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면서

 

연말이 되면 항상 회고를 합니다. 데이터 분석가는 22년 말 예측했던 23년 지표와 실제 결과의 차이를 보고, 대체 무엇이 이슈였는지 등을 확인합니다. 이런 회고를 하면, 다음에 예측을 할 때 조금 더 보강된 근거를 가지고 할 수 있게 됩니다. 이는 일뿐만 아니라 투자도 마찬가지입니다. 연초대비 생각보다 많이 오른 기업(종목), 생각보다 많이 떨어진 기업을 살펴보면 나름대로 투자의 근거를 얻을 수 있게 됩니다.

 

호텔신라 vs KOSPI 200 지수 (Yahoo Finance)

 

여러 기업 중 제가 관심 있게 본 기업은 호텔신라입니다.

서비스업을 잘 몰라서 직접 투자하진 않았지만, 연초부터 ‘코로나의 종식’, ‘중국 관광객 수요가 증가한다’와 같은 이슈로 크게 주목받았습니다. 실제 23년 초반부터 KOSPI 200 지수와 비교해 볼 때, 3분기까지는 호텔신라의 주가가 더 양호했습니다. 하지만 연말 호텔신라 주가가 하락하고, KOSPI는 반도체 업황에 대한 기대감 등으로 상승하면서 뒤집히게 됩니다. 심지어 호텔신라는 연초대비 하락하면서 마감했습니다.

 

 

 

호텔신라의 두 축, 면세와 호텔&레저

 

우선 23년 3분기 실적을 토대로, 호텔신라의 비즈니스 모델을 알아보겠습니다. 호텔신라의 ‘호텔’이라는 표현 때문에, 보통은 숙박과 30만 원짜리 케이크 등을 팔아서 돈을 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실제 호텔신라의 대부분의 매출은 면세점 사업(Travel Retail) 부문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Source : THE SHILLA, 호텔신라 IR)

 

IR 자료를 살펴보면, 2023년 3분기 1조 118억 원의 매출 중 8,451억 원(83%)의 매출이 면세점 사업에서 발생했습니다. 그런데 보시는 것처럼 이 면세점 사업이 적자로 전환된 것이 영향을 미쳤습니다. 호텔/레저의 경우, 매출 규모는 크지 않지만, 14% 수준의 영업이익을 꾸준히 내주는 사업입니다. 따라서, 호텔신라의 3분기 적자와 주가하락은 ‘면세점 사업의 수익성 감소’에 의한 하락 때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호텔신라는 이에 대해서 중국인의 단체관광의 본격화가 되지 않은 점(고객 감소), 환율에 따른 원가 상승(비용 증가) 및 공항점 신규 오픈에 따른 공사비 증가, 재고 효율화를 통한 현금 유동성 확보 과정에서 적자로 전환됐음을 밝혔습니다.

 

 

 

면세점 사업 수익성, 임대료와 알선수수료

 

일단 면세점 비즈니스는 직매입 커머스와 유사합니다. 다양한 패션, 뷰티 명품 브랜드로부터 제품을 소싱해서, 면세점에서 판매를 하게 됩니다. 하지만 입점 브랜드에 높은 수수료를 받는 마켓플레이스와 달리, 공급자하는 브랜드사의 파워가 더 강합니다. 그래서 입점할 브랜드를 찾는 것부터가 어렵습니다. 실제 이부진 신라호텔 사장이 LVMH그룹 총괄 회장을 설득해서 LVMH그룹 소속 주요 명품 브랜드를 대거 입점시킨 것이 높은 평가를 받았던 이유입니다.

일단 이것부터 수익성을 낮추지만, 문제는 판관비도 적지 않다는 점입니다. 판관비는 매출원가를 제외하고 매출을 내기 위한 판매활동, 관리활동에서 발생하는 모든 비용으로 보면 됩니다. 면세점 사업의 판관비가 높은 이유는 임대료와 알선수수료의 영향이 큽니다. 임대료는 인천공항 등에 입점하면서 지출하는 비용이며, 알선수수료는 면세점이 여행객을 모아준 대가로 여행사, 특히 중국 보따리상(따이공)에게 지급하는 수수료입니다.

