스가 시작되었습니다. 안 할 이유가 없었죠.
세 가지 관점에서 가설을 세워보았습니다.
- [유저관점] 브랜드와, 유저 간 지속적인 관계를 만들면 결제 건수가 향상할 것이다.
- [브랜드관점] 브랜드는 유저가 팔로우하고 있는 플랫폼에 지속적으로 신규 오픈하여 오픈 건수가 향상할 것이다.
- [서비스관점] 유저는 팔로잉한 브랜드의 신규 오픈 소식에 반응하여 상세로 전환되는 PV가 향상할 것이다.
여기서 놓치지 않아야 할 점은 3가지였습니다
- 프로젝트 단 건 찜/알림신청에서 > 브랜드 팔로우로 N개의 프로젝트를 한꺼번에 찜하는 효과를 가져가자. (한 번 구독을 하면 브랜드의 프로젝트를 여러 개 볼 수 있으니)
- 팔로잉하지 않은 유저에게, 팔로잉을 제안해 보자.
- 첫 페이지에만 집중하지 않고 스크롤을 내리며 탐색할 수 있게 하자
위 3가지 방향성을 기준으로
- UI는 통합 리스트 형식으로 제공 (브랜드들의 소식들을 통합하여 보여주는 리스트)
- 브랜드별 탐색을 위한 브랜드 필터 제공
- 각 탐색 동선에 브랜드 팔로우 동선 추가하는 서비스들을 순차적으로 오픈했습니다.
서비스 배포 이후, 가장 많이 변화한 것은
- 구독 지면에서 상세로 전환된 PV수가 크게 늘었고,
- 브랜드를 팔로우한 유저수가 약 NN% 향상되었다는 것입니다.
브랜드를 팔로우할수록 우리 플랫폼을 더 자주 찾을 거라는 믿음이 통한 것이죠. 자연스럽게 PV가 향상될수록, 결제건수도 같이 커플링 되어 움직이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행복만 했을까요? 무서운 점도 있었습니다.
커머스에서 구독이 이라니,,, 소셜 커머스도 아니고 뭐야? 할 수 있지만, 데이터를 분석하며 브랜드의 새로운 소식에 반응하게 될 거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일종의 피보팅을 시도한 것이죠.
물론 결제/PV 등 주요 지표들이 움직이기 시작하여 감사하지만, 무엇보다도 제 숨은 의도는 더 많은 브랜드들이 뜨내기처럼 돌아다니지 않고, 우리 플랫폼을 다시 찾아오길 바라는 것입니다. 여기 당신을 기다리고, 팔로우하는 유저들이 많이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