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2년 우리나라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0%(통계청 2022.12월 기준)으로, IMF 이후 최고 수치를 기록했다고 한다. 물론 2023년 1월 5.2%, 2월 4.8%, 3월 4.2% 등 1~6월 물가지수는 4.9%으로 하향추세이긴 하다. 이는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코로나 이후 전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 추세 속에 물가 상승률이 교통 및 식음료 등에서 압력을 받고 있다.
특히 미국에서는 2022년도부터 미국 내 물가상승률(2022.1~9월 전년대비 8.3% 상승)이 계속 높아져, 미국 연방 준비위원회(fed)에서 지속적으로 기준금리를 높게 책정해 미국 내 물가잡기에 노력을 해온 결과 2023.1월경 6%대에 진입했다.(kotra 2023.1) 이또한 전세계의 환율 시장에 영향을 끼치고 있어 미국의 소비자 물가는 국내의 일상생활에도 중요하게 작용을 한다.
이런 배경으로 한때 FLEX와 YOLO(You Only Live Once)로 대표되던 과시적 소비 트렌드가 지나가고, 2023년에 와서는 무지출/짠테크 등의 알뜰 소비 트렌드가 그 자리를 차지하면서 합리적인 소비 태도로 바뀌고 있다. 익명의 사람들이 오픈채팅방에서 만나 서로의 지출을 따끔하게 혼내는 소위 ‘거지방’은 현재의 소비 트렌드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한 예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알뜰하고 합리적으로 소비하기 위해 사람들은 어떤 인식을 가지고,
어떤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일상을 영위할까?
우선 소비자물가란 모든 상품의 가격을 조사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상품의 가격변동이 중요한가는 생산자와 소비자의 입장에 따라 다르다. 예를 들어 지하철 요금 인상은 일반 소비자들에게는 물가상승의 현실로 다가오지만 기업에는 생산원가의 직접적인 인상요인으로 다가오지는 않는다. 그러나 철판 가격의 인상은 소비자보다 생산자에게는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생산자의 입장에서 유용한 물가지수와 소비자의 입장에서 유용한 물가지수는 다르게 작성되고 있다.
그래서 주부들과 일반 시민들은 소비자 입장에서의 물가지수를 우선하기 때문에 식품 가격이 인상되면 체감적으로 장보기가 두려워지고, 전기요금이 인상되면 전기기구를 쓰기가 망설여진다. 대학생들은 등록금 인상 통지를 받으면 휴학을 고민하게 되고, 자장면이나 설렁탕 값이 인상되면 일반 직장인들은 도시락을 싸 갖고 다니는 것을 고려하게 된다. 즉 이들 모두가 소비자들이다.
소비자가 일상생활에서 활용하고 이용하기 위하여 구입하는 재화와 서비스(소비재)의 가격변동을 나타내는 물가지수가 바로 소비자물가지수(consumer price index)이다.(네이버지식백과 재인용) 특히, 소비자들이 물가인상에 대해 민감하게 대할 수밖에 없는 현실은, 이는 월수입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오픈채팅방 ‘거지방’의 출현처럼 2023년 우리나라의 소비트렌드(메조미디어, 2023.6월기준)는 전반적으로 알뜰하고 합리적인 소비를 하는 것으로 지표상에 이미 나타나고 있다.
코로나를 겪는 과정에서 고물가 기조가 지속되어 오면서 소비자 부담은 점점 증가되어 왔는데, 그 중 주요 품목인 음식·의류·잡화 등에 관한 소비자물가가 2020년부터 지금까지 연이어 상승하면서 결국 2022년에는 IMF 이후 최고 수치인 5.1%를 기록했다. 특히 음식, 의류, 전기, 가정용품과 같이 일상생활에 필수적인 재화의 가격이 급등함으로써 소비자의 부담은 더욱 커져가고 있다. 이처럼 시장의 고물가 기조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다 보니, 자연스레 소비자들은 알뜰하고 합리적인 소비 태도로 현 상황을 헤쳐 나갈수밖에 없는 분위기이다.
