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프로덕트를 만들고 개선하다 보면 자연히 부채가 쌓인다. 진짜 금전적인 부채뿐 아니라, 다양한 유형의 부채가 쌓인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부채가 기술 부채다. 위키 백과에서 말하는 기술 부채는 ‘현시점에서 더 오래 소요될 수 있는 더 나은 접근방식을 사용하는 대신 쉬운(제한된) 솔루션을 채택함으로써 발생되는 추가적인 재작업의 비용을 반영하는 소프트웨어 개발의 한 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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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부채는 워낙 널리 알려진 개념이라, 기술 부채에 대한 여러 개념 혹은 논의에 대한 아티클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프로덕트를 만들고, 개선하고 운영하다 보면 기술 부채뿐 아니라 운영 부채, 관리 부채도 함께 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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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 부채, 관리 부채가 쌓이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현업에서 가장 운영 부채 혹은 관리 부채가 쌓이는 가장 큰 이유는 기술 부채와 다르지 않다. 현재 직면한 상황, 가장 대표적인 예시로 리소스가 부족한 상황에서 다양한 프로젝트를 비즈니스 일정에 맞춰서 진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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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운영 부채, 관리 부채 등의 예시는 이런 것이다. 예를 들어, 이커머스에서 특정 시간 동안만 특정 상품을 할인 가격으로 판매하려고 한다. 이때 특정 시간 동안 특정 가격을 자동으로 세팅할 수 있는 특정 솔루션이 없다면, 직접 사람이 운영 처리로 특정 시간에 할인 가격을 세팅한 뒤, 할인 기간이 끝나면 원래 가격을 입력해 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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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위 상황에서 백오피스가 없다면 백엔드 담당자가 일정에 맞춰서 가격 세팅을 바꿔줘야 할 것이고, 백오피스가 있다면 PM 혹은 커머스 담당자가 일정에 맞춰서 가격 세팅을 바꿔줘야 할 것이다. 누가 하던지 운영, 관리 처리를 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아마 상품의 수가 많지 않아서 괜찮을 것이다. 그러나 상품이 늘어날수록 운영, 관리를 해야 하는 범위도 넓어지며, 실수가 발생할 확률도 높아진다. 또한 해당 운영 처리를 하느라 더 중요한 일에 시간을 쓰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이런 상황이 하나 둘 쌓이면서 운영 부채, 관리 부채가 발생하고 증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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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 부채, 관리 부채가 무조건 나쁜 것이냐 하면 그런 것은 아니다. 그 당시 여러 리소스와 일정을 고려해서 가장 최선의 방안을 택한 것이고, 그 결과로 인해서 부채가 생긴 것이기 때문이다. 운영 부채, 관리 부채가 발생하는 것보다 프로젝트를 비즈니스 일정에 맞추지 못하는 것이 더 안 좋다. 운영 부채, 관리 부채, 더 나아가 기술 부채가 어느 정도 쌓여도 조직이 바로 무너지지는 않지만, 비즈니스 일정 혹은 약속을 맞추지 못한다면 조직이 바로 휘청거릴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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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 부채, 관리 부채를 만들지 않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기술 부채를 만들지 않는 것이 불가능한 것과 똑같다. 왜냐면 항상 비즈니스 타임라인은 새롭게 들어오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프로젝트와 해야 할 일이 지속해서 들어오기 때문이다. 운영 부채, 관리 부채, 기술 부채가 없는 회사는 아무 데도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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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것은 운영 부채와 관리 부채를 감당 가능한 수준으로 항상 유지하는 것이다. 운영 부채, 관리 부채를 무작정 쌓아놓기만 한다면, 부채가 쌓이고 쌓여서 어느 순간 이슈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다. 그래서 적절한 순간에 이 운영 부채와 관리 부채를 해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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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덕트를 만드는 이유는 비즈니스를 전개하기 위함이다. 비즈니스를 전개할 수 없는 프로덕트는 예술 작품일 뿐이다. 혹은 누군가의 말을 빌리면 예쁜 쓰레기일 뿐이다. 그러니 프로덕트를 만들고, 운영하고, 개선하는 과정에서 어느 정도의 운영 부채, 관리 부채, 기술 부채는 항상 발생한다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한다. 그러니 이런 부채가 발생하는 것 자체로 스트레스를 받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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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비즈니스를 전개하기 위해서 특정 부채가 생겼을 때, 어떤 부채가 생겼고, 이 부채가 얼마나 중요한지, 또 어느 다른 부분에 영향을 미치는지, 언제 어떤 방식으로 해결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하는 것이 더 올바른 사고방식이다. 문제 해결에 집중해서 생각을 해야지, 문제가 발생한 것 자체에만 집중한다면 스트레스만 받을 뿐 개선되는 것은 하나도 없다.
ASH 님의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