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당으로부터 나만의 무기 만들기
어릴 적 만화나 영화를 보다 보면 항상 등장하는 존재가 있다. 바로 빌런(villain).
주인공의 반대편에서 주인공을 괴롭히고 시련과 역경을 주는 역할이다.
그럼 빌런은 ‘악’일까?
빌런에게는 중요한 역할이 있다.
바로 주인공을 더 강하게 하고, 변화를 만들어주고, 스토리의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역할이다.
빌런이 없으면 주인공이 성장할 수 없고 변화할 수 없고, 서사가 될 수 없다.
빌런이 있어야 주인공이 성장하고
스토리가 완성이 된다.
마치 우리의 일상도 이와 같다.
우리 모두는 각자 인생의 무대의 주인공으로 살아가고 있고 일상 속에서 수많은 빌런들을 마주한다.
그중 특히 일을 할 때 만나게 되는 빌런의 존재는 마치 애니메이션 속 악당과 같이 어디에나 존재한다. 그런데 빌런에게서 강해지는 비결이 있다면? 그리고 그들로부터 나만의 무기를 만들 수 있다면? 이 글에서는 그런 빌런으로부터 강해져, 진정한 주인공으로 거듭나기 위한 내용에 대해 담아보려 한다.
- 악당으로 괴롭힘을 받아 좌절하고 끝나는 조연이 될 것인가?
- 악당으로부터 변화를 만들어 극복하고 내 무대를 빛내는 주연이 될 것인가?
끝까지 글을 읽으면 방법을 찾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세상 어디에나 존재하는 빌런
일을 하다 보면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그중에는 좋은 상사, 친절한 동료들을 많이 만나게 된다. 하지만 그 이면에 존재하는 이들이 있다. 바로 일을 할 때 만나는 빌런들.
십 수년간 시간 동안 일을 해보며, 이런저런 사람들이 기억이 남는데 그중에 잊을 수 없는 이들, 빌런들이 강하게 뇌리에 남는다. 그 당시 감정이 다치거나 괴로운 심리를 안고 좋지 않은 경험을 겪게 되었는데 시간이 지나 어떻게 되었을까? 트라우마를 안고 아픈 기억으로 살아가고 있을까? 그들로부터 배운 것들이 아주 요긴하게 성장의 자양분이 되었다. 어떻게 가능했을까?
먼저 사회초년생 시절에는 빌런을 처음 겪으며 무엇이 옳고 그른지 알지 못해 괴로웠다. 내가 알았던 것들이 틀렸던 걸까? 그들이 옳은 걸까? 하지만 답은 시간이 흘러 알게 되었고, 그 당시 빌런이 틀린 것들이 많았다. 나 역시도 틀린 부분이 있었겠지. 어떻게 보면 빌런의 일부 면모는 실패한 실험의 결과를 몸소 보여주는 좋은 케이스가 되기도 한다. 그들로부터 간접 체험을 하게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다음 두 가지다.
- 빌런과 똑같이 행동할 것인가?
- 빌런과 다르게 행동할 것인가?
나의 선택은 다르게 행동하는 것이었다. 그 경험으로부터 걸러내 해한 것을 구분하게 되고, 해한 것을 피하거나 나에게서 반복되지 않게 함으로써 강해질 수 있었다. 대표적으로 뭐가 있을까? 듣고 나면 간단할 수 있는 것들, 빌런으로부터 새기고 강해질 수 있었던 몇 가지를 담아 온다.
(1) 일의 시작에 대하여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들어야
과거 함께 일했던 누군가로부터 입에서 수시로 나오는 말이었다. 이 말은 이렇게 해석이 된다 (상사가) 개떡같이 말해도 (팀원 또는 부사수가) 찰떡같이 알아들어야지. 당시 팀원의 입장으로 일의 맥락과 배경, 중요한 정보를 모른 채로 잘못된 일의 방향을 잡을 때면 듣는 말이었다. 그 당시 어찌 보면 찰떡같이 알아듣지 못했던 팀원이 잘못일 수 도 있다. (그게 나였다) 그 당시에는 그런 시대였으니까. 그런데 이제는 시대가 바뀌었다.
개떡같이 말하는 것은 리더의 커뮤니케이션 역량 부족이다.
찰떡같이 말해야 찰떡같은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일을 하는 것은 위로부터 일을 주는 것으로부터 시작이 되고, 일의 배경과 맥락, 리소스 등을 충분히 설명해 주는 것으로부터 시작이 된다. 비어있다면 비어있는 채로, 만들어지지 않은 채라면 파악 가능한 정보를 제공해주어야 한다. 그래야 그것을 전달받고 실무자가 일을 제대로 시작할 수 있다. 이를 일의 다운로드 과정(download)이라고 한다. 어떤 프로그램도 어느 어플도 설치를 해야 사용할 수 있는 것처럼 일도 다운로드가 명확해야 제대로 시작할 수 있다.
빌런이 되지 않는 법,
일의 다운로드를 제대로 하는 것
(2) 일의 공유에 대하여
이건 몰라도 되는 일
정보를 유독 공유하지 않는 이가 있었다. 당시에는 잘 이해할 수 없었다. 다른 곳을 거치면 알 수 있는 이야기조차 내부에서 전해받지 못했으니까. 그리고 시간이 지나 알게 되었다. 바로 ‘정보의 권력화’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정보를 가진 것이 권력이 되는 시대가 있었다. 그런데 그런 시대 역시 이제 지났다. 최대한의 정보를 공유하고 함께 문제해결과 리스크 관리, 목표의식을 함께해야 일의 결과를 만들 수 있는 시대이다.