합리적 소비 태도란, 돈은 아끼고 혜택은 더하는 정기구독 같은 서비스 활용을 예로 들 수 있다. 즉 일정금액을 결제하면 원하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매월 받아볼 수 있는 정기구독 서비스를 이용하면 콘텐츠, 쇼핑, 생활과 관련된 서비스를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기업이 제공하고 있는 쿠폰, 마일리지 혜택도 많기 때문이다. 이러한 혜택들을 잘 활용하면 지불한 구독료보다 더 큰 베네핏을 얻을 수 있기에 이용이 증가하고 있으며, 이는 소비를 계획적·전략적으로 관리하는 소비자들에게 환영받고 있다. (2023년 소비트렌드, 메조미디어, 2023.6월 재인용)
이러한 알뜰 소비, 합리적 소비에 대한 현상은
앞으로의 소비 트렌드에도 이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금 국내시장은 소위 은(퇴)세대로 불리는 베이비부머들이 힘들게 축적해온 경제적 베이스를 기반으로 한 소비자들과, 이들의 경제력에 직간〮접적인 지원을 받아 성장해온 이른바 MZ세대라 할 수 있는 소비시장 등으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중간과정에 X세대가 있지만 최근엔 미래의 성장동력이 될 수 있는 1980년의 밀레니엄 세대와 1990년+2000년의 Z세대를 묶어 MZ세대라 불리고 있는 소비시장이 크게 부각되고 있다. 다만 MZ세대의 일부는 아직도 부모의 경제권 내에 있거나, 취업율이 높지 않아 스스로 추가적인 부업을 통해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알뜰하고도 합리적인 소비 즉 이들이 말하는 미닝아웃, 가치소비, 돈쭐문화 같은 용어로 정리되는데, 바로 이들의 소비형태 베이스는 결국 알뜰하고 합리적 소비다. 다만 이들은 기존의 기성세대처럼 자린고비마냥 무조건 안 쓰고 무조건 아끼기 보다는 본인의 판단에 의해 가치 있는 일이고 워라밸과 마음의 힐링이 된다면 소비를 하는, 이른바 가치 소비를 한다.
소비자들이 물건을 사려고 인터넷에 검색하면 수많은 기업의 상품이 노출된다. 하지만 수많은 기업이 있더라도 그중 MZ세대에게 선택을 받는 기업은 따로 있다. 이제는 기존 방식의 마케팅으로는 MZ세대들의 지갑을 열게 할 수 없다. 바로 MZ세대 사이에서 ‘미닝아웃, 가치소비’ 같은 신념이 소비 결정 과정에서의 중요한 요인이 되었기 때문이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미닝아웃, 가치소비는 자신이 추구하고자 하는 가치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물건 및 서비스만을 소비하는 방식으로, 자신의 가치를 표현하는 소비행위를 말한다. 이외에도 착한 기업의 제품을 소비하는 착한 소비, 친환경적인 것을 소비하는 그린 슈머 등이 서로 공존하면서 이들의 소비 트렌드를 엿볼 수 있다. 따라서 MZ세대를 타깃으로 한 마케팅 전략은 바뀌어야 한다. (소비자 평가, ‘난 소비로 가치를 나타낸다’, MZ세대가 가치소비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 재인용)
그렇다면, MZ세대가 미닝아웃, 가치소비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뭘까?
대학내일 20대 연구소가 MZ세대 6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MZ세대 친환경 실천 및 소비트렌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MZ세대의 88.5%는 환경문제가 심각하다고 생각한다. 또 71%는 가격과 조건이 같다면 친환경활동 기업의 제품을 고르겠다고 답변했다. 이처럼 브랜드 상품 구매 시 판매액 일부가 기부로 연결되는 기부상품소비, 혹은 불매운동과 같은 유형의 ‘돈쭐내기 문화’가 있는데, 돈쭐내기란 선행을 베푼 가게의 매출을 올려주는 문화를 일컫는다. 즉 ‘돈쭐’이란 ‘돈’과 ‘혼쭐’을 합친 말로, 선행을 베푼 업주나 업체에 소비자가 적극적으로 팔아주기 운동을 하는 것을 말한다.
‘돈쭐’의 한 사례로 인천시 남동구 피자가게가 있다. 코로나로 인해 실직을 하고 통장 잔고에 571원뿐이던 한부모 아빠는 배달 앱을 통해 ‘7살 딸을 혼자 키우는데 당장은 돈이 없다. 기초생활 급여를 받는 20일에 바로 돈을 드리겠다.’는 사연을 적어 피자를 주문했다.
