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전략이 필요한 회사, 작은 전략이 필요한 회사
마케팅에는 언제나 답이 있다.
노력하다보면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뜻이 아니라, 정말로 공식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이 있지만, 우리는 심리학을 통해서라면 사람들의 마음이나 정신, 행동을 읽어낼 수 있다는 것도 알고있다. 한길 사람 속은 알 수 없어도 백길, 아니 천길, 만길의 사람 속은 예상할 수 있는 것이다.
마케팅도 마찬가지다.
마케팅에는 언제나 정확한 목표의 제시와 그 해결책이 공존한다. 그런데 마케터로서 실무에서 뛰다보면 마케팅의 상식이나 배움과 실무가 다른 경우와 종종 부딪히게된다.
그리고 간극은 (마케팅 예산이)큰 회사에서 작은 회사로 갈 수록 더 커지는 경우가 많다. 분명히 배운대로 했는데, 이 간극은 대체 어디서 오는 것이란 말인가?
마케팅이라고 부르는 영역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너무나 많기 때문에, 그 요소를 제거하고 원리만을 공부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학문과 실무의 간극이 생기는 것도 이해할 만 하다.
그러나 단언컨대, 이것은 확률의 문제다.
주사위는 여섯개의 면을 가진 정육면체니 주사위를 던지면 어느 한 면이 나올 확률은 1/6이다. 하지만 1/6이라는 확률은 여섯번을 던져서 1부터 6까지 차례대로 눈이 등장한다는 데서 오는 것이 아니다. 수 천번, 수 만번을 넘어 무한에 가까운 수를 던졌을 때 1/6확률에 수렴하게 되는 것이다.
주사위 눈이 1~6배 만큼의 매출 성공을 의미한다고 생각해보자. 내게 주사위를 굴릴 수 있는 횟수가 단 한 번 뿐이라면, 그래서 6이 나올때까지 던질 수 있는 사람들과는 달리 단 한 번만에 6이 나와야 한다면.
나는 어떤 방법을 써야하는가?
실전 마케팅이 배운대로 흘러가지 않는 이유는 명확하다. 예상되는 결과에 수렴될 만큼 많이 해볼 수가 없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마케팅 예산이)작은 회사에는 작은 회사에 맞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날이 따듯해지고, 사람들이 슬금슬금 마스크를 벗으면서 우후죽순 팝업 스토어가 생기기 시작했다.
회사의 오프라인 행사 기획을 맡고있는 마케터라면 이즈음 팝업 스토어를 들여다보며 인사이트를 얻고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슬프게도, 여기에서도 주제파악을 잘 해야 한다.
작은 회사의 마케터가 적은 예산으로 팝업스토어를 연다고 해서 그게 브랜딩(고객이 브랜드를 인식하는 일)에 진짜로 효과를 남길까? 혹은, 팝업 스토어를 여는 데에 투자한 비용만큼 전환을 이끌어낼 수 있을까?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이라지만, 마케팅은 언제나 예산이 많은 쪽이 유리한 치킨게임이다.
큰 금액을 투자할 수 있는, 어느 정도 매출이 보장되어 있는 큰 회사라면 팝업 스토어의 성공은 브랜드나 소비자 모두에게 긍정적인 경험으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작은 회사라면, 팝업 스토어의 성공은 브랜드의 호조를 의미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당장 매출이 하락하고 있는 작은 회사라면 팝업스토어가 아니라 경력있는 영업사원을 영입하는 것이 더 나은 전략이 될 수도 있다.
물론 가능성은 0이 아닐터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 이건 주사위를 던져서 원하는 숫자를 단번에 나오게 만드는 일과 비슷하다. 정말로 주사위 눈처럼 6개의 결과 중에 하나만 나오게 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심지어 현실은 그 결과가 무한대로 증식한다. 기회가 한정된 이상, 마케터의 능력으로 경우의 수를 줄이는 것도 한계가 있다.
그러니 회사가 작으면 작을수록, 예산이 작으면 작을수록 더 디테일한 전략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 스스로에 대해서도 보다 더 잘 파악해야한다.
지금 내가 하고있는 전략이 큰 회사에 맞는 전략인지, 작은 회사에 맞는 전략인지를 먼저 생각하지 않으면, 황새를 쫒아가다 가랑이가 찢어지는 뱁새가 되어버릴 테니까.
해당 콘텐츠는 마케터Z 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