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여정의 마지막 단계입니다.

 

여기까지 오신 대표님들의 상황은 처음 타깃 고객을 선정할 때와는 많이 달라져 있을 겁니다. 마케팅 팀과 구성원, 월 단위 마케팅 액션과 성과 리뷰 체계, 매출과 순이익 구조, 운영하는 미디어의 영향력 등이 각 사업에 맞는 형태로 성장해 있겠죠. 그에 맞게 신제품, 신사업 등 더 큰 도약을 준비하시는 분들도 많을 거라 생각됩니다.  

 

1. 타깃고객을 선정한다

2. 그들에게 전할 가치와 메시지를 만든다

3. 그들을 만날 방법을 찾는다

4. 그들에게 좋은 첫인상을 남긴다

5. 그들에게 신뢰를 얻는다 

6. 그들을 고객으로 만든다

7. 그들이 감탄하게 만든다

8. 그들을 우리의 단골로 만든다

9. 그들을 우리의 열렬한 팬으로 만든다

10. 좀 더 넓은 타깃고객을 위한 가치와 메시지를 기획한다 

위 과정을 계속 반복하며 우리만의 마케팅 시스템을 만든다. 

 

 


 

 

우리 브랜드에 적합한

‘성공’과 ‘성장’을 정의합니다

 

1~9번의 과정을 거쳐 히트상품은 물론 소수의 팬까지 확보한 브랜드의 다음 스텝에 정답은 없습니다. 애초에 여기까지 오는 기업 자체가 많지 않습니다. 처음 한 바퀴를 온전히 돌기도 전에 1번으로 다시 돌아가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그런다고 실패가 아닙니다. 사업의 여정에도 정답은 없습니다.) 

 

여기에서 우리 브랜드에 적합한 ‘성공’과 ‘성장’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두 번째 사이클의 방향이 결정됩니다. 끝없이 매출을 키우는 것만을 성공이라고 부르지 않는 시대입니다. 오히려 그런 편협한 사고가 많은 대표님들을 위험에 빠트립니다. 애초에 매출을 무한정 늘리는 게 가능하다는 전제 자체가 근거가 없는 전제입니다. 그럼에도 컨설팅 일을 하다 보면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하다 불어난 투자 비용, 인건비의 늪에 빠져 무너지는 대표님들을 어렵지 않게 만나볼 수 있습니다.  

 

카테고리 확장, 매장수 증대, 대량생산을 위한 공장 구축, 더 많은 고객 유입을 위한 새로운 기능 추가… 이렇게 늘리는 것에만 집중하면 가지고 있던 것에 구멍이 납니다. 처음 우리가 고객에게 선택받았던 이유들을 잃게 됩니다. 첫 제품에 있던 또렷한 메시지와 특별한 기능, 첫 매장에만 있던 숙련된 조리 기술과 로컬 재료의 신선함, 첫 서비스에만 있던 특별한 고객 경험들이 희미해집니다. 초심을 잃은 과도한 확장이 대부분 빚이 되어 돌아오는 이유입니다. 

 

때로는 유지와 제한도 성장의 한 방식이 될 수 있습니다. 매년 매출의 일정 비율을 히트상품에 재투자해 카테고리 1위의 자리를 유지하는 것도 성장입니다. 무리하게 카테고리를 확장하는 것보단 기존 히트상품의 단점을 개선하고, 함께 사용하면 시너지를 내는 추가 상품을 개발해 보면 어떨까요? 경쟁자들이 쉽게 따라 할 수 없도록 진입 장벽을 세우는 겁니다. 어떤 사업 분야든 압도적 1위 자리에 오르면 기존 고객의 만족은 물론 신규 고객 유입까지 쉽게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제품 그 자체가 신뢰 자산이 되니까요. 

 

고객들이 브랜드를 좋아하는 이유인 ‘로컬스러움’을 위해 타 지역 진출을 제한하는 것도 멋진 의사결정입니다. 그 에너지를 모아 로컬 자산을 더 다채롭게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 보는 거죠. 브랜드가 하는 일을 ‘그 지역의 가치를 전하는 것’으로 재정의하면 카테고리에 대한 편견은 사라집니다. 그 지역의 재료로 만든 디저트, 그 지역의 원료로 만든 기초 케어, 그 지역의 주민들과 함께 여는 축제 등 훨씬 더 안정적으로 색다른 시도를 해볼 수 있습니다. 가지고 있는 자산을 잃지 않고 또 다른 가치를 만들어내면 새로운 고객을 만났을 때 할 이야기도 더 풍성해집니다.

