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금요일 저녁 8시, 한 매장에 트럭이 급히 멈춰 섰다. 

그리고 트럭에서 내린 장정들은 일사불란하게 트럭의 적재함에서 파란색 크레이트 담긴 물건을 내림과 동시에 매장에 들이닥쳤다.

 

 

 

뉴델리에 위치한 매장의 직원이 그날의 기억을 떠올리며 말했다.

 

“긴박한 상황이었어요. 모두가 당황했죠. 우리는 그들이 누구인지 전혀 알지 못했어요. 그들은 사전에 어떠한 통보도 없이 갑자기 들이닥쳤고 매장 매니저는 당황하여 어떻게 대처할지 몰랐죠.”

 

그날 이들이 들이닥친 매장은 이곳만이 아니었다. 전국의 200여 개 매장을 동시다발적으로 접수했다. 한 매장에서는 이들이 통제권을 장악함에 따라 쇼핑 중인 고객들에게 퇴장을 요청하는 안내 방송이 나왔다. 또 다른 매장에서는 다음 날 아침 출근한 직원들이 아무런 설명도 없이 집으로 돌아가라는 요청을 받았다.

 

 

 

빅 바자(Big Bazaar) 슈퍼마켓, ⓒ인디안 리테일러
 

전시 상황이 아니었다. 정체불명의 침입자들 또한 테러리스트나 강도가 아니었다. 그들은 다름 아닌 경쟁사의 직원들이었다. 도대체 왜 이들은 군사작전을 방불케 하는 상황을 초래한 것일까?

 

이 일이 발생하기 3년 전, 세계 최대의 전자상거래 기업인 아마존은 인도에서 시장 선도업체인 릴라이언스(Reliance)에 이어 2위 슈퍼마켓 체인을 보유한 퓨쳐(Future)에 2억 달러를 투자하면서 비즈니스 파트너가 되었다. 하지만 2020년 코로나19로 인해 리테일 시장이 급격하게 어려워지며 릴라이언스에 매각을 고려하게 되었다.

 

그러나 아마존은 이 거래에 릴라이언스를 비롯한 특정 경쟁 업체에 퓨쳐의 소매 자산을 판매하지 못하게 하는 조항이 포함되었다고 주장했다. 그 사이에 기업의 상황은 더욱 어려워졌고 퓨쳐는 임대료를 지불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어느 날, 임대인은 미지불 임대료에 따른 권리를 행사하기 위해 매장 압류를 시작했다. 그 때가 바로 금요일 저녁 8시였다. 

그리고 놀랍게도 임대인의 정체는 릴라이언스였다.

 

 

 

마치 이 순간만을 기다렸다는 듯이 매장 압류와 함께 매장 선반의 모든 제품을 릴라이언스 제품으로 교체하고 매장의 간판마저 모두 바꿨다. 대한민국의 대기업보다 일 처리가 더 신속하고 정확했다. 한밤중의 기습으로 아마존은 어안이 벙벙했지만, 그들이 투자한 슈퍼마켓의 매장은 이미 사라진 뒤였다. 

현재 아직 법적분쟁이 진행 중이지만 세계 최대의 커머스 기업을 대상으로 이러한 대담한 전략을 펼친 릴라이언스는 도대체 어떤 기업일까?

 

 

 


 

대한민국에 삼성이 있다면 인도에는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가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인도가 동남아시아의 한 국가라고 알고 있다. 그러나 사실은 인도는 남아시아에 위치한 나라로, 동남아시아와는 다른 지역구분에 속한다. 남아시아는 인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스리랑카, 네팔, 부탄, 몰디브, 아프가니스탄을 포함하는 아시아의 한 지역으로 대륙 전체의 10% 면적을 차지한다.

 

반면, 동남아시아에는 태국, 미얀마, 베트남,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이 있으며, 남아시아에는 인도를 비롯하여 방글라데시, 스리랑카, 몰디브, 네팔, 부탄이 있다. 인도는 동남아시아와 인접한 나라이기는 하지만, 인도의 문화, 언어, 종교 등은 동남아시아의 나라들과 많은 차이가 있다.

 

인도는 연방제 공화국으로서 28개의 주와 8개의 연방 지역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세계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나라 중 하나이다. 이처럼 거대한 인구를 품은 인도에서도 가장 붐비는 도시인 뭄바이에는 세계적인 기업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 

바로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Reliance Industries Limited)이다. 전 세계에서 88번째로 매출이 높은 기업으로 에너지, 석유화학, 천연가스, 소매, 통신, 매스미디어, 섬유 등의 분야에서 활동하며, 인도 최고의 기업으로 시가총액과 매출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 ⓒReliance Industries Limited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는 인도 경제에 파급력 있는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 기업은 인도의 총 GDP 중 약 6%를 차지하고 있으며, 인도에서 가장 많은 노동력을 고용하고 있어 국가 경제의 주축을 담당하고 있다. 

또한, 이 기업은 인도 정부의 중요한 세수원으로서 국가 재정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이 기업이 지불하는 총 관세와 소비세는 전체 총액의 5%에 달하는 수준이다. 게다가,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는 인도 경제의 구조를 혁신하고, 국가를 글로벌 경제 무대에서 주요 참여자로 위상을 드높이는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2022년에 기록된 매출액이 1,99,749 크로레(약 26.4조 원)의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는 흥미롭게도 인도 최대의 소매업체이기도 하다. 전국에 13,000개 이상의 매장을 보유하고 있으며, 모든 주요 생산지와 소비지를 연결하는 첨단의 공급망 인프라를 효과적으로 구축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자동화와 확장성을 갖춘 창고, 물류, 배송 시스템에 투자하여 효율성과 고객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 본사, ⓒReliance Industries Limited
 

 

 


 

오마트 (JioMart): 페이스북과 협업 통해 더욱 고객의 일상에 깊숙이 침투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의 온라인 식료품 쇼핑 플랫폼인 지오마트(JioMart)는 2020년 5월에 페이스북과의 협력으로 론칭되었다. 이 플랫폼은 수백만 명의 소상공인과 협력하여 고객들에게 신선하고 저렴한 식품을 배달하고 있다. 현재 200개 이상의 도시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앞으로 1,000개 도시로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다.

