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글은 금융상품에 대한 매수/매도 추천과 무관합니다.
TL:DR
1. 일본의 고용과 수출이 모두 개선되며, 일본의 경제가 좋은 상황입니다. 다만, 인플레이션의 압력과 미국의 장기 금리 상승으로 일본은 금리 상승의 압박을 받고 있습니다. (엔화 가치 상승 요인)
2. 하지만 2024년에 예정된 선거로 일본은 세금을 줄이겠다고 말합니다. 세금을 줄이면서, 금리를 인상시키고, 동시에 일본의 대규모 재정지출이 필요한 국방정책이 맞물려가면 일본 정부의 재정건전성은 파탄 수준이 될 수 있습니다. (엔화 가치 하락 요인)
3. 일본은 그래도 장단기 금리조절(YCC) 정책을 완화하면서, 정상적인 재정운영을 위한 출구전략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대내외적 변수가 많은 상황이기 때문에, 이런 요소를 고려한 엔화투자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지난 글을 통해서 일본의 엔화 가치가 왜 떨어질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글을 작성헀을 때 870원/JPY100 수준이었는데, 그 이후에 850원까지 내려갔다가 다시 조금씩 상승하고 있습니다.
미국이 금리를 동결 또는 인하한다는 전제하에, 엔화의 가치가 크게 상승하려면 일본의 경제 전망이 좋아져야 합니다. 왜냐하면 금리를 올리는 것은 상대적인 수출 경쟁력을 낮추고, 국가와 개인의 지출을 위축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제조업 경쟁력이 살아나서 수출 경쟁력을 유지하고, 국가와 개인이 버틸 수준이 된다면 다시 정상적인 엔화 가치 상승을 기대해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오늘은 일본의 경제에 대한 전망, 그리고 경제 전망이 좋다면 정말 엔화가 상승할 일 밖에 없을지에 대해서 대외경제연구원(KIEP)에서 발행한 2024년 경제 전망 리포트를 통해 살펴보겠습니다.
엔저 우마이 : 수출과 고용이 개선된 일본
KIEP에서 발표한 ‘2024 세계경제 전망’을 살펴보겠습니다. 일본은 개인소비, 설비투자로 인해 내수가 회복되고, 자동차 수출 및 방일 여행객 증가와 같은 외수가 경제 성장에 견인했다고 합니다.
이 과정에서 주요 기업들이 30년 만에 임금상승률을 최대치 수준인 3.6%를 올렸습니다. 그래서 소비가 크게 증가하길 기대했지만, 일본도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물가부담으로 실질가계소비지출은 식료품, 교육비, 통신요금 지출로 이어졌습니다. 기업활동도 제조업은 설비투자가 전기대비 증가했지만, 비제조업의 설비투자 감소폭이 더 크게 나타나면서, 종합적으로는 줄어든 상황입니다.
그래도 긍정적인 점은 자동차, 건설용 기계 중심의 수출은 증가하고 에너지 및 원자재 수입 가격이 안정화되면서 무역적자가 개선되었다는 점과 고용이 양호하다는 점입니다. 서비스 수지 적자폭도 축소되었습니다. 상반기 출국 일본인 수는 476% 증가했지만, 방일 외국인 여행자는 2,010% 급증했다고 합니다. 또한 고용시장 내 실업자는 계속 감소하여 23년 9월 기준 2.6% 수준이며, 2023년은 2022년과 달리 비정규직 대신 정규직 고용이 증가하면서 고용 안정성도 높여가는 추세라고 합니다.
요약하면 기업의 설비투자는 비록 감소했다지만, 소비자 물가는 오르고 있고, 일본의 경상수지 흑자폭도 늘어나고, 고용도 받쳐주고 있습니다. 즉, 일본 정부가 이제 슬슬 금리를 올려 정상적인 통화정책을 가져가기에, 꽤나 괜찮은 상황이 되어가는 것 같습니다.
