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화된 경험(Personalized Experience)의 원칙

 

바야흐로 개인화(Personalization)의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만의 고유한 성격을 지니듯이, 남들과는 다른 나만의 취향을 가지게 되는데요. 최근에는 이전의 획일화된 사고와 관습에서 벗어나, 서로 다른 취향과 다양성을 존중할 뿐만 아니라 나다움을 스스럼없이 표현하기도 합니다.

특히 MZ세대는 자기만의 가치관과 취향에 따라 행동하고 적극적으로 소비하기도 하는데요. 이러한 행동과 소비 트렌드를 ‘디깅 소비’라고 부릅니다. 디깅(Digging) 소비는 자신이 선호하는 품목이나 영역을 깊게 파헤칠 뿐만 아니라, 이에 기꺼이 금전적으로도 투자하는 취향 소비라고 할 수 있는데요. MZ세대는 자기 자신을 잘 표현할 수 있는 소비 행태를 SNS에 업로드하며 이를 과시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행위를 인스타그래머블(Instagramable)이라고 불리며, SNS 업로드가 MZ세대의 새로운 소비 기준으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남들과 다른 나만의 취향을 지향하는 고객의 니즈에 발맞추어, 여러 기업들에서도 더욱 다양한 커스터마이징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커스터마이징(Customizing)이란 고객의 요구에 따라 제품을 만들어주는 일종의 맞춤형 제작을 의미하는데요, 커스터마이징 서비스는 맞춤형 제작 서비스뿐만 아니라,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 사용자가 자기 취향에 맞도록 UI를 직접 편집할 수 있는 커스터마이징 기능을 제공하는 것도 포함하게 됩니다.

이러한 커스터마이징 서비스는 운동화나 명품 백과 같은 패션 영역뿐만 아니라, 스마트폰이나 노트북과 같은 개인용 디지털 디바이스 영역에서도 손쉽게 찾아 볼 수 있는데요, 최근에는 이러한 트렌드가 나만의 라이프스타일과 취향으로 꾸민 홈 공간에 맞는 인테리어 맞춤형 가전에까지 확산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개인의 취향에 맞추어 도어의 색을 바꿀 수 있는 냉장고 (출처: LG전자)

 

 

개인 맞춤형 서비스는 급격한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더욱 편리함을 추구하는 고객의 니즈를 효과적으로 만족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진화하게 됩니다. 바로 빅데이터(Big data)와 딥러닝(Deep learning)과 같은 인공지능 분석 기술을 기반으로 한 개인화 추천, 또는 큐레이션(Curation) 서비스인데요. 최근 비대면 디지털 가속화로 인해 고객 데이터 트래픽은 급증하게 되면서, 이는 추천 알고리즘(algorithm)의 자양분이 되어 개인화 추천 서비스를 더욱 고도화시켜 주게 되었습니다. 개인화 추천 서비스는 넘쳐나는 정보의 홍수 속에 번거로운 탐색 없이도 사용자의 관심사와 취향에 맞춤화된 콘텐츠나 기능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해 줄 뿐만 아니라, 나도 몰랐던 내 취향을 알려주기도 합니다.

이러한 개인화 추천 서비스는 넷플릭스나 유튜브와 같은 스트리밍 산업이나 아마존과 같은 이커머스 산업을 중심으로 활성화되어 고객들에게 차별화된 개인화 경험을 제공해 주고 있는데요. 특히 넷플릭스의 추천 알고리즘인 ‘시네매치(Cinematch)’는 대표적인 개인화 추천 서비스로 알려져 있습니다. 시네매치는 고객의 개인 프로필, 콘텐츠 이력, 선호도, 시청 시간대 등을 분석하여, 사용자에게 맞춤화된 콘텐츠를 추천하고 있는데요. 넷플릭스에 따르면 시네매치를 통해 개인화된 콘텐츠를 큐레이션했을 때 약 80%의 사용자가 추천된 콘텐츠를 선택하였으며, 이는 넷플릭스의 전체 매출 발생의 60% 증가에 기여했을 정도로 비즈니스 측면에서도 그 효과성을 입증했습니다.

