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페이팔, 드롭박스 등 우리에게도 익숙한 곳에서 사용자 경험과 관련된 ‘글쓰기’라… 여러분들은 세계적인 기업에서의 ‘글쓰기’ 즉 ‘UX Writer’라는 업무 또는 직무에 대해 들어본 적 있는가? 사실 이 개념 자체는 새로운 것이 아니지만, 최근 들어 세계적인 기업은 말할 것도 없고 국내에서도 UX Writer와 관련된 구인공고 비중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라 UX Writing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UX Writing’은 한마디로, 유저와 만나는 접점들을 위한 문구를 작성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 문구들은 브랜드 또는 서비스가 원하는 내용을 사용자에게 전달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이며, 사용자 입장에서는 유용하고 배려 있게 느껴져야 하기에 균형을 잘 잡아주는 것이 중요하다.
위의 이미지는 10여년 전 ‘메일침프’에서 메일(뉴스레터)을 발송했을 때 떴던 화면 속 이미지와 문안이다. ‘메일침프’는 사용자들에게 대량으로 뉴스레터를 보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서비스이다. 그런데 혹시 내가 잘못 작성한 내용은 없는지, 제대로 전송이 되는게 맞는지 걱정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이럴 때 이런 불안과 걱정을 조금이나마 해소해주기 위해 ‘메일침프’에서는 위와 같은 이미지와 곧 전송될거라는 문구를 함께 노출해주었다. 이런 내용 역시 ‘UX Writer’의 역할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과거에는 UX디자이너 또는 기획자가 ‘UX writer’의 역할을 부분적으로 수행했다면, 이제는 전문적인 역할로의 ‘UX writer’가 등장하기 시작했다는 차이가 있다.
UX Writer 는 UX팀의 멤버로, 고객중심 디자인이 필요한 유저 Research를 진행하게 된다. 리서치 결과를 바탕으로 얻은 ‘Insight’를 통해 혁신적인 제품 및 기능을 제공하기 위한 노력을 하게 되며, 여기까진 기획자 또는 UX 디자이너와 공통 분모가 많다. 그리고 어쩌면 당연한 이야기일지도 모르지만, ‘UX writer’에게 Writing은 필수라고 할 수 있다. 아마존은 ‘UX writer’의 글쓰기에 대해 혁신적이고, 놀랍고, 인상적인 문구를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와 경험을 전 세계에 소개하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다음으로는 Collaboration(협업)의 경우 어느 직무에서나 중요하게 적용되겠지만, ‘UX Writer’에게는 더더욱 중요한 역할 중 하나이다. 사용자 접점과 이를 통한 사용자 경험의 유무는 모바일 앱과 같은 형태로만 드러 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마케팅, 전략 개발 등과의 협업하기 때문이다.(지금 써보러 갑니다, 재인용)
추가로 콘텐츠 전략을 수립하거나, 마케팅 자료 및 기타 유저 친화적인 자료들을 작성하는 데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사실 국내는 물론이고, 북미에서도 ‘UX writer’라는 역할은 흔치 않고, 또한 초기의 UX와 마찬가지로 정식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곳도 많지 않으므로, ‘UX writer’의 역할에 대해 아래 나열하는 직종과 혼동해서는 더더욱 안된다는 것을 말해두고 싶다.
먼저, ‘Technical writers’는 사용자의 경험이 아닌, 정확한 전달이 우선시되어야 하고, ‘Content strategists’는 콘텐츠의 종류 및 범위를 결정하는 것이 주 역할이지, 필요한 내용을 작성하는 것이 주 역할은 아니다. 다음으로 ‘Information Architects’는 정보의 구조 및 분류, 설계에 초점을 두며, 마지막으로, ‘Marketers’는 새로운 제품 및 서비스를 더 많은 사람들이 쓸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핵심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떤 회사에서 ‘UX writer’를 필요로 할까?
먼저 커뮤니케이션을 위해서는 저널리즘, 기술 작문, 커뮤니케이션, 홍보 등 글쓰기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다양한 경험 또는 교육을 받은 사람을 찾게 될 텐데, 이는 사용자 중심 디자인을 커뮤니케이션 방법론을 통해 이해하고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Writer’라는 역할을 하는 이상, 글쓰기 실력 역시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데, 때문에 ‘UX writer’를 원하는 회사에서는 글쓰기 능력을 상당히 중요하게 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어떠한 단어를 통해 사용자 접점을 설계하려고 하는지, 어떠한 문구를 활용하면 정말 사용자 경험을 향상시킬 수 있는지와 같은 질문에 구체적인 답변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앞서 메일 침프의 경우 오래 전 사례이지만, 사용자가 어느 시점에 어떤 불안감을 느끼는지 리서치를 통해 파악한 후, 어떻게 하면 걱정과 불안을 줄일 수 있는지 고민 후 적절한 문구를 통해 해결해줄 수 있어야 한다.(지금 써보러 갑니다, 재인용)
그렇다면, ‘UX Writing’을 잘하면 무엇이 좋을까?
