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에서도 팝업 스토어가 열린다.
그러니까 무려, 달리는 버스(Street car)*에서 벌어진 야간 술 파티 형태의 팝업 스토어가. 이 프로모션에서 집중해야 할 포인트 중 한 가지를 묻는다. 왜 하필 열’차’에서의 술 파티를 기획했을까?
- * Street car; 철길을 따라 달리는 지상 전차, Tram이라고도 불린다. 실제로 버스와는 다른 종류이나 한국에서는 보기 힘든 교통수단이기에 이 부분에만 버스라고 대체 표기하였다.
한국에서는 엔데믹 이후 오프라인 활동이 본격적이 되면서, 소비자들은 집과 온라인을 벗어나 오프라인의 경험과 활동을 극적으로 추구하기 시작했다. 이런 소비자의 욕구와 소비자들에게 상품을 선보이고 싶은 공급자들의 욕구가 맞아 떨어지며 팝업 스토어 시장이 매우 활발해졌다.
인기가 너무나 많아진 나머지 2024년에도 팝업 스토어의 인기가 유지될 것인가에 대한 의문을 가지는 관계자들이 늘었으나, 네이버 데이터 랩 ‘팝업 스토어’ 키워드 주간 검색 량 기준으로 판단했을 때 당분간 팝업 스토어의 유행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팝업 스토어의 시작은 세일즈 그 자체였다. 팝업 스토어는 그 이름 답게 ‘잠깐 여는 가게’라는 뜻으로, 주로 소비자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를 대여하여 일시적인 판매에 집중하는 형태였다. 그
러나 우후죽순 늘어나는 팝업 스토어들 사이에서 세일즈에만 집중하는 것은 투자비용대비 장기적인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어졌다. 이에 고객 경험을 통한 브랜딩, 즉 소비자에게 브랜드 이미지를 각인시키고, 브랜드 팬 형성과 바이럴까지 목적으로 하는 체험형 팝업 스토어가 중심이 되고 있다.
그리고 여기, 하이네켄이 캐나다에서 오픈한 고객 체험 중심의 팝업 스토어가 있다. 고객 체험과 브랜딩 관점에서 되짚어 볼만한 이 프로모션은 바로, 지난 1월, 토론토(캐나다 온타리오 주)에서 1월 13일부터 27일까지 매주 토요일 TTC**와의 콜라보레이션으로 진행된 Route 0.0 프로모션이다.
- ** Toronto Transit Commition; 토론토 교통국이라는 뜻이지만 구어적으로 토론토 교통국에서 운행하는 전차, 버스, 지하철을 칭함.
정확히 말하면 이 프로모션 Route0.0은 팝업 ‘스토어’가 아니다. 상품의 판매는 보다 고객의 체험에만 몰입하였기 때문. 이것은 두 번째 질문이다. 판매 없는 프로모션이 어떻게 ‘프로모션(판촉)’이 될 수 있단 말인가?
하이네켄은 맥주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만한 대형 브랜드다. (브랜드 가치 랭킹 전문 회사 ‘브랜드 파이낸스’에 따르면 네덜란드의 맥주회사 하이네켄은 미화 76억 달러의 추산가치로, 세계에서 가장 가치있는 브랜드로 올라섰다. (출처: https://brandirectory.com/rankings/beers)
무려 하이네켄에서 주최하는, 법적 음주 가능 연령이라면 누구나 탑승할 수 있는 스트릿 파티! 움직이는 ‘스트릿 바(Bar)’라는 컨셉답게 전차가 토론토의 다운타운을 돌며 전용 정류장을 통해 Heineken Route 0.0(전차)에 사람들이 자유롭게 타고 내릴 수 있는 방식으로, 전차 내에서는 초대받은 DJ들이 만들어내는 디제잉 파티가 이어졌다.
파티에서 맥주가 빠질 수 있을까?
당연하게도 팝업 전차 내 파티(클럽)에 참여하면 공짜 맥주(웰컴 드링크)를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전차에서 내리더라도 제휴 관계를 맺은 현지 바에서 입장 확인용 이벤트 손목 밴드를 제시하면 바 무료입장 등의 혜택을 추가로 즐길 수도 있었다.
그러나 왜 하필 달리는 열차 안이었을까? 물론 밤 길을 달리는, 하이네켄 로고로 랩핑된 열차는 충분한 광고 효과를 가져왔을 수도 있으나 이면에 더 큰 의미가 있다. 이 날 Route 0.0을 통해 제공된 맥주는 전부 논 알코올(알코올 함유량 0.03% 미만) 맥주였다.
