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능의 제안과 제공
01 사용자에게 먼저 제안하는 건너뛰기
요즘에는 대다수의 콘텐츠 플랫폼에서 원하는 시점과 위치로 이동할 수 있는 일종의 텔레포트 기능이 제공되고 있습니다. 그중에 하나가 OTT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오프닝 건너뛰기’ 기능이죠. 바쁘다 바빠 현대사회에서는 어쩌면 당연하게 사용자의 시간을 단축시켜 줄 수 있는 기능이 중요한 가치가 되었습니다. 앱으로 줄을 대신 서거나 SNS로 간편 가입을 하거나 몇 초만에 간편 결제를 하는 것처럼 말이죠.
사용자가 찾기도 전에 이러한 기능을 알아서 제안하는 것은 굉장히 센스 있어 보입니다. 아마 많은 사용자들이 오프닝 구간을 넘겨 보는 행동 양상을 보여 ‘오프닝 건너뛰기’ 기능을 알잘딱깔센으로 먼저 제안하고자 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다소 극단적으로 보자면 이러한 기능의 제공은 콘텐츠의 중요한 정보를 본인도 모르게 놓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저도 요즘 즐겨보고 있는 드라마에서 ‘다음화 이동하기’ 기능을 이용하지 않은 적이 있었는데 그 드라마에 에필로그가 있다는 걸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ㄴㅇㄱ
02 사용자가 필요할 때 제공하는 바로가기
앞서 밀리의 서재에서는 ‘본문 바로 읽기’ 버튼이 제공되지 않는다고 했는데요. 사용자에게 먼저 제안하지 않을 뿐이지 밀리의 서재에서는 각 책의 목차 정보가 제공되어 원하는 지점부터 바로 읽을 수 있습니다. 비디오 플랫폼인 유튜브나 대다수의 오디오 플랫폼도 마찬가지로 사용자가 원하는 지점으로 바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타임라인에서 시간대를 선택하거나 가사를 클릭하는 것처럼 말이죠. 만일 사용자에게 먼저 제안하고자 한다면 ‘간주 점프’나 ‘본문 바로 읽기’ 등의 버튼으로 제공될 수 있겠네요. (노래방이야 뭐야..)
사용자에게 먼저 제안하는 것과는 다르게 전체 구성을 보고 사용자가 선택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놓치는 정보를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매번 이 과정을 직접 거쳐야 한다면 사용자는 다소 불필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흠, 뭐랄까. 기술이 발전될수록 어쩔 수 없이 정제되지 않은 것에서 오는 낭만과 기다림의 미학이 사라지는 것 같습니다. (F야 뭐야..)
03 콘텐츠 바로가기 기능, 꼭 필요할까?
바로가기 기능 자체는 콘텐츠를 잘게 세분화할 수 있다면 어느 서비스에서든지 제공할 수 있을 겁니다. 예를 들면, 상품 세부정보에서 원하는 항목만 딱딱 찾아볼 수 있도록 말이죠. 요즘에는 상품 설명이 워낙 길게 나오기 때문에 사용자는 편리할 테지만, 앞서 다룬 것처럼 중요한 정보를 놓칠 수도 있고 콘텐츠를 세분화하여 등록하는 것은 꽤나 수고스러운 일입니다.
사용자에게 먼저 제안하든 사용자가 필요할 때 제공하든 적합한 곳에 적절하게 제공된다면 문제 될 것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사용자에게 하나의 선택지를 더 주는 것일 뿐이니까요. 물론 콘텐츠 편식에 대한 우려도 있겠지만, 많은 사용자가 불필요한 행동을 하는데도 불구하고 제공하지 않는다면 소비 행위 자체가 꺼려질 수도 있습니다.
물론 너무 과하게 제공하여 사용자가 ‘바로가기’ 기능을 이용하지 않았을 때의 경험이 불편해서는 안 됩니다. 오프닝을 보고 싶은데 ‘오프닝 건너뛰기’ 버튼이 큼지막하게 제공되는 것처럼 말이죠. 비슷한 예시로 유튜브에서 영상 말미에 나오는 추천 영상은 꽤나 불편한 경험을 제공합니다. 많은 공간을 차지하면서 숨길 수도 없기 때문이죠. 그래서 요즘에는 추천 영상을 넣을 수 있는 공간을 따로 마련한 콘텐츠를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숏폼 콘텐츠가 많이 활성화되어 가고 있고, 롱폼의 콘텐츠도 기능으로 줄여가며 소비하는 시대입니다. 유행은 돌고 돈다기에 조만간 또 롱폼 콘텐츠를 온전히 소비하는 시대가 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1초도 놓치지 않고 말이죠. 그때는 또 나노단위로 시간을 되돌리는 기능이 활성화될 수도 있겠네요.
eggfly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