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키(NIKE)가 24년 1분기 실적을 발표했습니다. 

매출은 월가의 기대치를 미달했습니다. 하지만, 수익과 총이익 마진 예상치를 넘어섰으며, 이로 인해 애프터마켓 거래에서 주가가 급등했습니다. 최근 기업들이 수익성에 대한 압박을 받으면서, 이런 형태의 실적 발표가 자주 보이는 것 같습니다.

 

참고로, 나이키의 회계연도는 6월부터로 이번 2024년 Q1은 2023년 5월부터 8월의 실적입니다.

 

구체적인 실적은 아래와 같습니다. 

  • 매출: 129억 달러 (YoY 2%)
  • 매출 총이익 : 57억 달러 (YoY 2%)
  • 매출 총이익률 : 44.2% (YoY -0.1%p) 
  • 재고 자산 : 87억 달러 (YoY -10%)

 

나이키는 이번 분기에 자체 매장과 디지털 채널을 포함하는 직접 채널 매출이 전년도에 비해 6% 증가했다고 발표했습니다. 특히, 그들이 디지털 채널을 통해 자사 매장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사실, 즉 효과적인 옴니채널을 구축했다는 점에 대해서 매우 자랑스러워했습니다. 

또한 흥미로운 점은 재고 수준이 큰 폭으로 감소했지만, 매출총이익을 어느 정도 수준으로 유지했습니다. 나이키의 재고 수준은 전년 동기와 비교할 때 96.6억 달러에서 87억 달러로 10% 감소했습니다.

 

 

 

Nike의 재고자산 YoY의 감소가 눈에 띈다 (차트 : 직접 제작)

 

보통은 재고 수준을 낮추기 위해서 제품할인을 진행하며, 이로 인해 수익성과 마진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입니다. 최근 미국의 경기침체에 따른 수요 약화 우려와 중국의 느린 경기 회복 상황이 겹치면서, 나이키를 포함한 여러 제조업체에게 재고 관리 및 수익성 유지와 관련한 우려의 시선이 커졌습니다. 

나이키도 올해 20% 이상 주가가 하락했는데, 이 배경에는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재고 문제를 꼽았습니다. 직접 판매(DTC) 중심으로 변화하는 상황에서, 대외적인 상황이 이런 재고 문제를 악화시켰습니다. 그런 이유에서 나이키가 마진율을 크게 훼손시키지 않으면서 재고 수준을 낮추는 것에 성공한 것은 엄청난 성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채널 포트폴리오 관리 : 도매 채널 비중을 높이다

 

우선 지역별 매출을 살펴보면, 북미 시장의 매출은 감소했지만, 유럽, 중동, 아프리카, 중국, 아시아-태평양 및 라틴 아메리카 내 매출은 증가했습니다. 특히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신발(Footwear) 제품의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증가했으며, 의류(Apparel) 매출은 중국 지역을 제외하고 모두 감소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나이키의 최고재무책임자(CFO)인 매튜 프렌드도 에어맥스 1, V2K 등 증가하는 운동화 수요에 집중하겠다고 이야기하기도 했습니다. 

나이키의 지역별/상품별 매출

 

이런 상황에서 나이키가 선택한 방법은 채널의 다각화입니다. 나이키는 2021년 계약을 종료했던 미국의 메이시스 백화점에서 오는 10월부터 의류, 가방, 용품 등의 판매를 재개한다고 밝혔습니다. 그 밖에 과거에 풋라커 등 편집숍에 공급하던 물량을 줄였던 나이키는, 최근 영국 신발 편집숍 JD스포츠와의 파트너십 체결부터 풋라커와 파트너십 준비 등 채널을 다각화하는 것에도 노력하고 있습니다. 

자사몰을 통해 신발 이외의 상품에 대한 충분한 수요를 만들어내지 못한다는 것을 파악하고, 전략적인 수정을 꽤 한 것입니다. 이는 최근 DTC 업체들이 수익성 증대를 위해, 도매업체와 파트너십 관리가 중요해지고 있는 흐름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다만, 판매채널을 아마존까지 모두 살리는 것이 아닌 백화점, 편집샵 등 브랜드 자산을 크게 해치지 않을 채널을 중심으로 확장하는 것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가격을 통한 수익성 관리 : 제품 생애주기를 고려한 가격 전략 

 

기업의 마진을 결정하는 가장 직접적인 전략은 아무래도 가격 전략일 것 같습니다. 가격은 기업의 마진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며, 기업이 통제할 수 있는 변수 중 가장 유연하게 변경할 수 있습니다. 가격 설정은 제품의 수요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며, 브랜딩 등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합니다.