 

롯데가 인천공항에 입점하면서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낸 임대료는 4조 295억 원이다. 연평균 1900억원이 넘는다. 초창기인 2001~2010년은 9712억원에 불과했으나, 면세시장이 성장한 2011~2020년 3조147억원, 코로나19 사태인 2021~2022년은 266억원, 올 1~6월은 170억원이다.

(인천공항에 임대료 4조원 내고 짐싸는 롯데면세점, 경향신문, 2023.06.13)

 

매출 비중에서 5% 수준에 불과했던 알선수수료 비중이 치솟은 것은 코로나19 확산 이후부터다. 매출 대비 알선수수료 비중을 연도별로 살펴보면 ▲2019년 5% ▲2020년 11.1% ▲2021년 31.7%로 급격히 치솟았다.

알선수수료에는 판촉을 위한 비용이 전부 포함돼 있지만 사실상 대부분이 따이궁 송객수수료다. 송객수수료는 여행사가 방문 여행객을 모은 데 대한 대가로 면세점이 여행사에 지급하는 수수료를 말한다. 

(매출 절반 수수료로…면세업계, 올해는 손해 보는 따이궁 장사 안한다, 뉴스핌, 2023.03.09)

 

면세점 비즈니스가 높은 매출에 집착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보통 커머스에서 적자를 감수하더라도 규모를 키우는 이유 중 하나가 ‘바잉 파워 Buying Power’입니다. 내가 대량으로 판매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기면, 공급자에게 단위당 단가를 저렴하게 상품을 대량으로 받아올 수 있습니다.

물론 면세점이 명품 브랜드에게 가격을 훨씬 저렴하게 대량으로 받아오는 것은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래도 명품 브랜드사가 입점할 곳을 선택한다면, 기왕이면 사람들 눈에 잘 띄는 곳을 선택하고 싶을 테니 그런 면에서 면세점도 높은 판관비를 지불하면서 규모를 키우게 됩니다.

 

 

그렇게 규모를 키웠지만, 결국 문제가 되었습니다. 위의 기사에서처럼 알선 수수료가 지나치게 높아지면서, 수익성을 해치는 수준까지 가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2023년 초, 면세업계에서는 이런 알선수수료를 줄이고 수익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호텔신라 또한 알선수수료를 줄이는 과정에서 시내면세점의 매출은 감소했지만, 수익성은 개선을 이뤄냈습니다.

2022년 3분기를 보면, 전체 면세점 매출 1조 1,977억 원에 시내 면세점 매출이 1조 532억 원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영업이익률을 살펴보면 약 0.1%(6억 원) 수준에 그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반면, 2023년 2분기를 보면 시내 면세점 매출이 감소하면서 3,425억 원으로 1/3토막이 났지만, 그럼에도 면세점 영업이익률은 6.1%(432억 원) 수준으로 나타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면세사업은 살아날 수 있을까?

 

(Source : ‘엔데믹으로의 본격적인 전환, 호텔/면세업의 주목해야 할 사업환경 변화 요인과 업체별 영향, 한국신용평가, 2023.04.04)

 

호텔신라의 숙박&레저 매출/수익성이 비슷한 흐름을 유지한다는 가운데, 앞으로의 성과는 면세점에 의해 결정될 것입니다. 긍정적인 부분은 호텔신라가 지난 7월부터 인천국제공항 면세 사업자로 최종 선정되면서, 향후 10년간 지속적으로 영업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여기에 신라 앤 베이직과 같은 멤버십을 활용하는 등, 내국인 수요도 놓치지 않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다만, 국내 면세점 사업이 중국 관광객의 영향을 크게 받는 가운데, 중국의 단체 관광이 아직 활성화되지 않았다는 점과 중국 내 젊은 층을 중심으로 한 자국 제품 선호 현상 때문에 여전히 높은 변동성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과연 호텔신라가 그들의 명품 커머스인 면세점 사업을 어떻게 살려낼 수 있을지, 또한 중국인 관광객 의존도를 어떻게 낮출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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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민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