선거가 다가온다 :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그럼에도 2024년은 엔화 투자 리스크가 높은 한 해가 될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여러 나라에서 중요한 선거가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대통령 선거, 대한민국의 국회의원 선거처럼 중요한 이벤트가 많습니다. 이미, 국내에서는 관련한 주식들이 상한가를 올리는 일들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일본 주변 국가에도 변수가 많지만, 일본에도 중요한 선거가 있습니다. 기시다 정권은 2024년 9월에 자민당 총재 선거를 앞두고 재집권을 노리고 있습니다. 따라서 기시다 총리와 여당에서는 표를 얻기 위해, 법인세와 소득세 감세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다만, 앞서 다룬 것처럼 일본의 재정 상황은 좋지 않습니다. 여기에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한 금리 인상이 진행된다면, 일본 국채 비용이 상승하기 때문에 재정은 계속 나빠질 것입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자료에 따르면, 기시다 내각의 경제대책을 위한 추 예산은 2022년 당초예산의 약 65% 규모인 67조 5,904억 엔이며, 이 중 약 71%를 국채 발행으로 조달했습니다. 즉, 일본 정부의 재정건전화가 이루어지기 매우 어려운 상황으로 가고 있는 것입니다.
재정건전성이 악화되는 것이 가벼운 문제는 아닙니다. 최근 한국도, 일본도 국가 부채 비율로 이야기가 많지만, 다들 ‘설마 나라가 망하진 않겠지’ 정도로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서 지인이 갑자기 10만 원을 빌려달라고 할 때, 수입도 많고 빚도 없는 지인과 수입이 줄고 빚이 많은 지인 중 누구에게 빌려주는 게 마음이 불편할까요? 아마 후자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처럼 정부는 나라 경기가 안 좋을 때 재정지출을 통해서 이를 부양하게 되는데, 정부의 재정건전성이 나쁘다면 자본을 조달하기가 매우 어려워집니다.
정말 극단적으로 일본 정부가 그리스, 포르투갈처럼 재정위기를 겪는 상황이 된다면 엔화는 준-기축통화로의 지위를 상실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엔화의 가치는 지금보다 훨씬 떨어질 가능성도 존재합니다.
YCC에 트이는 숨통 : 금리 상승의 시작일까
그래도 최근 YCC와 관련된 정책이 유연해진 것은 엔화 투자자들에게 긍정적인 신호입니다. 구로다 전 일본은행 총재는 2013년 4월부터 2023년 3월까지 재임기간 동안 장단기 금리조절(Yield Curve Control, YCC)을 통해서 금융완화정책을 지속해 왔습니다. 그리고 2023년 4월에 취임한 우에다 신임 일본은행 총재 역시 이런 기조를 이어왔습니다.
다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인플레이션 등은 일본 장기 금리를 상승하도록 압박했습니다. 또한 미국의 장기금리 상승 역시, 일본이 금리를 올리는 방향으로 압박을 했습니다. 그 결과 지난 10월 30~31일 일본은행의 통화정책회의에서 일본의 장기 금리(10년물 국채)는 기존 상한선인 1%를 일정 수준 넘어서도 용인한다고 밝혔습니다.
시장은 이에 대해서 두 가지 시선으로 나뉩니다. 하나는 실망하는 쪽으로 사실상 YCC의 폐지에 가까운 수준으로, 금리 상향선을 상향 조정하기를 기대한 쪽입니다. 하지만 다른 하나는 이제 일본이 YCC에 대한 출구전략을 실행하기 시작했다는 관점입니다. 바로 폐지하기 어려우니, 지금부터 점진적으로 변화를 줄 것 같다는 의견입니다.
KIEP의 자료에 따르면, 일본 내에서는 본격적인 출구전략 이행 시점을 2024년 9월 정도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즉, 선거가 끝난 이후로 보고 있는 것입니다. 다만, 다른 쪽에서는 달러당 150엔 약세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라 빠르면 2023년 연내에 YCC를 사실상 폐지할 수도 있다고 밝혔습니다.
끝으로
정말 판단이 어려운 문제 같습니다. 경기, 고용이 회복되고 물가도 올라가면 당연히 금리인상을 할 것 같지만, 선거를 앞두고 세금을 줄인다면 금리인상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경제 상황만으로 모든 것을 판단하기엔, 정치적인 상황부터 대외 변수까지 많은 것이 엮이다 보니 외환 투자에는 정말 크고 작은 어려움이 존재합니다. (제목의 부활한다 떡밥 죄송합니다 ㅎㅎ..)
이런 분위기에 힘입어서 엔화는 11월 중 850원대로 최저치를 찍은 이후, 다시 조금씩 반등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2024년은 외환 투자에 영향을 많이 주는 변수들이 많은 시기입니다. 이런 요소들을 잘 고려하시면서, 엔화 투자를 하시는 분들이 높은 확률적 우위를 만들어서 성투하시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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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민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