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가 가장 그럴듯하게 구현된 분야는 어디일까요? 당연하게도, 게임입니다.
요즘 VR게임의 수준을 보자면 가히 현실을 뛰어넘는 수준이죠. 저는 아직 지독한 디지털 멀미에 시달려서 10분 이상 게임을 지속하지는 못하지만 구현되어 있는 VR 게임 속 가상세계는 정말 뛰어난 퀄리티를 보여줍니다.
그렇다면 현재 기술 수준에서 게임이 아닌 메타버스로서 가장 시장에서 효용성이 높은 분야는 저는 아트 갤러리라고 느꼈습니다. 현실의 공간이 아닌 가상의 공간에서 내 작품을 가장 감각적으로, 혹은 초현실의 공간에서 내 작품을 보여줄 수 있죠.
현재 시점에서 작가들에게 사진과 작품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온라인 공간은 바로, 인스타그램입니다.
공간 기반 사진 서비스로 시작한 인스타그램은 어느새 젊은 층의 가장 핫한 SNS이자 메신저가 되었죠. 사진을 가장 쉽게, 더 많은 사람에게 보여줄 수 있는 플랫폼은 현재로서는 인스타그램이 1순위입니다. 그럼 메타버스가 인스타그램의 어떤 부분을 뛰어넘을 수 있기에 제가 효용성이 높다라고 표현했을까요?
내 그림 파일 누가 훔쳐가면 어떡해?
코로나19가 창궐했을 때, 블록체인 기술 기반의 NFT는 굉장히 핫한 이슈였습니다. 일부 캐릭터 NFT는 수억 원을 호가하기도 했고 아직까지도 자산으로의 가치가 있다고 여겨지고 있습니다.
반대로, NFT는 사기이고 아직 허울뿐인 기술이다라고 평가되기도 하죠. 제가 메타버스 업계에서 일한다고 했을 때 메타버스는 사기라고 했던 친구의 말이 떠오릅니다. 하지만, ‘기술’은 사기가 될 수 없죠.
그러니 잘 짜인 블록체인 기술 기반의 NFT는 분명 매력적인 분야입니다.
작가들이 내 작품을 디지털화할 때 하는 가장 큰 고민이 무엇일까요? 바로 도용과 복제 그리고 유포입니다. 그렇기에 아직도 아트 갤러리는 굉장히 고귀한 오프라인의 전유물이 되고 있죠. 물론, 작품을 온전히 있는 그대로 즐기고 감상하기 위해서는 저는 무조건 오프라인 only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전 세계의 모든 작품을 오프라인으로 즐길 수는 없습니다. 또, 오프라인의 한계를 뛰어넘는 디지털 예술작품도 요즘에는 각광을 받고 있죠.
다시 돌아와서 코로나19 시기에 메타버스 시장에서는 NFT 아트 갤러리를 통해 작품을 걸고, 판매하는 시도를 꽤나 많이 했습니다.
업무용 메타버스 플랫폼이었던 국내 기업 스페이셜은 NFT 전시회를 통해 작품을 감상하고 판매까지 가능하게 했습니다. 상반신 아바타로 공간 내 관람객들과 소통하며 전시 관람이 가능했던 스페이셜은 NFT 전시회를 통해 작가들에게 새로운 비즈니스 가능성을 시사했고, NFT가 핫했던 그 시기에 수많은 작가들은 작품 NFT 등록에 많은 관심을 가졌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NFT 기술의 낮은 접근성, 시장의 낮은 이해도 그리고 결정적으로 엔데믹이 오면서 그 관심은 사그라들었습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작가들의 작품 자산화에 대한 니즈는 아직 유효하기 때문에 온라인 갤러리에 대한 메타버스의 숙제는 아직 남아있습니다.
신진작가들의 오아시스가 된 메타버스
오프라인 갤러리를 대관하려면 1일 적게는 10만 원에서 많게는 수백만 원을 호가하기도 합니다. 당연히 핫하고 좋은 위치에 있을수록 비용은 천정부지로 치솟게 되죠. 작품 하나를 만드는데 몰두하기도 쉽지 않은 신진작가들에게 오프라인 전시를 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그들이 택하는 방식은 합동전시회나 정부지원사업이죠. 그런데 여기에서 신진작가들에게는 가히 오아시스 같은 존재가 등장합니다. 바로, 메타버스죠. 응? 메타버스?라고 생각되신다면 편하게 3D 가상갤러리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럼 또 분명히 이렇게 생각하실 겁니다. ‘3D? 아 너무 별로일 것 같은데..’ 그런데요. 여러분이 생각하시는 3D가 90년데 버추얼 캅스 게임이라면 요즘은 배틀 그라운드입니다. 몰입감에 초첨을 맞춘 VR게임은 그 현실감이 현실을 초월하는 역설적인 수준에 이르렀죠. 물론, 반응형 웹 방식의 3D 공간이 아직까진 배틀그라운드 수준이 될 수는 없습니다.
