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에 대한 고민은 연령대 상관없이 모두에게 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간 광고에서는 20대를 제외한 다른 세대의 목소리를 들어본 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퀸잇에서 당당하게 40대의 패션을 이야기하기 전까지는요. “퀸잇”의 이번 광고 캠페인을 제작한 오버맨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이시은 본부장님은 어떤 고민 끝에 이런 크리에이티브를 발견하셨는지 제작 소감을 포함해 다양한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광고는 나이 먹기가 쉽지 않습니다.
아마도, 대다수의 광고가 목적으로 하는 타깃이 20대이기 때문일 겁니다. 많은 브랜드들이 항상 트렌드의 중심이고 싶어하며 젊은 이미지를 유지하고자 노력하곤 하죠.
저는 20대 초반에 아주 잠깐 40대 남성을 위한 아이디어를 내느라 애를 먹었지만, 그 이후론 20대 후반에도 20대를 위해, 30대가 되어서도 20대를 위해서, 40대가 되어서도 20대를 위한 광고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었어요. 늘 그 당시의 20대가 좋아하는 것이 되고자 했었습니다.
그래서 퀸잇은, 제가 처음 제 나이에 맞는 광고를 만들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그것은 저의 길지도 짧지도 않은 20년의 광고 인생에서, 온전히 40대 여성만을 위한 캠페인이 처음이었다는 얘기가 되겠죠.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정말 많은 사람들이 40대 여성임에도 불구하고 오래전부터 그녀들을 챙겨주는 브랜드가 없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살짝 서럽기도 했었네요. 그래서일까요? 나이값을 제대로 해야겠다 싶은 마음이 정말 많이 들었던 프로젝트였습니다.
’40대 여성’ 하면 패션 혹은 쇼핑에서 멀어져 있을 것 같지만 사실 20년 간 가장 급격한 쇼핑의 변화를 몸소 체험해온 세대죠. 저의 경우, 20대 초반엔 동대문 쇼핑몰과 지오다노 등의 옷을 입으며 간간히 백화점을 기웃거렸고 어느 순간 온라인 쇼핑의 세계에 빠졌습니다. 유니클로는 물론, 자라와 H&M의 패스트패션을 경험하다가 해외직구까지로 쇼핑의 영역을 넓히기도 했습니다.
어쩌면, 제 또래의 그녀들은 세상에 존재하는 온갖 쇼핑채널을 두루 거쳐오며 가장 합리적인 수단과 자신에게 어울리는 스타일 검색에 도가 튼 사람들일지도 모릅니다. 그렇기 때문에 최대한 그녀들의 스타일을 존중하는 광고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메시지로 말을 걸 것인가 – 가장 중요한 고민이 시작되었습니다.
40대 여성들이 공감할만한 얘기가 뭘까. 지금의 나를 아름답다고 말하는 것일까. 뭔가 자기합리화처럼 느껴지면서 괜히 짠하게 느껴지는데, 그런 거 말고 당당하게 살아가는 삶을 담을 수는 없는 걸까? 이런 저런 궁리를 하면서 제 주변의 40대를 살펴보니 생각 외의 발견이 있었습니다.
워킹맘도 있고, 전업주부도 있고, 딩크족도 있고, 싱글들도 있고, 재혼한 사람도 있고. 겨우 나라는 평범한 사람의 주변인데도 이렇게 삶이 다르다니. 이 뿐이 아니었죠. 삶만 다른 것이 아니라, 직업에 따라서 옷 입는 스타일은 달라졌습니다. 대기업 팀장 다르고, 광고회사 CD 다르고, 금융권에 있는 사람 다르고, 선생님 다르고, 자영업 즉 프리랜서인 사람들 다릅니다. 딸 엄마 다르고, 아들 엄마도 다르겠죠.
어느 세대든 10대든 20대든, 모두 다양하게 살고 있으며 하나로 규정하긴 힘들 겁니다. 하지만 공통적으로 관통하는 사실들이 있습니다.
학생이라든가, 사회초년생이라든가. 젊음, 도전, 발랄, 성장, 시작 등등. 하지만 40대는 한 때 똑같이 학생이었던 친구들이 각자의 길을 가서 이미 어느정도 자신의 삶을 살아온 사람들이죠. 인생이라는 길의 초반부가 아닌 어느새 중반의 문을 두드리고 있는 사람들. 직업부터, 선택한 삶의 방식도, 주거공간도, 가족의 형태도 모두 다른 사람들이었습니다.
심지어 개인 역할은 더 복잡해집니다. 딸이면서, 엄마이면서, 학부모이면서, 며느리이고, 아내이며 직장에선 상사, 때로는 부하직원, 친구도 있을 겁니다. 그리고 40대가 되면 갑자기 우리 부모님들의 보호자 역할을 하기 시작합니다.
어찌보면 가장 치열하게 많은 일을 해내며 제각각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40대의 여성들.
아 이거다! 이 얘기를 해야겠다. 이것이야말로 퀸잇만이 할 수 있는 얘기구나. 다양한 사이즈, 좋은 소재의 옷 그리고 스타일의 폭이 넓도록 많은 브랜드들까지. ‘다양성의 존중’ 바로 그것. 40대야말로 가장 버라이어티한 나이. 그녀들의 모든 스타일을 존중하며 더 버라이어티하게 패션을 즐길 수 있는 패션앱이라고 이야기하자.
정말 버라이어티한 40대 여성들과, 저마다 다양한 스타일을 담으려 하다보니 모두가 역대급이라고 할 만큼 많은 모델과 장소와 옷을 촬영해야만 했습니다. 광고의 진정성을 높이기 위해 퀸잇에서 구입할 수 있는 옷들로 스타일링을 했습니다. 옷들의 택배가 촬영 전까진 도착하길 간절히 바라기도 했어요. 40대의 일반인 모델부터 우리에게 익숙한 얼굴의 모델까지 촬영 직전에 섭외가 완료되었고, 마지막 촬영날까지 로케이션이 정해지지 않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촬영일, 저는 저와 같은 나이를 살아가면서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가는 많은 여성들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버라이어티한 나이임을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직접 체험해보니 마음 어딘가에서 알 수 없는 동질감이 샘솟았어요. 그들 모르게 저 혼자서지만요.
20대에 어울리든 말든 유행을 쫓으며 옷을 입었고, 30대에 갈팡질팡하며 옷을 샀습니다. 40대가 되어서야 세상의 시선에 흔들림 없이 나의 시선으로 나에게 어울리는 옷을 찾을 수 있게 된 우리들. 그러고보니 옷이 말해주는 것 같네요. 나이를 허투루 먹지 않았다고요.
세상의 모든 40대 여성들이 자신들을 존중하는 패션앱 퀸잇에서, 스타일만이 아니라 인생도 더 버라이어티하게 즐기게 되길 – 같은 나이를 살아가는 동료로서 진심으로 바라고 있습니다.
지금도 새로운 앱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습니다. 그만큼 많이 사라지고 있기도 하죠.
이런 상황 속에서 ‘퀸잇’은 많은 유저들에게 편리함을 주고 지속적으로 사랑 받는 패션 플랫폼으로 자리 하길 바라겠습니다. 바쁘신 와중에도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모더레이터 : 모비데이즈 최봉준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