‘UX Writing’은 서비스를 만드는 모두의 일이지만, 생각해보면 사실 ‘UX writer’라는 직무가 있기 전부터 누구나 글은 쓰고 있었다. 기획할 때 서비스의 정책을 어떤 문장으로 녹일지, 디자인하며 화면의 타이틀을 어떤 문구로 넣을지 등을 항상 고민해왔었다.
늘 쓰던 글이지만, 더 명확하고 더 섬세한 글을 쓰면 그러지 못했을 때 일어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오류를 줄일 수 있다. 커머스 앱에서 많이 쓰는 ‘100% 환불 가능합니다’를 예로 들어보면,,
🧑💻 기획자: 100% 환불 가능합니다.
👩💼 디자이너 A: 금액의 100%를 환불해주는 정책이군.
👨🏻🔧 개발자 B: 금액을 무조건! 백프로!의 확률로 환불해주는 정책이군.
이처럼 서로 각각의 해석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또한 해당 문구가 그대로 실제 서비스에 릴리스 되었다고 생각해보면 사용자 또한 혼돈을 겪게 될 것이며, 사용자가 환불 정책이 불명확하게 쓰여 있음에 대해 이슈를 제기한다면 서비스는 문제 상황을 겪을 수도 있다. 그래서 잘 쓴 UX Writing은 비즈니스를 보호할 수 있어야 한다. (퍼블리, 사용자 경험을 설계하는 UX 라이팅, 이것만은 조심하자, 재인용)
특히 IT 분야에서 UX Writing의 중요성이 점점 더 커지고 있는 가운데, ‘UX writer’를 채용하는 회사도 점점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UX writer’가 있는 조직이라고 해도 제품의 모든 글을 ‘UX writer’가 직접 다 쓸 수는 없다. 항상 느끼지만 Writing은 제품을 만드는 메이커 모두가 하게 되는 일이다.
그래서 고객을 사로잡는 모바일 서비스나 앱에는 여러 가지 매력 포인트가 있는데, 그러한 고민을 줄여주는 쉬운 사용성, 아름다운 인터페이스, 재미 요소 등으로 UX Writing이 구성되어야 한다. 그 중에서도 서비스에 쓰인 ‘문구’는 무엇보다 중요한데, 이러한 문구가 사람과 인터페이스(기계) 사이의 교감을 형성하고, 나아가 행동을 이끌어내는 힘이 있기 때문에 중요한 마케팅 수단이 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이 ‘문구’ 또는 ’문안’을 어떻게 써야 고객들도 만족하고, 우리도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을까? 우리가 매일 마주치는 앱이나 모바일 서비스에는 단어와 문장이 존재한다. 그것은 웹, 앱 화면에서 버튼을 클릭할 때 버튼에 쓰인 단어나 팝업창에 쓰인 문구 등을 말하는 것인데, 이를 마이크로카피(microcopy)라고 부른다.
하나의 웹과 앱에는 다양한 목적을 가진 마이크로카피가 필요하다. 이러한 문자 체계를 구축하는 일을 UX 라이팅이라 하고, 전문적인 직업을 가진 사람을 UX 라이터라고 부르고 있는 것이다.
우리들이 사용하는 인터페이스를 구성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문구가 필요하다 보니 UX 라이터의 역할도 가지각색일텐데, 그 중에서도 링크드인(Linkedin)을 통해 알아본 기업들의 UX 라이터에게 요구하는 역량은 매우 다양하다.
- 프로덕트의 전체 맥락을 연결할 수 있는 능력(링크드인)
- 유저와 프로덕트 사이의 쉽고 정확한 커뮤니케이션을 만들 수 있는 능력(틱톡)
- 사용자를 이해하고 그들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를 구사해야 함. 디자인팀과의 협업능력도 중요(드롭박스)
- 사용자가 목표를 달성하는 데 도움되는 직관적이고 유쾌한 글쓰기 능력(구글)
- 프로다운 글쓰기 실력,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마이크로카피(아마존)
- 정확한 단어를 통해 이 UI가 어떤 것을 말하는지 알 수 있게 하는 능력(핀터레스트)
위의 기업들 사례마다 UX 라이터에게 원하는 것이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정확하고 직관적인 언어를 구사해 프로덕트를 쉽게 설명하는 능력‘은 공통적으로 요구되고 있다. 즉 상품서비스에 대한 명확한 설명을 하면서 고객에게 정확한 정보가 전달될 수 있도록 하되, 유머가 있는 직관적인 언어를 쓰는 능력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퍼블리, 매일 쓰게 되는 앱은 뭐가 다를까? 답은 ‘카피’에 있다, 재인용)
즉 기존의 다른 업무와의 분명한 차이를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흔히들 말하는 광고에서의 카피라이터와 UX라이터에도 차이점이 있다는 것도 이해해야만 한다. 카피라이팅은 마케팅이 목적인 경우가 많다. 옥외 광고나 잡지, TV 광고에 등장하는 문장들과 함께 카피라이터는 마케터와 일하는 것이 일반적이며, 시선을 사로잡을 수 있는 강력하고 매력적인 단어들이 무기가 된다. 또한 브랜드와 상품을 홍보할 수 있는 스토리텔링을 통해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역할을 한다.
