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브랜딩과 마케팅의 차이점이 뭔가요?

  • 이제 막 시작한 브랜드도 브랜딩에 신경을 써야 할까요? 

  • 직원들에게 브랜딩을 어떻게 가르치면 좋을까요? 

 

 브랜딩에 관심을 가지게 된 대표님들이 많이 하는 질문들입니다. 첫 질문은 ‘정의’를 묻는 질문에 가깝습니다. 브랜딩과 마케팅의 정의는 이미 많은 전문가분들이 다룬 주제입니다. 그분들의 관점이 담긴 다양한 정의를 비교해 가며 읽어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조금씩 다르게 표현된 문장들을 읽다 보면 금세 나만의 정의도 내려볼 수 있을 겁니다. 

이 글에서는 두 번째, 세 번째 질문에 대한 답으로 브랜딩을 실무에 적용하는 것 대한 감을 찾는데 도움이 되는 공부 방법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이제 막 브랜드 창업을 시작한 대표님도, 1년 차 초보 마케터도 쉽게 따라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 방법만으로 브랜딩을 100% 이해하긴 어렵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앞으로 일을 할 때 좀 더 ‘브랜드답게’ 일할 수 있는 방법 정도는 터득하실 수 있을 겁니다. 

 


 

브랜딩은 실무에 어떻게 적용될까? 

 

 일단 브랜드 하나를 고릅니다. 이 공부를 할 땐 되도록 규모가 있는 브랜드를 고르는 것이 좋습니다. 우리는 지금 똑같이 따라 하려는 목적으로 브랜드를 공부하는 게 아닙니다. 우리가 매일 하게 될 작은 업무들이 쌓이면 궁극적으로 어떤 모습이 될지를 상상하는데 도움이 될 브랜드를 찾는 거죠. 그러려면 시장에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브랜드를 선택하시는 게 좋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책상 브랜드, 데스커를 골라봤습니다.

 

먼저, 선택한 브랜드의 웹사이트에 들어가 보세요. (출처 : 데스커 공식 웹사이트)
 
 

 
 

1. 브랜드와 고객의 접점 파악 (= 이 브랜드는 고객을 어디서 만나고 있나?) 

 

 일단 브랜드 웹사이트에 들어가 봅니다. 웹사이트는 실제 고객들이 많이 방문하는 곳은 아닙니다. 고객들은 판매 채널로 바로 넘어가는 경우가 더 많죠. 그럼에도 브랜딩에 신경 쓰는 브랜드들은 웹사이트 관리를 게을리하지 않습니다. 웹사이트가 모든 메시지의 허브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허브 역할을 할 수 있는 다른 채널이 있다면, 작은 브랜드가 반드시 멋진 웹사이트를 만들 필요는 없다는 말입니다.)

첫 화면에 나타나는 메시지는 매우 중요하지만 지금은 그냥 넘어갑니다. 웹사이트 맨 하단으로 스크롤을 쭈욱 내려보세요. 보통 웹사이트 제일 하단 영역에는 브랜드가 고객과 소통하기 위해 만들어놓은 각종 sns 계정 링크가 들어있습니다. 이 링크를 모두 클릭해서 새로운 창을 띄우세요. 

데스커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네요. 페이스북은 인스타그램의 콘텐츠가 거의 그대로 올라올 테니, 저는 인스타그램, 유튜브, 블로그를 각각 클릭해 봤습니다. 

 

대부분 하단에 아이콘 혹은 글씨로 링크를 걸어둡니다. (출처 : 데스커 공식 웹사이트)
 

 

 

2. 콘텐츠 분석 (= 이 브랜드는 고객과 만나서 무슨 이야기를 할까?)

 

 이제 막 만든 채널이 아니라면 각 채널마다 콘텐츠들이 빼곡히 쌓여있을 겁니다. 전부 그 브랜드의 팀원들이 시간과 비용을 들여 만든 콘텐츠들이죠. 빈 종이나 새 문서를 열어 옆에 두고 이 콘텐츠들을 천천히 살펴봅니다. 그러다 떠오르는 생각들을 나만의 언어로 적습니다. 이 콘텐츠를 만든 사람들이 기획 단계에서 했을 법한 생각, 실제 제작을 하면서 중점적으로 챙겼을 것들, 이런 콘텐츠들을 통해 전하려는 메시지 등을 추측해서 적으면 좋습니다. 

 

이해를 돕고자 데스커의 콘텐츠들을 보면서 저도 몇 가지 적어봤습니다. 

 

각 채널에 있는 콘텐츠들이 중복됨 : 한 번 콘텐츠를 제작할 때 블로그, 유튜브, 인스타그램에 두루 사용할 수 있도록 글, 사진, 영상을 모두 충분히 확보하는구나. 애초에 기획할 때부터 이 부분이 고려되어 있으면 일을 훨씬 효율적으로 할 수 있겠어. 

제품의 특장점을 직접 보여주는 콘텐츠는 많지 않음 : 제품을 실제로 이용하고 있는 ‘사람(고객)’들의 이야기 속에서 자연스럽게 브랜드의 장점을 녹여내는 콘텐츠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네. 고객 입장에서도 제품 소개서를 보는 느낌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보는 느낌이라 보는 맛이 있겠어. 

최근 주력 타깃은 아이를 가진 부모 : 아이의 성장을 부모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스토리 콘텐츠를 만들어 모든 채널 상단에 고정시켜 놨네. 마치 스스로 만든 콘텐츠에 ppl을 넣듯이 부모들이 스토리 자체에 몰입할 수 있도록 제품은 그냥 자연스럽게 노출만 시키고 있어. 어린 시절부터 데스커를 쓰면서 자란 아이는 커서도 데스커를 쓸 확률이 높을 테니까 이런 타깃에 주목하고 있는 게 아닐까?  

