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투명하면 직원들이 의심한다
직장인들은 대체로 자신이 다니고 있는 회사 사장이 부자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부자도 있겠지만 많은 사장들이 생각보다는 부자가 아닙니다. 주택 담보대출을 받아 집을 사기도 하고 노후가 걱정되어 돈을 모아 투자를 하기도 합니다. 어떻게 보면 일반 직장인들과 같지요. 월급이 다른 직원들보다 많은 정도라고 보면 됩니다. 그 많은 정도가 어느 수준인가가 항상 문제가 되지만요.
사장은 직원들이 막연히 자신을 부자라고 생각하는 것이 못마땅합니다. ‘사장이 회사 돈을 빼돌리는 것 아닌가?’하고 의심하는 것 같습니다. 회사가 어렵다고 이야기해도 믿지 않습니다. 사장은 물품 대금, 직원 월급을 주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밤잠을 설치는데 말이죠. 이럴 때 직원들에게 서운함을 넘어 배신감까지 듭니다.
이렇듯 사장과 직원들의 생각은 괴리가 큽니다. 사장은 이 점을 알더라도 직원들에게 회사 정보를 공개하고 공유하는 것을 꺼려합니다. 직원들은 나름대로 회사에 대한 정보가 없으니 사장이 하는 말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게 되죠. 상황이 이러면 직원들은 회사의 사정이야 어떻든 자신의 연봉 올리는 데에만 관심을 가집니다.
직원들의 의심을 없애고 업무에 몰입하게 하기 위해서는 투명하게 소통할 필요가 있습니다. 뭐, 거창하게 ‘투명경영을 하라.’, ‘분식 회계하지 마라.’, ‘사장은 도덕성, 윤리성이 중요하다.’라는 판에 박힌 말을 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직원들의 막연한 의심을 해소하고 신뢰를 쌓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은 것입니다.
사장은 직원이 정보는 알 필요 없고 맡은 일만 열심히 하길 바랍니다. 주어진 일만 하는 직원은 자신이 회사의 부속품 같다고 생각하지 않을까요? 직원들이 내부 정보를 모르면 ‘카더라’ 통신에 귀를 기울이게 됩니다. 막연한 추측, 억측만 난무할 뿐입니다.
외제차에 명품을 즐기는 사장이라면 막대한 연봉에 더해 플러스알파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버리는 것이죠. 그러면서 상대적으로 열악한 환경에 있는 자신의 처지와 비교하게 됩니다. ‘우리 월급은 쥐꼬리인데 사장만 잘 먹고 잘 사는구나.’하고 생각하게 됩니다. 신뢰는커녕 불신이 계속 커지게 되는 것이죠.
자료를 공개하는데도 직원들에게 신뢰를 받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투명하게 공개하고 공유하라고 주변의 조언을 들었습니다. 그런데도 뭔가 꺼림칙합니다. ‘공개를 했는데 자료가 외부로 유출되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이 됩니다. 사장은 실적 발표 회의가 끝난 후 배포된 자료를 모두 회수하라고 지시합니다. 이것은 대놓고 ‘난 당신들을 못 믿겠어.’라고 하는 행동입니다. 회사 내부 자료를 빼돌리려고 마음먹으면 어떤 짓을 해서라도 빼내갑니다. 자료를 회수하는 조치로 팀장들에게 비웃음을 사고 신뢰를 잃게 됩니다.
왜 자꾸 숨길까?
이렇게 직원들에게 실적 정보 등을 투명하게 공개하길 꺼려하는 사장들은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뭔가 직원들에게 공개하기 꺼림칙한 일을 한 경우입니다. 사장이 사사로운 이익을 챙겼을 수도 있지요. 아니면 차후에 그런 일을 염두에 두고 있든지요. 이런 사장들은 신뢰니 뭐니 하는 말이 소용없을 테니 제외하고 넘어가겠습니다.
두 번째는 실적이 나빠졌거나 나쁜 소식을 들었을 때 직원들의 동요와 이탈을 막기 위해서입니다. 한편으로는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이유 같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그때가 되면 회사가 먼저 직원들을 내보내거나, 눈치 빠른 직원들은 먼저 살길을 모색하게 되어 있습니다.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가 눈앞에 닥쳐서 아는 것이 더 나쁜 상황이 될 수도 있지요.
