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유튜브 등의 콘텐츠 창작을 통한 부수입 활동을 하는 분들이 늘어나면서 이에 대한 회사의 입장이 극명하게 나뉘고 있습니다. 직원의 콘텐츠 창작과 대외 활동을 제한하는 회사도 있고요. 반대로, 직원의 콘텐츠 창작 역량을 영리하게 활용하여 직원의 퍼스널 브랜딩과 회사의 성장을 함께 도모하는 회사도 있죠. 이번 포스팅에서는 직원의 콘텐츠 역량을 활용하여 함께 성장하는 회사의 사례 3군데를 정리하여 소개해드리겠습니다.
1. 플라네타리움
플라네타리움은 커뮤니티 기반의 웹3 게임 회사입니다. 일 사용자 수가 약 20,000명으로 인기 있는 블록체인 게임인 ‘나인 크로니클‘을 제작 및 퍼블리싱하였고 2022년 6월 약 415억 원의 투자를 유치하며 업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블록체인 게임 회사 중 하나가 되었죠. 제가 얼마 전 입사한 회사이기도 한데요!
플라네타리움에는 재미있는 문화가 정말 많더라고요. 그중 하나가 바로 <여러분의 글, 회사가 삽니다>라는 제도입니다. 규칙은 간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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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영리한 정책이에요. 직원은 내가 종사하고 있는 산업군이나 내가 만들어가는 제품 등에 대해 글을 작성하는 것이기 때문에 글을 통해 본인의 전문성을 드러낼 수 있는 퍼스널 브랜딩의 기회를 갖는 것이고요. 퍼스널 브랜딩 과정에서 흔히 느끼는 미묘한 죄책감이 아니라, 그와는 정반대로 회사에서 10만 원의 금액을 받으며 본인의 콘텐츠를 인정받게 되는 것입니다. 당연히 개인적으로 작성하는 글보다 훨씬 더 꼼꼼하고 전문적으로 콘텐츠를 구성하여 발간할 수밖에 없겠죠.
회사 또한 혜택을 보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콘텐츠를 업으로 다루는 팀의 목소리뿐만 아니라 다양한 직군의 목소리를 자연스럽게 녹일 수 있기 때문에, 당연히 블로그 콘텐츠가 더욱 흥미로워질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직원 중 개발자의 비율이 높은 IT 회사라면 콘텐츠 마케터의 글보다는 개발자의 직접적인 목소리가 도움이 될 수밖에 없을 텐데요. 실제로, 플라네타리움의 기술 블로그에는 엔지니어분들이 깃헙에 올리셨던 수 십 개의 글이 그대로 업로드되어 있답니다.
그럼, <여러분의 글, 회사가 삽니다> 정책이 회사와 직원에게 주는 가치를 한 번 정리해 보겠습니다.
A. 회사 입장의 장점
(a) 다양한 구성원의 목소리가 회사 콘텐츠에 반영될 수 있습니다.
(b) 엔지니어가 직접 작성하는 기술 블로그의 경우 개발자 채용에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 기술 관련 전문 지식이나 개발 컨퍼런스 방문기, 기능을 개발했던 경험을 공유하는 콘텐츠는 엔지니어들의 이목을 끌 수밖에 없겠죠.
(c) 콘텐츠 바이럴이 조금 더 많이 되는 효과가 있습니다.
: 회사가 올리는 블로그는 개인 콘텐츠보다 재미없게 느껴지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여러분의 글, 회사가 삽니다> 정책의 기본 전제는 직원 개인이 쓴 글을 본인의 블로그/SNS에 업로드한 후 회사 블로그에 올리는 것이기 때문에 콘텐츠가 조금 더 많이 주목받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d) 낮은 예산으로도 풍성한 콘텐츠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 한 달에 20개의 글이 업로드된다면 월 200만 원의 비용이 콘텐츠에 쓰이는 것입니다. 수준 높은 콘텐츠를 저렴한 가격에 확보하는 것이죠.