거의 모든 콘텐츠가 ‘가능성’이라는 주제에서 뻗어 나옴 : 가정에서 자라는 평범한 아이, 스타트업 직원들, 프로 게임 선수, 그래픽 디자이너, 디지털 노마드, 예술가 등 ‘책상’이라는 가구에서 자신만의 성과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주목하고 + ‘가능성’이라는 일관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네. 이 브랜드는 책상을 ‘인간의 가능성을 일깨우는 도구’로 재정의했구나. 그럼 자연스럽게 데스커는 인간의 가능성을 일깨워주는 브랜드가 되겠네.

브랜드의 콘텐츠가 풍부할수록 적을 내용이 많아질 겁니다. 최근 콘텐츠뿐 아니라 초기에 발행된 콘텐츠들까지 살펴보면 이 브랜드가 겪었던 시행착오나 마케팅의 전체적인 흐름도 파악할 수 있겠죠. 판매 채널이 다양하다면 그곳에도 방문해 보면 좋습니다. 데스커의 경우, 오늘의 집, 29cm 등 다른 플랫폼에서도 제품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다른 판매 채널에서도 모두 비슷한 이미지와 메시지를 일관되게 전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29cm 내 데스커의 소개글 (출처 : 29cm)
 
 

 

3. 우리 브랜드에 적용할 수 있는 요소 파악 (= 우리는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

작은 브랜드가 큰 브랜드를 그대로 따라 하기는 어렵습니다. 규모를 떠나 다른 브랜드를 그대로 따라 하는 건 우리 브랜드에 전혀 도움이 안 되는 행동입니다. 브랜드가 자신의 제품을 재정의하는 방식, 브랜드의 핵심 메시지를 유지하면서 각 채널에서 고객과 소통하는 방식 등을 배웠다면 그걸로 충분합니다. 세부 실천 사항은 지금 우리에게 가능한 수준으로 바꿔봅니다.   

우리는 이 정도로 다양한 채널을 운영하기에는 시간과 자본이 부족해. 인스타그램과 블로그 정도만 운영해 보는 걸로 시작하자. 콘텐츠를 기획할 때는 글과 이미지를 각 채널에 어떻게 활용할지 미리 생각해 두면 좋겠다. 릴스에 활용할 수 있는 짧은 영상 콘텐츠는 내가 직접 스마트폰으로 촬영할 수 있도록 간단한 영상 촬영 팁 정도는 공부해 두자. 

제품의 특장점을 인스타에 그냥 업로드하는 건 그렇게 세련된 방법이 아니구나. 우리 제품을 쓰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어떻게 수집할 수 있을까? 고객들의 포토 리뷰를 지금보다 훨씬 더 적극적으로 유도하거나, 일부 고객들과의 인터뷰 자리를 마련해 우리 제품이 일상에서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 직접 들어볼 수 있으면 좋겠다. 고객에게 어떤 혜택을 주면 이런 자리에 기꺼이 응할까? 

고퀄리티의 브랜드 콘텐츠를 만들기는 예산이 너무 부족해. 이 부분은 나중에 브랜드가 더 성장하면 시도해 볼 수 있도록, 잘 만든 콘텐츠 사례들을 계속 모아두면 좋겠다. 

우리 브랜드가 전하는 메시지의 핵심 키워드는 뭘까? 그 키워드를 어떤 카피로 변화시킬 수 있을까? 고객들이 그 키워드를 봤을 때 우리 브랜드를 떠올리게 하려면 어떤 느낌의 모델, 어떤 느낌의 이미지, 어떤 톤의 디자인을 실무에 적용해야 할까? 팀원들과 회의를 통해 우리의 핵심 가치를 명확하게 글로 정의하고 함께 공유하면 좋겠다.

꼭 우리와 비슷한 제품을 취급하는 브랜드만 볼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와 비슷한 결의 브랜드를 하나 봤다면, 카테고리는 다르지만 내 마음을 사로잡았던 브랜드를 하나 보는 것도 좋습니다. 데스커는 하나의 콘텐츠를 다양한 형태로 편집해 업로드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지만, 일부 브랜드는 핵심 주제만 유지한 채 각 채널별로 아예 다른 콘텐츠를 배포하기도 합니다. 브랜드 로고를 전면에 내세우는 브랜드가 있는가 하면 순수하게 콘텐츠로서의 기능을 다할 수 있도록 로고를 숨기고 채널을 운영하는 브랜드도 있죠. 

브랜드들의 다양한 시도들을 살펴보면서 우리가 잘할 수 있는 방법들을 발견해 보세요. 꼭 콘텐츠에만 적용되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브랜드가 퍼포먼스 마케팅을 위해 사용하는 광고 소재, 오프라인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팝업 스토어 등에서도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브랜드가 고객을 만나는 장소에 따라 메시지를 어떻게 변형시켜 전달하는지를 의식적으로 파악하고 글로 적어보세요. 자연스럽게 내 업무를 할 때도 우리 브랜드의 메시지를 자연스럽게 심을 방법들을 고민하게 될 겁니다.   

 

로고 갈아엎고, 컬러와 폰트 가이드를 체계적으로 세우는 것만이 브랜딩은 아닙니다. 블로그 글 한 편 쓰는 일, 상세페이지 만드는 일, 광고 소재를 만드는 일, SNS에서 댓글을 달아주는 일에도 하나의 메시지와 이미지를 일관되게 적용할 수 있다면, 그 모든 실무 하나하나가 모두 브랜딩입니다.   

 


 

박상훈 (플랜브로) 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