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 가치를 위한 인공지능 활용법
최근 인공지능은 우리 일상의 다양한 영역에 폭넓게 활용되고 있습니다. 개인 지원에서부터 업무, 의료, 금융, 교육, 제조, 운송, 엔터테인먼트 등 이제는 인공지능이 쓰이지 않는 영역이 없다고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이러한 인공지능은 우리가 해야 할 일들의 전체 또는 일부를 대신 수행해 주는데요. 이러한 인공지능에 의한 자동화는 우리 일상의 편의와 생산성을 향상시켜 줍니다.
이러한 인공지능의 긍정적인 활용은 우리 주변에서 손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요. 인공지능은 사용자의 사용 이력을 분석하여 개인 맞춤형 콘텐츠를 자동으로 추천해 주거나, 매장 내의 고객을 인식해 구매 상품을 자동으로 결재해 주는 것과 같이 일상의 편리함을 제공해 줍니다. 뿐만 아니라 인공지능은 우리의 업무 영역에서도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는데요.
이미 RPA(Robotic Process Automation) 시스템은 단순하고 반복적인 업무들을 자동으로 처리해 주어 우리가 중요한 업무에 더욱 집중할 수 있게 해 줍니다. 더 나아가 치매 위험이 있는 어르신 돌봄을 위한 인공지능 스피커와 같이 사회적인 가치를 제공하는 데에도 인공지능은 적극적으로 활용됩니다.
그렇지만 단순히 모든 과업을 인공지능으로 자동화해 준다고 해서 사용자에게 좋은 가치를 제공해 줄 수 있는 것은 아닐 텐데요. 이번 글에서는 인공지능을 어느 과업에 어떻게 디자인하는 것이 사용자에게 더 나은 경험을 제공해 줄 수 있을 지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인간 vs 인공지능
자동화가 필요한 과업을 선정하는 데 가장 쉬운 접근법은 인공지능이 인간보다 잘 수행할 수 있는 과업을 자동화해주는 것입니다.
인공지능은 인간에 비해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빠르고 정확하게 처리해 줄 수 있는데요. 그러므로 사용자가 인지적으로 처리하기에 부담을 느끼는 어려운 과업이나, 반복적으로 수행해야 해서 피로를 느끼거나 실수를 유발되기 쉬운 과업을 자동화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뿐만 아니라 인공지능은 인간처럼 감정에 의해 의사결정에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에 판단의 객관성을 유지할 수 있는데요. 그러므로 공정함이 요구되는 판단 과업에도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것을 검토할 수 있습니다.
반면에 인공지능은 학습 데이터와 알고리즘에 의해 작동하므로, 인간처럼 융통성을 발휘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므로 복잡한 맥락 하에서의 예외적인 상황이 발생하는 과업에는 자동화를 적용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습니다. 뿐만 아니라 인간에게는 자연스럽고 쉬운 사물을 인식하고 구분하는 과업도 인공지능에게는 어려운 일인데요.
대표적으로 아래 그림과 같이 머핀과 치와와를 구분하는 것도 인공지능에게는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학습해야만 가능한 어려운 과업입니다. 또한 인간의 감정을 흉내 내는 인공지능의 개발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지만, 다른 사람을 진심으로 이해하고 공감해야하는 과업에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결국 현재의 인공지능의 수준은 모든 영역에서 인간을 능가하는 만능은 아닙니다. 더더욱 인공지능은 주로 주어진 데이터 하에 학습을 하고, 그에 따라 수행 능력이 결정되게 되는데요. 그러므로 자동화는 정해진 맥락 하의 과업에 대해 인공지능의 강점으로 인간의 약점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활용하는 것이 적합할 수 있습니다.
어떤 과업을 자동화해야 할까요?