디지털 작가 ZOBO(조기웅)는 2023년 8월 메타버스 플랫폼 엘리펙스에서 최초의 디지털 아트 전시를 개최했습니다. 수많은 3D 메타버스 템플릿을 무료로 제공해 주는 엘리펙스에서 직접 전시회를 꾸미게 된 것이 계기가 되었죠. 이 전시가 메타버스 아트 갤러리에 시사한 바는 작가의 세계관, 그리고 하이브리드입니다.
ZOBO작가는 어떻게 메타버스 전시를 진행했을까요?
오프라인 전시회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작가의 작품 세계관에 빠져들어 온전히 작가가 의도한 방향대로 전시를 즐기는 것입니다.
그러나 함께 간 애인, 지루해하는 내 아이, 작품 몰입을 방해하는 수많은 요소들로 인해 그 몰입은 깨지게 되죠. 그래서 작가들이 전시를 주최할 때 입장부터 퇴장까지의 모든 디테일을 오랫동안 고민하는 것입니다. ZOBO작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어떻게 하면 관람객들이 내 세계관을 이해하고 몰입할 수 있을까?’가 그 첫 번째이자 가장 중요한 과제였죠. 그래서 ZOBO 작가가 택한 방법은 ‘웹툰’과 ‘대화형 UI’입니다.
관람객들은 익숙한 모바일 스크롤과 터치로 자신도 모르는 사이 전시회에 빠져들게 됩니다. 그리고서는 작가가 의도한 대로 3개 관에 걸쳐 도슨트와 함께 작품을 감상하고 작가와 인터렉션 할 수 있는 공간까지 가능하게 했죠.
앞서 언급드렸듯이 온오프라인 하이브리드 개최는 메타버스 아트 갤러리 분야에 시사하는 바가 상당했습니다.
저는 오프라인의 오감 만족을 온라인이 절대로 따라갈 수 없다고 보기에, 반드시 오프라인 퍼스트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메타버스가 필요한 이유는 오프라인에서 할 수 없는 부분은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이죠. 앞서 ZOBO작가의 사례를 통해 본 ‘세계관 몰입’과 ‘인터렉션’은 온라인 메타버스가 가지는 강점을 명확히 보여줬습니다.
오프라인에서 그 순간에만 경험할 수 있었던 몰입 경험을 이제는 전시에 오기 전에도, 집에 돌아가서도 가질 수 있는 것이죠. 저는 이것을 ‘오프라인 전시의 경험 확장’ 정도로 표현을 하지만, 전시 공간에 알파를 더 해 관람객이 내 작품 세계 속으로 들어오게 할 수 있는 유일무이한 수단이라고 확신하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화이트큐브를 부수자
우리는 흔히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트 갤러리는 네모난 나의 작품을 벽에 걸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죠. 그것이 내 작품을 가장 돋보이게 할 수 있다는 사실도 변함이 없습니다. 화이트 큐브와 같은 미술관 벽에 내 작품이 걸리는 것만큼 작품에 온전히 몰입하게 할 수 있다는 것도 사실이죠.
하지만 메타버스는 다릅니다. 제가 메타버스의 매력에 대해 항상 이야기하는 것이 있습니다. ‘세상에 없던 완전히 새로운 공간’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죠. 어쩌면 물리법칙까지도 무시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메타버스에서까지 굳~이 내 그림을 존재하지도 않는 벽에 걸어야 할까요?
메타버스가 아트 갤러리 시장에 주는 비즈니스적 베네핏은 명확합니다. 작가의 작품을 걸고 도슨트까지 플레이되며 도슨트 입장 티켓, 작품 NFT 판매로 수익 창출까지 가능한 메타버스가 1단계라면 다음 단계는 작가의 작품 세계관에 완전히 몰입하여 작가와 정신적인 교감을 나누는 것입니다. 작품과 몰입의 효과를 몸소 보여주는 결과물이 바로 미디어아트전시입니다.
메타버스는 결국 온라인과 기술의 장점을 ‘몰입’으로 살려내야 합니다.
3D로 주는 몰입감 말고 ‘콘텐츠’를 통해서 말이죠. 그래서 저는 앞으로, 메타버스와 아트갤러리 시장을 ‘작가의 세계관과 몰입’에 포커싱 하고 공략할 계획입니다. 아트 갤러리 시장이 ‘굳이’ 돈을 들여가며 메타버스를 써야 하는 이유는 분명히 있기 때문이죠.
다양한 사례를 통틀어 정리하다 보니 전할 내용이 많아졌지만 결론은 아트갤러리 메타버스는 ‘작가의 세계관과 몰입’에 포커싱을 두지 않으면 그저 그런 서비스로 잊혀질 겁니다. 그 힌트를 몰입형 미디어 아트 전시가 주고 있고, 내년에 애플 비전 프로가 상용화되었을 때부터 시작될 ‘공간 컴퓨팅’ 시대에는 아트를 감상하는 패러다임 자체가 바뀔 것입니다.
‘에이~ 굳이’ 라구요? 한 번 기다려보시죠!
메타버스 김프로 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