 

 

넷플릭스 홈 화면

 

 

그렇다면 진화하는 고객의 니즈와 함께 변화하는 기술 및 비즈니스 환경에 맞추어, UX 관점에서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사용자가 개인화를 원하는 과업을 파악하고, 해당 과업 특성에 부합되는 커스터마이징 또는 큐레이션 방식을 선정하여 적절하게 디자인해야 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사용자의 취향에 맞춤화된 경험을 제공해주는 개인화된 경험(Personalized Experience)의 원칙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원칙 1. 내 취향에 따라 디자인 스타일, 사용 방식 등을 직접 선택할 수 있어야 합니다.

 

평균적인 사람은 있을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한 사람을 설명하는 특성 변수는 매우 다양할 수 있는데요, 성격, 인체 사이즈, 고유한 감성, 지식과 경험 등 이런 것들이 모두 동일한 사람은 있을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사용자의 다양성을 배려하기 위해서 UX 관점에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제이콥 닐슨의 10가지 휴리스틱 중 하나는 User control and freedom, 즉 사용자에게 선택권과 자유도를 제공하는 것인데요, 사용자들의 다양성을 배려하기 위해서는 그들만의 취향과 개성을 잘 살릴 수 있도록 선택권을 제공해 주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 앞서 살펴본 커스터마이징(Customzing) 기능을 제공할 수 있을 텐데요. 사용자 자신만의 감성과 취향을 잘 표현할 수 있는 디자인 스타일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해 주거나, 더 나아가 개개인의 인체적이거나 인지적 특성, 기존 경험에 의한 익숙함이나 사용 습관을 배려해 사용 방식도 선택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개인 맞춤형 경험 제공을 통해 감성적 만족의 향상뿐만 아니라, 사용성도 올려줄 수 있습니다.

아래의 그림은 애플의 미모티콘이라는 사용자 맞춤형 기능인데요. 사용자는 자신의 성격이나 분위기에 맞는 미모티콘을 직접 편집하여 만들 수 있습니다. 이러한 미모티콘은 피부색, 헤어 액세서리, 안경 등의 외형뿐만 아니라, 사용자의 목소리와 표정까지도 따라 할 수 있게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합니다. 사용자는 자기만의 개성을 살린 미모티콘을 통해 자기를 표현하고, 자기만의 색깔로 커뮤니케이션할 수도 있습니다.

 

 

애플의 미모티콘 (출처. Apple.com)

 

 

다음으로 아래의 그림은 스마트폰의 터치 키보드의 커스터마이징 기능인데요. 단순히 자기 취향에 맞도록 테마를 설정할 수 있는 것뿐만 아니라, 자신의 손 크기에 맞도록 키보드 크기를 조절할 수 있으며, 나만의 사용 습관에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자주 사용하는 기호를 직접 커스터마이징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사용자는 자기만의 감성을 표현할 수 있는 키보드를 사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내 손에 딱 맞는 키보드 입력을 통해 높은 사용성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 터치 키보드 커스터마이징 기능

 

 

원칙 2. 내 사용 이력을 학습해 내가 쓸만한 기능이나 정보를 추천해 주어야 합니다.

 