그렇다면 어떤 과업을 자동화해야 할까요? 단순히 인공지능이 인간보다 잘하는 과업에 대해 자동화를 고려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좀 더 사용자 가치 중심적 사고가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사용자가 통제권을 유지하길 원하지 않고, 자동화를 원하는 과업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이 필요한데요. 이에 대한 힌트는 인간과 인공지능의 상호작용에 대한 다양한 연구 결과들이 반영된 Google의 PAIR팀에서 발행한 People + AI Guidebook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자동화가 필요한 첫 번째 과업의 유형으로 사용자의 노력과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반복적인 과업입니다. 번거롭거나 하기 싫은 과업에 사용자는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길 원하지 않으므로 기꺼이 자신의 통제권을 포기하길 원합니다. 문서의 오타를 찾아야 한다거나, 매번 동일하게 사용하는 설정 값을 입력해야 하는 것이 이러한 과업의 대표적인 예입니다. 이러한 과업에 자동화를 도입한다면 과업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사용자는 절약된 시간에 좀 더 가치 있는 일에 더욱 집중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 과업의 유형으로 사용자가 직접 수행하기에는 위험하거나 불쾌한 과업들을 자동화해 주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위험한 물질을 취급해야 하는 과업을 자동화한다면, 사용자의 안전성을 높여줄 수 있습니다. 또 다른 예로 민원 상담의 일부를 챗봇으로 대체하는 것도 상담원의 감정적인 스트레스를 줄여줄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이러한 경우에는 고객 입장에서 챗봇이 해당 과업의 문제점을 적절하게 대응하여 처리해 줄 수 있는지에 대한 종합적인 검토가 함께 필요합니다.
세 번째 과업의 유형은 사용자가 직접 수행하기에 전문적인 지식이나 능력이 부족한 과업에 대해 자동화해 주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별도의 교육이나 훈련을 받지 않으면 수행하기 어려운 외국어 번역이나 수화 인식과 같은 영역을 자동화해주는 것입니다. 또 다른 예로 육안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암이나 심근경색과 같은 질병을 발견해 주는 것도 인공지능의 힘을 빌릴 수 있는 좋은 기회 영역입니다. 이러한 과업에 자동화를 적용한다면, 사용자는 이전에 불가능했던 새로운 경험과 가치를 제공해 줄 수 있습니다.
결국 어떤 과업을 자동화해 줄 것인가에 대한 문제는 인공지능의 강점의 활용하는 것뿐만 아니라, 사용자의 통제권 유지에 대한 의사를 복합적으로 검토하는 것입니다. 만약 인공지능이 사람보다 더 잘하는 영역에 대해 자동화하더라도, 사용자가 이를 원치 않는다면 해당 인공지능 서비스는 사업적으로 성공하길 어려울 것입니다.
예를 들면 인공지능이 사람보다 더 객관적이고 공정하기 때문에 인사 평가나 법률적 재판에 활용될 수 있을 텐데요. 만약 사용자 혹은 사회에서 인공지능에게 사람이 전적으로 판단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면 이는 수용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인공지능에 의한 자동화를 검토할 때에는 사용자의 수용성을 파악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인간성(Humanity) 관점에서 우리는 어떤 과업에서는 인공지능에게 대체되지 싶어 하지 않을 수 있을 텐데요. 아래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단순하거나 반복적인 일, 그리고 위험한 일, 복잡한 일에 대해서는 그 이용 의향이 높습니다. 반면에 상담이나 교육, 돌봄과 같이 정서적인 영역에서는 그 이용 의향이 낮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는 아마도 사용자는 이성적이거나 분석적인 영역에 비해, 정서적인 영역에서는 따뜻한 인간성을 유지된 휴먼 터치 서비스를 제공받고 싶어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어떻게 자동화해야 할까요?
인공지능으로 자동화를 적용할 과업을 선정하였다면, 이제는 어떤 방식으로 자동화할 것인지 검토해 보아야 합니다. 자동화는 사용자가 수행해야 할 과업을 인공지능이 대신 수행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이러한 자동화는 아래 그림과 같이 인간의 정보 처리 과정을 얼마만큼 대신해 주는지에 따라 4단계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Parasuraman et al., 2000).
자동화 1단계는 정보를 수집해 특정 기준에 부합되는 정보를 여과해서 사용자에게 제공해 주는데요. 이러한 얇은 수준의 자동화에 대한 대표적인 예로 경고 알림이나 오타 표시를 들 수 있습니다.
자동화 2단계에서는 인공지능이 사용자를 대신해 정보를 통합하고 분석해 주는데요. 이를 통해 사용자의 상황 평가나 추론과 같은 전체적 그림을 해석하는 데에 도움을 줍니다. 그 예로 실시간 대시보드나 의료 진단 시스템을 들 수 있습니다.
자동화 3단계는 인공지능이 상황을 대신 진단하여 사용자가 특정한 반응 행동을 선택할 수 있도록 추천해 주는 것인데요. 그 예로 개인화된 맞춤형 추천 서비스나 가전 고장 예방 알림을 들 수 있습니다. 자동화 4단계는 사용자가 실행하는 여러 수준의 행위나 제어까지도 인공지능이 대신 수행하는 것으로, 자율 자동차나 로봇청소기를 그 예로 들 수 있습니다.