 

고객들은 왓츠앱(WhatsApp)을 통해 주문을 할 수 있으며, 배달 알림 및 결제 처리 등의 서비스도 제공된다. 이는 고객들이 별도의 앱이나 웹사이트를 방문하지 않고도 가장 익숙하고 간편한 메신저 앱을 통해 쇼핑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하는 O2O(online-to-offline) 모델을 적용하고 있어 고객들은 온라인으로 주문하고 가까운 키라나(소규모 식료품 가게)에서 상품을 배송받거나 직접 수령할 수 있다.

 

 

 

 

왓츠앱에서 주문 가능한 지오마트, ⓒ메타

 

이로써 고객은 빠르게 신선하고 저렴한 상품을 효율적으로 받을 수 있으며, 키라나는 트래픽 유입을 통한 매출 신장의 기회를 얻게 되었다. 인도의 온라인 식료품 시장은 2020년에 30억 달러(한화 약 4조 원) 규모였지만 2025년에는 180억 달러(한화 약 24조 원)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오마트는 인도의 정적인 인프라 환경에서도 동적인 소비를 끌어내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아지오 (AJIO): 다양한 브랜드와 디자이너들의 패션 아이템을 온라인으로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의 온라인 패션 및 라이프 스타일 쇼핑 플랫폼인 아지오(AJIO)는 2016년에 론칭되었다. 아지오는 국내외의 유명 브랜드와 디자이너들의 다양한 상품을 판매한다. 현재 2,000개 이상의 브랜드와 5,000만 개 이상의 상품을 보유하며 인도에서 가장 큰 패션 플랫폼 중 하나로 자리매김하였다.

 

아지오는 캡슐 컬렉션, 해외 독점 브랜드, 인디 컬렉션를 통해 트렌드를 주도하는 독점적인 스타일을 제시한다. 이외, 자사 브랜드 아지오 온(AJIO Own)을 통해 저렴한 가격대의 제품 또한 제시함으로써 다양한 소비자의 니즈에 부합하고 있다. 덕분에 개성과 독창성을 추구하는 패션 애호가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아지오 웹사이트, ⓒ아지오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는 아지오를 통해 인도의 이커머스 시장에 결코 적지않은 파동을 일으키고 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경계를 허물고, 고객 경험, 배송 서비스, 결제 에코시스템에서 혁신적인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2022년 12월 분기 실적에 따르면, 아지오의 고객 수와 제품 수는 전년 대비 각각 33%, 62% 증가했다. 그러나 온라인 패션 시장이 인도 전체 패션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5~20%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아지오는 도시 외 지역의 소비자들을 유치하기 위해 아지오 스트리트(Ajio Street)를 론칭했다. 이 플랫폼은 저가 패션 제품을 전문으로 하는 마켓플레이스로, 수수료 없이 판매자와 구매자를 연결하고 판매자에게 15일 내 빠른 대금 지급을 제공한다. 

이는 소프트뱅크와 프로서스(세계적인 기술 투자자)가 투자한 미쇼(Meesho)와의 차별화 전략으로써 저가 패션 및 액세서리 제품 시장에서 강력한 입지를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의 믿는 구석, 빠르게 성장하는 내수시장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에게 시장 지배력을 확보하기 위해 경제성 중심의 접근 방식을 채택하는 것은 전혀 낯선 광경이 아니다. 이는 지난 10년 동안 무료 음성 통화와 저렴한 데이터 요금을 제공하는 지오(Jio)를 출시하여 인도 무선 통신 업계를 극적으로 뒤흔들었을 때 극명하게 드러났다. 현재 가입자 수가 4억 3,000만 명을 넘어선 지오는 남아시아 시장의 통신 산업을 지배하고 있다.

 

지금도 텔레콤 분야에 적극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으며, 이는 스마트폰과 모바일 인터넷이 현재와 미래의 핵심이라는 기업의 전망을 보여준다. 스마트폰 보급률의 증가와 빠른 모바일 속도는 고객들이 온라인에서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는 이 기회를 통해 온라인과 오프라인 경계를 허물며, 고객 경험, 배송 서비스, 결제 에코시스템에서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2023년에 세계 평균 성장률이 2.7%에 그치는 가운데, 인도는 6.1%의 경제 성장률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미국(1.0%)과 중국(4.4%)을 크게 앞선 수치로, 인도가 새로운 경제 거점 국가로 급부상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인도는 미국과 중국 간 경제 경쟁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며, 한국은 인도와의 수출 확대와 인프라 구축에 참여할 전망이다.

 

인도 정부의 제조업 육성 전략인 ‘메이크 인 인디아(Make in India)’는 외국 투자 유입과 함께 제조업 분야에서의 혁신을 이끌 것으로 기대된다.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와 같은 인도 기업들은 자국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세계 시장으로 진출하고 있다. 인도는 불교와 간디의 나라에서 벗어나 세계경제대국으로 거듭나고 있는 것이다.

 

 

 


해당 콘텐츠는 Jimmy Cho님과 모비인사이드의 파트너쉽으로 제공되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