(e) 글을 쓰는 과정에서 직원이 성장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 어떠한 지식과 생각을 제3의 누군가가 이해하는 글로 표현한다는 것은 상당한 학습과 노력을 필요로 한다는 것은 모두 잘 아실 거예요. 본인의 전문 분야에 대해 정돈하여 글로 표현하는 경험을 통해 직원들은 더욱 성장할 가능성이 높고요. 이는 곧 회사에 더욱 똑똑한 결과물을 선보일 가능성이 높아짐을 의미합니다.
B. 직원 입장에서의 장점
(a) 10만 원의 부수적인 수입을 벌 수 있습니다!: 게다가, 내 글을 보고 입사 지원을 하고 채용된 팀원이 있다면 인당 10만 원의 추가 비용을 받을 수 있죠. 🙂
(b) 퍼스널 브랜딩에 도움이 됩니다.
: 내가 속해 있는 산업과 회사에 대한 이야기를 기반으로 글을 쓰는 것이기 때문에 퍼스널 브랜딩에 도움이 될 수밖에 없고요. 회사에서 내 이름과 함께 콘텐츠를 홍보해 주기 때문에 개인 블로그에만 올리는 것보다 더 많이 알려질 수 있습니다.
(c) 퍼스널 브랜딩을 하는 과정에서 회사의 눈치를 보기는커녕 오히려 인정을 받습니다.
: 특정 매체에서 인터뷰 기회를 얻고도 회사 방침 때문에 거절해야 하거나 콘텐츠 활동을 하면서도 굉장히 조심스러워하는 직장인들이 생각보다 꽤 많습니다. 회사와 직원 간의 긴장감이 만들어지는 것인데요. <여러분의 글, 회사가 삽니다>를 통해 직원은 오히려 회사에 이러한 활동을 인정받는 것이고요. 회사에 대한 애정이 더욱 깊어지는 계기가 됩니다.
(d) 글을 쓰는 과정에서 성장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 앞서 언급한 것처럼 무언가를 글로 표현하는 과정에서 내가 성장할 가능성이 매우 높고요. 실제로 많은 플라네타리움 직원 분들께서 <여러분의 글, 회사가 삽니다>에 채택될 글을 쓰고 싶다는 2023년 포부를 밝히시기도 했답니다. 성장욕이 어마어마 하신거죠!
2. 타입드
두 번째 사례는 직원의 ‘사이드 프로젝트’ 자체를 지원하는 사례입니다. 바로 ‘타입드‘를 서비스하는 ‘비즈니스 캔버스’인데요. 타입드의 채용 페이지를 살펴보면 직원의 성장을 위한 사이드 프로젝트에 물질적 서포트를 제공한다는 것이 명시되어 있습니다. 단순 콘텐츠뿐만 아니라 다양한 종류의 사이드 프로젝트를 ‘허가’하는 것을 넘어서 오히려 ‘지원’한다는 것이죠.
또한, 타입드의 경우 다양한 콘텐츠 플랫폼과의 협업으로 임직원들이 직접 매체에 노출되는 일이 빈번한데요. 그로우앤베터와 EO, 러닝스푼즈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타입드의 임직원들이 비즈니스 인사이트를 공유하며 타입드를 알리고 있습니다. 김우진 대표만 매체에 출연하거나 연사로 활동하는 것이 아니라 직원들도 적극적으로 대외 활동을 하기 때문에 대표의 부담도 조금은 줄어들 수밖에 없고요. 많은 사람들이 타입드의 다양한 면모를 경험할 수밖에 없게 됩니다.
게다가 타입드는 타 플랫폼뿐만 아니라 자체 플랫폼인 블로그와 유튜브, 그리고 웨비나에서도 여러 직원들의 목소리와 전문성을 선보이는 자리를 마련하는데요. 타입드 블로그 또한 플라네타리움의 블로그처럼, 인턴부터 대표까지 다양한 필진이 직접 작성한 포스팅이 공개되어 있고요. 유튜브에는 직원들이 직접 타입드를 소개하는 ‘Typing Team Typed’ 콘텐츠를 따로 시리즈물화하여 만들어두었습니다. 해당 시리즈는 2022년 타입드의 다큐멘터리로 만들어지기도 했죠.