논 알코올 맥주는 상반된 이미지를 갖는다. 이것의 장점은 취하지 않는 것, 그리고 단점도 취하지 않는 것(그래서 재미가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버스와 비슷한 형태의 전차와 논 알코올 맥주를 결부시키면서 ‘취하지 않는 맥주’의 긍정적 이미지 – ‘안전’과 ‘맥주를 마시며 즐기는 파티’의 긍정적 이미지를 동시에 취했다. 그러니 이 기획은 ‘(합법적으로 음주가 가능한) 성인 남녀를 위한 제품으로, 맥주의 맛은 좋아하지만 알코올의 영향은 받고 싶지 않거나 그럴 수 없는 상황에서 대신 즐길 수 있도록 만들었다. (출처: 하이네켄 공식 홈페이지)’는 메시지를 정확하게 구현한 셈이다.
토론토의 1월은 춥다. 그러니까 하이네켄의 스트릿 바가 운영된 그 시기는 매우 추운 시기였다는 뜻이다. (실제로 필자는 마지막 날 코트를 입고 방문했다가 거의 얼어 죽을 뻔했다.) 스트릿 카가 아무리 실내라고 해도 결국 창문이 달리고 앞뒤로 문이 열리는 대중교통인데, 시기에 대한 고려가 부족했던 것은 아닌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두 번째 질문의 답과 연결된다.
먼저 이 시기를 이해하려면 문화적 맥락을 먼저 알아야 한다. 1월은 Dry January***라고도 불리는데, 이는 간단히 말해 1월에는 술을 줄인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1월은 알코올의 비수기라는 뜻이기도 하다.
하이네켄은 Route0.0 프로모션을 통해 알코올의 비수기에 맥주를 선보인 것이다. 만약 이 맥주가 하이네켄 0.0이 아니라 오리지널이었다고 해도 당장의 팝업에는 영향이 없었을 것이다. 1월에 파티를 즐기는 사람들은 이미 Dry January를 신경 쓰지 않는 소비자였을테니까. 그러나 논 알코올 맥주로 프로모션을 진행하면서 논 알코올 맥주의 타겟 소비자의 신념(금주)를 꺽지 않았고, 소비자에게 논 알코올 맥주를 ‘일반 맥주처럼’ 체험시키며 ‘건강과 환경에 좋은 제품이 저평가되는 현상’을 타파했다.
결과적으로 일반 맥주와 논 알코올 맥주 소비자 두 타겟 모두에게 새로운 소비의 방향을 제시한 것.
- *** 영국 비영리 단체 알코올 체인지 UK(Alcohol Change UK)가 2013년에 출시한 캠페인.
체험형 팝업 스토어의 한계는 명확하다. 소비자가 팝업 스토어를 통해 브랜드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하게 될 것은 명백하지만, 그것이 곧바로 매출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점.
그러나 여기에서 생각해보아야 할 포인트는 하이네켄 0.0의 카테고리 특성, 즉 음료(맥주)는 대표적인 저관여 상품이라는 점이다. 저관여 상품의 특성상 소비자들은 쉽게 다른 상품을 시도한다. 마트에서 수없이 마주치는 시식대를 생각해보라. 음식류는 소비자에게 한 번 인식되는 것만으로도 트라이얼(Trial) 고객을 만들 수 있을 만큼 허들이 낮다. 비수기에, 시즌에 어울리는 저관여 상품을 어필하는 것으로 ‘프로모션’을 완성시킨 것이다.
기획에 집중해서 뜯어봤을 때 하이네켄의 Route0.0은 참고할 만한 흥미로운 점을 많이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것 만으로 이 프로모션이 성공적이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앞서 말했듯이 팝업 스토어의 한계는 매출(이윤)에 있다. 앞서 언급한 것은 체험형뿐이나, 사실 팝업 스토어를 오픈하는 시점에서 투자되는 상당한 비용을 고려했을 때 세일즈 형 팝업 스토어도 수익성(과 효과)이 미지수인 것은 마찬가지다.
1월이 알코올의 비수기였던 점, 저관여 상품 인 점 등 다양한 측면을 고려했을 때 이 이벤트가 긍정적인 결과를 낼 것이라고 ‘추정’할 뿐, 어떤 식으로 효과가 나타날지, 얼마나 걸릴지 등은 알 수 없다. 특히 한국의 팝업 스토어 시장은 레드오션을 향해 가고 있는 만큼, 기획부터 운영까지 더 큰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팝업 스토어의 기획단계에서 브랜드와 상품의 특수성을 반영할 수 있는 다양한 사례를 공부하되, 기획자 입장에서 팝업 스토어의 거품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