여기서 과업의 제어와 실행까지 인공지능에게 모두 위임한다면 완전 자동화라고 정의합니다. 반면에 인공지능에게 전체 과업 중 일부를 위임하되 최종적으로 제어와 실행은 사용자가 직접 수행한다면 이는 증강의 개념으로 볼 수 있습니다. 증강(Augmentation)은 인공지능이 사용자를 도와 사용자의 능력을 최대로 발휘할 수 있도록 해줍니다. 그 예로 내비게이션의 빠른 길찾기 안내나 다양한 업무 수행의 보조로 ChatGPT를 활용하는 것을 통해, 사용자는 자신의 인지적 역량을 증강해 더 높은 효율성과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인공지능 서비스를 기획할 때 사용자가 수동으로 수행하는 과업을 자동화해 없애주는 것이 최선이라고 가정하는 경향이 있는데요. 그렇지만 사용자는 오히려 자신의 능력을 증강하여 과업을 직접 수행하길 원할 수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사용자는 과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즐거움을 느끼는 경우인데요. 예를 들면 작곡이나 드로잉과 같이 창작 과정에서 뿌듯함과 즐거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러한 과업에서는 사용자는 직접 통제권을 행사하길 원합니다. 대표적으로 아래 그림과 같이 포토샵에 AI를 활용한 다양한 기능을 제공해 주는 것을 들 수 있을 텐데요. 이런 유형의 과업에는 사용자가 귀찮아 하거나 어려워하는 일부 과업은 인공지능이 대신 수행해 주되, 창의성이 요구되는 일부 과업에서는 사용자의 통제권을 유지해 준다면 사용자는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증강이 필요한 또 다른 과업의 유형은 사용자의 역할에 따라 결과의 책임이 따를 경우 사용자는 통제권을 유지하길 원할 것입니다. 조종사나 의사와 같이 과업 수행 결과에 따라 물리적 위험이 존재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신용카드나 은행 정보 공유와 같이 재정적 위험이 있을 경우 사용자는 기꺼이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길 원할 것입니다. 이러한 속성을 지닌 과업에서는 사용자에게 통제권을 제공해 주되, 인공지능으로 증강해 주어 사용자가 과업을 더 잘할 수 있도록 도화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결국 사용자는 과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즐거움을 느끼거나 책임을 요구되는 과업에 개인의 시간을 투자하여 직접 통제권을 유지하길 원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러한 유형의 과업에는 인공지능을 통해 그들의 능력을 증강해 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사용자 가치를 위한 인공지능 활용법
인공지능을 활용해 사용자가 원하는 과업의 전체 또는 일부를 대신 수행하도록 디자인한다면, 사용자의 일상의 편의와 생산성을 향상시켜 줄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사용자가 창의적인 활동에 집중할 수 있게 해주며 그들의 한계를 뛰어넘는 경험을 제공해 줄 수도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인간과 인공지능의 적절한 과업 분할이 필요한데요. 우리가 기획하고 있는 전체 서비스 흐름 중에 인공지능을 활용할 영역을 탐색하고, 어느 정도의 수준까지 자동화를 할지에 대한 치열한 고민을 통해 인간과 인공지능 사이의 권한을 적절하게 정의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최근 ChatGPT와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뿐만 아니라, 인공지능 기술이 적용되지 않는 제품 및 서비스 영역을 찾는 것이 더 쉬울 정도로 우리는 이제 인공지능에 익숙한 환경이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단순히 더욱 고도화된 인공지능 기술이 적용되었다는 것만으로는 사업의 성공을 보장해 주진 않습니다. 이전 보다 더 현명하고 까다로워진 고객들은 단순히 첨단 기술의 적용과 그로 인한 성능 개선만으로 만족하지 않을 것입니다. 결국 인공지능 기술이 어떤 사용자 가치를 제공하고 얼마만큼의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는 지가 사업 성공의 경쟁력 포인트가 될 것 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사용자의 니즈를 섬세하게 이해하고, 이를 통해 새로운 가치 제안과 함께 효과적인 UX 디자인이 필요합니다. 인공지능 기술은 인간을 대체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인간의 삶을 더 편리하고 효율적으로 해 주는 사용자 가치 중심적인 활용이 되어야 합니다.
참고 문헌
- Google PAIR. 2019. People + AI Guidebook. pair.withgoogle.com/guidebook
- Parasuraman, R., Sheridan, T. B., & Wickens, C. D. (2000). A model for types and levels of human interaction with automation. IEEE Transactions on systems, man, and cybernetics-Part A: Systems and Humans, 30(3), 286-297.
오의택 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