사람은 양면성(兩面性)을 지닙니다. 사용자는 흥미롭고 창의적인 과업에서는 능동적으로 직접 하길 원하는 반면에, 복잡하고 번거로운 과업은 누군가가 대신해 주길 원하는 수동적인 면모를 보이기도 합니다. 특히나 정보의 홍수 앞에서 사용자는 무기력해 지는데요. 대다수의 사용자는 복잡하면서 번거로운 과정은 누군가가 대신해 주길 바랄 것입니다. 너무 많은 선택지를 사용자에게 강요하면 인지적 부담과 스트레스를 올려주게 되어 선택합니다. 그러므로 콘텐츠나 기능이 너무 많을 경우에는 사용자에게 적합도 높은 개인화된 추천을 통해 더 적은 선택지를 선별해 제공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렇다면 개인화 추천은 어떻게 제공해 줄 수 있을까요? 가장 단순한 방법은 최근에 사용하였거나 가장 많이 쓴 이력을 기억하였다가 추천해 주는 것 입니다. 특히 아래 그림과 같이 내비게이션 목적지를 입력하거나 계좌 번호를 입력하는 과업과 같이 사용자가 자주하거나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루틴(Routine)한 과업에 대해 최근 이력을 추천해 주는 것은 효과적일 수 있을 것 입니다. 이를 통해 사용자는 번거로운 입력 과정을 생략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기억의 부담도 줄여 줄 수 있습니다.

 

 

좌: 네이버 지도 최근 목적지, 우: 신한 쏠(SOL) 최근 계좌

 

 

좀 더 고도화된 개인화 추천 서비스는 앞서 살펴보았던 넷플릭스의 시네매치와 같이, 사용자의 다양한 개인 데이터와 추천 알고리즘을 통해, 해당 사용자가 사용할 법한 콘텐츠나 기능을 예측하여 추천해 주는 것입니다. 특히나 정보량이 너무 많아서 사용자가 본인이 무엇을 사용해야할지 가늠하기 어려운 과업에 대해 이러한 개인화 추천 서비스를 적용하는 것은 더욱 편리함을 줄 수 있을 것 입니다.

아래 그림과 같이 쿠팡이나 유튜브 및 Flow와 같이 감히 등록된 콘텐츠의 양을 가늠하기 어려운 경우, 추천 알고리즘이 사용자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좋아하거나 필요할 만한 소수의 콘텐츠만을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제안해 준다면, 사용자는 콘텐츠를 찾는 시간은 아끼는 반면 즐기는 시간에 더 집중할 수 있게 해 줄 수 있습니다.

 

 

좌: 쿠팡 홈 화면, 중앙: 유튜브 홈 화면, 우: Flow 홈 화면

 

 

원칙 3. 주변 환경이나 제품 상태에 맞게 기능이나 정보를 추천해 주어야 합니다.

 

사람은 대부분의 판단을 휴리스틱(Heuristic)에 의존합니다. 행동 경제학(Behavioral economics)에서는 이러한 사람들의 비합리성에 초점을 맞추는데요. 이러한 이론에 따르면 사람의 의사결정은 분석적 시스템 보다는 직관적 시스템에 더욱 의존합니다. 즉, 상황과 가능성에 대한 모든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여 합리적인 판단을 하기 보다는 적당한 수준에서 휴리스틱(Heuristic), 즉 어림짐작에 의해 판단하곤 합니다.

가끔은 사용자에게 다양한 정보를 복합적으로 수집해 판단하거나, 특정 영역에 대한 전문성을 요구하는 과업이 당면할 때가 있을 텐데요. 사용자는 최적의 판단에 따른 명확한 이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경우에 적당한 어림짐작에 의해 판단하곤 합니다. 이러한 경우 사용자가 처한 특정한 상황이나 환경 정보를 바탕으로, 최적의 선택을 지원할 수 있는 추천 정보를 요구하게 됩니다. 왜냐하면 이러한 영역은 사람보다 분석 알고리즘이 더 잘하는 분석적인 영역이기 때문입니다.

그 예로 아래의 그림은 TMAP과 네이버 지도에서 제공하는 경로 추천입니다. 사용자는 평소에도 다니던 길이더라도, 최적의 경로는 그 때의 교통 상황 등에 의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만약 이러한 경로 추천 없이 사용자가 최적의 운전 경로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채널을 통해 교통 상황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기반으로 머리 속에서 시뮬레이션하여 어떤 길로 갈지 판단해야 할 것입니다. TMAP의 경로 추천과 같이 복잡한 정보 수집 과정과 인지 과정을 교통 상황 빅데이터와 추천 알고리즘이 대신해 주면, 사용자는 운전에만 집중할 수 있습니다.