반면, 마이크로 카피 UX라이팅은 디지털 인터페이스 전반에 존재한다. 예를 들어 간단한 버튼 문구부터 사용자가 회원 가입을 하거나 비밀번호 복구 시 제공되는 글들이 마이크로 카피에 해당한다. 다시 말해 광고 카피라이팅의 목적이 단시간 내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것이라면, 마이크로카피의 UX라이팅 목적은 메시지를 최대한 오해 없고,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을 말한다.
이런점을 고려하여 우리들이 모바일 앱을 사용할 때 자주 보게 되는 대화 상자를 떠올려보면…
사용자가 무언가 취소할 경우에는 대화 상자(dialog box)가 필요한데, 위 왼쪽 그림 대화 상자의 마이크로카피는 대표적인 실수 사례에 해당된다. 취소하여 이전으로 돌아가는 상황에서 버튼명을 ‘취소’와 ‘확인’이라고 하면 “행동을 취소하는 것을 다시 취소”하는 동어반복형 메시지가 만들어진다. 이는 사용자에게 혼란을 일으키게 된다. 그래서 위의 오른쪽 그림은 동어반복형 대신 사용자가 처한 상황을 명확하게 변경한 대화일텐데, 버튼명은 ‘취소/확인’ 대신 맥락에 맞게 네(Yes)와 아니요(No)로 바꾸고, 메인 문장을 실제 행동으로 수정한 사례다. 이를 통해 사용자는 보다 정확한 결정을 내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퍼블리, 매일 쓰게 되는 앱은 뭐가 다를까? 답은 ‘카피’에 있다, 재인용)
독자분들도 현장에서 느끼고 있듯이, 사용자는 서비스를 사용할 때 자신이 완료하고자 하는 작업, 자신 중심의 특정 행위에 관심이 많다. 즉 사용자들은 화면 전반에 배치된 많은 텍스트들을 전부 읽지 않고, 필요한 부분만을 선택적으로 읽거나 스캔하는 행동을 한다. 이런 행동특성 때문에 화면에 제시되는 텍스트는 아무리 중요한 내용이라 하더라도 가능한 짧게 작성돼야 한다. 전달하고자 하는 뜻을 유지하면서 최소한의 단어를 사용해 작성해야 한다. 두 단어로 줄여도 의미에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면, 두 단어가 이상적이다. 굳이 멋을 부리거나 노파심에서 그 이상의 단어를 사용해 복잡하고 설명적으로 만들 필요가 없다.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텍스트가 가장 잘 보이는 위치에 배치되어야 한다. 그래서 명확한 문구의 정리는 가장 중요한 포인트 중 하나다.
물론 이렇게 정리된 문구 또는 문안이 화면에서 시각적으로 잘 보일 수 있도록 레이아웃을 구성하는 디자이너의 역할 또한 중요한 두번째 포인트이다. 이 외에도 문구의 강조를 위해 이중 부정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으나, 이중부정은 사용자에게 인지 부하를 증가시켜 메시지를 해독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소비하게 만든다. 결국 모호한 지시나 행동을 유발하지 않는 것이 세번째의 포인트이다. 모호한 단어는 원하는 결과를 만들어 내는 데 기여하지 못하기 때문에 결국 사용자 입장에서 원하는 결과가 아닌 다른 결과가 나올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커지면 해당 제품서비스 사용에 대한 허들이 높아지고, 포기할 가능성도 높아지는 것이다. 그리고 지나친 전문용어보다는 확신을 주는 숫자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아시다시피 휴대폰의 작고 협소한 화면, 디자인 요소 속에 표현돼야 하는 텍스트라면 압도적으로 숫자가 유리하다. 또한 브랜드 매니저들은 브랜딩을 위한 글쓰기에서 길게 써야 할 경우도 있고, 짧은 태그라인이나 슬로건이 필요한 때도 있다. 어렵게 공들여 쓴 글들은 브랜딩 마케팅에 효과를 발휘하기도 하지만 영향력이 확인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그러므로 사용자 또는 잠재 구매고객 등에게 철저하게 제품 지향적이고 기능 지향적인 글쓰기를 통해 제품서비스의 작동 방식을 명확히 인지시키고 오류를 줄이는 일을 함으로써 브랜드의 근간을 탄탄하게 되도록 하는 것이 UX라이팅의 역할이다.
그러므로 UX writing은 소설도, 광고카피도 아니다. 웹이나 앱 화면 내에서 고객과의 직관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Writing이라는 것을 명확히 이해해야만 업무수행에 차질이 없다는 것을 마케터들은 알아야만 한다.
Gil Park님의 브런치에 게재된 글을 모비인사이드가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