세 번째는 직원들이 공개된 정보를 이용해서 회사에 무리한 요구를 할까 봐서입니다. 실적을 공개하려 하니 실적이 너무 좋습니다. 직원들이 과도한 성과급이나 연봉 인상을 요구할 것 같으니 대충 얼버무려야 합니다. 또 많은 정보를 가진 직원이 좋지 않게 퇴사할 시 회사에 해코지할까 봐도 두렵습니다.
투명하게 공개하면 얻는 이익
괜한 걱정으로 정보를 숨겨 불신을 초래하는 것보다 투명한 정보 공개, 공유로 인해 얻는 사장과 회사의 이익은 정말 많습니다.
우선 직원들의 막연한 의심 눈초리에서 벗어나 솔직한 소통을 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정보 공개로 인한 최고의 효과입니다. 직원들이 현재 회사의 처한 상황을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투명하고 효과적인 내부 소통은 직원의 만족도를 높입니다. ‘아! 내가 이 회사의 일원이 되었구나.’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곧 회사를 향한 신뢰로 이어집니다. 이 신뢰는 어떤 것도 비교할 수 없는 회사의 자산이 됩니다.
둘째, 직원들에게 정보를 공개하고 공유하는 것은 사장의 자신 감을 표현하는 것입니다. 투명성과 도덕성을 보여주기도 하지요.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다는 것은 사장의 자신감 부족과 직원들에 대한 불신 때문입니다. 반면 정보 공개는 자신감의 발로이기 때문에 직원들은 사장과 회사를 믿을 수 있게 됩니다.
셋째, 실적 정보를 공개한다는 것은 회사가 자료를 분석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회사에서 낭비가 되는 부분을 알게 되고 대책도 세울 수 있습니다. 회사 자원을 적합하게 배분할 수도 있고 이를 바탕으로 직원들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회사의 매출 추이 등을 확인함으로써 회사의 현재 위치, 방향성 등을 직원들과 공유할 수 있습니다. 직원들의 업무 의욕을 높이고 분발할 계기도 되죠.
넷째, 정보 공개는 직원들이 회사에서 받는 연봉 비중과 기여도를 스스로 자문해볼 수 있는 효과도 있습니다. 회사의 매출이 얼마인지도 모르는데 직원 연봉이 많다고만 하면 그 직원이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회사가 오로지 적게 주려고만 한다고 생각할 겁니다. 회사 실적을 분석, 발표하게 되면 매출이나 이익 대비 직원의 연봉이 차지하는 비중을 알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회사 매출이 10억인데 직원 연봉이 5천만 원이면 5%죠. 이때 ‘과연 내가 회사에서 5%만큼의 기여를 하고 있는가?’를 자문해 볼 수 있다는 것이죠. 이 부분은 사장도 한 번 돌아봐야 할 부분입니다. 사장 연봉은 과연 매출의 몇 %를 차지할까요?
실적정보 공개 시 염두에 두어야 할 점이 있습니다. 사장이 평소 강조하는 우선순위가 있을 것입니다. 이것을 항상 자금 집행과 일치시켜야 합니다. 직원들은 예산이 어떤 쪽으로 집행되는지를 보면 회사의 의지를 알 수 있습니다. 우선순위가 연구개발 강화라면 거기에 돈을 쓰라는 것입니다. 말 따로 행동 따로 하게 되면 실적 공개는 의미가 없습니다.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습니다.
팀장급에게는 월 1회, 직원들에게는 반기 1회 정도 실적을 공개하고 공유하는 것이 좋습니다. 좋은 일, 나쁜 일도 모두 공유하세요. 직원들은 생각보다 훨씬 현명합니다. 숨겨서 의심받을 상황을 만들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정보를 공유하고 직원들과 투명하게 소통하세요. 회사의 모든 비밀정보까지 공유하라는 것은 아닙니다.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은 회사를 변화시키기고 직원들과 신뢰 구축을 위해 반드시 필요합니다.
기업시스템코디(조현우) 님의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