주문 전표를 본 피자가게 사장은 돈을 받지 않고 ‘부담 갖지 마시고 또 따님이 피자 먹고 싶다고 하면 연락주세요.’라고 적은 박스에 피자를 만들어 배달했다. 이러한 선행이 보도된 이후 이 피자 가게에 전국에서 주문이 쏟아졌다. 이렇듯 ‘돈쭐’을 낸다는 것은, 주문이 이어진 것을 말하는 문화다.
그리고 제로 웨이스트 챌린지의 경우는, 쓰레기 배출을 0에 가깝게 최소화하자는 취지로 일상생활에서 쓰레기 발생을 줄이고자 하는 움직임이다. SNS와 같은 온라인 매체에 자신이 실제로 쓰레기를 줄인 사례를 게시한 뒤 ‘#제로웨이스트챌린지’ 또는 ‘Zerowastechallenge’ 등의 해시태그를 붙여 참여를 인증한다. 많은 연예인과 인플루언서들도 인스타그램을 통해 제로 웨이스트 챌린지에 동참했으며 그 움직임은 현재도 이어지고 있다. 일회용기 대신 다회용기를 사용하는 등의 플라스틱 프리나 제로웨이스트와 관련된 활동도 많아진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이처럼 자신의 신념과 가치관을 소비 행위를 통해 표출하는 ‘미닝아웃’이 대세인 지금, 종전 제품의 디자인이 좋다고 무조건적으로 소비하는 시대는 한참 지났으며, 제품에 담긴 스토리와 과정을 중요시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이것이 바로 자신이 소유하는 재화와 서비스가 곧 자신임을 뜻하는 것이 ‘미닝아웃’의 진정한 의미이다. (스냅타임, 환경에 진심인 MZ세대의 가치소비와 미닝아웃, 재인용)
위의 사례에서 MZ소비자들의 트렌드를 파악했다면, 기업들이 어떠한 전략으로 접근들을 하고 있을까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기업들은 소위 ESG 경영(기업의 비재무적 요소인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를 뜻함)을 통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친환경 및 사회적 책임경영과 투명경영을 해오면서 지속 가능한 발전을 추구하고 있다. 한국 역시 이러한 기반 위에서 다양한 활동들을 몇 년 전부터 시행하며 이어오고 있다. 특히 세계적인 기후변화 위기와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최근에는 ESG와 같은 비재무적 가치의 중요성에 맞추어 ESG와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는 용어인 ‘지속가능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세계의 경영 트렌드가 환경, 사회적 가치를 중시하는 방향으로 변화된 전 세계적인 패러다임 하에서 기업들의 참여도 중요했지만, 소비의 주체인 각 세대들이 이러한 역할에 동참하며 MZ세대 나름의 신념 있는 소비자 행동인 미닝아웃/가치소비와 같은 현상을 추구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이는 기존의 기성인들과 차별적인 소비를 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러한 배경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상황에서 흉내내기에 급급한 마케팅 전략들도 더러 나타나기도 했다. 위에 예시로 든 인천의 피자집 사례를 응용한 사기 사건들도 일어나고 있어서 건강한 소비를 유도하는 기성인들이나 MZ세대들에게는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ESG 경영에 대한 몇몇 기업들의 운영 사례를 보면, 네이버의 경우 2020년부터 SASB(Sustainability Accounting Standards Board; 지속가능회계기준위원회) 보고서, TCFD(Tasks Force on Climate-Related Financial Disclosures; 기후 관련 재무정보공개 협의체) 보고서와 함께 ESG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다. 또 환경 전담 조직을 신설하여 신사옥 및 제2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에너지 효율을 개선, 신·재생 에너지 사용을 확대해 친환경 사업을 발굴하는 등 2040년까지 탄소 배출이 없는 기업을 만들기 위한 정책(Carbon Negative)과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제시하여 실천에 옮기고 있다.