 

 

좌: TMAP 경로 추천, 우: 네이버 지도 대중 교통 최적 경로

 

 

이러한 맥락적 추천 서비스는 전문성을 요구하는 영역에도 적용할 수 있습니다. 아래의 그림은 다양한 가전 제품들의 기기 사용 정보를 분석하여, 제품에 이상이 발생하면 원인과 함께 해결 방안을 제안해 주는 홈 케어 매니저 기능인데요. 사실 이러한 기기 진단은 전문가가 판단하고 해결방안을 제안할 수 있는 영역이기 때문에 일반 사용자는 알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이러한 홈 케어 매니저 추천 정보를 통해, 사용자는 사전에 고장을 예방할 수 있고 서비스 센터에 연락하는 번거로움 없이도 제품의 문제와 해결방안을 알 수 있습니다.

 

 

SmarthThinqs 홈케어 매니저 (이미지 출처: Samsung.com)

 

 


 

 

개인화 시대에 맞춤화된 경험 디자인하기

 

이번 글에서는 사용자의 취향에 맞춤화된 경험을 제공해 주는 개인화된 경험(Personalized Experience)의 원칙에 대해 살펴보았는데요. 사용자는 커스터마이징 기능을 통해 자기만의 취향을 표현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기 습관에 맞춰 UI를 조절해 더욱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개인화된 추천을 통해 사용자는 번거롭거나 어려운 과업을 생략하고 과업의 본질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개인화 시대에서 이러한 개인화된 경험 제공은 기업의 브랜드 경쟁력 확보 관점에서 이제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 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용자의 취향과 다양성을 배려한 개인화된 경험을 디자인할 때에는 과업의 특성을 잘 이해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개인의 차이가 있겠지만, 사용자는 흥미롭거나 개인의 창의성을 발휘하고 싶은 과업은 능동적으로 직접하고 싶은 반면에, 번거롭거나 어려운 것은 누군가 대신해 주거나 전문성을 빌리고 싶은 과업도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과업의 특성을 고려해서 사용자에게 선택권을 제공해 넓혀줄지 아니면 알고리즘에 의해 일부 복잡하거나 귀찮은 일부 영역을 대신해 주어 선택권을 줄여줄지 신중히 검토해 보아야 합니다. 만약 알고리즘의 의해 추천을 해주더라도, 최종 결정권은 사용자가 가질 수 있도록 추천 기능과 사용자가 직접 탐색을 할 수 있는 경로를 균형적으로 유지해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과업의 일부를 알고리즘에 의해 대신해 주기로 했다면, 어떤 데이터(사용자 데이터, 환경 데이터 등)를 활용하여야 사용자 관점에서의 최적의 의사결정을 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지도 고민해 보아야 합니다. 또한 만약 고객 데이터 기반으로 개인화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사전에 이를 공지하고 동의를 받는 개인정보 활용의 투명성을 확보하여야 하는데요. 아래 개인정보보호에 대한 조사 결과와 같이 사용자들은 온라인 등에 이용 흔적이 남는 것이 두려워 이용을 자제하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개인화된 서비스를 더 잘하기 위해서는 선제적으로 사용자의 안심과 신뢰를 얻는 것이 중요합니다.

 

 

지능정보사회 개인정보보호 인식 (출처: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알고리즘 기술을 활용하는 것은 사용자에게 많은 이득을 줄 수 있는 기회 영역인 것은 분명합니다. 그렇지만 사용자 입장에서는 이러한 알고리즘이 제공해 주는 경험이 블랙박스와 같이 그 속에서 일어나는 과정을 알 수 없기 때문에 사용에 앞서 두려움이 있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와 같이 알고리즘과 사용자와의 상호작용을 디자인하는 것이 새로운 영역인 만큼 예상치 못한 사용자의 가치를 헤칠 수 있는 부분은 사전에 센싱하고, 이에 대한 대응 방안을 마련하는 것을 함께 검토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오의택 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