 

중요한 건 외부의 주목이나 투자자를 끌어들이기 위한 숫자 맞추기가 아니라 내부적으로 정의하는 브랜드의 성공과 성장입니다. 투자 없이도 지속가능한 구조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야 큰 리스크 없이 사업을 계속할 수 있습니다. 이런 사업이 투자를 받았을 때 더 크게 성장합니다. 혹여나 실패하더라도 과도한 빚에 허덕이지 않고 건강하게 새로운 도전을 준비할 수 있습니다.  

 

무리한 확장을 경계하려면

 

깊은 고민을 거친 후에도 ‘확장’을 선택했다면 무리한 확장을 피하기 위한 장치가 필요합니다. 제가 추천하는 방법은 모든 의사결정에 ‘기존 고객’을 개입시키는 겁니다. 타깃 고객의 확장은 기존 고객을 버리고 새로운 고객을 얻는 일이 아닙니다. 기존 고객을 통해 얻은 매출을 활용해 기존 고객과 새로운 고객을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는 가치를 만드는 일이죠. 

 

재구매를 몇 번 했다고 기존 고객이 우리의 평생 고객이 될 것이라는 착각은 금물입니다. 한 번 생각해 보세요. 내가 5년 넘게 꾸준히 재구매하는 브랜드 제품이 몇 개나 되는지. 우리가 지속적으로 가치를 만들어내지 못하면 그들은 언제든 우리를 떠납니다. 매력적인 대안들은 계속 생겨납니다. 기존 고객을 잃으면 그만큼 신규 고객을 확보해도 결국 제자리걸음입니다. 

 

기존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을 더 깊게 들여다봐야 합니다. 그 속에서 그간 우리 브랜드 제품이 선택받지 못했던 영역을 찾아야 합니다. ‘지금은 20대가 타깃인데 이제부터 30대, 40대까지 노리겠다!’가 아닙니다. 그 정도의 확장은 초거대 자본이 개입되지 않으면 거의 불가능합니다. 

 

기존 타깃 고객들의 삶에서 좀 더 넓은 영역을 차지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7평 이하의 오피스텔에 거주하는 20대 1인 가구이면서 최적의 재택 환경을 희망하는 고객’을 위한 업무용 책상으로 성공했다면, 같은 타깃 고객 중 ’15평 이상의 집으로 이사한 고객’이 사용하기 좋은 제품 라인업을 추가하거나, ‘똑같은 평수에 살면서 멋진 홈카페까지 구현하고 싶은 고객’을 위한 가구를 만드는 식입니다. 

 

고양이 집사들을 위한 가구 라인업을 추가한 일룸의 방식은 작은 기업도 참고해 볼 만합니다. (출처 : 일룸 공식 사이트)
 
 

시대가 빠르게 변하면 고객들도 빠르게 변합니다. 지금의 20살 남성과 5년 뒤 20살 남성은 아예 다른 가치관을 가진 사람입니다. 기존 고객의 변화도 따라잡기 힘든 시대에 인구통계학적 타깃을 넓히겠다는 생각으로는 누구도 만족시키기 어렵습니다. 내가 이미 만족시키고 있는 기존 고객들의 삶의 방식, 거주하는 공간, 주변 환경, 하루 일과, 소비 방식, 즐겨보는 콘텐츠 등이 어떻게 변하는지 주목해야 합니다. 시대의 변화와 함께 달라지는 그들의 기준을 충족시킬 우리만의 가치를 만들어가야 합니다. 그래야 브랜드 정체성을 잃지 않고 단단하게 성장할 수 있습니다.  

 

 


 

 

더 많은 고객에게 줄 수 있는 가치를 기획하고 난 뒤에는 새로운 사이클이 시작됩니다. 조금 넓어진 타깃 고객을 새롭게 정의하고, 그들에게 전할 메시지를 만들고, 그들에게 신뢰를 얻어 매출도 일으켜야 합니다. 어떤 과정은 생략될 수도 있고, 전에는 없던 과정이 추가될 수도 있습니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 점차 그 브랜드만의 마케팅 색깔이 입혀집니다. 새로운 인력이 들어와도 적응할 수 있는 마케팅 시스템이 완성됩니다. 

제 안내는 모두 끝났습니다. 이제 대표님(혹은 예비 대표님)이 시작할 차례입니다. 대표님의 타깃 고객은 어떤 사람인가요? 그들에게 전할 대표님만의 가치와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대표님은 어느 채널에서 그들을 만나야 할까요? 언젠가 대표님의 사업, 마케팅 전략이 다양한 콘텐츠에서 성공 사례로 언급되는 날이 오기를 진심으로 바라겠습니다. 

 

 

 

박상훈 (플랜브로) 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