SK telecom의 유영상 사장은 2022년 3월 25일 제38기 주주총회를 개최하며 ‘유무선 통신을 기반으로 AI 서비스 컴퍼니로 진화하고, 본업과 연계된 ESG 2.0 활동을 통해 고객에게 사랑받는 회사로 거듭나 기업가치를 성장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SKT ESG 2.0 경영은 그린네트워크를 통한 친환경 성장, ICT 기술로 안전한 사회(Safe Society) 조성에 기여, AI 서비스와 기술을 활용한 ESG 활동 등 본업과 밀접한 활동을 강화한다고 설명한다. 또한 고객이 직접 참여하고 보상받을 수 있는 ESG 활동을 추진하고 있으며, 2023년까지 태양광 국사를 300개 이상 구축하는 등 신재생 에너지 사용을 강화해 2050년까지 온실가스 감축량을 줄여 ‘넷 제로(Net-Zero)’ 달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리고 평가기관인 저스트캐피털이 미국에서 ESG 경영성과가 가장 우수할 것으로 기대되는 기업 1위로 선정한 구글의 경우는, 2020년 ‘탄소 제로 에너지 프로젝트’ 계획으로 향후 10년간 50억 달러(약 6조) 이상을 투자해, 5기가와트 규모의 태양열·풍력 등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또 2017년 데이터센터를 전부 신재생에너지로 운영하는 등 RE100을 이미 2018년도 기준으로 달성한 구글은 환경 분야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KISO 저널, 국내외 IT 기업들의 ESG 경영 소개, 재인용)
물론 위의 기업들 외에도 많은 기업들이 ESG 경영을 직간〮접적으로 운영과 참여에 서두르고 있으며 이미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기업들이 판단하는 소비자물가는 앞서 일반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이른바 가성비, 가심비와는 기본적으로 다르다. 독자 여러분들도 알고 있는 ‘가심비’란 것이 있는데, 이는 ‘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도’를 의미하는 것으로서 비용과 상관 없이 만족스러운 것을 구매하는 소비 행태다. 가격 대비 성능 비율을 뜻하는 ‘가성비’에 반대되는 말로 사용되며, 성능보다 심리적 만족도를 더 중요하게 여긴다는 점에서 차이를 가진다. 즉 ‘심리적 만족도’는 기업의 ESG 경영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한 ‘ESG 경영과 기업의 역할에 대한 국민인식 조사’에서 답변자의 70%가 ESG 우수기업 제품 구매 시 동일 제품 대비 2.5~7.5%를 더 지불할 수 있다고 답했다는 것에서 MZ세대들의 생각이나 신념이 종전의 기성인들처럼 판단하지 않고 다르게 판단한다는 것을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독자분들도 잘 알다시피 세상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이렇게 빠르게 변화하는 가운데 조만간 AI가 인간을 지배할지도 모른다는 우려의 소리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기술의 발전에 따른 각종 전자기기들도 인간의 뇌에서 쏟아져 나온 수많은 아이디어들의 결집과 융합으로 이루어진 것이 오늘의 세상이다. 과학의 발전은 이미 인간의 기억을 지우는 인간 최후의 질병이라는 치매 치료제가 세상에 나왔다. 아마도 조만간 인간에게 가장 넓게 퍼져있는 질병인 암도 정복될 것이라 예측된다. 이렇듯 기술의 발전은 과학적 토대 위에서 인간의 수명조차 연장할 수 있을 만큼 변하고 있다.
이렇듯 과학이 발전해 가는 시기에 인간이 만든 AI보다 더 안타깝고 두려운 것은 인간들의 잘못된 신념인 듯 하다. 잘못된 신념으로 기술을 악용하고 남을 탓하며 서로를 불신하는 헛된 행동들이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즉 지식은 짧고 무지한데 신념만 강해서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을 것이다.
우리의 미래라 할 수 있는 MZ세대들의 미닝아웃, 가치소비를 지향하는 소비 역시도 그들의 신념에 기초한 것이니 악용됨 없이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신념으로 남길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올바른 가치관 없이 겉모습에 현혹되는 어리석은(?) 소비자들이 양산되지 않도록 기업들은 좀더 적극적으로 ESG 경영처럼 투명한 방향으로 소비자들을 계도해야 할 것이다. 그저 단순하게 우리회사 물건을 구매해주는 소비자로서가 아닌 진정한 미래의 파트너로서 경영의 방향을 잡는다면 미닝아웃, 가치소비는 자연스레 성숙되고 발전되어 갈 것이다.
Gil Park님의 브런치에 게재된 글을 모비인사이드가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