하지만 가격 전략은 매우 어렵습니다. 가치보다 높게 설정할 경우, 수요를 줄여 전체 이익은 줄어들 수 있습니다. 반면 가격을 가치보다 너무 낮게 설정한 경우, 받을 수 있는 마진 일부를 포기하는 경우가 발생하며, 프리미엄 제품은 브랜드 이미지를 훼손시킬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여러 가지 요소를 고려한 적당한 가격 설정을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과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진 : MetricCart)

 

나이키는 그들의 DTC 채널을 활용해 제품의 수명주기에 따른 가격 전략을 실행하고 있습니다. 이를 가격 스키밍(Skim Pricing)이라고 부릅니다. 우선 제품의 초기 단계에서는 혁신가Innovator라고 부르는 고객들에게 판매가 됩니다. 신제품에 열광하고 도전하는 사람들입니다. 이때는 비교적 높은 가격이 책정되는데, 이를 통해 R&D 및 제품 생산에 투입된 비용을 회수하는데 크게 기여하게 됩니다. 

 

이후에는 얼리어답터Early Adopters를 거쳐, 대중들Majoirty에게 제품이 확산됩니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다른 제품과의 경쟁도 치열해집니다. 이때 가격을 적정 수준으로 조절하여, 제품이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확보하도록 기여합니다. 이런 가격 스키밍이 성공하려면,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 높은 고객이 필요하며, 트렌드가 매우 빠르게 변화하는 산업에서 적합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나이키는 딱 이런 브랜드였습니다.

나이키는 출시 후 3~6개월 동안 최고 가격으로 판매되며, 이후에는 가격을 점차 인하했습니다. Nike Air Force 1  신발이 최초 출시가 되었을 때는 130달러 선에서 판매하다가, 초기 수요가 감소한 이후에는 110달러로 낮춰서 판매되었습니다. 패션에서는 조금 싸게 사는 것보다, 트렌드 변화에 더욱 민감한 사용자들이 많기 때문에 이런 운영이 가능합니다. 

 

 

 

나이키 앱

 

나이키는 자사의 채널을 통해서 신제품을 공개하고 있습니다. 특히, App Early Access라고 불리는 채널을 통해서만 구매가능한 신제품을 소개하는 등, 혁신가~얼리어답터 집단이 자사의 채널에 유입되도록 만듭니다. 이를 바탕으로 제품에 대한 초기 수요를 파악하고, 이를 토대로 생산량/재고 관리와 이후 적정 할인 수준과 시점에 대한 계획을 수립할 수 있게 됩니다.

또한 자사몰을 통한 할인에도 적극적입니다. 우선 앱을 통해서 구매하면 50% 정도 할인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는 상품들이 꽤나 많은 상황입니다. 나이키 앱데이트 클리어런스 세일즈를 통해 자사몰 유입과 재고관리를 효과적으로 병행하고 있습니다. 

 

나이키는 그들의 직접 채널의 경쟁력을 잘 활용하고 있습니다. 자사몰을 활용하면 마켓과 같은 채널에 발생하는 수수료가 적기 때문에 할인을 통해 마진을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재고 및 ESG 차원에서 일부 매장에서만 판매하던 리퍼브 운동화까지 할인된 가격으로 온라인을 통해 판매할 수 있도록 시도하고 있습니다.

 

 

 


 

끝으로

 

나이키의 대외적인 상황은 분명 좋지 않습니다. 인플레이션 등 유가와 식료품 값이 증가하면서, 패션 관련 소비가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은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서, 나이키는 판매 채널을 다각화하면서 적극적으로 재고관리를 진행하고 있으며, 동시에 제품 생애 주기에 따른 가격 전략을 통해서 적정 마진을 확보해가고 있습니다.

과연 경기 침체의 우려 속에서도, 나이키가 다시 도약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참고자료

 

 

 

경민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