이를 일의 싱크를 맞추는 과정(synchronizaion, 동기화)이라고 한다. 정보와 일의 진척 등을 부서 내부에서, 부서 간에서, 상하좌우로 맞추는 과정으로 이렇게 맞춰가야 어긋나지 않고 함께 나아갈 수 있다. 정보란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것이 많기에 상위 단계에서 더 많은 주도를 해야 하지만, 반대로 아래에서도 무기로 가져야 하는 것이 있다.
바로 질문을 무기로 활용하는 것. 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주저하면서 묻지 않고, 그로부터 과정의 비효율이 발생한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질문을 폭격처럼 쏟아내는 질문 빌런이 되지 말고, 궁금해하는 것을 왜 알아야 하는지 배경과 목적을 설명하고, 성과에 기여하기 위함임을 밝히면 필요한 정보를 취득하기 좀 더 용이할 것이다.
빌런이 되지 않는 법,
정보를 꽁꽁 숨기지 않는 것
(3) 일의 관계에 대하여
상사를 어려워할 줄 알아야
신입의 시절, 인사팀 사원으로 일을 하면서 다양한 부서의 장들과 말을 나눌 기회가 많았고, 소통하는 과정에서 말을 할 때면 생각을 명확히 전하며 이야기 나누었다. 그러나 누군가에게는 당당이 당돌로 비추어졌나 보다. 윗 분들을 어려워하지 않는다는 피드백을 받은 것. 신입이면 사람을 좀 어려워할 줄 알아야 한단다. 사람을 어려워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나에게는 어려웠고, 주눅 드는 연기를 하다 보니 진짜로 주눅이 마음을 지배하더라.
일의 하이어라키(hierarchy, 계급 혹은 계층관계)가 존재하던 시대가 있었다. 직급이 명확하게, 직급 간에도 서열이 존재했고 그 안에 마치 카스트 제도처럼 서로 간의 기대되는 행동양식이 존재했다. 그런데 그런 시대는 죽었다. 사람이 사람을 어려워할 줄 알아야 한다는 피드백을 하는 순간 구시대의 인물이 될 것이다.
바야흐로 존중의 시대다. 아래에서 위로뿐 아니라, 위에서 아래로도 존중이 필요하다. 존중이라는 것은 상대의 입장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과정이다. 어떤 소통 과정을 거치더라도 존중이 배경에 깔려 있다면 빌런의 위험으로부터 피할 수 있다.
빌런이 되지 않는 법,
존중을 익히는 것
(4) 일의 노하우에 대하여
나 때는 안 그랬는데
일할 때 수도 없이 듣게 되는 말이 있다. 원래 안 그랬는데. 나 때는 안 그랬는데. 그 말에는 여러 가지가 함축되어 있다. 나는 옳고 너는 틀리다. 그 근거로는 나는 그때 존재했고, 너는 존재하지 않았다. 흔히들 더 높은 직위의, 더 오래 있었던 이들이 근거의 무기로 많이 활용하는 방식이다.
과거의 경험이 정답을 주는 시대가 아니다. 세상이 빠르게 변화하기에 과거는 유산일 수 있다. (물론 상황에 따라 중요한 레퍼런스나 키가 될 수는 있다) 과거를 그대로 꺼내기보다는 복합적인 환경 속에서 상호 소통 과정을 거치며 문제의 정의와 해결방안, 성과에 집중해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이직의 시대, 회사를 옮기는 이들이 종종 하는 실수이기도 하다. 특히 관리자급 이상에서. 전 회사에서는 안 그랬는데. 이 부분은 새로운 곳에서 가장 주의해야 할 부분의 하나이다. (본인 역시도 새 곳으로 갈 때마다 이 부분에서 신중을 기한다.) 나 때, 라떼를 꺼내야 할 때는 명확하다. 상대방이 라떼를 필요로 하고, 궁금해할 때. 그때만큼은 라떼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무기가 될 수 있다.
라떼의 상실, 라떼는 죽었다.
빌런이 되지 않는 법,
라떼를 피하는 것
빌런으로부터 나만의 무기 만들기
빌런을 피하는 방법, 요약해 보면 이렇다.
- 일의 다운로드를 제대로 하는 것
- 정보를 꽁꽁 숨기지 않는 것
- 존중을 익히는 것
- 라떼를 피하는 것
빌런은 그대를 더 강하게 만들어주기 위해, 변화를 주기 위해, 스토리를 만들어주기 위해 존재한다. 마주하는, 마주했던 누군가를 빌런으로 정의한다면, 시간이 흘러 그들과 같은 빌런이 되지 말라. 그렇지 않으면 시간이 흘러 타인으로부터 그대가 빌런의 흉상을 하고 있을 것이다. 빌런으로부터 배워야 한다. 이걸 놓치면 과거의 마주하던 빌런이 나일 수도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 필요한 중요한 과정이다.
이 글은 과거의 빌런들을 소개하고 강조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누구나 겪을 수 있는 경험으로부터 긍정적인 전환을 만들어 성장의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함이다. 그리고 커리어를 쌓고 나아가는 과정에서 빌런이 되지 않기 위해 스스로에게 선언하며 새기는 글이기도 하다. 본인의 아낌없는 경험과 인사이트를 담아 오며 이것을 앞으로 겪게 될, 또는 현재 겪고 있는 누군가가 도움이 되길 진심을 바란다.
빌런이 될 것인가? 빌런으로부터 배울 것인가?
여기서 알게 된 것으로 무기를 만들어 세상에 나가 휘둘러보라. 시간이 흘러 더 강해지리라.
마케터초인 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