이렇게 직원의 목소리를 담은 콘텐츠를 회사에서 적극적으로 만드니, 링크드인이나 페이스북 등의 SNS에서는 타입드 직원들이 직접 타입드를 홍보하고 알리는 포스팅을 꽤 자주 볼 수 있고요. 이는 B2B SaaS를 서비스하는 타입드 입장에서 굉장히 유리할 수밖에 없습니다. 많이 알려지지 않은 무언가를 마케팅하고 판매하고 채용해야 하는 스타트업의 입장에서 임직원의 네트워크는 귀한 자산이기 때문이죠.
타입드와 비슷하게 ‘채널톡‘의 임직원들 또한 다양한 SNS에서 서비스를 자주 알리곤 합니다. 채널톡의 임직원들은 링크드인, 페이스북뿐만 아니라 인스타그램에서도 회사에서 사용하는 닉네임으로 활동하기도 하고요. 회사에서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유튜브에도 적극적으로 출연하여 본인의 이름을 알리죠. 회사와 직원이 함께 성장하고 알려지는 훌륭한 시너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3. 유니티 (Unity)
마지막으로는 해외 사례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게임 크리에이터가 사용하는 게임 개발 플랫폼 회사 ‘유니티‘입니다. 유니티는 연 매출이 1조 원을 훌쩍 넘는 세계적인 회사인데요.
유니티의 GTM 전략 중 하나는 바로 직원이 회사 관련 콘텐츠를 만들고 SNS에 공유하는 것이라고 해요. 앞서 타입드 사례에서 언급했듯, 직원의 소셜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것이 회사의 성장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믿는 것이죠. 유니티가 진행하는 직원의 콘텐츠 활성화 프로그램의 목표는 다음과 같습니다.
(a) 직원들이 (공유할만한) 좋은 콘텐츠를 더욱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하기
(b) 직원들이 콘텐츠를 통해 퍼스널 브랜딩을 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돕기
(c) 유니티만의 메시지를 퍼트리고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기
유니티에는 퍼스널 브랜딩과 회사의 브랜드 인지도를 위해 콘텐츠를 만들고 공유하는 ‘인플루언서’급의 직원이 1,000명이나 된다고 하죠.
이와 같은 프로그램을 해외에서는 Employee Advocacy 프로그램으로 분류하여 활용하기도 하는데요. 던킨은 ‘임직원 앰베서더 프로그램(Crew Ambassador)’을 별도로 마련하여 해당 프로그램에 선정된 직원들이 업무의 비하인드 등의 콘텐츠를 영상으로 만들어 직원 개인의 틱톡 계정에 업로드하도록 합니다. 업무 이외의 시간이 아닌, 업무 시간에 던킨과 관련된 콘텐츠를 SNS에 작성하도록 허가하는 것이죠.
아래의 영상도 해당 앰베서더 프로그램에 선별된 직원이 직접 만들어 올린 영상이라고 해요. 던킨의 공식적인 목소리를 낸 콘텐츠가 아닌, 직원의 목소리를 활용하기 때문에 더 많은 고객들이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던킨의 직원인 Ashley Darden의 계정만 해도 6만 명이 넘는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을 정도로, Crew Ambassador 프로그램의 마케팅 파급력은 매우 크죠.
플라네타리움의 <여러분의 글, 회사가 삽니다>가 무척 재밌고 합리적인 제도라는 생각이 들어서 작성하기 시작한 블로그가 이렇게 길어졌네요. 누구나 콘텐츠를 쓸 수 있고, 누구나 온라인에서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는 지금, 회사는 직원의 퍼스널 브랜딩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할까요? 회사와 직원이 함께 성장하면서도 우리 회사에 잘 맞는 현명한 제도를 한 번 생각해보시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 참고 자료 5 Companies Activating Employee Personal Brands To Fuel Growth |
최용경 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