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글은 2023년 11월 15일에 발행된 뉴스레터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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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방살이 시작한 명품 커머스
최근 들어 국내 주요 명품 커머스 서비스들이 종합 이커머스 플랫폼과 제휴를 맺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트렌비는 11번가에, 캐치패션은 G마켓에, 그리고 머스트잇은 CJ온스타일에 매장을 차렸는데요. 사실 이러한 현상은 명품 커머스 입장에선 결코 달갑지 않은 일입니다. 이는 곧 이들이 플랫폼 사업자로서의 지위를 잃어버리고, 일종의 상품 공급자로 전락하고 있다는 걸 뜻하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사례들이 늘어난다는 건, 그만큼 명품 커머스 시장 상황이 좋지 않다는 걸 뜻합니다. 우선 엔데믹 이후, 명품 수요가 해외여행 및 면세점 등로 분산되었고요. 여기에 더해 경기 불황으로 인해 전체 소비 자체가 위축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경영 환경은 악화되는데, 투자 시장마저 얼어붙으면서 추가 자금 수혈도 쉽지 않은 상황이고요.
끝내 극복하지 못한 구조적 한계
이와 같은 명품 커머스의 위기는 실제 지표로도 확인 가능합니다.
혁신의숲과 모바일인덱스 Insight에서 제공한 데이터에 따르면, 3대 명품 커머스 서비스 모두 올해 들어 지속적으로 거래액과 트래픽이 하락하고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시장 자체가 위축된 데다가, 오히려 경쟁은 심화되었고요. 투자가 끊긴 이들은 과거와 같은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을 펼칠 수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러한 위기는 이미 오래전부터 예견되어 왔던 일이긴 했습니다. 작년 이들 3사는 모두 추가 투자를 어렵게나마 확보하긴 했지만, 명품 수요 둔화는 그때부터 시작되고 있었고요. 그 이전에 쌓아왔던 성장 역시 적자를 토대로 만든 것이었습니다.
더욱이 명품 시장 자체가, 공급자인 럭셔리 브랜드가 압도적인 협상력을 가지고 있고, 수요자인 고객들은 가격 비교를 통해 언제든지 이탈할 준비가 되어있는, 플랫폼 입장에선 매우 기울어진 운동장과 같은 곳이라서요. 이렇게 적자를 감수하며 플랫폼을 키워봤자, 쿠폰을 주지 않으면 고객은 바로 떠나고 맙니다. 상품 공급 업체야, 오픈마켓 등의 다른 판매 채널 대안이 있으니, 플랫폼의 고통을 분담할 생각을 애초에 하지 않고요.
따라서 특단의 대책이 없다면, 이들의 하향세는 앞으로도 지속될 가능성이 큽니다.
운영에서 답을 찾아야 합니다
그렇다면 이들은 앞으로 어떻게 살아남아야 하는 걸까요?
올해 초 비록 월간이나마 흑자 전환에 성공한 트렌비의 경우, 중고 명품 시장을 돌파구로 삼았습니다. 리셀의 경우, 정품 보증이 가장 중요한데, 트렌비가 기술 기반으로 감정 효율화에 성공하면서 비용을 절감한 효과가 컸다고 하는데요. 이처럼 운영 역량 측면에서 무언가 차별화에 성공한다면, 명품 커머스도 구조적인 한계를 이겨내고 독자적으로 생존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할 수 있습니다.
유사한 사례로, 가구 물류 역량을 기반으로 독자적인 입지를 구축한 하우저 사례가 떠오르는데요. 가구 커머스 시장 역시, 경쟁이 너무 치열하고 최저가가 아닌 이상 고객을 붙잡기 어려운 구조를 가졌지만, 하우저는 고객이 불편해하던 가구 배송 문제를 해결하여 시장 내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었습니다.
이들은 아예 처음부터 아예 플랫폼이 아닌 일종의 SaaS(Software as a Service), 즉 기업 대상 솔루션 업체로 포지션을 잡기도 했는데요. 그 덕에 지금은 쿠팡, 네이버, 이마트를 모두 고객사로 둘 정도로 안정적인 사업 기반을 마련하였습니다.
그리고 명품 커머스 역시, 아예 종합 커머스 플랫폼에 제휴 형태로 입점한 이상, 이제는 보다 과감한 사업 모델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싶습니다. 명품 검수 등 여전히 고객이 필요로 하는 영역에서 전문성을 기르고 문제를 해결해 준다면,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 영속하는 서비스로 거듭날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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